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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8542214 / 104쪽 158 x 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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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겹받침 글자의 풍경 6 -ㄼ (넓다 / 얇다) 넓어서 나쁠 것은 없을 것도 같지만 머잖아 너와 내게 재앙으로 올 것 같은 사람과 사람 사이가 너무 넓지 않은가 얇은 건 그 모두가 좋잖을 것 같지만 그 누굴 미워하는 맘 두꺼우면 어쩌니 얇아서 서러울 일이 조금도 없잖은가 문무학 시집 『가나다라마바사』, 학이사, 2020, P.79. 이 작품의 경우 코로나 19 의 예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염두에 쓴 작품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시인의 작품 발표 목록을 보면 이 작품은 코로나 19가 우리나리에 오지 않은 2019년 가을에 발표된 작품이다. ‘ㄼ’이라는 쌍받침 글자에서 ‘넓다’ 라는 단어와 ‘얇다’ 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넓게 하는 것이 재앙이 되어’ 우리에게 올 것 같다는 것은 그야말로 예언이 된 것 아닌가! 코로나 19라는 전염병이 온 것은 분명 재앙이다. 그 재앙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사회적 거리두기’ 라는 이름으로 넓히고 있다. 그래선 안 되는데 말이다. 일상적인 용어라면 사람과 사람 사이를 ‘넓다’ 고 하지 않고 ‘멀다’ 로 할 것이다. 세상에 참 많은 재앙이 있었고, 있고, 앞으로도 또 있게 될 터이지만 인간이 맞는 재앙 중에 가장 큰 재앙은 아무래도 사람과 사람 사이가 넓어지는 것일 것이다. 박진임 평론가의 말대로 문무학 시인의 이 작품은 언어의 예언력을 증명하고 있다. ‘ㅋ’ 이 든 중심 말은 ‘크다’가 될 것이다 큰 것은 많은 것과 높은 것과 친해서 가끔씩 인간의 얼굴 숨길 때가 있었다 <한글 자모 시로 읽기.11 ?닿소리 ㅋ> 전문 또한 평론가 우은진은 이 작품을 두고, “‘크다’를 ‘ㅋ’의 “중심 말”로 자연스레 떠올리는 우리의 인식을 돌아보게 한다. 그러한 인식의 바탕에는 ‘큰 것’을 욕망하는 인간의 마음이 갈려있다. 이 때 큰 것을 바라는 마음은 무엇에 대한 어떠한 욕망이냐에 따라서 그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자본적 효율성과 계산 가능성을 기준으로 “더 많이, 더 높이, 더 빨리”를 행동강령으로 외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큰 것’은 당연한 듯 혹은 쉽게 “많은 것과 높은 것과” 함께 묶이곤 한다. 그렇게 더 큰 부, 더 많은 생산과 수익, 더 높은 효율성을 가치의 기준으로 두는 사회는 “가끔씩 인간의 얼굴을 숨”기고 외면하는 현실을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우리가 현재 중요하게 말하고 있는 ‘큰 것’은 누구의, 누구를 위한 어떤 욕망인가를 성찰해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시조 종장 뒤에 따라붙게 된다.”고 했다. 닿소리 하나를 가지고 세상을 진단하는 힘 역시 언어가 갖는 힘이 아닐 수 없다. 문학평론가 백애송이 문무학 시인은 “말의 재미를 살리면서 말의 힘을 믿는 시인”이라고 말하는 것이 여기에서 자연스레 이해된다. 한글 자모시라고 했지만 이 시집은 언어를 통하여 예언하고 현실을 비판하는 놀라움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 시집이 갖는 근본적 태도는 한글 사랑이다. ‘시인의 말’에서 ‘한글날 노래’ 가사를 인용하면서 한글의 위대함을 드러내고 싶다고 말했다. “한글 자모를 바라보고, 읽어보고, 써보고, 이리저리 굴려보기도 하니까 그 메마르고 딱딱하기만 할 것 같은 기호 속에 우리네 들뜨고 기쁜 삶과 시리고 아픈 삶이 골고루 녹아있었다.” 한글 자모에 우리네 삶을 담아낸 시집으로 쉽고 재미있고, 의미도 있는 시집이다.
세상에 시가 되지 않을 것이 없지만, 시로 쓰지 않으면 안 될 것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있다. 한글 자모가 그 후자에 속한다. 우리 한글 자모는 패션과 디자인, 그림과 무용,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했지만, 정작 문학에서는 우리말 자모를 시로 쓴 사람을 보지 못했다. 미국 흑인 여성 최초로 1993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토니 모리슨(Toni Morrison)은 ‘목마른 사람이 샘 판다’는 우리 속담과 비슷하게, “당신이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아직까지 씌어 지지 않았다면, 당신이 그 책을 써야 할 사람임에 틀림없다.”고 한 바 있다. 그랬다. 나는 한글 자모 시를 읽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썼다.
한글 자모를 바라보고, 읽어보고, 써보고, 이리저리 굴려보기도 하니까 그 메마르고 딱딱하기만 할 것 같은 기호 속에 우리네 들뜨고 기쁜 삶과 시리고 아픈 삶이 골고루 녹아 있었다. 외솔 최현배 선생이 작사한 ‘한글날 노래’ 가사에 나오는 것처럼 그야말로 “새 세상 밝혀주는 해가 돋았”고 “그 속에 모든 이치 갖추어 있”어 “바른길 환한 길로 달려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한글은 그래서 희망이었고 길이었다. 한글 겨우 아는 것, 오로지 한글 아는 그것만으로 평생을 먹고 살아온 사람으로서 이 한글이 너무 고마워서 한글을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은 21세기가 오기 전이었다.
한글에 대한 고마움과 한글에 경의를 표하기 위하여 한글과 관련되는 여러 가지를 시로 쓰는 일을 요량하게 되었다. 2009년 상재한 『낱말』(동학사)은 낱말을 새로 읽고, 문장부호와 품사를 시로 쓰는 작업이었다. 이 작품들이 중ㆍ고등학교 검인정 교과서에 여러 편 실려서 보람을 주기도 했다. 2013년 「시와반시」 기획시선, ‘시로 쓰는 자서전’ 『ㄱ』은 내 시살이의 이력을 담은 것이지만, 한글에 경의를 표하고자 한글 닿소리의 첫소리 『ㄱ』을 시집의 제목으로 삼았다. 2016년엔 우리말의 ‘홑’ 글자 108개를 시조 종장에 담아 ‘홑 시’라 부르며 『홑』(학이사)이란 시집을 묶기도 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한글 닿소리 14자, 홀소리 10자, 사라진 자모 4자, 겹닿소리, 겹홀소리 16자, 겹받침 글자 11자, 모두 55자를 시로 써서 『가나다라마바사』란 시의 집, 한 채를 짓게 되었다. 너무나 소중한 소재였기에 두려움이 없지도 않았지만, 한글 자모에 우리 삶을 담아본 것은 내 생애에 의미 없는 일은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어떤 의미를 불러올지 모를 일이지만 설사 그 의미가 작다고 하더라도 서운해 하지 않을 것이다. 내 스스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 일을 한 것으로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을 테니까.
한글 자모 시로 읽기ㆍ10
― 닿소리 ㅊ
‘ㅊ’으로 시작되는
책에는 차례 있다
차례 따라 가고가면
지혜의 성에 닿아
참으로 풀리지 않던
삶의 의문 풀린다
한글 자모 시로 읽기ㆍ11
― 닿소리 ㅋ
‘ㅋ’이 든 중심 말은
‘크다’가 될 것이다
큰 것은 많은 것과
높은 것과 친해서
가끔씩 인간의 얼굴
숨길 때가 있었다
한글 자모 시로 쓰기ㆍ29
― 겹닿소리 ㅉ
‘ㅈ’하나 자기와 또 하나의 ‘ㅈ’이 자기와 자기 되어 홑 아닌 짝이 된다
짝 되면 세상천지 다툴 일 없을 것 같지만 좋아도 너무 좋으면 다툴 일이 생기는 법 그럴 때 짜랑짜랑 큰 소리 내지 말고 짜장짜장 짜증나도 짜글짜글 볶지 마라
짝은 곧 ‘배우자’ 아니냐, 마주 보고 배워라
제1부 한글 자모 시로 읽기 / 닿소리
제2부 한글 자모 시로 읽기 / 홀소리
제3부 한글 자모 시로 읽기 / 겹닿소리·겹홀소리
제4부 한글 자모 시로 읽기 / 사라진 자모
제5부 겹받침 글자의 풍경
[작품 해설]
시대를 밝히는 초롱불 같은 시 / 박진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