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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 저 | 난다 |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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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8862658 / 280쪽 138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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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 저자 : 오은
저자 : 오은
등단한 순간과 시인이 된 순간이 다르다고 믿는 사람.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은 정말이지 열심히 한다. 어떻게든 해내고 말겠다는 마음 때문에 몸과 마음을 많이 다치기도 했다. 다치는 와중에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했다. 삶의 중요한 길목은 아무도 시키지 않았던 일을 하다가 마주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니 오히려 그랬기에 계속해서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쓸 때마다 찾아오는 기진맥진함이 좋다. 무언가를 해냈다는 느낌 때문이 아니라, 어떤 시간에 내가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느낌 때문이다. 엉겁결에 등단했고 무심결에 시인이 되었다. 우연인 듯,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순간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무언가를 해냈다는 느낌은 사람을 들뜨게 만들지만, 그것을 계속하게 만드는 동력은 되지 못할 수도 있다. 글쓰기 앞에서 번번이 좌절하기에 20여 년 가까이 쓸 수 있었다. 스스로가 희미해질 때마다 명함에 적힌 문장을 들여다보곤 한다. “이따금 쓰지만, 항상 쓴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살지만 이따금 살아 있다고 느낍니다.” ‘항상’의 세계 속에서 ‘이따금’의 출현을 기다린다. ‘가만하다’라는 형용사와 ‘법석이다’라는 동사를 동시에 좋아한다. 마음을 잘 읽는 사람보다는 그것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머리말

다독이러 들어갔다가
나오면서 돌아보는 일

 

지난 10여 년간, 나는 돌아보는 사람이었다. 막힘없이 앞으로 달려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자주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보이지 않는 벽이 앞을 가로막는 일이 많았다. 그때마다 반사적으로 돌아보았다. 나를 도와줄 사람을 찾을 때도,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이 맞는지 확인할 때도, 혹여 놓친 것은 없는지 살필 때도 나는 늘 뒤를 향해 있었다.

 

돌아보는 일은 크게 네 가지의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첫번째로 고개를 돌려 무언가를 보는 일이다. 고개를 돌릴 때마다 빠뜨린 것들이 어김없이 있었다. 미처 챙기지 못한 것들이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있는 줄도 몰랐을 것들이 있었다. 다름 아닌 거기에 있었다. 거기를 향해 심신이 기울어졌다.

 

두번째로 지난날을 다시 생각하는 일이다. 흔히 미래 지향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과거를 더듬지 않으면, 현재를 응시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매일매일 고개를 돌려 예전을 헤아리는 시간을 가졌다. 나를 크게 웃게도, 많이 울게도 만들었던 것들이 기억 속에서 되살아났다. 그것들 때문에, 아니 덕분에 나는 이런 사람이 된 것이다.

 

세번째로 돌아다니면서 두루 살피는 일이다. 산책이 중요한 일과가 되면서, 나는 단순히 걷는 일을 넘어 걸으면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생각했다. 걸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는 것은 이미 딴생각이었다. 밥을 먹고, 밥을 먹게 해주고, 보이는 무언가를 그리고 만들어내는 일과는 전혀 동떨어진 무엇이었다. 딴생각을 하며 걷다가 우연히 바라본 곳에는 늘 무언가가 있었다.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그 무언가가 딴생각의 꼬리를 또다시 잡아당겼다.

 

마지막으로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는 일이다. 몸이 바빠지기 시작하면서 마음은 반대로 허기졌다. 하루하루가 빽빽했지만, 그 안에 내가 숨쉴 틈은 없었다. 일에 파묻혀 사는 내내, 나는 많은 존재를 떠나보내야만 했다. 사랑하는 사람도, 다육식물도, 사들이기 바빴던 책도 나를 견디지 못했다. 아주 오래는 기다려주지 못했다. 잘살기 위해 애쓰다가 어느새 잘 살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나인데, 내가 아닌 것 같았다.

 

어느 순간, 돌아봄이 돌봄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가족을 돌보고 가까운 이들을 챙기고 반려식물에 물을 주고 단어를 돌보며 책을 껴안는 일, 그것은 나의 숨통을 틔우는 일이기도 했다. 한밤의 다독임에는 늘 책이 있었다. 다독(多讀)하는 일은 많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기도 했다. 나와는 어느 것 하나 겹치는 게 없는 사람에게조차 눈길이 갔다. 나도 모르게 다독다독 감싸고 달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거듭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지금 여기에 살지만, 늘 그때 거기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되었다.

 

지난 2년 사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아팠다. 황현산 선생님, 허수경 누나, 그리고 우리 아빠…… 울지 않기 위해 시를 쓰는 날이 이어졌다. 울고 남은 힘으로는 산문을 썼다. 안 써본 이야기를 끄집어내준 『대산문화』,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귀한 지면을 내어준 한국일보와 경향신문에 감사드린다. 마감이 있다는 사실은 허우적거리는 와중에도 어찌어찌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어 거친 숨을 쉬게 만들어주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지금 여기에 없지만, 그때 거기가 있기에 나는 여전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쉰다.

 

보듬다, 감싸다, 쓰다듬다, 다독이다, 어루만지다 같은 동사에 마음을 내준 것도 그즈음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직접 할 때 역설적으로 찾아오는 것이기도 했다. 다독이러 들어갔다가 나오면서 돌아보는 일이 잦았다. 그때마다 더 큰 위로를 받은 쪽은 나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수한 온기에 큰 신세를 졌다. 이 책의 제목을 짓고 글들을 솎고 엮어 한 편 한 편 다독여준 민정 누나, 꼼꼼하고 다정하게 한 문장 한 문장 살펴준 필균 누나와 성원이, 세심한 배려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빛날 수 있게 애써준 디자이너 한혜진님, 그리고 다독임의 작용이 함께 이루어질 때 가장 빛나는 일임을 표지 그림으로 보여준 신소영 작가님에게도 저 단어들을 빚지고 있다.

 

만약 들어가지 않았다면 돌아볼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용기 없는 내가 발 들인 그곳에는 힘없는 것들이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있었다. 막힘없음이 힘없음이 되고 힘없음이 다시 힘입음이 되는 순간이 있었다. 그때를 잊지 않기 위해 메모한 단상이 이 책에 실린 글이 되었다. 돌아볼 기회가 있었기에 나는 길 위에서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지면 위에서 고꾸라지지 않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아빠가 한 말이 산문 쓰기의 지침이 되어주었다. “은아, 신문에 실린 글은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글이잖아. 이번 글은 좀 어렵더라.” 한 달에 한 번 아들의 글이 신문에 실리던 날을 누구보다 기다리던 아빠였다. 그때부터 나는 내 안의 모든 부기를 빼려고 애썼다. 아빠가 말한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글”에는 ‘누구나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글’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던 것이다.

 

다독다독은 의태어지만 다독이거나 다독임을 당할 때, 우리는 남들이 듣지 못하는 어떤 소리를 듣는다. “괜찮아, 괜찮아”라는 뭉근하고 다정한 위로가 들릴 때도 있고 “괜찮아? 괜찮은 거지?”라는 다급한 물음이 들릴 때도 있다. 어느 것이든 괜찮은 사람이 괜찮지 않은 존재에게 건네는 말이다. 하는 사람도, 그것을 듣는 존재도 그 순간만큼은 괜찮아지게 만드는 말이다.

 

마침내 나를 살게 만드는 다독임이다.

 

2020년 3월
오은

 

책 속에서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것처럼 보이는 두 명의 아이가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사탕을 부숴서 미션을 달성하는 게임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하도 얘기해서 이 게임에 관심을 갖고 있던 터라 멀찌감치 서서 둘이 게임에 열중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화면 위로 ‘You Failed’란 문구가 떴다. 한 아이가 미간을 찌푸렸다. “이게 무슨 뜻이야?” “실패했다는 거야.” 다른 한 아이의 표정이 덩달아 어두워졌다. 그 모습이 몹시 귀여워서 나는 둘에게 다가가 물었다. “실패가 무슨 뜻인지 아니?” “다시 한 판 하라는 거예요.” 야무지게 대답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아이들은 다시 머리를 맞대고 사탕을 깨는 데 몰두하기 시작했다. 뒤에 서서 지켜보는 나의 두 손에도 땀방울이 맺혔다. 사탕이 하나 남았을 때,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기도 했던 것 같다. 이윽고 마지막 사탕이 깨지자, 화면에 ‘Level Completed’란 문구가 떴다. 아이들은 환호했고 나는 그 모습이 기특해서 박수를 쳤다. 한 아이가 물었다. “이건 성공했다는 뜻이야?” “응, 이제 다음 판에 가도 된다는 거야.” 아이들을 뒤로하고 집에 돌아와 휴대전화로 그 게임을 다운로드했다. 그리고 자그마치 석 달 동안 나는 무수한 실패를 겪어야만 했다. 그때마다 아이의 말을 떠올렸다. “다시 한 판 하라는 거예요.” 다시 한 판을 할 수 있는 한, 실패는 아직 오지 않았다. 여전히 나는 도중에 있다. (10월 23일)
—「다시 한 판 하라는 거예요」 전문

 

묻는 것이 두려워질수록 삶은 생기를 잃는다. 질문이 없는 삶은, 질문이 없다는 점에서 답이 나오지 않는 삶이기도 하다.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내가 아직 이 세상에, 스스로의 내일에 희망을 걸고 있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눈만 뜨면 절로 생겨나던 무수한 질문 덕분에 우리는 그토록 열심히 꿈을 꿀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던진 질문이 나의 오후를 채우고 있었다」 에서

목차

작가의 말 다독이러 들어갔다가 나오면서 돌아보는 일 4

2014년
입고픈 사람 귀고픈 사람 18
혼자서 할 때 더 좋은 일 20
더 그럴 듯한 표현 22
마음의 어려움 24
단골이 되는 일 26
각주구검(刻舟求劍) 등하불명(燈下不明) 28
제게는 아직 장래희망이 있습니다 30
다시 한 판 하라는 거예요 32
사진에 담긴 시간 34
욱 36
틀리다? 다르다! 38
10분 전이 아닌, 1분 후를 생각한다 40
우리라는 이름의 우리 42
좋은 게 좋은 걸까? 44
이 행운을 다른 사람들도 봐야지 46
떼부자? 때부자! 48
‘아직’이 주는 힘을 믿읍시다 50
하릴없이 할 일 없이 52

2015년
기념일의 다음날을 기념하기 56
복스러운 상상 58
때우는 것에서 채우는 것으로 60
빗소리와 마음의 소리 62
나도 모르게 시작했다가 나도 모르게 끝나는 것 64
덕분과 때문 66
우체통과 공중전화 68
마음의 기울기 70
기억이 전해지고 취향이 전해지고 사랑이 전해지는 것 72
그사이 74
stay weird stay different 76
들여다보다 내다보다 78
기대는 간헐적으로, 걱정은 매일 80
끝을 꺼내는 법 끝을 시작하는 법 82
실없거나 뼈 있거나 84
엄마 보러 가자 86
더와 덜 88
길 위의 이야기 90

2016년
삶이라는 형식, 희망이라는 내용 94
나는 기억하기 위해 투표장에 갈 것이다 99
누군가가 던진 질문이 나의 오후를 채우고 있었다 104
이유 있는 여유 108
‘편하다’의 반대편에는 새롭다도 있다 113
잘 살고 있니? 118
그냥과 대충 125
다음이 있다는 믿음 127
‘만함’은 언제든 더 커질 수 있다 131
자괴감은 ‘앞으로’를 내다보는 마음이다 136

2017년
할말과 해서는 안 될 말 140
슬프면서 좋은 거 145
개저씨들은 스스로가 개저씨인 것을 모른다 148
나의 다음은 국어사전 속에 있다 152
어때요, 숨구멍이 좀 트이죠? 156
나를 살리는, ‘죽이는 글쓰기’ 160
어떤 사람은 ‘사람’이 되었다가 마침내 ‘한 사람’이 된다 164
아무튼, 책이다 168
당신은 오늘 어떤 단어를 사용했나요? 172

2018년
처음의 마음 178
시를 읽는 이유 182
‘기다리다’는 동사가 맞는 것 같다 186
듣는 일과 말하는 일 190
그날부터 나는 걷기 시작했다 194
귀여움은 ‘또’라는 상태를 염원하게 만든다 198
곁 202
‘위트 앤 시니컬’이 다시 문을 연다 206
사랑한다, 라고 말할 시간이 온 것이다 210

2019
내 삶에 물꼬를 터주는 작은 것들 216
쓰고 있었어 220
친애하고, 친애하는 224
기억은 ‘다시’의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228
나의 스승은 도처에 있다 232
익숙하면서도 어색한 감각 236
옷을 입는 것처럼 나는 매일 힘입는다 240
더도 달고 덜도 말고 덜어야 한다 244
울어도 괜찮아 248
수경 누나에게 252
네가 하면, 네가 하기만 하면 256
마음에도 운동이 필요하다 260

2020
어른이 되려고 그러니? 266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270
다독이는 안녕 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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