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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0313117 / 284쪽 140 x 1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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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닉 페트먼, 유진 새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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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 27,000
- 20,700
- 19,800
- 15,300
출판사 리뷰
“우리는 꽤 근사한 어퍼컷을 날릴 수 있지 않을까.”
학교가 아닌 복싱을 선택했지만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처럼 할 말이 많은 여자, 의견을 표현하고 존재를 드러내고 싶은 여자, 그리고 그만큼 강단 있고 용맹한 여자로 자랄 수 있는 아이들을 나는 학교에서 근무하며 많이 보았다. 그리고 나도 그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남들이(주로 남자들이) 비웃는 어느 분야에 몰두하는 ‘우리 근처의 여성’을.
_본문 중에서
이 책을 처음 읽는다면, 꽤 흥미롭다고 생각할 것이다. 여자가 복싱을 한다고 하니, 그것도 외고 선생님이라는 좋은 타이틀을 내다 버리고 말이다. 남부러울 거 없는 학벌과 직업은 행복한 작가의 모습을 그리게 한다. 그런데 사람은 누구나 나름의 불안과 고통을 끌어안고 산다는 것을 작가의 글을 통해 알 수 있다. 평범해 보이는 일상이 실은 조금씩 무너져 내리는 터널일 수도 있다는 걸. 그럼에도 삶을 헤쳐 나갈 구멍을 만드는 게 인간의 강함은 아닐까? 이 작가는 주먹을 뻗어 구멍을 만들어냈다.
작가가 처음 복싱을 했을 때는 누구도 말리지 않았다. 취미로 가볍게 하는 것이겠거니, 모두 그렇게 생각했을 테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복싱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주변 사람들은 냉담해진다. 직장 동료들은 복싱은 후진국에서나 유행하는 운동이라며 앞에서 대놓고 말하기도, 그렇게 열심히 하면 상금은 받느냐며 면박을 주기도 한다. 애인은 남자 같은 종아리와 딱딱한 몸이 싫다고 그만두기를 강요한다. 보편적인 딸에 대한 사랑으로, 엄마는 ‘여자’ 몸에 상처 나는 게 보기 싫다고 “제발 그만하라”고 한다.
사람들은 당연하게 작가에게 ‘복싱’보다는 ‘자기 자신’을 택하라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복싱을 빼놓고는 작가를 설명할 수 없다. 복싱을 향한 뜨거운 작가의 마음을 제대로 알았다면, 누구라도 조언이랍시고 상처를 주지 않았을 텐데. 작가의 지독한 사랑은 우리가 말린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이제는 오히려 우리에게 근사한 어퍼컷을 날릴 것이다.
“내 삶은 어떤 인생보다 더 역동적이다.”
환희와 고통이, 우승과 패배가 공존하는
당산동 체육관에서
‘손목을 움직이는 것뿐만 아니라, 주먹을 쥐는 것 자체가 아예 불가능했다. 손가락을 둥글게 말 수조차 없었다. 자전거 핸들을 잡았다가 번개같이 내리꽂는 아픔에 울면서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_본문 중에서
복싱을 시작하면서 몸의 통증은 일상이 되었다는 작가의 말에, 안타까워할지언정 얼마큼의 고통인지는 헤아리기 힘들다. 작가는 숨이 끊어질 거 같은 고통, 손과 손목이 시큰거려 잠을 못 이루는 날, 체중 감량으로 목말라 죽을 거 같은 갈증 등은 이제 아무렇지 않다고 한다. 이 아픔들에 내성이 생긴 만큼 작가는 단단해졌다. 그런데 경기에서 상대에게 맞아야 하는 운명은 항상 공포의 대상이었다. 당차게도 이것마저 이겨낸다. 이야기 막바지에 다다르면, 링 위에서의 두려움이 이제는 즐거움이 되었다고 한다. 그제야 작가는 삶을 더 세게 안을 수 있었다.
이 책을 보면, 참 다양한 군상들을 마주하게 된다. 입시 준비에 잠을 못 자 눈자위가 거무죽죽한 제자들은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선생님을 걱정하며 목베개를 선물한다. 또 체육관에서 같이 땀 흘리는 회원들은 누가 경기 나가든 이기면 내 일보다 더 기뻐한다. 작가는 첫 승리 했을 때를 떠올리면, 경기 내용이 아니라 사람들이 기억난다고 한다. 코치가 달려와 침 범벅이 된 마우스피스를 맨손으로 받는 장면, 관장님과 다른 회원들이 두 손을 번쩍 들며 환호하는 장면이 생각난다고.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벅찬 삶을 살아가는 데, 위로가 된다. 물론 ‘여자가 복싱을 해봤자지’라는 태도로 여전히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곁에 존재하지만, 작가는 ‘쿨’하게 말로 한 방 먹이기도 한다.
직장 없이 복싱에만 매달리는 삶이 어떻게 불안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럼에도 운동하면서 만난 사람들, 다시 말해 운동하면서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보았기에 꿋꿋하게 내 길을 갈 수 있는 것이다. 복싱 경기에서 작가는 패배하기도 우승하기도 하지만, 패배에 연연하지 않는다. 겨룰 상대가 있어 잘 싸우기를 원할 뿐이다. 그렇기에 환희와 고통이 공존하는 작가의 인생에, 우리는 열광하는 관중처럼 응원을 보낼 수밖에.
흔히 ‘밴디지’라고 부르는 붕대를 손에 처음 감은 날을 떠올려본다. 어떤 기분이었더라. 샌드백용 10온스짜리 글러브를 처음 받은 것도 그때였다. 체육관마다 커리큘럼이 상이하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아마 처음 등록한 지 5일 정도 지난 어느 날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붕대를 손에 감고 나서야 아, 내가 복싱을 하고 있구나 하고 실감했을 것이다. 또한 나도 저기 보이는 사람들처럼 큰 소리를 팡팡 내며 샌드백을 칠 수 있겠다는 기쁨을 아주 잠시 누렸을 테다. 그리고 금세 알았겠지. 그렇게 크고 경쾌한 소리는 저절로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내 몸은 아침드라마 남자 주인공의 뺨을 김치 한 포기로 후려치는 것보다 더 미약한 힘밖에 가지지 못하다는 사실을. 이를 본 코치는 이렇게 표현했다.
“싸대기도 때려본 사람이 잘하더라고요.”
내가 계속 허리를 틀지 못하고 팔로만 스트레이트를 쳐서(복싱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주먹 힘은 팔이 아니라 허리 회전에서 나온다) 나온 말인데, 어찌나 정확한지. 뺨을 후려쳐야 할 사람들에게 아무 짓도 하지 못한 채 얼떨떨한 마음으로 인간관계에 아등바등 매달리고 순응할 수밖에 없던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스쳐가기까지 했다.
_<부상과 통증은 피할 수 없어> 중에서
5년을 넘는 세월 동안, 참 많은 글러브가 손을 거쳐갔다. 금방 스쳐지나간 것도 있고, 퍽 오래 사용한 것도 있다. 땀이 차면 지옥에서 부활해 돌아온 축구선수 같은 냄새가 나던 초보자용 인조가죽 글러브부터 밀리터리 스타일의 카키색 글러브, 수학을 배운 사람이라면 도저히 반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호루스의 눈’이 정면에 크게 박힌 글러브, 타격감이 예술이었던 신소재 글러브까지.
새로운 글러브를 만나고, 사랑에 빠지고, 마치 한 몸처럼 매일을 만나 함께하고, 그러다 점차 그 관계가 너덜너덜해지며 상대를 향한 불만이 슬슬 쌓이기 시작할 때쯤 어디선가 처음 보는 아이가 돌연 등장하여 마음을 사로잡는 그 과정은 마치 연애와도 같았다.
물론 글러브들의 입장을 직접 물어본 것은 아니지만 아마 그들도 나에게 할 말이 많았을 테다. 너는 왜 이렇게 땀이 많아서 나를 괴롭게 하냐는 둥, 네 손목이 약한 걸 왜 내 탓을 하냐는 둥.
그래서 각각의 글러브에 대한 추억도 참 많다. 과거 연인들을 회상하면 괜스레 마음에 희끄무레하고 몽글거리는 무엇이 솟아오르는 것처럼……. 가장 애틋하고 기억에 남는 사랑은 네 번째 글러브다. 무더운 길거리를 걷다가 첫눈에 반한 그 순간이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_<너라는 글러브를 처음 만난 그 순간> 중에서
온 힘을 다해 샌드백을 치면 그 충격이 누적되어 마치 알코올중독자처럼 손을 떨게 된다. 남들에게 손을 보이기 민망할 정도다. 여자 친구가 그러는 양을 바라보는 그의 마음이 어땠을지, 이미 운동에 미쳐 있던 나로서는 미안하게도 상상하고 이해하고 배려할 마음이 없었다.
손만 떤 게 아니었다. 더 큰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들이닥치는 어마어마한 졸음이었다. 평일 내내 극심한 수면 부족에 시달렸으니 주말에는 열두 시간쯤 자야 할 법도 한데, 그 시간에 전력을 다해 체육관에서 섀도 복싱을 하고 샌드백을 두들겼으니.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가도 꾸벅꾸벅 졸았다. 그 거대한 졸음덩어리 앞에서 카페인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코엑스 한복판에 있는 카페 테이블에 이마를 댄 채 “오빠, 진짜 너무 미안한데, 진짜 너무너무 미안한데 10분만 잘게”라고 이야기하곤 한 시간을 잤다. 애인의 차 조수석에 오르자마자 정신없이 곯아떨어지는 것이 일상이었다.
_<누구와 연애하고 있던 걸까> 중에서
가장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는 감량법은 역시 수분 감량이다. 대신 ‘꿈에서도 물을 마시는’ 극한의 고통을 겪어야 한다. 물의 무게가 상상외로 어마어마하다.
식단 조절에 아직 익숙하지 않았던 ‘생체 초짜’ 시기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져 극한의 수분 감량법을 써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당시 이틀 만에 2.5킬로그램을 빼는 데 성공했던 적이 있다. 말이 ‘빼는’ 것이지, 실은 그냥 물에 젖은 빨래를 다 해지기 직전까지 짜서 탈수시키는 느낌이었다. 이틀간 물을 전혀 마시지 않고 종일 수업했다. 야간 수업까지 통으로. 입가에 허옇게 침이 쩍쩍 말라붙어 연신 손수건으로 입을 훔치며 다녀야 했다. 그 몰골은 정말이지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 이마에 변명 가득한 메모를 써 붙이고 다니고 싶은 심정이었다.
‘저는 원래 지저분한 사람이 아니고 감량하느라 물을 못 마셔서 이 지경인 것이니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흑흑.’
그렇게 수업하고, 체육관에 가서 속옷이 흠뻑 젖을 때까지 운동했다(운동이 끝난 후 수분을 보충하지 않은 것은 당연지사). 너무 목이 마르면 물 반 모금을 입에 머금은 후 최대한 천천히 한 방울씩 목구멍 뒤로 넘기거나, 혹은 침을 쯥쯥 빨아먹었다(정말이다).
_<꿈에서까지 물을 마시더라고요> 중에서
타인을 전력으로 응원해준다는 것, 그의 성과에 함께 진심을 다해 기뻐해준다는 것은 굉장히 쉽고 단순해 보이지만 의외로 사는 동안 좀처럼 경험할 수 없는 감정이기도 하다. 일단 우리 사회에서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잘하는 누군가를 부러워하고 시기하게끔, 그 시기심을 원동력으로 삼게끔 교육과 입시 제도가 설정되어 있다(라고 생각한다). 교육받고 학교를 나와도 또 경쟁이다. 자기 사업을 하든 회사에 취직하든 무조건 경쟁이다. 그렇게 죽는 둥 마는 둥 열정적으로 살아도, 보상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보장 또한 없다. 한마디로, 나 사느라 바빠 남을 응원할 겨를이 없는 것이다. 특히 타인이 ‘국가대표 선수’나 ‘프로축구 선수’가 아닌, 바로 내 옆의 평범한 누군가일 경우 더더욱.
그래서 내가 운동을 좋아한다. 31년을 사는 동안, 누군가를 순수하게 응원하는 감정을 운동하며 처음 경험했다. 함께 고생했던 사람들이 링에 오르는 모습을 바라보며, 내 경기도 아닌데 긴장해서 발을 동동 구르는 경험. 경기가 진행되는 짧은 시간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그 사람의 움직임 하나만 눈으로 계속 따라가며 내가 가진 마음의 백 프로를 링 위의 그에게 쏟는 느낌. 공격 하나하나가 성공할 때는 내 일처럼 터뜨리는 함성. 그런 감정을 운동을 통해서야 비로소 찾게 되었다.
_<모두의 기를 모아, 원기옥> 중에서
프롤로그_이것은 자기소개서입니다
ROUND 1 풋워크
대체, 왜, 어쩌다 복싱이야?
오만한 초심자의 패배
저도 아직 원투를 하는 걸요
ROUND 2 가드
아주 사소한 칭찬의 순간들
부상과 통증은 피할 수 없어
부치지 못하는 편지
ROUND 3 잽
수레바퀴 아래서
청과 홍, 서로를 얼싸안게 되는 그때는
덕질을 해야 하는 이유
ROUND 4 스트레이트
전세 역전을 꿈꾸며
생활체육대회 데뷔기
너라는 글러브를 처음 만난 그 순간
ROUND 5 저지
유전은 놀라워
누구와 연애하고 있던 걸까
사범님 이야기
ROUND 6 어퍼
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숏컷의 일희일비
빛이 가득한 곳에서 맘껏 떠들고
ROUND 7 다운
두 번의 패배, 그리고 첫 승리
꿈에서까지 물을 마시더라고요
당신들의 안면에 양훅더블
ROUND 8 훅
백스텝은 때로 가장 좋은 전술
운동 중독자끼리는 통하는 게 있다
회피 본능이 꿈틀댄다, 슬립 더킹 위빙
ROUND 9 레프리
당산동 포세이돈, 셀프 전지훈련 가다
상대 없이 잽과 훅! 태국에서 섀도 복싱을
스위치가 능수능란하다면
ROUND 10 보디
진짜로 넘어설지도 몰라요
깍두기가 익어가는 가을
선수권 대비 훈련 타임라인
ROUND 11 TKO승/패
마음의 힘은 몸의 코어로부터
이게 바로 나를 실으러 온 물살이었던 거야
모두의 기를 모아, 원기옥
ROUND 12 판정승/패
삶은 영화도 드라마도 아니지만
결국 다시 직업병이 도지고
내 에너지를 나의 보물찾기에 쓰며
에필로그_복싱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