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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께끼

시리즈 : 현대시 기획선 [34]

박영녀 저 | 한국문연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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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1042536 / 142쪽 13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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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박영녀 시집 『아이스께끼』는 크게 4부로 나누어져 구성되어 있으며 〈방어〉, 〈사내가 윙크를 했다〉, 〈사양벌꿀〉, 〈노가리 천 원〉, 〈아놀드파마를 아시나요〉 등 박영녀의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시인, 서울 출생. 2015년 『시에 』 등단. 부천문인협회 회원, 부천여성문학회 회장. 공저 『프로방스에 끼어들다 』. 


 

머리말

시인의 말

내 안에서 옹알거리며

내뱉지 못한 말

어설픔을 세상에 던진다.

모든 게 박수 쳐주는

그대들 덕분이다.

책 속에서

[ 대표시 ]

아이스께끼

비비빅을 먹는다
베어 물자 툭 떨어져 버린 그 여름
할머니 아이스께끼

여름방학 때 놀러 간 외갓집
햇빛에 발개진 샐비어
쫓아다니며 부채질해대는 할머니
보이지 않는다
해바라기 고개 숙일 때
고샅을 돌아오는
할머니의 잰걸음이 불룩하다
신작로 점방에 갔다 온다며
패인 주름이 웃는다
쌀겨 같은 흙먼지 일으키며
바삐 걸었을 뿌연 고무신
무명앞치마 속에서
검은 팥물 뚝뚝 흐르던
한 입 베어 물자
반은 땅으로 떨어져 버린
그리움


어머니의 볶음밥

비계 한 덩이 숟가락으로
꾹꾹 눌러가며 기름을 짜낸다
말랑말랑했던 것이 딱딱하게 굳을 때쯤
껍질로 남은 그날이 밥공기에 가득하다
여름 한때를 살찌우는 양식
볶음밥은 돼지기름으로 볶아야 맛있단다
여덟 살 기억이 맛있다
식은 밥에 소금 갈아 송송 썬 대파가
숨죽어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볶는다
구겨졌던 몸을 일으키면 관절에서
삭정이 꺾어지는 소리인 줄 알고 놀란다
입맛 짧은 오빠가 좋아하는 밥
덤으로 먹을 수 있는 최고의 밥이다
볶음밥은 식기 전에 먹어야 맛있단다
오늘 하루가 식기 전 어머니가 보고 싶다
어머니 목소리가 아들과 마주 앉은
식탁 위에 차려진다

짠지

영동할매가 손끝으로 바람을 올리는지
벚꽃이 하얗게 피어도 춥다 춥다 하시던 어머니
묵은 항아리에서 남은 김치를 꺼내 군내를 털어냈다
짠지가 밥상에 올라오던 날이다

어머니는 김장을 하고 나면 항아리에 무를 넣고
켜켜이 소금을 뿌렸다
김장 떨어지면 이만한 것이 없지 하면서
무거운 돌로 눌러두었다

파란 청무를 좋아하는 과묵한 아버지 말수가 줄었다
어머니는 청무의 근원을 몰랐고 뇌경색으로 드러누웠다
어머니 뇌혈관에 소금꽃이 하얗게 피었다
묵은 짠지 항아리에도 골마지가 피었다
물컹거리는 짠지를 땅에 묻었다

삼월이 되면 입맛 없을 때 먹던 짠지
오랫동안 앓아누웠던 침상에서 속을 털어낸 항아리가 운다
잠시 영동할매 주름살에 바람이 고이면
봄은 다시 오려나
항아리를 감싸 안는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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