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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노이아

김영탁 저 | 황금알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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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9205621 / 124쪽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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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오성근 시인에게 시란 예술인 동시에 구원을 향한 여정이다. 구원은 메타노이아, 즉 회개의 좁은 문을 통과하는 자만이 다다를 수 있는 경지로, 이 메타포는 시편들의 처음과 끝을 관통한다. 시집 첫 장 첫 구절을 펼쳐보자. 내일 다시 초평에 가리 / 저수지 건너 산골로 들어가면 / 목장 사슴 우는 소리 메아리로 비끼고 / 계곡에 퍼진 들국화 / 잉잉거리는 벌들의 코러스 / 넋 나간 듯 낙원에 스며들기 위해 ― 들국화 따기(1) ― 얼핏, 나 이제 일어나 가리 이니스프리호도로, 하고 노래한 아일랜드 계관시인 예이츠가 떠오른다. 예이츠에게 이니스프리호도가 유토피아였듯 오 시인에게도 초평은 유토피아 즉 낙원이다. 일찍이 워즈워스는 ‘무지개’에서 만약 무지개를 보고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는 삶이라면 차라리 죽음이 낫다고 선언한 바 있다. 예술가에게 유토피아의 추구는 예술창작의 원천이며 존재이유이기도 한데, 다른 점이 있다면 오 시인의 유토피아는 신앙과 닿아 있다는 것이다. (…) 홍수로 사라질 세상에 / 풀잎 배라도 띄워 / 돌아갈 곳 하늘나라 / 여기는 내 땅이 아니지 ― 손바닥 그림(3) ― 어머니의 자궁으로 돌아가는 기도 / 밤하늘 별자리를 찾아가는 기도 // 땅에서 끊어진 탯줄이 / 하늘 아버지께 이어지는 기도 ― 메타노이아(24) ― 예이츠와 워즈워어스와 달리 오 시인의 낙원은 그러니까 땅이 아니라 하늘이다. 왜냐하면 이 땅에서의 생존은 무상하고 행위는 무익한, 불교적 용어를 빌자면 제행무상(諸行無常)이기 때문이다. 책 속에서 _ 1부 들국화 따기 들국화 따기 1. 내일 다시 초평草坪에 가리 저수지 건너 산골로 들어가면 목장 사슴 우는 소리 메아리로 비끼고 계곡에 만발한 들국화 잉잉거리는 벌들의 코러스 넋 나간 듯 낙원에 스며들기 위해 2. 들국화 속에 몸 던져보면 알리 꽃송이 하나에도 미치지 못할 목숨 시퍼런 낫으로 베어버리니 칼날에 베인 독한 향기 그늘진 골짜기에 진동하고 벌 한 마리 수고가 헛되고 헛되네 3. 잔인하게 독하게 숨 막히게 한 마리 짐승으로 향기에 취해 내 목숨 버히고 버히니 초평호에 잠기는 별빛보다 잔물결에 흔들리는 들국화보다 그 모두를 합친 것보다 향기로운 숨결이여 4. 어느 물안개 낀 새벽 잠든 수면에 소리 없이 미끄러져 자취 없이 사라진다 해도 천천만만의 들꽃보다 귀한 내 넋을 초평의 하늘과 물이 가르쳐 줄까 이토록 늦게 깨달은 자 있을까 5. 평생 살 것도 아니면서 액자를 바람벽에 걸었다 떼었다 다시 걸기 몇 번인가 퇴락한 농가 문패는 안 보여도 집안에 산수화 한 폭 걸면 나도 어엿한 집 주인 집과 풍경은 본래 내 것은 아닌데 평생 떠돌이로 사는 나 어찌 주인이길 바라랴 난세에 버리지 않은 고화古? 한 점 실경 산수에 초가 한 칸 그윽하니 이제부터 그 속에 들어가 살리라 6. 밥 먹고 술 마시고 시 쓸 때도 벽이 있어 다행이다 둘러앉아 마주 보는 가족은 헤어진 지 오래 천정 낮은 부엌에 반듯한 식탁 있어 차 한 잔 올려놓으면 다탁이 되고 책을 올려놓으면 서가가 된다 이게 다 벽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흙벽이든 바람벽이든 벽화를 치면 더욱 좋으리 7. 지나가는 구름그림자 보거나 놀다가는 참새 수다 듣거나 들풀 무성한 자갈마당에 빛바랜 의자 하나 있으니 허리 굽은 몸종처럼 늑골을 드러낸 저것은 가구인가 등 돌리고 앉은 등의자 오늘도 누구를 기다리나 8. 불 켜두고 나온 집 근처에서 길을 잃었네 구름 사이로 시냇물에 씻은 듯 비치는 맑은 얼굴 하나 둔덕길에 찍히는 내 발자국 소실점처럼 사라졌네 낮익은 곳에서 길을 잃고 달빛 따라 흘러가듯 걷는 길 불 켜고 나온 빈집 사방 둘러보아도 불빛 한 점 없더니 내가 나를 버리고 집마저 나를 버린 그 어디쯤 하늘에 뜬 희미한 별빛 한 점 2부 손바닥 그림 손바닥 그림 1. 너는 아니지 마지막에 남을 자 너는 아니야 그래서 내가 있다 자랑할 것이 네게 있고 내 가진 것은 거품 악어처럼 하마처럼 입 벌린 하품일 뿐 2. 어둠 속에 누가 있는가 밤이 너무 깊어 빛을 모르는 오지奧地 그곳에 누가 먼저 왔던가 그가 내게 와서 대신 어둠이 되어주고 나는 새벽으로 밝았으니 마지막 날 같은 나의 하루 3. 나는 아니지 마지막에 남을 자가 나는 아니지 그래서 네가 있다 홍수로 사라질 세상에 풀잎 배라도 띄워 돌아갈 곳 하늘나라 여기는 내 땅이 아니지 4. 나도 날 알지 못하니 잠시 잊고 있는 사이 창밖의 단풍나무 실내를 기웃거리는 사이 시내 건너 산길로 노랑나비 앞장서 날아가면 문 열고 따라 나가리 때로 길 잃지만 나를 아는 듯 오래 기다렸다는 말 한마디 들을 수 있다면 5. 목이 잠기는 외로움 밤이 너무 길어 기도를 시작할 저녁 어스름부터 새벽 여명까지 쓰디쓰지만 입안에 고이는 달콤한 고통의 시작과 잘 끝낸 마침표 사흘 길 그 음성 못 들으면 또 하룻길 새벽을 깨우리 광야 넘어 광야 무엇을 거부하랴 마지막은 독배毒盃 입과 귀를 닫으리 6. 네발짐승 중에 고개 숙일 줄 아는 건 너뿐 머리 든 짐승 모두 수천수만 마리 오늘은 고개 숙여 섰구나 목이 길어서가 아니라 목이 말라서가 아니라 지금은 초식동물의 계절 네 헐거운 턱과 선한 눈 잠시 나를 바라보렴 하늘 높은 줄 모르던 나를 보렴 걸을 수 있는 목숨 모두 왜 머리 숙여 땅을 보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저자 소개

  • 저자 : 김영탁
저자 : 오성근
오성근吳成根 시인은 1939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197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희곡), 1989년 제9회 크리스찬 신인문예상(시)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목에서 목마름까지』, 3인시집 『태초의 바람』, 4인시집 『달 바람 돌 풀』(1, 2, 3, 4집)이 있다. 희곡집으로 『우리동네 성냥공장』, 『파랑새 절벽을 날다』, 『세상에서 가장 먼 포구』 등이 있다.
공연작품으로 <데이신따이>(제16회 전국연극제), <성냥공장 아가씨>(인천연극협회), <사슴아, 사슴아>(극단 십년후, 제24회 인천연극제 대통령상 수상), <울 밖에 선 봉선화>(제25회 인천연극제, 극단 피어라), <도원을 가다>(제30회 인천연극제, 극단 피어라) 등이 있다.

머리말

한때는 청년이라 하고
이제는 노인이라 부르지만,
아니다 노인이 되기 위한 메타노이아는 아직
천지창조의 흑암에 가려 있다
우리가 끌어안고 사는 이 땅, 또한
너무 크고 무거워서
하늘길 나르는 기러기나 백로들이 있어야 하리라
밟을 때마다 아픈 발바닥
아니다 세상보다 큰 것은 내가 돌아갈 땅이다

책 속에서


1부 들국화 따기

들국화 따기

1.
내일 다시 초평草坪에 가리
저수지 건너 산골로 들어가면
목장 사슴 우는 소리 메아리로 비끼고
계곡에 만발한 들국화
잉잉거리는 벌들의 코러스
넋 나간 듯 낙원에 스며들기 위해

2.
들국화 속에 몸 던져보면 알리
꽃송이 하나에도 미치지 못할 목숨
시퍼런 낫으로 베어버리니
칼날에 베인 독한 향기
그늘진 골짜기에 진동하고
벌 한 마리 수고가 헛되고 헛되네

3.
잔인하게 독하게 숨 막히게
한 마리 짐승으로 향기에 취해
내 목숨 버히고 버히니
초평호에 잠기는 별빛보다
잔물결에 흔들리는 들국화보다
그 모두를 합친 것보다 향기로운 숨결이여

4.
어느 물안개 낀 새벽
잠든 수면에 소리 없이 미끄러져
자취 없이 사라진다 해도
천천만만의 들꽃보다 귀한 내 넋을
초평의 하늘과 물이 가르쳐 줄까
이토록 늦게 깨달은 자 있을까

5.
평생 살 것도 아니면서 액자를 바람벽에 걸었다 떼었다 다시 걸기 몇 번인가

퇴락한 농가 문패는 안 보여도
집안에 산수화 한 폭 걸면
나도 어엿한 집 주인

집과 풍경은 본래 내 것은 아닌데
평생 떠돌이로 사는 나
어찌 주인이길 바라랴

난세에 버리지 않은 고화古畫 한 점
실경 산수에 초가 한 칸 그윽하니
이제부터 그 속에 들어가 살리라

6.
밥 먹고 술 마시고 시 쓸 때도
벽이 있어 다행이다
둘러앉아 마주 보는 가족은 헤어진 지 오래
천정 낮은 부엌에 반듯한 식탁 있어
차 한 잔 올려놓으면 다탁이 되고
책을 올려놓으면 서가가 된다
이게 다 벽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흙벽이든 바람벽이든
벽화를 치면 더욱 좋으리

7.
지나가는 구름그림자 보거나
놀다가는 참새 수다 듣거나

들풀 무성한 자갈마당에
빛바랜 의자 하나 있으니

허리 굽은 몸종처럼 늑골을 드러낸
저것은 가구인가

등 돌리고 앉은 등의자
오늘도 누구를 기다리나

8.
불 켜두고 나온 집 근처에서 길을 잃었네 구름 사이로
시냇물에 씻은 듯 비치는 맑은 얼굴 하나
둔덕길에 찍히는 내 발자국
소실점처럼 사라졌네
낮익은 곳에서 길을 잃고
달빛 따라 흘러가듯 걷는 길
불 켜고 나온 빈집
사방 둘러보아도
불빛 한 점 없더니
내가 나를 버리고
집마저 나를 버린 그 어디쯤
하늘에 뜬 희미한 별빛 한 점


2부 손바닥 그림


손바닥 그림

1.
너는 아니지
마지막에 남을 자
너는 아니야
그래서 내가 있다

자랑할 것이 네게 있고
내 가진 것은 거품
악어처럼 하마처럼
입 벌린 하품일 뿐

2.
어둠 속에 누가 있는가
밤이 너무 깊어
빛을 모르는 오지奧地
그곳에 누가 먼저 왔던가

그가 내게 와서
대신 어둠이 되어주고
나는 새벽으로 밝았으니
마지막 날 같은 나의 하루 3.
나는 아니지
마지막에 남을 자가
나는 아니지
그래서 네가 있다

홍수로 사라질 세상에
풀잎 배라도 띄워
돌아갈 곳 하늘나라
여기는 내 땅이 아니지

4.
나도 날 알지 못하니
잠시 잊고 있는 사이
창밖의 단풍나무
실내를 기웃거리는 사이

시내 건너 산길로
노랑나비 앞장서 날아가면
문 열고 따라 나가리

때로 길 잃지만
나를 아는 듯
오래 기다렸다는 말 한마디
들을 수 있다면

5.
목이 잠기는 외로움
밤이 너무 길어
기도를 시작할 저녁 어스름부터
새벽 여명까지

쓰디쓰지만
입안에 고이는 달콤한
고통의 시작과
잘 끝낸 마침표

사흘 길
그 음성 못 들으면
또 하룻길 새벽을 깨우리
광야 넘어 광야
무엇을 거부하랴
마지막은 독배毒盃
입과 귀를 닫으리

6.
네발짐승 중에
고개 숙일 줄 아는 건
너뿐

머리 든 짐승 모두
수천수만 마리
오늘은 고개 숙여 섰구나

목이 길어서가 아니라
목이 말라서가 아니라
지금은 초식동물의 계절

네 헐거운 턱과 선한 눈
잠시 나를 바라보렴
하늘 높은 줄 모르던 나를 보렴

걸을 수 있는 목숨 모두
왜 머리 숙여 땅을 보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목차

1부
들국화 따기·10

2부
손바닥 그림·18

3부
귀촌일기·34

4부
노년의 뜰·64

5부
메타노이아·82

해설
박석근 | 자갈마당에 핀 꽃들·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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