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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4671446 / 304쪽 133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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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오십 일……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오십 일 정도면 충분히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면회를 오라고 한 두치의 말이 떠올랐지만 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오십 일이라는 시간이 어느새 성큼 다가와 있었고 두치도 나도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는 데 도사니까. 그게 우리에게 어울리는 질서라고 생각했다 _「아이젠」
나는 외로워하고 있었다. 언젠가 모든 게 떠나버릴 것만 같았다. 내 곁에 있는 모든 것들은 늘 언젠가 떠나려는 포즈를 바꾸지 않았다. 나는 어느 한순간 기절이라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더 추한 모습으로, 비정상적인 양의 침이 입안에서 흘러나왔다. 나는 그것들에 한 번도 적응하지 못했다. 어떤 기분은 매번 새로웠고 끔찍했다. 밤마다 잇몸을 축축하게 적시는 침을 삼키고 있는 것이 나를 자꾸만 우는 사람처럼 보이게 했다. 나는 침이 흘러나올 때마다 아무도 모르게 쓰읍쓰읍 하는 소리와 함께 울었다. _「파수」
옆방에서 화장실 물이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하수구의 물때가 귓속에 고이는 느낌이 들었다. 슬프거나 우울한 기분은 아니었다. 그저 몸에 난 실 크기만한 구멍을 바람이 가만히 통과하는 기분이었다. 음침하고 슬픈 소리. 몸이 만드는 가장 기분 나쁜 소리…… 나는 가만히 누워 있었다. 실만한 크기의 구멍에 자꾸만 어떤 힘이 몸을 밀어붙이는 것 같았다. 나는 잠깐 제수를 떠올렸다가 다리를 오므린 채 몸을 둥그렇게 말았다. 어린애 주제에, 못된 것만 배워가지고서. 나는 중얼거렸다. _「제수」
어떤 것들은 마지막이라는 구색을 갖추지 않고 한순간 떠나버렸다. 그런 마지막은 어느 때보다 차분했고 오히려 잔잔했다. 나는 그게 얼마나 오랫동안 남은 사람을 차분하고 잔잔하고, 아무것도 흐르지 않는 시간 속에 살게 만드는지 잘 알았다. _「캐치볼」
그런데 자세히 보니까 말이야. 상징적이다, 정말. 너 말이야, 너. 네가 언젠가 내 영화에 출연하면 좋겠다. 까만 소품이나 테이블, 장식장이어도 괜찮을 것 같아. 그런 건 첫 데뷔치고는 나쁘지 않은 거야. 아예 프레임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배우들도 많으니까. 너는 특별히 내가 그렇게 해줄게. 감독의 특권이니까. 아니, 아니. 그냥 권리니까. _「염소와 나」
거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길가에 서 있는 가로수들이 간간이 그늘을 만들어주었다. 나는 이 시간을 가장 좋아했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혼자 살아남아 자전거를 타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차라리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정말이지 아무런 감정도 없이 페달이나 밟다가 죽어버려도 기분좋을 텐데, 나는 자주 생각했다. 나는 일상의 평화라도 도모하는 척 자전거를 타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항상 그런 생각에 몰두해 있었다. 말하자면 내 머릿속에서 그리는 진짜 평화란 늘 그런 쪽에 더 가까웠다. _「이상한 소설」
아이젠 _007
파수 _035
제수 _065
캐치볼 _101
자두 _133
염소와 나 _165
귀 _195
이상한 소설 _231
해설|권희철(문학평론가)
김남숙 소설어 작은 사전?혹은 불가능한 사랑 _265
작가의 말 _29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