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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6434403 / 252쪽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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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인생의 떫은맛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열여덟살의 파란만장 독립기 임대아파트에서 엄마와 단둘이 살아온 ‘아란’은 당분간 떨어져 지내자는 엄마의 통보에 ‘또와 아저씨’네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임대아파트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모녀가 함께 지낼 집이 사라진 탓이다. 엄마에게 빚이 있다는 ‘또와 아저씨’는 제지회사에 다니다가 퇴직하고 “또와 아귀찜, 또와막창구이, 또와해장국, 또와김밥” 등등을 차렸다가 다 망한 전력이 있는 가장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란이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와 아저씨네도 완전히 파산하게 되고 아란은 졸지에 집과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버스 종점이 있는 동네에 “보증금 무, 월세 십만원”짜리 집을 운 좋게 구하게 된 아란은 학교를 자퇴하고 나이를 숨긴 채 치킨집에서 일을 시작한다. 아란은 유난히 홍시를 좋아했던 엄마가 돌아올 날을 위해 홍시가 눈에 보일 때마다 그것들을 사 모으지만 엄마는 급기야 연락이 두절된다. 한편 치킨집 사장 ‘치킨홍’은 지적장애가 있는 배다른 남동생 ‘양보’와, 외삼촌이 베트남 출신 아내를 얻어 낳은 자식 ‘첸’을 혼자 돌보며 치킨집을 운영하는 40대 싱글 여성이다. ‘치킨홍’은 타지를 떠돌다가 고향으로 다시 돌아와 엄마 없이 방치된 ‘양보’와 ‘첸’을 거둔다. ‘아란’은 포기하지 않고 엄마를 기다리며 끝내 희망을 놓지 않는다. 때로 원망 섞인 목소리로 엄마를 질타하기도 하지만 “꿈을 찾아 고향을 떠”난 엄마를 이해하려 한다. “엄마의 얼굴이고, 목소리이고, 웃음”인 홍시를 들여다보면서. “쌀 구하러 나간 엄마를 찾아다니는 이야기구나. 떡 팔러 간 엄마를 기다리는 우리 동화랑 비슷하네. 예나 지금이나, 또 국경을 초월해서 어째 엄마들은 하나같이 식량을 구하러 나가면 돌아오질 않냐. 아버지들은 죄다 어디 있나 몰라.” (156면) 이들의 아버지는 전부 망하거나 사라졌다. 그 뒤를 이어 생계를 책임지게 된 엄마들 또한 사라지자, 남은 자식들은 준비할 새도 없이 홀로서기를 하게 된다. 이들은 철길이 멈춘 도시, 이제 더는 기차가 달리지 않는 파산한 도시와 운명을 같이한다. 철길은 그해 겨울 숨이 멎었다. 이 소식을 엄마한테 들었는데 그날 공교롭게도 이른 첫눈이 내렸다. 눈을 맞으며 귀가한 엄마가 멍한 표정으로 “철길이 죽었어야? 기차는 어디로 가지?”라고 말했다. 자기를 어딘가로 안내해줄 유일한 철길이 하루아침에 사라져 안절부절못하는 이방인처럼. 어쩌면 엄마는 그때부터 자기만의 새로운 철길을 찾아 남몰래 헤맸을지도 모른다. (128~29면) 안정감 있는 구도와 흡인력 있는 서술로 ‘아란’의 파란만장한 독립기를 그려낸 김설원 작가는 삶을 포기하지 않고 버텨내는 사람들의 연대를 특유의 따뜻한 감성으로 보여준다. 특히 함께 소풍을 떠난 곳에서 ‘아란’이 ‘치킨홍’과 ‘양보’의 사진을 찍어주는 마지막 장면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 감동을 안겨준다. 김설원 작가가 오랜 시간 다져온 소설적 깊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잃어버리지 않은 삶을 향한 긍정이 우리 소설의 지평을 한층 넓혀주리라 기대한다. 한편 이 책 말미에는 심사위원인 소설가 윤성희와 함께한 ‘작가 인터뷰’가 실려 있다. 200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몇권의 책을 펴내기도 했던 작가는 그간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며 소설쓰기를 멈추지 않은바 창비장편소설상으로 두번째 등단을 한 셈이기도 하다. 창비로서는 3년 만에 수상작을 냈다. 오랜 소설쓰기의 연륜에서 발한 탄탄한 문장과, 그럼에도 신예의 패기가 느껴지는 서사가 소설 읽기의 즐거움을 배가해줄 것이다.
칼로 싹싹 도려낸 듯한 단조로운 가족관계가 내 몸을 추위에 약한 체질로 만든 것 같다. 유년 시절의 서식환경이 이래서 중요하다. 우리는 몇개월 전까지 임대아파트에 살았다. 작고, 시끄럽고, 지저분하고, 락스 냄새가 풍기는 동네다. 인간은 자기가 살고 있는 집을 닮아가기 마련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데 되새길수록 진리다. 비가 오면 천장에 얼룩이 지고, 수시로 정화조가 막히는 임대아파트에서 나는 초라하고 의지박약한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으로 자랐다. (17~18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오늘의 날씨’부터 챙기는 것도 새로 생긴 습관이다. 나처럼 몸도 마음도 가난한 사람에게 날씨의 변화는 목숨을 부지하는 데 있어 식량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도 새로이 알게 됐다. (37면)
엄마가 안겨준 심리적 고열을 내리는 방법 중 하나는 상상놀이를 해보는 것이다. 일종의 역할극에서 엄마는 반평생 일개미로 살다 늘그막에 겨우 집을 장만하고는 별안간 심장발작으로 사망한 여자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공원에서 잡초를 뽑다가 변을 당했다. 나는 망자의 딸이다. 방금 소나무가 우거진 산에 엄마를 묻었다. 숲속의 오두막에는 나무가 많으니 상상놀이의 배경으로 더할 나위 없다. 나는 장례를 마친 상주처럼 길을 나선다. 엄마를 산에 묻고 나니 허기가 진다. 살아생전 엄마가 좋아한 칼국수를 먹기로 한다. (102~103면)
“올겨울이 엄청 춥다는데, 한파를 또 어떻게 견디나. 동화책에서는 호랑이가 엄마를 해치지만 현실에서는 불황이라는 호랑이가 우리를 잡아먹어. 동화책의 호랑이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악독한.” (142면)
“누가 그러는데 소나 염소나 닭은 모두 시시하대요.”
고개를 숙이고 있던 경희가 ‘왜요?’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길러져서 그렇대요. 다람쥐나 하늘의 새는 바라볼수록 신기하대요.”
“자기들 마음대로 돌아다니니까?”
내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경희도 미소를 짓는다.
“길러지는 것은 아무리 덩치가 커도 볼품이 없대요. 그러면서 자기는 아무도 자기를 기르지 못하게 하겠대요. 자기 혼자 자라겠다고.” (206~207면)
내게는 홍시뿐이야
작가 인터뷰|윤성희
심사평
수상소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