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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를 뜯다 서양숙 시집

시리즈 : 현대시세계 시인선 [101]

서양숙 저 | 북인 | 2019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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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7413578 / 108쪽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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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표제시] 혼수를 뜯다 -- 외출했다 일찍 들어온 날, 당신은 뜯어보았던 내 이불 홑청을 다시 꿰매고 있었지요 혼수 이불 속 솜을 확인하고 있었지요 - 목화가 라일락이 되었을까 봐요? 목화가 목련이 되었을까 봐요? 목화입니다 목화솜입니다 아니, 내 엄마가 밤새 바스러 넣은 하얀 찔레꽃입니다 핏빛 숨긴 찔레꽃입니다 -- [대표시] 슬픔에 대한 예우 -- 그렇게 울고 싶지 않은가 아이섀도는 눈썹까지 퍼져 있고 아이라인은 점선이 되고 마스카라 번져 검은 얼룩으로 그리 울고 싶지 않은가 기대어 울 사람은 있어도 그리하지 못하는 비밀의 슬픔이 있지 않은가 나는 긴 속눈썹도 마스카라도 없어 고작 우는 건 안경 반쯤 올리고 손가락 넣어 쿡쿡 찍어대는 울음뿐이지 생은 어차피 모방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슬픔도 흉내내며 그대로 울어보는 거지 뭐 슬픔에게 어떻게 울어줘야 하는지 슬픔을 어떻게 대우해줘야 하는지 고민을 해보며 마스카라도 눈물 젖을 긴 속눈썹도 없으나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은 첫날밤 행사처럼 찾아왔으니 예우를 해주는 거지

저자 소개



광주광역시에서 출생하여 함평에서 유년기를, 서울에서 성장했다. 2009년 계간 『시와산문』 가을호에 「내 신전을 다녀온 적이 있었네」 외 2편으로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2007년까지 ‘꽃핀자리’ 동인으로 활동했다. 2012년 첫 시집 『너무 오래 걸었다』를 출간했다. 2019년 현재 브랜드 〈미셀라니〉를 경영하고 있다.

책 속에서


[표제시]

혼수를 뜯다
--
외출했다 일찍 들어온 날,
당신은 뜯어보았던 내 이불 홑청을
다시 꿰매고 있었지요
혼수 이불 속
솜을 확인하고 있었지요
-
목화가 라일락이 되었을까 봐요?
목화가 목련이 되었을까 봐요?
목화입니다 목화솜입니다 아니,
내 엄마가 밤새 바스러 넣은 하얀 찔레꽃입니다
핏빛 숨긴 찔레꽃입니다
--

[대표시]

슬픔에 대한 예우
--
그렇게 울고 싶지 않은가
아이섀도는 눈썹까지 퍼져 있고
아이라인은 점선이 되고
마스카라 번져 검은 얼룩으로
그리 울고 싶지 않은가
기대어 울 사람은 있어도
그리하지 못하는 비밀의 슬픔이 있지 않은가
나는 긴 속눈썹도 마스카라도 없어
고작 우는 건 안경 반쯤 올리고
손가락 넣어 쿡쿡 찍어대는 울음뿐이지
생은 어차피 모방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슬픔도 흉내내며
그대로 울어보는 거지 뭐
슬픔에게 어떻게 울어줘야 하는지
슬픔을 어떻게 대우해줘야 하는지
고민을 해보며 마스카라도
눈물 젖을 긴 속눈썹도 없으나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은 첫날밤 행사처럼

찾아왔으니 예우를 해주는 거지
--

사라지는 이름
--
나는 저것이 나무이고 산이고 논이길 한번도 바란 적이 없다
차창 밖에 지나는 저것들에게 이름을 붙여준 적도 없다
-
나에게 저들의 이름을 언제 알려주었던가
누가 나에게 가르쳐주었던가
내 눈이 나무로 보며 산으로 보고 논으로 보는 것뿐이다
-
나의 의식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나
어둠이 서서히 오고 있다 나는 눈을 뜨고 있어도
나무를, 산을, 논을 보지 않을 것이다
-
이제는 저것들의 이름을 부르지 않을 것이다
네가 나에게 너는 나라고 해달라고 한 적이 있었던가
내가 너에게 나는 너라고 불러주기를 바란 적이 있었던가
언제부터 사랑이라고 명명하기 시작했던가
-
너는 나라고 부를 때 사랑은 이미 떠날 준비를 하는 것
어두워지는 차창으로 내가 나를 바라본다
내게도 어둠이 올 것이다
너를 너로만 보는 날이 올 것이다
-
밤이 계속 되어가고 있다
나는 어두움을 세고 있다
상실에 반항하다 내내 잠잠해질 것을 소망한다
밤차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나는 눈을 뜨고 있어도
나무를, 산을, 논을 보지 않을 것이다
-
이제 누구의 이름도 부르지 않을 것이다
--

목차

시인의 말 5

1부
안부 · 13
굳이 새의 이름을 써야 한다면 · 14
혼수를 뜯다 · 15
핑계 · 16
꽃에게 묻다 · 17
냉전 · 18
슬픔에 대한 예우 · 19
환희를 벗기다 · 20
방생을 머뭇거리다 · 21
저장 · 22
연애들아 · 23
싹을 다시 키우다 · 24
사라진 입술 · 25
초코슈 · 26
섬 · 27
정리 · 28

2부
오류의 겨울 · 31
빈방 · 32
스토커에게 · 33
역할 교환 · 34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다 · 35
감각 · 36
나를 훔쳐보다 · 37
미역국 · 38
구멍에 대한 변명 · 39
벌의 입 · 40
간격 · 42
달의 비밀 · 43
붕대 · 44
방문객 · 45
경계 · 46
허기 · 47

3부
장마 · 51
맹신 · 52
꽃이, 순간 · 53
아버지 · 54
중심 · 56
정지 · 58
문신을 지우다 · 60
외기러기 · 61
라일락 핑계 · 62
첫 · 63
건담 조립하기 · 64
애니팡 찬사 · 65
짐 · 66
밥 · 67
사라지는 이름 · 68
끈끈이 · 70

4부
응시 · 73
붉은 담쟁이 · 74
난곡동의 기원 · 75
겨울나그네 · 76
확인 · 78
이름 · 79
레즈비언 · 80
우리 모두 광장을 나가고 · 82
착시 · 84
과속 · 85
자정의 남자 · 86
명찰 · 87
화이트 크리스마스 · 88
소유 · 90
이기적 상담 · 91
사랑에게 유서를 · 92

해설 사랑을 등지고 가는 노래 / 우대식·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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