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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지에 시를 쓰다

정세훈 저 | 푸른사상 | 2019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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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30814575 / 272쪽 147 x 2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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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노동의 가치와 인간의 존엄이 존중받는 세상을 위해

정세훈 시인의 산문집 『파지에 시를 쓰다』가 <푸른사상 산문선 25>로 출간되었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노동 현장에 뛰어들었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시에 대한 열망을 놓지 않은 시인의 삶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스스로 ‘실패’와 ‘패배’를 말하지만 그의 삶과 문학이 누구보다 치열했음을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 저자 : 정세훈
저자 : 정세훈
1955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1989년 『노동해방문학』, 1990년 『창작과 비평』에 작품을 발표하며 시인이 되었다. 시집 『맑은 하늘을 보면』 『부평 4공단 여공』 『몸의 중심』 등 다수와 시화집 『우리가 이 세상 꽃이 되어도』, 장편동화집 『세상 밖으로 나온 꼬마송사리 큰눈이』, 동시집 『공단 마을 아이들』 등을 간행했다. 인천작가회의 회장, 리얼리스트100 상임위원(대표), 한국작가회의 이사, 제주4·3제70주년범국민위원회 공동대표, 한국민예총 이사장 대행 등을 역임했다. 2019년 현재 인천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공동추진위원장, 소년희망센터 운영위원, 위기청소년의좋은친구어게인 이사, 서해평화포럼 평화인문분과위원, 인천민예총 이사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머리말


‘작가의 말’ 중에서
17세. 너무 이른 나이에 육체노동자가 되어 노동을 했다. 너무 어린 나이에 노동자를 알게 되었고 노동을 알게 되었다. 이 땅에서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인간을 포기해야 하는 것임을, 노동은 자본의 노예라는 것을 너무 일찍 알았다. 이러한 노동판이 문학을 하도록, 나를 이끌었다.
공정하지 못하고 공평하지 못하고 공의롭지 못한 그 노동판에서 어린 노동(자)는 너무 일찍 병이 들었다. 몸과 마음이 미처 알아차릴 사이도 없이 자본의 병이 급습했다. 자본에 피를 팔고 뼈를 팔아 피골이 상접해 쓰러져도 한순간쯤은 성공하고 싶었다.
어린 노동(자)이었던 나는 올해 우리 나이로 65세가 되었다. 그동안 살아온 것이 아니라 혹독한 자본에 맞서 견디어왔다.
견디어온 삶이기에 어느 한때 어느 시기를 살펴보아도 제대로 내세울 만한 성공한 삶이 한순간도 없다. 나름 열심히 최선을 다한 삶이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결과가 이를 막고 있다.
실패한 노동! 그 삶들을 호명해 기록한다.


책 속에서


한 집안의 가운이 한번 기울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것이고 이미 기울어버린 그 가운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란 참으로 힘든 것이다. 일을 다시 시작한 지도 어언 1년이 넘어섰지만 나와 우리 가족들은 여전히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집안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 있었는데 내가 틈만 나면 시 습작을 한답시고 원고지를 끼고 앉아 있는 것이었다. 대입 검정고시 독학을 하면서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현대시를 다시 접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 과거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던 것이다. 청계천 고서점을 배회하다가 두 번째 접었던 문학에 대한 미련을 세 번째로 다시 끄집어내게 되었다.
시라는 틀에 나와 같은 소시민들의 삶을 담아내고 싶었다. 공장에서 쓰다 버린 포장지 파지에 꾹꾹 눌러 담았다. 내가 담아내고 있는 것들이 제대로 한 편 한 편의 시가 되고 있는지 모를 일이었지만 열심히 담고 또 담았다. 한 2년간을 그렇게 담고 나니 웬만한 분량이 되었다.
(99~100쪽)

당시 지식인들이 말했듯이 어찌 보면 투쟁의 목소리를 내는 노동자들은 선진 노동자들이고 그렇지 않은 나와 같은 노동자들은 후진 노동자였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그 선진 노동자, 후진 노동자로 나누는 말조차 거부감을 갖고 있다. 굳이 나누어 보아야 한다면 노동자를 상, 중, 하, 이렇게 계층으로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선 엄연히 노동자 계층도 상, 중, 하로 나뉘어 있다. 상류 노동자들은 노동자 계층에서 생활이 제일 나은 부류들로 기득권을 많이 가진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대기업체 노동자들로 조직화되어 있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데는 자본가 못지않게 혈안이 되어 있다. 그렇지만 자신들보다 못한 중류, 하류 노동자들을 대변하지 않는다. 자신들을 위해서는 투쟁하지만 자신들보다 더 못한 이들을 위해서는 투쟁하지 않는다.
이들은 자신들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것을 마치 하류 노동자들까지도 위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철도노조의 활동으로 철도노조에 속한 노동자들의 임금이 10퍼센트포인트 올랐다고 하여 어느 공단 후미진 영세 사업장의 하류 노동자의 임금도 덩달아 10퍼센트 올라가는 것이 아닌 것이다. 이제 노동자들도 나보다 더 못한 열악한 환경의 노동자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
내 나름대로 시를 붙잡고 씨름을 해보았지만 그 결과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그리 신통하지 못하다.
실패한 시인이 된 것이다. (101~102쪽)

목차

작가의 말

제1부 또다시 문학의 꿈을 접다
닭잘뫼 흙담집 / 엄동 바람, 낡은 문풍지 / 제비 무덤 복숭아나무 / 그 주홍빛 핏방울, 진달래 / 꿈을 버리기 위한 의식 / 소꿉동무 희자 / 냉동고와 가마솥에서 숨어 지내다 / 충무로 2가 ‘진미’ 분식식당 / 부산교도소에 수감된 소년범 미결수 / 미성년 수감 생활 / 싹이 괜찮았던 놈 별스럽구나 / 또다시 문학의 꿈을 접다 / 나 하나만 생각하면 그깟 공부 하나 못할까

제2부 공장 파지에 시를 쓴, 실패한 시인
그녀에게 미안한 40년 / 남근을 붕대로 싸맨 노동 / 나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 그리고 다시는 신학을 않기로 했다 / 공장 파지에 시를 쓴, 실패한 시인 / 이쁜이 / 전문가는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다 / 실패한 노동 / 시 한 편을 쓰고 사표를 썼다 / 완전한 실패와 완전한 패배 / 할 수만 있다면 선한 것을 캐어내고 싶다

제3부 ‘불평등’에서‘ 평등’으로 가는 노동운동
부평 / 석면 가루 / 긍정적 마인드 / 어머니 이옥금 / 안전망과 허허벌판 / 그와의 인연을 결코 가볍게 할 수 없다 / 수면무호흡증 / 이외수 형님과 국어사전 / 아프지 말라 / 불화와 화해 / ‘불평등’에서‘ 평등’으로 가는 노동운동 / 동시집 『공단 마을 아이들』 / 기독교문화대상, 그리고 상금

제4부 실패한, 노동의 귀향
천상(天上)의 개밥바라기 지상(地上)의 개밥바라기 / 『문학청춘』의‘ 시식남녀’ / 또 눈물이 나온다 / 에라, 이 밥통들 같으니라구! / 밤하늘, 떠돌이별의 소원 / 수장된 세월호! 수장된 비정규직! / 박환성, 김광일 독립PD / 기득권 왜구 세력과 천민자본주의 / 실패한, 노동의 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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