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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 이름을 찾을 수 없습니다

무명 저 | 율도국 | 202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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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7911524 / 280쪽 148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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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자신의 이름을 찾기 위해 떠나는 세 남녀의 실존적 로맨스

노아.
새벽별을 좋아하는 남자
학교를 만드는 것이 꿈인 남자.
평일 오전에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종점까지 이동하는 것을 즐긴다. 평일 오전의 서점과 카페, 한산한 길거리를 사랑했다.

안나.
자살한 아버지의 트라우마로 정신적으로 힘들다
그러면서 단순하고 반복적인 공무원 업무를 잘 견디는 것처럼 보인다
차분하고 따뜻한 여자. 하지만 불안과 불면증으로 정신과를 다닌다

수지.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여자
결혼 생활이 며느리, 아내로만 불릴 뿐 자기 이름이 없는 것이 한탄스럽다
남편에게 내조만 하고 살기 싫고 자기를 찾고 싶어 이혼했다.
그리고 레즈비언이 되었다. 엄마와 아빠의 성행위 장면을 보고난 충격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3명이었다.

* 노아는 어떻게 큰 회사의 이름을 훔쳤을까?

경제적 실패로 좌절하던 노아는 차분한 성격의 안나를 만나 사랑을 하고 조금씩 활력을 찾는다. 성희롱하는 안나의 직장 상사를 응징할 정도로 무모함이 있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사업을 순조롭게 이어나간다.

노아는 안나와의 끈을 만들기 위해 아이를 갖기를 원했다. 그러나 노아의 사업이 바빠지자 일에 집중하느라 안나에게 신경을 쓰지 못하고...
노아는 일 때문에 만난 수지와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친해진 수지가 자기 집에 초대하는데...

노아와 안나는 잠시 떨어져 있었는데 그 사이에 안나의 자살 소식이 들려온다.
그 소식을 듣고 괴로워 하던 노아도 그만...
반전의 반전으로 자기 이름을 갖기위한 세 남녀의 실존적 고뇌가 나타난다.


출판사 리뷰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왜 노아는 자기 이름을 끝내 버려야 했을까? 책을 다 읽고도 떠나지 않는 의문이다 “아늑하네. 차에 이름을 붙여서 이니셜을 새기는 사람은 처음 봤어.” 노아는 이불을 걷어 올려 엉덩이를 걸칠만한 공간을 만들었다. 둘은 살짝 뛰어 올라 마렝고에 올라앉았다. “이름이 있다는 건, 존재한다는 거잖아. 그냥 존재하는 게 아니라, 소중하고 귀하게 존재한다는 거. 별 거 아닌 것에는 이름도 안 붙여주잖아. 소중하니까 이름 붙였지.” “저 별들 다 이름이 있겠지?” 잠시 머뭇거리며 안나가 물었다. “별의 개수가 수 백, 수 천 조가 넘을 텐데… 이름 없는 별들이 더 많을 거야.” “하긴, 저 많은 별에 이름 지어주는 것도 힘들겠다.” “이름이 없다는 걸 생각하면 조금 슬퍼져. 우리도 언젠가 이름 없는 별들처럼 잊혀지겠지. 잊혀진다는 건 조금 슬프다.” 노아가 우는 표정을 우스꽝스럽게 지었다. “만약에 우리가 헤어진다면, 내 이름도 잊혀지는 거 아니야?” 안나가 물었다. 원하는 답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헤어져도 이름은 안 잊을게” 노아는 웃으며 답했다. “뭐? 절대 안 헤어진다고 대답했어야지, 절대로.” “아, 여자들의 언어는 정말 어렵단 말이야. 안 헤어지고 안 잊을게. 어떻게 잊어. 자기가 내 인생에 충돌했잖아. 큰 흔적을 남겼고 이 분화구는 어떻게 해도 메워지지가 않아. 워낙 커서.” “내가 말이야, 이름 없이 살았어. 수지보다는 다른 이름이 더 많아지더라. 내 역할이 이름이 된 거야. 회사에 있을 때는 대리, 집에서는 며느리, 제수씨, 형수님. 거기에 내 이름은 없었어. 너 내 성격 알지?” 그녀의 성격을 꾹꾹 누르며 살았을 날들이 짠하게 느껴졌다. “응, 잘 알지. 나이가 들면 이름 불러주는 게 좋아.” “사실 이름이 크게 중요하진 않았지만 잊히는 기분은 어쩔 수 없었어. 그동안의 내가 없어지고 안 입은 옷을 억지로 껴입는 거잖아. 나중에 할머니가 되어도 이름을 불러주면 좋은데…” “나이 들어서도 이름이 불리는 거? 좋다. 나도 나이 들어서도 누군가가 내 이름 불러주면 좋겠어.” “저어기 산에도 이름도 있고, 저어기 흐르는 강도 이름이 있고, 이 도시에도 이름이 있고, 나라에도 이름이 있잖아. 근데 내 이름이 말이야, 없어.” 다른 건 안 바랄게. 많은 별 중에서 내 이름 하나만 지어줘. 그리고 가끔 시간 나면 쳐다봐 줘. 그리고 바로 옆에 있는 작은 별에도 이름 지어줘. “이제부터는 ‘길 잃은 바람’으로 살면 돼. 그러다 ‘우직한 바위’로 죽을 거야.” “바람은 뭐고, 또 바위는 뭐야?” “있어 그런 게.” 수지는 얼른 입 밖으로 내뱉으라는 뜻으로 흘겨보았다. 그런 표정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조금도 숨길 수가 없었다. 어차피 노아는 숨기는데 재주가 없는 인간이었다. “인디언식 이름이야. 인디언은 그러니까 비가 많이 온 날에 태어났다면 ‘비 내리는 아들’이 되고, 새끼 늑대가 가까이 있었다면 ‘아기 늑대와 춤추는 곰’과 같은 이름을 지어.” 흥미로워하는 수지의 표정을 보며 노아가 이어서 말했다. “삶을 살면서 겪은 일이나 꽃 피운 재능이나 죽기 전 이룬 업적에 따라 이름이 수시로 바뀌어. 바람으로 살다가 마지막엔 바위로 죽겠다는 거야. 경험이 많은 노인처럼.” “그래서 길 잃은 바람이 되시겠다?” “응. 이미 길을 잃었잖아. 지금 상황에서 꽤 적당한 이름이지.”

저자 소개

필명은 무명이다. 한 때, 모든 공중파와 종편의 메인 뉴스, 인터넷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장식했다. 사회면을 장식한 부끄러움에 필명은 당분간 무명으로 하겠다.

책 속에서

"안개꽃은 언제부터 안개꽃이고, 장미는 언제부터 장미였을까? 그 전엔 뭐라고 불렸을까?”
“그러게, 이름을 붙여준 순간부터는 특별해지는 거잖아. 그 전에는 그냥 이름이 없었겠지. 워낙 특별하니까 장미의 종류는 2만 5천 개의 다른 이름이 있어.”
“2만 5천 개? 진짜 엄청나.”

“달도 가까이서 보면 그냥 돌 같은데 지구에서 보면 저렇게 빛나잖아. 멀리서 보면 다 빛나는 건가?”
안나가 혼잣말 하듯 내뱉었다.
“누구에게나 빛이 있어. 안 보려고 해서 그렇지. 자기도 그래, 멀리서보든 가까이서 보든 빛이 나”
“에이…”
“나한테는 보여. 나한테만 보이면 좋겠다. 그 빛. 잠깐 가만히 있어봐. 눈에 비친 별이 보여. 진짜야. 더 가까이 와 봐.”

“자기 말고 이름 불러줘. 이름 불러주는 게 좋단 말이야.”
“안나. 몇 번이고 불러도 좋은 이름. 이름 부르는 입술 모양도 맘에 들어. 이름을 말할 때 혀끝이 살짝 입천장을 두드리는 것도 좋아. 안나, 안나, 안나!”

“여기서는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게 되니까 더 좋다. 특히 숨소리가 좋아, 입 맞출 때 아주 옅은 신음소리도 좋고. 음악 같아.”
“내가 그랬어? 몰랐어…”
“큰 악기가 내는 가냘픈 음악소리 같거든. 나만 들을 수 있는 음악. 난 나만 볼 수 있는 모습을 볼 때, 자기가 내 사람 같아.”

“근데 왜? 동정 하는 거야?”
“왜, 동정에서부터 시작하면 안 돼? 사랑의 시작이 동정이든 첫 눈에 반함이든 뭐가 중요해. 잠깐 불쌍하고 가엾다고 생각하면 그게 나쁜 건가. 길게 보면 결국 사랑뿐이야. 이번에 더 확실히 알았어, 내가 지켜줄 때 행복하다는 걸.”

“누구에게나 예뻐 보이는 건 아무 의미 없어. 내 눈에만 예쁜 게 좋아.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게 속살을 보는 것보다 더 좋잖아.”
“자기 눈에만 예뻐 보여. 걱정 하지 마.”
“근데 난 좋은 아빠보다 좋은 남편이 되고 싶은데…”
“좋은 아빠가 좋은 남편도 되는 거야.”
“그래도 좋은 남편이 더 되고 싶어. 아이는 성인되면 떠나지만. 와이프는 평생이니까.”

“믿을지 모르겠지만 나 요즘 웃을 때도 안 불안해.”
수지가 꽤나 진지한 표정으로 노아를 쳐다봤다.
“다행이네. 일 하는 게 힘들어서 남몰래 울고 있을 줄 알았더니. 근데 웃을 때도 안 불안하다는 게 무슨 말이야?”
“내가 기쁘거나 웃으면 순간 불안이 찾아와. 그래서 잘 안 웃게 되더라. 내가 행복하거나 웃어도 될 자격이 있냐고 물으면서 말이야. 내가 웃으면 누군가가 질투해서 그걸 빼앗아갈 거 같았어. 그래서 조금 무서웠어.”

“그래? 어쨌든 이혼을 결심한 이후부터는 친구를 만나는 것도 싫어졌어. 결혼 후엔 1년에 몇 번 만나지 않았지만, 그 사이에 변한 내 모습에 실망할까봐. 행복함을 경쟁하는 사이에서 거짓 행복이 들통 날까봐, 그게 두려웠어. 요즘은 행복이 강요되잖아.”
“행복 경쟁 시대지.”
“누가 더 행복한지 경쟁하는 거, 진짜 피곤한 일이야. 내가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고 살아온 것 같았어. 안정된 삶 속에서 편할 줄 알았는데, 꿈도 욕망도 없더라.”
“꿈, 욕망은 꼭 이루어지지 못할 때도 가치 있어. 그냥 꿈이나 욕망이 있는 자체가 살아가는 원동력이잖아. 막상 욕망이 충족되면 공허함이 찾아올 거 같기도 해.”
“무슨 말인지는 알아. 언젠가 내가 명품 가방을 가지고 싶었던 적이 있었어. 한정판이어서 백화점 오픈하자마자 사왔지. 근데 내 욕망이었던 명품 가방을 손에 쥐니까 다 이뤄졌다는 생각에 허무함이 나를 감쌌어.”
“맞아. 그 마음 잘 알지. 어쩌면 욕망은 가지지 않을 때 더 빛날지도 몰라. 어쩌면 내가 못 가져서 합리화할 수도 있어.”
“웃긴 건 내가 가졌던 욕망들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었냐는 거야. 아마 난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몰랐던 거야. ‘아마’라는 말을 하는 것만 봐도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을 모른다는 거잖아. 다른 사람들의 욕망에 내가 맞춰져 있다고 생각하니까 바보로 살아온 느낌이었어.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르는 바보.”

“내 과거는 실패뿐이었지만 난 안 지울 거야. 실패와 후유증으로 누더기가 됐지만 그게 지금의 나니까. 개 같은 실패의 추억뿐이지만 난 못 지워. 어차피 시간 지나면 잊혀져. 그게 우주가 준 선물이야. 무시무시한 시간의 힘과 불완전한 인간의 두뇌는 망각을 가져다주니까.”

“불 꺼진 방에 있는 거 같아. 천장에 별 스티커 붙인 것처럼. 여기는 시간도 멈춰버린 것 같아.”
“난 내가 더러운 놈이라고 생각하지만, 여기에서 별을 볼 때만큼은 아니야. 순수해지고 별 볼일 없는 놈 같아서 좋아. 버러지 같아서. 그저 본능으로 살아가는 버러지.”
“마음이 씻기는 기분이 좋다. 더럽게 묻은 얼룩이 깨끗이 씻기는 거 같아. 별이 나를 씻어주는 거 같아.”

“노아 네가 질서를 만들겠다고 했던 말이 좋았어. 실패해도 족적을 남기는 삶. 그게 좋아. 잊혀지는 것과 기억되는 것의 차이는 하나야. 순응하든지 자신의 질서를 만들던지. 넌 우리 사이에 질서를 만들었고, 그 때문에 난 너를 기억하는 거야.”
“비이성, 비상식, 비정상. 난 이게 좋아서 한 것뿐인데… 좋게 포장해줘서 고마워. 나도 어쩌면 네가 싫어했던 그 질서에 순응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인지도 몰라. 나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살아갈수록 모르겠어. 어려워. 그냥 버러지처럼 살 뿐이야. 버러지한테 질서 같은 게 어디 있겠어. 좋아하는 걸 하는 게, 본능이잖아.”

“근데 밝은 곳에서는 어두운 곳이 절대 안 보여. 더 짙고, 더 진하고, 더 깊은 어둠으로 보이거든. 네가 빛으로 오라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야. 어둠에서는 어둠도 잘 보이고, 빛도 잘 보인다는 말을 해주고 싶은 거야. 그러니까 어둠에서 나오려고 너무 애쓰지 않아도 돼.”
“어둠에서는 어둠과 빛이 같이 보인다… 정말 좋다. 쉼의 마침표를 찍는 말이야.”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서 부족함 없이 무탈하게 회사를 키웠다면 거기에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잘 되려면 결핍, 핸디캡이 필수야. 그래야 이야기가 만들어져. 이야기가 없는 밋밋한 사람이었다면 나부터 너한테 관심 안 줬을 거야.”
“……”
“미혼모에게서 태어나 대학을 중퇴한 사람이 만든 휴대폰, 트럭운전사가 최고의 영화감독이 되는 걸 봐. 사람들은 결핍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끌림이 있어. 인간은 원래 그렇게 디자인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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