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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9128500 / 150쪽 125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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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걷는사람 시인선 [15]
반디앤루니스 리뷰
2001년 「한국일보」 등단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 길상호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내일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해요』가 출간되었다. 길상호 시인의 섬세한 감정선이 도드라지는 이번 시집은 “서로를 좀 더 이해하기 위해”(「달로 연주하는 밤」) 노력하는 일이 곧 ‘시 쓰기’라고 말하는 듯하다.
우리네 삶은 참 쓸쓸하여서 “언제나 겨울을 걸”(「모빌 아래 계절은 멈췄다」)어가는 것 같지만, 길상호는 그 쓸쓸함이라는 토양 위에서 은율을 만들고 언어를 변주함으로써 “눈사람을 만들어 사랑을 시작”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가끔은 머나먼 생이 택배로 배송되어 왔다 / 수명을 단축시킬 거라고 당신은 늘 반품을 강요했지만 / 주소지도 없는 박스가 나는 늘 궁금했다”(「먼 곳의 택배」),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 여관방 벽은 낡은 입술을 갖고 있다”(「낡은 잠을 자려고」), “다음 생이 오면 또 아프겠지요, / 책갈피를 넘길 때마다 귀신들은 / 몇 번이고 했던 말을 다시 중얼거렸다”(「책등에 기대 잠이 들었지」)라는 구절처럼 사물과 사람, 풍경의 그 안쪽까지 응시하는 길상호 시인의 시편들은 섬세하고 미더워서, 삶에 지친 독자들은 그의 언어 안에서 무장해제를 한 채 ‘오늘’을 잊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앞엔 아주 짧은 햇빛이 놓여 있”(「저물녘」)을 뿐이지만, 이 저물녘 동안 그럼에도 시를 쓰고, 사랑을 하고, 내일의 이야기를 궁리하는 시인, 그가 바로 길상호다.
살짝 손을 대려 했을 뿐인데
꼬리를 끊고 달아난 도마뱀을 기억한다
흙바닥에 남은 꿈틀거림이 멈출 때까지
아무 말도 못하고 나는 꼬리만 바라본 적이 있다
일생에 단 한 번만 재생이 가능하다는,
그래서 목숨을 걸고서야 끊을 수 있다는 꼬리
뒤돌아볼 새도 없이 도마뱀은
풀숲으로 남은 몸을 내뺐었는데
아버지가 숲에 든 후, 나는 남겨진 꼬리 같았다
몸을 뒤틀며 우는 날이 많아졌다
나를 끊고 저세상으로 떠난 그가
사진 속에서 아직 편안하게 웃고 있다
- 「꼬리」전문
한편, ‘시인의 말’과 2부를 시작하는「꼬리」를 비롯해 시집 구석구석엔 ‘그’(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다. 먼 바다에서 끝난 ‘오늘의 이야기’가 해변으로 밀려드는 파도 속 ‘내일의 이야기’로 와 닿는 듯하다. 그렇게 다양한 오늘과 내일의 이야기들이 모여 한 군락을 이루고 있다. 시간과 공간의 방향이 제각각인 이야기들이 어떻게 얽히고 이어져 새로운 이야기를 탄생시키는가를 확인하는 것도 이 시집을 읽는 흥미로운 방식이 될 것이다.
출판사 리뷰
시인의 말
그는 나의 책이었다.
해독되지 않는 문장을 많이 지니고 있는
무척이나 어려운 책이었다.
그 사람 하나를 제대로 읽어보려고
참 오랜 시간 집중해왔는데
페이지를 몇 장 넘기기도 전에
그는 사라졌다.
이제 사라진 책을 읽어야 하는
그런 시간들이 앞에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세상에 모두 읽어낼 수 있는 책은
단 한 권도 없다는 사실이다.
2019년 물어, 운문이, 산문이 곁에서
길상호
장조림
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내일의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해요
스위치를 끄면 어둠이 고여 드는 방,
밤은 적당히 짜고 달고 매콤하고
얽힌 손길에 더는 곰팡이가 피지 않도록
지금은 저 방에 나란히 갇혀야 해요
배꼽 속 지루한 인연이 모두 우러나오고
눈에 담긴 통증도 흐물흐물 풀리면
액자 속 다정했던 시절로 우리
찰칵 찰칵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몰라요
방 안 가득했던 어둠이 졸아들면
정수리에 모여든 쓸쓸한 거품을 걷어주면서
이제 어떤 말에도 쉽게 상처 받지 않는
짭조름한 심장을 갖고 살기로 해요
한없이 뒤척이게 되더라도 그건
서로가 서로에게 배어들기 위한 일,
검은 밤이 너무 일찍 끝나버리면 안 되니까
심장의 불꽃을 중불로 내려주세요
달로 연주하는 밤
서로를 좀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울림통이 필요한 날이 있다
그럴 땐 텅 빈 달을 빌려와 밤을 연주했다
구멍의 크기는 하루하루 바뀌었으므로
우리의 손에선 매번,
모르는 곡들이 태어났다
새벽마다 음계 끝 옥상으로 가서
느슨해진 감정과 관계를 조율하고 나면
허밍처럼 얇아진, 달무리처럼 희미해진
화음이 다시 돌아올 것도 같았다
달에게 조금 더 빛을 보태주던 당신의 기타 소리
현을 끊으며 유성이 떨어져도
갈아 끼울 추억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가끔은 녹슨 기타 줄에서
더 맑은 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1부 낡은 입술을 가지고 있다
서로의 엄마
안개 책방
사북
두 잔 집
낡은 잠을 자려고
꽃 이름을 물었네
반월
반월 2
먹먹
물방울 숲
장조림
돌 하나
먼 곳의 택배
달로 연주하는 밤
꽃살문
스티커
빈티지
돌칼
L
물이 마르는 동안
2부 당신의 빈 주머니
꼬리
따순 밥
천일의 잠
씨감자
마른 눈
둥근 발
저물녘
유령의 얼굴
반월저수지
사라지는 미용실
물속의 우산
모과와 지난 밤
묵묵부답
항아리
She's not meat
닮은 사람
책등에 기대 잠이 들었지
물풀
3부 내일 모레, 조만간
혀로 염하다
야옹야옹 쌓이는
내일 모레 고양이
비린 별이 떴네
숨은 야옹이 찾기
오드아이
당신을 환영합니다
늙은 집사들
병실의 독서
민들레
빗방울이 야옹
불이 부르는 노래
4부 맨발이 젖어 있었네
손바닥 성지
모자이크 자화상
성령의 집
화환
두고 온 대가리
하나님은 오늘도
심해의 사람
말 없는 식사
비루
덤
떠올리면, 북아현동
끝나버린 이야기
검은 일요일
손금은 비리다
모빌 아래 계절은 멈췄다
이곳의 다큐멘터리
발문- 우정의 한 기록
이정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