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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72751632 / 328쪽 126 x 188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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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작가가 될 운명인 아이는 불어오는 모든 바람에 예민하다” _대프니 듀 모리에
스산하고 내밀한 필치로 젊은 영혼의 불안한 심리를 포착한
듀 모리에의 서스펜스 세계
『인형』에 실린 열세 편의 작품은 집필된 순서에 따라 배치됐다. 듀 모리에는 유명한 작가였던 할아버지와 인기 연극배우인 부모 덕분에 풍부한 문화적 수혜를 입으며 성장하였지만, 집착적인 사랑으로 딸의 삶을 지배하려 든 아버지와 그런 남편과 딸 사이를 질투한 어머니로 인해 사춘기 시절 정신적 방황을 겪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작가는 바로 여기 실린 최초의 단편소설들을 써냄으로써 내면의 고독과 자유에 대한 갈망, 그리고 다가오는 비극을 예리하게 감지했던 젊은 영혼의 고백을 쏟아부었고, 갇힌 새장과도 같았던 삶에서 벗어나 문학적 재능을 꽃피웠다.
소설집을 여는 작품이자 작가의 첫 단편소설인 「동풍」은 그가 불과 열아홉 살에 쓴 이야기이다. 머나먼 외딴섬에서 아이들처럼 맹목적인 행복에 취해 살던 주민들이 욕망에 눈뜨는 이 이야기는 열세 편 가운데 가장 파괴적이고 강렬한 분위기를 띠는 작품이라고 평가된다. 젊은 듀 모리에의 뇌리를 잠식했던 불안은 이처럼 초기 작품들일수록 두드러지는데, 스무 살에 쓴 표제작 「인형」을 가리켜 영국 소설가 폴리 샘슨은 “젊은 작가의 마음 깊이 가라앉았던 불안은 와인이 물에 섞이듯 페이지마다 스며들어 있다”라고 말한다. 1920년대 작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대담하고도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으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충격을 안기는 이 단편에서는 나아가 이로부터 10년 후 탄생한 불후의 대표작 『레베카』(1938) 속 드 윈터 부인의 원형을 엿볼 수 있다.
어머니와의 관계가 투영된 자전적 단편 「집고양이」에서도 볼 수 있듯 당시 듀 모리에에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일종의 저주이자 공포였다. 작가는 질투심과 죄책감, 수치심이 결합된 감정으로 성性을 다루면서 인간의 비틀린 성에 대한 인식과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특유의 서스펜스를 서서히 고조시키며 짧은 이야기에 독자를 강렬하게 빨아들인다.
냉소적인 시선과 섬세한 유머로 그리는 블랙코미디 속
위선적인 인간 군상과 엇갈리는 사랑의 관계
한편 작가 개인의 불안과 고통, 인간에 대한 혐오는 당시 사회를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각과 결합해 다양한 인물의 시점에서 유머러스하게 승화되기도 한다. 회한에 젖은 매춘부(「메이지」), 결혼과 사랑에 괴로워하는 남녀(「성격 차이」 「절망」 외), 파렴치하고 이중적인 성직자(「그러므로 이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께」) 등 작가는 여러 부류의 등장인물을 통해 진중하게 사회문제를 제기하며 때로는 가벼운 웃음을 자아낸다. 단편소설이 인기 오락물이었던 시대에 듀 모리에가 선보인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 구축과 재치 있는 반전, 짤막한 대화에 담긴 섬세한 감정 표현은 단편 분야에서 강점을 보였던 대중작가로서의 재능을 여실히 드러낸다.
오랫동안 부모의 불행한 결혼 생활을 목격한 데다, 스스로 제2의 남성 자아인 ‘에릭 에이번’을 만들어낼 만큼 여성으로서의 틀에서 탈피하기를 갈망했던 듀 모리에는 이 초기 단편들에서 특히 사랑과 결혼에 냉소적인 태도를 견지한다. 남녀 간의 관점, 기질, 사회가 기대하는 역할 차이에서 빚어지는 오해와 갈등을 작가는 유쾌한 유머로, 서늘한 공포로, 안타까운 로맨스로 다양하게 그리지만 그 이야기 깊숙한 곳에는 시대를 앞서간 사고가 녹아 있다. 이제 고전의 반열에 오른 그의 이야기들이 왜 시대가 흘러도 새롭게 재탄생하며 우리 시대에 영감을 주는지, 듀 모리에 작품 세계의 배아胚芽라고 할 수 있는 소설집 『인형』을 통해 그 진면목을 보게 될 것이다.
방 밖에서 들려온 발소리에 제인은 약간 전율을 느끼며 창문에서 돌아보았다. 거스리였다. 그는 엄숙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며 바람 소리가 시끄러우니 창문을 닫으라고 명했다. 두 사람은 소리 없이 옷을 벗고 좁은 침상에 나란히 말없이 누웠다. 아내의 온기가 느껴졌지만 거스리의 마음은 그녀와 함께 있지 않았다. 그의 생각은 껍데기만 아내 곁에 갇혀 있을 뿐 알맹이는 어둠 속으로 달아났다. 제인은 그가 떠나감을 느꼈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그녀는 차가운 남편의 손을 밀어내고서 그가 들어올 수 없는 자신만의 꿈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그러므로 두 사람은 서로의 품 안에서 함께 잠들었으나, 영혼이 사라지고 잊힌 지 오래된 무덤 속의 죽은 생명들처럼 따로따로였다.
_13∼14쪽, 「동풍」에서
예지력을 지닌 듯 광기 서린 그녀의 눈동자는 너무 많은 것을 꿰뚫어 보고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여, 스스로 그 눈빛에 빠져든 사람은 결코 거부할 수 없게 되었다.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과도 같았다. 그녀를 본 순간부터 나는 파멸할 운명이었다.
_31쪽, 「인형」에서
“달링, 이 순간을 위해 우리가 7년을 기다렸다는 걸 생각해봐.” 그가 속삭였다. “드디어 단둘이만 있게 됐어, 진짜 우리 둘만. 나도 더는 못 기다렸을 거야.”
“맞아, 나도 마찬가지야. 지금이야말로 평생 가장 낭만적인 순간 아닐까?”
두 사람은 몇 분 더 앉아 있었다.
“난 텐트로 들어갈래.” 여자가 말했다.
여자는 모습을 감췄고, 남자는 밖에 서서 담배를 피웠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손은 덜덜 떨렸다. ‘내 평생 지금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야’라고 그는 생각했다.
갑자기 불어온 돌풍이 그의 머리칼을 휘날렸다. 숲에서 후드득 요란한 소리가 들려오고, 머리 위에 뜬 구름은 소리 없이 빠른 속도로 한바탕 쏟아낼 듯 낮아졌다.
“달링.” 부드럽게 여자가 그를 불렀다.
그는 살금살금 안으로 들어갔다. 또 한 번 돌풍이 황야에 휘몰아쳤고 곧이어 폭우가 쏟아졌다.
2분 뒤 텐트가 무너졌다.
_114∼115쪽, 「절망」에서
그녀는 간절한 마음으로 상기되어 새파란 눈동자를 밝게 빛내며, 벨벳 재질의 베레모를 옆머리에 살짝 얹은 채 승강장으로 내려왔다. “어머니, 어머니, 달링, 돌아와서 정말 행복해요, 정말 지독하게 행복해요!” 그러나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거의 실망으로 경악한 듯 그녀를 쳐다보더니, 이내 화가 나고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
_147∼148쪽, 「집고양이」에서
“잘 있어, 달링.” 친구에게 애정이 깃든 키스를 하며 말했지만, 얼룩덜룩 일그러진 친구의 얼굴은 그녀의 내면에 깔깔 웃고 싶은 미친 욕망을 불러일으켰다(‘나 어쩜 이렇게 못됐지?’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래서 무언가 위로가 될 만한 작별 인사를 열심히 찾아보았다. 그녀는 30분만 지나면 남편과 함께 있을 테고, 그에게 착 달라붙어서 자신을 모두 잊고, 다른 사람 걱정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술에 취해 아무렇게나 즐기고 있을 것이다. 문가에 서서 그녀가 얼굴을 환하게 빛내며 행복하게 말했다. “괜찮아. 오래가는 아픔은 없어.”
_202쪽, 「오래가는 아픔은 없다」에서
동풍
인형
그러므로 이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께
성격 차이
절망
피카딜리
집고양이
메이지
오래가는 아픔은 없다
주말
해피 밸리
점점 차가워지는 그의 편지
인생의 훼방꾼
작품 일러두기
옮긴이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