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송(友松) 김태길(金泰吉)은 지난 1920년 11월 15일, 충북(忠北) 청주군(淸州郡) 이류면(利柳面) 두정리(豆井里) 이팔일(二八一)에서 안동 김씨(安東金氏) 성응(聲應)과 안동 권씨(安東權氏) 중순(重順) 사이의 사남매(四男妹) 중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부친 김성응(金聲應) 선생은 민족 운동으로 십여 년의 옥고를 치른 독립투사였다. 부친의 독립운동으로 가세가 기울어 우송은 어린 시절 외가에서 자랐는데, 외가 또한 완고한 유가적 분위기였다. 우송의 동양적 사유의 흔적은 아마도 이 같은 집안 내력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문학 평론가이자 우송과 동향(同鄕)인 유종호의 증언에 따르면 우송은 충북 일원에서 이름난 수재였다고 한다. 충주공립보통학교(忠州公立普通學校)·청주공립고등보통학교(淸州公立高等普通學校, 5년제)를 졸업하고, 일본제3고등학교(日本第三高等學校)를 거쳐 1943년 일본 도쿄제국대학 법학부에 입학했다. 당시 일본제3고등학교는 구제 고등학교(舊制高等學校)의 하나로 도쿄제국대학에 무시험으로 입학이 보장되는 최고의 수재 집단이었다. 해방을 맞아 우송은 경성대학(서울대) 철학과에 편입, 철학도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우송은 한 대담에서 본디 그는 종교학을 공부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것은 제3고등학교에서, 도쿄제국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지만 나중에 종교학을 공부한 한 선생의 영향이 컸다는 것이다. 주위의 강권으로 법학을 전공했지만 다시 철학으로 돌아선 것을 보면 인간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지는 그의 기질은 청소년기에서부터 싹텄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1947년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1950년대부터 국내 대학에서 철학을 강의하다 미국으로 유학, 존스홉킨스대학에서 1960년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러한 철학자의 길을 가면서도 우송은 수많은 수필을 남겼다. 1961년에 처녀 수필집 ≪웃는 갈대≫를 비롯해, ≪빛이 그리운 생각들≫·≪검은 마음, 흰 마음≫을 거쳐 1974년의 장편 수필 ≪흐르지 않는 세월≫, 그리고 지속적으로 이어진 ≪삶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멋없는 세상 멋있는 사람≫· ≪장관 대우≫·≪껍데기와 알맹이≫·≪마음의 그림자≫·≪꽃 떨어져도 봄은 그대로≫·≪초대≫ 등을 출간했다.
이러한 수필집 외에 우송이 한국 수필 문학 발전에 기여한 것은 작품집만큼이나 높다. 1970년대 오직 혼자 전체 수필가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던 월간 ≪수필 문학≫(관동출판사)의 속간과 수필의 문학성 제고를 위한 수필가들의 전국적인 모임인 ‘한국 수필 문학 진흥회’의 창립 회장으로 헌신했는가 하면, 1981년 ‘수필 문우회’를 발족하고 또 그 창립 회장에, 다시 1995년 ≪계간 수필≫을 창간하고 그 발행인에 취임, 끝내 그 잡지의 발행인으로 임종했다 하니, 한국 현대 수필 문학의 제1세대가 저문 것이 못내 아쉽고 귀하다. 우송은 지난 2009년 5월 27일 후학들이 준비한 구순 송축연(九旬頌祝宴)을 보지 못하고 경기 성남시 분당구 분당동 자택에서 영면(永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