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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3723013 / 292쪽 128 x 1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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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평범한 우리들의 시 쓰기 시로 만난 너와 나의 이야기 이 책은 평범한 직장인들, 그것도 공무원들이 쓴 시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2년 동안 국어생활연구원에서 진행한 ‘삶과 글’ 시간에 1300여 명이 참여했고, 그들이 쓴 시들 가운데 223편을 가려내 묶었다. 시는 시인들만 쓰는 거라고 생각해서 써 볼 생각도 못 했던 사람들은 시가 쓰란다고 써지냐며 황당해한다. 하지만 수업이 끝나 갈 즈음에는 모두 시를 쓰고 있었고, 쓴 시를 함께 읽으며 제대로 ‘시’를 만나게 된다. 모른 척 내버려 두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평범한 일상이 시로 태어나는 놀라운 순간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이보다 더 생생할 수 없다 나는 아무거나 괜찮아 / 오늘도 계장님 점심 메뉴는 아무거나 / 김치찌개? 그 집은 지난주에 갔잖아 / 순댓국? 그 집은 순대 냄새가 너무 심해서 / 구내식당? 구내식당 밥은 이상하게 금방 꺼지더라 / 그럼 어디로? 아무거나 네가 골라 봐 / 하아, 오늘은 정말 각자 먹고 싶구나! 점심시간이면 어느 사무실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이다. 오전 11시 커피 한 잔 들고 / 난롯가에 섰다, / 직원 몇몇과 함께. /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 읍장님 지나가시며 힐끗 보시네. / 아…… 방금 서 있었던 건데. // 오후 3시 신고서 처리 후 티타임 / 읍장님 또 지나가시네. / 아…… 논 거 아닌데. 이 시집에는 일터에서 붙잡은 이야기가 너무도 생생하다. 금요일만 기다리는 간절함, 월급이 들어오는 데는 한 달이 걸리지만 떠나는 데는 이틀이면 되는 허탈함, 비 오면 비 온다고 눈 오면 눈 온다고 퇴근길을 거슬러 다시 출근해야 하는 고단함. 한 달 월급 받기가 쉽지 않은 우리의 일상이다. 하지만 이 눈치 저 눈치에 한없이 쪼그라들 때 띠링 울리는 문자 한 통. 아, 혼자가 아니구나, 나를 봐주는 사람이 여기 있구나…… 어깨가 펴지고 그래, 괜찮아 하며 나를 추스르게 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식구 사이에 미안하다,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 하기가 얼마나 힘든가. 차마 그때 하지 못한 말들을 여기 시로 쏟아 내고 있다. 시를 쓴 사람은 물론이고 아들에게 아버지에게 아내와 남편에게 이보다 더 귀한 선물이 있을까? 카톡~ / 초딩 3학년 아들에게서 톡이 온다. / 엄마는 야근이라 사무실. / 울 아들 혼자서 저녁 준비. / 처음 만들었다고 자랑한다, / 어설픈 계란탕 사진 한 장. / 콧날이 찡~해진다. 그날은 아침부터 싸웠다, 아버지와. / 별일 아닌 일로 언성을 높였던 것 같아 /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였다. / 업무 중간마다 계속 만지작거린 스마트폰. / 저녁쯤 갑자기 울린 스마트폰 벨소리 / 아버지였다. / “밥은 챙겨 먹고 일하냐?” 매일 먹는 아침밥 / 당연한 줄 알았지. // 출가 후, / 두유 하나 챙겨 먹고 나가기도 바쁘네. // 아침 잘 챙겨 먹냐는 엄마 전화에 / 거짓말로 안심시켰는데 // 집 앞에는 / 하나하나 손질된 야채와 1인분씩 포장된 국물이 / 상자에 담겨 있네. 여보! 와서 이것 좀 도와줘. / 대답이 없다. / 이그! 또 못 들은 척. / 확 치미는 짜증을 참으며 거실로 나갔더니 / 두 눈이 벌게진 채로 드라마에 빠져 있는 남편 / 헉! / 이 남자 늙어 가는구나. 신랑이 50이 넘어가니 아침잠이 없어졌다. / 6시면 일어나 밥하기 시작한다. // 주말에는 늦잠 좀 자고 / 두 끼만 먹어도 좋으련만……. / “제발 잠 좀 자자.” / “이불 속에서 나오지 마.” / 야단을 쳤다. // 이불 속에서 조용히 속삭인다. / “여보, 밥해도 돼?” 우리 집 아침 같은 일상이다. 이렇게 한번 웃을 수 있어서, 같이 울고 웃을 수 있는 식구들이 옆에 있어서 다행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순간들을 붙잡아 시로 쓴 사람들이 있어 우리 일상이 다시 빛을 발한다. 우리가 주인공인 삶의 순간들이 시로 태어나 다시 우리를 품어 준다. 시를 쓴 사람들이 말한다. 시를 쓰면서 잠시 쉴 수 있었다고,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어 참 다행이라고, 물 한 잔 마시고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고. 그래서 시를 쓰는 행복을 계속 누리겠노라고, 글 읽고 시 쓰면서 느낀 자신의 변화를 계속 이어 가겠다고. 진정 시를 품은 사람이 된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시인’이다. 삶을 노래하는 우리 시대의 시인들. 그 삶의 노래에 푹 빠져 보시길 바란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내 삶이 말을 걸어올지도 모른다. 그럼 주저하지 말고 메모장을 열기를, ‘나에게 시가 온 순간’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이 가을, 《나에게 시가 왔습니다》가 우리들의 일상을 따뜻하게 품어 줄 것이다.
쌀 한 포대
고무중
따르릉 걸려 오는 독촉 전화
쌀 가져가라는 시청 직원
어제는 100포, 오늘은 190포
예기치 못하게 쌓여 가는 이웃돕기 성품
동네별 정해진 쌀 포대를 차에 싣고
오늘도 택배기사인 양 달려 나간다.
수급자 할머니 댁은 문이 잠겨 있다.
중증 장애인 집에는 으르렁대는 누렁개
다문화 가정 방 안에선 술 냄새가 진동한다.
2년 동안 노량진에서 이 악물고 공부시켜
딸내미 사회복지 공무원 합격했다고 으쓱대는 울 엄마
쌀 포대 나르는 날 볼까 두렵다.
9시 땡 전화
임서영
9시 땡, 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울리는 벨소리
다섯 번만 울리고 받아야지
따르르릉
……하나
따르르릉
……둘
따르르릉
……셋
따르르릉
……이만하면 끊을 때도 된 거 같은데
따르르릉
수화기가 벽돌보다 무겁다.
뺨 맞을 소리
강한비
민원전화, 하루걸러 만나는 민원인들.
점심 먹고 사무실 인근 꽃집 겸 카페에 앉았다.
낯설고 반갑게도 평화롭다.
그래서 카페 알바생에겐 안 들리게 혼자 얘기해 본다.
그냥 나도 카페 알바생 하고 싶다.
난롯가
공신영
오전 11시 커피 한 잔 들고
난롯가에 섰다,
직원 몇몇과 함께.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읍장님 지나가시며 힐끗 보시네.
아…… 방금 서 있었던 건데.
오후 3시 신고서 처리 후 티타임
읍장님 또 지나가시네.
아…… 논 거 아닌데.
뺨 맞을 소리
쌀 한 포대 / 9시 땡 전화 / 뺨 맞을 소리 /난롯가 / 아무거나 / 뽕을 맞다 / 수화기 앞
일그러진 얼굴 /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면 / 내 땅은 어디에 / 오늘도 출근한다 / 불안한 아침 / 일자리 / 초심 / 비상근무 / 전단지 떼기 / 일하는 엄마 / 철없는 엄마의 하루 / 워킹맘 / 아들의 톡 / 밤 10시의 행복 / 금요일 밤 / 20일 / 찾아가는 곳 / 승진은 언제 하나? / 철밥통 / 질문 / 퇴직을 앞두고 / 공무 집행 전문가?
이보세요, 여러분!
설렘 / 교육 / 삶과 글 / 왜? / 이보세요, 여러분! / 업무에 필요해? / 여유 / 쉼표 / 10초 / 내가 조는 이유 / 글쓰기 / 시가 내게로 왔다 / 시가 내게로 오는 밤 / 시 숙제 / 풀꽃과 시 / 시 / 나에게 나를 보낸다 / 시인의 삶 / 내 딸의 삶
그때의 온기
엄마 생각 / 그때의 온기 / 짐자전거 / 동행 / “아빠, 나 무서워서 잠을 못 자겠어요” /
아빠 손 내 손 / 두부 / 주머니 초밥 / 포마드 / 샴푸 병 / 사랑방 캔디 / 이제 엄마
편인 거 알지? / 일손 / 농부의 마음 / 우리 엄마 / 아들! 엄마는 괜찮아 / 나도 답답하고
미안하다 / 독거노인 울 엄마 / “고마워” / 가을밤 / 엄마 생각 / 애비냐? / 엄니와
댄스를 / 시금칫국 / 아들과 아버지 / 아버지 생각에 / 옥상 / 셀카 / 아버지의 면허증
아버지 발바닥
처음 / “밥은 챙겨 먹고 일하냐?” / 구두 / 울 엄마 / 햇감자 / 아침밥 / 엄마 없이는 / 진짜 괜찮아? / 나사 / 내리사랑 / 아들 / 너의 빈자리 / 전화 / 엄마 달력 / 명절 / 나의 카운슬러 / 여든의 고백 / 색안경 / 손주 / 시어머니 /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아요 / 엄마의 한 달 / 엄마 / 우리 엄마 대장군 / 볼 발간 울 엄마 / 이름 석 자 / 손자 사랑 / 아버지 발바닥 / 사랑해 / 나비 / 엄마의 택배 / 엄마 계란말이 / 아버지의 커피
처음 해 보는 것들
만남을 기다리며 / 지옥철 / 첫아이 / 가장 행복한 시간 / 너라는 세상 / 니 손끝에서
피어나는 봄 / 봄 냄새 / 처음 해 보는 것들 / 내가 받은 선물 / 토요일 아침 / 나의 퇴근 /
휴가 / 꼭, 꽉, 꾹 / 한 시간 / 아들 / 다짐 / 우주, 태양 / 소나기 / 늦둥이 / 3시 5분 전 / 피는 못 속여 / 멀미 못해 / 신혼 식탁 / 내 발등 / 남편 / 아내 / 며느리 / 저녁 / 미운 남편, 고마운 남편 / 회식 / 호칭 / 여보 / 밥해도 돼?
아들은 모른다
딸아이와 교복 / 폭탄 두 개 / 핵폭탄 두 개 / 가방 / 딸아이 / 바쁜 고3 아들 /
시차 적응 / 걱정, 기다림, 그래도 감사 / 나도 너만큼 기다리고 있다 / 곧 지나간다 / 막내 수능 / 아들과 아르바이트 / 아들은 모른다 / 예쁜 딸 / “어디서 주무실 거예요?” / 아들의 직장 / 보이스톡 / “아들입니다 전화 주세요” / 둘째 군 수료식 / 아들과 저녁 / 너를 응원해 / 내 인생의 봄날 / 우리 아들 / 맛있는 밥 / 그리움 / 그렇게 살거라
남은 연락처
해 질 녘 / 식빵 / 뻥튀기 / 에반스교 / 면서기 딸이라 행복했다 / 데미안 / 교회에 못 나가는 이유 / 교복 / 경주 / 벚꽃 한 잎 / 남은 연락처 / 벌써 겨울이라니 / 방콕 여행 / 엄마? 엄마! / 결혼 전과 후 / 서울의 봄 / 청소 / 콧바람 / 초등학교 반창회 / 어느새 / 나이아가라 폭포 / 거울 속의 나 / 나이를 먹는다는 것 / 고약한 손님 / 여름 바지 / 인생 / 노안 / 건강 / 눈길 위, 눈밭 아래 / 제2의 인생 / 타인의 삶
커피, 너를 붙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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