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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0706461 / 192쪽 146 x 2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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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출판사 리뷰
무언가를
제대로 사랑하려면
손에 쥔 것들을
아낌없이 내주어야 해
주웠던 조가비들은
어스름 해 질 무렵
모래 곁으로 돌려주고
그 꿈만 가져가듯이
눈부신 창공
다소곳이 석양을 내어주면
밀려오는 어둠의 자리
별빛으로 채워내는 하늘처럼
너를 위해서라면
이 여름의 마지막 서랍에 남겨둔
단 한 번의 눈빛과 떨리는 입술을
단숨에 바칠 수 있어
- 서시<사랑하려면>중에서
떠나 보자
바람이 시작된 곳
처음으로 파도가
너울지던 곳
뭍으로
뭍으로 달려가
온몸을 던지고
맨살로 부딪히고는
쏜살 같이
되돌아가는
그곳으로
- 10코스 <피안의 길> 중에서
누구나 그렇듯 저 역시 이 사회의 한 모퉁이돌이 되고자 최선 을 다했지만 나만의 의지와 노력으로 착수되거나 완성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소소한 성취에 교만과 독선을 키워왔던 시간들, 모든 일에 시작이 있듯 끝이 있음을 모르던 무지의 나날들, 성과 의 크기를 따지기 앞서 과정과 근원을 캐물어야 했던 세월들, 배려와 사랑을 외면했던 반평생을 돌아보니 이 모든 게 저에게 커다란 빚이 되어 돌아옵니다. 그 빚을 어떻게 갚아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냥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선 나 자신부터 조금씩 변해보기로 하였습니다.
걷는 것 자체가 목적인 여행처럼 우리의 인생을 닮은 것도 없습니다. 돈도 명예도 좋지만 삶 자체를 관조하면서 세상과 사람 을 바라보고 서로 기대어 살아가듯이 자유롭게 걷다 보니 차곡차곡 여행길이 채워져 갑니다. 어디이든 언제이든 제각각 다양한 색 깔과 음조로 입력되고 저장되는 산책과 풍경, 시상(詩想)들로 울퉁불퉁하지만 밉지 않은 질그릇을 빚어 봅니다. 반드시 멋지고 아름답고 즐거워야만 할 필요도, 이유도 없습니다.
어느 날인가는 새벽부터 걷기 시작하여 코스를 마치는 저녁까지 단 한 번도 마주치는 이 없는 적막한 길을 걷기도 했습니다. 산록에서 쏟아져 내리는 비바람에 옷자락이 울부짖는 공동묘지 둘레를 지나면서 나 자신에 대해, 내 인생에 대해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집에서 멀리 떠나와 외롭고 고독한 내 영혼의 산책로를 걸으면서 비로소 지나온 날들과 앞으로 가야 할 길, 살아 야 할 삶을 성찰하게 됩니다. 긴 여정을 마치고 되돌아보니 그물 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자유로운 올레길, 그 ‘길 위에 세운 나라’에서 생명과 사랑과 희망을 얻고 일상으로 다시 복귀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