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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치메 우은선 소설

우은선 저 | 도화 | 202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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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0526067 / 270쪽 135 x 1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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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 저자 : 우은선
저자 : 우은선
충북 괴산 출생.
2016년 <한국소설>로 등단.

머리말


작가의 말
그러나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듯이
하고 싶었던 말들을 소설을 통해 조금씩 세상 밖으로 보내고 싶습니다.
영하40도,
눈이 허벅지까지 쌓여있는 덕유산을 물 한 모금 과자 한 조각으로 열다섯 시간을 걸으면서 보았던 세상,
춘천 용화산의 전설 바위 옆에서 임시로 박아놓은 볼트가 빠져 추락 직전이었을 때의 공포,
어깨 위에 올려진 삶이 힘겨워 털어버리고 싶었던 젊은 날
갓 돌을 지난 둘째아이가 미끄럼틀에서 놀다가 나를 보고 꽃처럼 웃던 얼굴과
그 위로 쏟아지던 밝은 빛과
그 빛과 어우러지던 아이의 웃음소리에서 삶의 이유를 보았던 어느 도시 작은 동네 허름한 소아과 병원.
말을 잘 하는 방법을 몰라 떠듬거리며 썼던 글들을 이제야 펴내려 합니다.
오랜 시간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이제 활자화되어 세상 밖으로 나갑니다.
쓰고 싶은 일들 주변을 빙빙 돌기만 한 것 같아서 많이 부끄럽습니다.

아직은 못 다 한 말들이 많아
소설은 계속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책 속에서

여기가 어디쯤일까. 수십 번 오르내린 길이지만 어딘지 가늠할 수도 없다. 이렇게 눈이 내린 날에도 여러 번 올라왔는데 오늘의 눈은 어찌된 것인지 도저히 위치를 알 수가 없다. 바람은 여전히 불고, 여기저기서 뚝뚝거리며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고, 나무들 사이로 무언가 휙 지나간다. 두런거리는 사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뒤를 돌아보면 후다닥거리는 바람만 급히 지나간다. 나뭇가지 모양은 수시로 모양을 바꾸어 새가 되었다가 동물이 되었다가 사람으로까지 변해버린다. 울고 싶을 만큼 혼자다. 혼자라고 생각하니 살면서 혼자이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아이들과 있을 때도, 친구들과 있을 때도 나는 늘 혼자였다. 혼자여도 혼자였고 함께 있어도 혼자였다. 혼자라는 공포를 어차피 혼자였다는 것으로 달랜다. 무서움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한다. 그 여자가 생각난다. 점점 추워진다.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폭설」)

아담과 하와가 지나갔고, 웃시야와 요담과 아비야가 지나간다. 다윗과 골리앗도 있다. 숲에 취한 노아는 나를 노려보며 무슨 말을 건네려다 말고 지나친다. 천정 곳곳에서는 수많은 눈동자들이 여자를 내려다보고 있다. 벽에서도 많은 인물들이 여자 앞으로 다가온다. 자신의 껍질을 손에 든 바르톨로메오가 지나갔고, 열쇠의 무게가 힘겨운 듯 구부정한 어깨를 늘어뜨리며 베드로가 지나갔다. 당나귀를 한 미다스도 지나갔다. 뱀을 몸에 감고 있었다. 비아지노 다 체세나의 영혼도 함께 보였다. 그리고 고개를 젖히고 한 손에 팔레트를, 한 손에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 모습은 희미하지만 천천히 오래오래 여자 앞에 머물렀다. 그가 지나가고 한 여자가 보인다.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짊어지고 지키고 힘든 얼굴로 서 있는 여자. 아버지와 줄어들지 않는 빚과 축축한 테르미니 역과 떠도는 이민자들까지 그 여자 주변을 맴돌다 사라져갔다.
그 앞에 거대한 트레치메가 서 있었다.(「트레치메」)

까마득한 이 벼랑위에서 무엇과 싸우는지도 모르고 필사적으로 바위에 붙어 오르려고 하고 있는 나를 이 순간 그들은 궁금해 할까? 자주 가던 홍대 그 술집, 목동역 1번 출구의 그 커피집, 그 거리의 포장마차, 거기 드나들었던 내 아는 사람들이 스치고 지나간다. 그리고… (「비너스」)

어둠에 잠겨 조용히 숨 쉬고 있는 낮에 보았던 능선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들의 이야기는 늘 다르다. 눈이 내릴 때 부드럽고, 비가 올 때 까탈스럽다. 내가 맑을 때 산은 침묵하지만, 슬플 때 산은 유난히 수다스럽다. 내게 산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은 이제 더 이상 신선하지 않다. 수없이 내게 질문하지만 그 답을 나는 아직도 모른다. 이것인가 하면 아니었고 저것인가 하면 또 아니었다. 어쩌면 ‘산은 내게 무엇인가’의 대답은 삶이 흐르듯, 세월이 흐르듯, 사람들이 변하듯, 흘러가고 달라지고 변색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만항재」)

사무실 그녀 자리에 앉아 작은 창으로 보이는 바깥 풍경을 보고 있었다. 어느 곳에 초점을 맞추고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 풍경을 바라보았다. 버스가 지나가고 사람들이 지나가고 택시들이 승용차가 온종일 지나갔다. 그러다 지리산을 떠올리면 뭔가 온몸의 죽어있던 근육들이 우르르 진저리를 치며 일어났다. 노고단과 청학연못, 세석산장이 내가 아는 전부였다 해도, 잊을 수 없는 첫사랑처럼 주변에서 맴돌고 있었다.(「지리산 가는 날」)

목차

폭설
트레치메
여름의 오후
비너스
만항재
몽마르뜨의 눈물
수필처럼 쓴 소설
지리산 가던 날

해설 / 상처와 구원을 아우르는 큰 산 _ 김성달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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