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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구린새끼 골목

시리즈 : 현대시 기획선 [34]

김양희 저 | 한국문연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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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1042604 / 126쪽 132 x 2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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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제주도 서귀포에서 태어나 자라고 울산에서 30년을 살았다. 2004년 격월간 『시사사』 신인상을 수상하서귀포 남주서점며 등단하였다. 한국작가회의 회원이며 <노이즈> 동인이다. 2015년 첫 시집 『서귀포 남주서점』을 발간하였으며 2019년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창작기금을 수혜하였다.

머리말

시인의 말


바다를 유영한다
폭풍우 물너울 두렵지 않다
자애로운 두모악 능선 아래
중산간 오름들 손짓하고
산물은 흘러넘쳐
천지연 폭포수 물보라 이는
옛집이 있는 곳
回歸

다시 시작이다

책 속에서


회귀
― 나의 구린새끼 골목* 1


나의 구린새끼 골목에게, 기억은 시간이 끌고 가는 물이다 흘러가고 섞이고 휩쓸려 변질된다 해도 시간의 잘못은 아니듯, 몸통이 잘리고 겨우 꼬리만 남은 구린새끼 골목도 그러하다 내 기억의 잘못은 골목의 시간을 직시하지 않았다는 것, 휘젓고 유영하다 떠나버린 것

이문구의 『관촌수필』처럼 유년의 이야기로 소설이 쓰고 싶어지는 골목, 아를의 밤의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다가 고흐만큼 불우한 환쟁이 사내를 떠올렸던 골목, 내 친구 영희네 꽃집을 가로질러 바다로 가던 길, 아름다운 별빛 지붕 관광극장이 보이는,

골목의 길들은 펼쳐진 그물 같았다 함석지붕과 초가지붕 틈틈이 검정 돌담과 흙담이 제멋대로 이어져 가로등 없는 해거름, 아이들은 이따금 막다른 골목 길그물에 걸려 전갱이처럼 파닥거렸다
구불구불 골목은 지루하지 않는 만화경, 싱싱한 바다가 집 앞에서 팔리고 초하루 새벽에는 제물과 비원을 구덕에 담은 어머니들이 관청 심방 찾아 자구리 해안가로 내려갔다 가끔 한낮 어딘가에서 심방의 본풀이와 굿 장구 방울소리 무섭게 들리면, 집 구렁이 나타날까 길마저도 발소리 숨기고 도망쳤다

비파나무 가지 끝 농익은 누런 열매 스쳐지나 돌구멍에 감기는 청포도 송이 스쳐지나 길섶의 빨간 뱀딸기와 도마뱀 방아깨비 스쳐지나 정방 폭포수 맞으러 가고 오던 길, 여름날의 골목은 지치지도 않았다

이제 내 기억의 솔직한 고백을 들어야 한다 징표로 가지고 다녔던 골목의 시간들은 한여름 빛살 한 조각이었을 뿐, 떠돌던 금기의 말들은 금기로 풍문은 풍문으로 흘리면서 골목의 깊은 숨결을 외면하고 있었다
꿈속에서 먼 이국의 소녀 라일라**의 유영을 따라갔다 아름다운 황금 물고기, 꼬리를 흔들자 파문이 바다 끝까지 반짝거렸다 돌아오는 길, 손가락을 펼치자 황금 비늘 한 조각 손안에 놓여 있다

* 서귀포시 서귀동 정방로 이중섭 거리 주변으로 샛길 골목들이 많았다. 정방동 책자에는 하수시설이 없을 당시 비가 오면 빗물과 오물이 넘쳐나 구린 샛길이라 했던 것이 발음 그대로 고착화되었다고 함. 서귀포 문화원 향토학자들은 어원은 ‘굴이 있는 샛길’인데 연음화 과정을 거쳐 구린새끼가 되었을 거라 추정함.
** 르 클레지오의 『황금 물고기』 주인공.


뒷병듸*

집터 자리에 삼매봉 기운이 우향으로 비추난 자손 무탈하고 번창허커라
다만 후제에 집들 하영 들어성 오름 봉우리 가려져불민 경제적으론 쪼들릴 자리라
집 지엉 살당 돈 버치면 미련 갖지마랑 확 ㅍ`ㄹ아불라,

어멍은 그 말을 무사 이제야 ㄱ`람수과
지관 하르방 말 드렁 진작 ㅍ`ㄹ아시민 어멍 돈 고생은 덜 해실 거 아니꽈,

ㄴ`ㅁ의 집에 세 살당 처음 짓슨 집이라
집 짓스난 세 받앙 너네들 공부시키고 새끼처럼 품엉 살았저
지관 삼춘 말 곱씹을 일 자주 생겼주만은 너도 살아보라 새끼 ㅍ`ㄹ아지는지
나도 집도 늙엉 할망 됐주만은 사방 높은 집 안 부러워허멍 살았저,


* 뒤쪽의 넓은 들이란 의미의 제주 말.



지슬


제주사람들만이 피워낸 방언 중에
미끈하게 잘 생겼다는 곱닥ㅎ`다
감자는 지슬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제주 섬은 태평양에서 가장 크고 곱닥ㅎ`ㄴ 지슬
지슬 밭에서 지슬을 캐면
한 뿌리에 큰 지슬,
작은 지슬 새끼 지슬 줄줄이 딸려 나온다
제주도,
추자도 우도 가파도 마라도
비양도 차귀도 다려도
문섬 범섬 섭섬 토끼섬…….
제주사람들 태평양 푸른 지슬 밭에서
바당 코지든 중산간이든
지슬 고픈 줄 모르고 산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튤립을 건네다
레드로빈/ 켈수스 도서관/ 겨울 석류/ 노랑, 노랑/ 페브리즈 샤프란 케어/ 튤립을 건네다
시냇물 바이올린/ 환절기/ 서브웨이 벤치/ 칸나의 스트레칭/ 발로차다

제2부 회귀- 나의 구린새끼 골목
회귀-나의 구린새끼 골목. 1/ 해녀-나의 구린새끼 골목. 2/ 생수개-나의 구린새끼 골목. 3
서귀극장-나의 구린새끼 골목. 4/ 불꽃-나의 구린새끼 골목. 5/ 해무-나의 구린새끼 골목. 6
죠스바, 삼동열매-나의 구린새끼 골목. 7/ 멸치-나의 구린새끼 골목. 8/ 당일바리/ 뒷병듸
뒷병듸. 2/ 기당 미술관

제3부 가장 아름다운 제주 말 열 개
까마귀/ 까마귀. 2/ 중산간 버스/ 봄날/ 명선/ 화산송이 밟으면/ 颱風/ 가장 아름다운 제주 말 열개
딸에게/ 붉은 길/ 멀구슬 나무/ 하늘타리

제4부 소리들
소리들/ 11월/ 하필, / 편지/ 흔들린 기억/ 내일의 불안 감상하기/ 싸락눈/ 물구나무 고래/ 문득, 쇠비름 풀꽃
미드나이트 편의점/ 잠시 쉬는 동안에/ 지슬

■김양희의 시세계/ 이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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