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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난감 신부와 결혼한다

시리즈 : 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4]

이상 저 | 박상순 역 | 민음사 | 2019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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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7475405 / 464쪽 14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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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 시각적인 실험시의 계보를 잇는 박상순 시인이 온전히 한글화한 이상 시 50편 전집! 『나는 장난감 신부와 결혼한다』는 박상순 시인이 이상의 시를 온전히 한글화한 최초의 시도다. 한국문학의 모더니즘의 계보에서 이상의 시를 현대화하는 작업은, 시각적인 실험시의 계보를 잇는 박상순 시인의 연구과 경험 위에서 가능한 작업이다. 예를 들어, 「오감도, 시 제7호」의 원문을 보자. “久遠謫居의地의一枝●一枝에피는顯花●特異한四月의花草●三十輪●三十輪에前後되는兩側의 明鏡”는 “아주먼귀양살이의땅에가지하나●한가지에피는밝은꽃●특이한사월의화초●30송이●30송이둘레의전후되는양쪽의 거울”로 번역되었는데, 여기서 ‘삼십륜(三十輪)’은 ‘30송이’로 옮겼다. 지금까지 ‘수레바퀴’로만 번역되었던 ‘륜(輪)’은 ‘다륜화(多輪花)’(한 줄기에서 여러 개의 꽃이 피는 화초)나 ‘월륜(月輪)’(둥근 달)의 경우처럼 ‘꽃송이’나 ‘둥근 것’을 뜻하는 단어이기도 하므로 ‘화륜(花輪)’이라고 쓰면 꽃목걸이나 화환이 된다. 이상의 시에서 ‘륜(輪)’은 꽃송이와 날짜를 암시하는 바퀴(차례, 윤회)의 뜻이 함께 있는데, 여기서는 앞의 꽃을 가리키는 꽃송이의 뜻이 강하다. 또한 30일 전후의 날짜를 가리키는 이중적 의미이기 때문에 ‘둘레’(둥글게 돌기, 윤회)의 뜻이 강하기 때문에 “30송이둘레의전후”로 옮겼다. “30전후는 달의 삭망 주기 29.5일을 가리킨다. 30바퀴는 아니다. 30바퀴라고 쓰면 30곱하기 29.5일이 된다. 1바퀴를 도는 달의 공전으로 30송이 꽃으로 만든 1개의 화환 모양이다.” 「오감도, 시 제9호 총구」에서는 원문 “每日가치列風이불드니드듸여내허리에큼직한손이와닷는다”를 “매일같이거센바람이불더니드디어내허리에큼직한손이와닿는다”로 옮겼다. 여기서 한자음 그대로 ‘열풍’으로 번역되던 ‘列風’을 ‘거센바람’으로 옮긴 이유는 원래 ‘열풍음우(列風淫雨)’(폭풍과 폭우)에서 온 단어이기 때문이다. “중국 문예이론서 『문심조룡』에서 유협은 『제왕세기』에 있는 표현인 ‘열풍음우(列風淫雨)’를 예로 들면서 글자 일부를 바꿔서 새로운 분위기를 만드는 효과를 설명했다. 모양이 비슷한 글자로 별풍회유(別風淮雨)라고 바꿔 쓴 경우인 『상서대전』을 소개했다. 그래서 ‘열풍음우’라는 말은 오자처럼 바꿔 쓰는 표현을 가리키기도 한다. 그동안은 이 시에서의 열풍(列風)을 오자라고 생각해 열풍(烈風)으로 바꿔 놓기도 했다. 열국(列國), 열차(列車)가 동시에 늘어선 여럿을 가리키듯 한꺼번에 몰려오는 바람이다.” 「위독: 봄을 사다(매춘)」의 본래 한자어 제목은 매춘(買春)인데, 일반적으로 몸을 판다는 뜻의 ‘매춘’의 ‘팔다[賣]’ 대신에 ‘사다[買]’라는 한자를 썼다. ‘봄을 사다’에서 ‘봄’이 무엇인지 지금까지 그 해석이 불명확했다. “성매매를 지칭하는 말을 조금 바꾼 언어유희일까? 그렇지 않다. 이상은 전체 구조가 아닌 자잘한 말놀이에는 몰두하지 않는 사람이다. 몽롱한 봄을 산 것이다.” 그렇다면 봄은 무엇인가? 조선시대 화가 겸재 정선(鄭?)이 그림을 그리고 서예가 이광사(李匡師)가 글씨를 쓴 『24시품(二十四詩品)』이란 유명한 화첩이 있다. (……) 그중에 여섯 번째 시 「전아(典雅)」는 ‘옥호매춘 상우모옥(玉壺買春 賞雨茅屋, 옥으로 만든 병에 술을 사 담고, 초가에서 비를 보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봄’은 ‘술’이다. 몸을 팔고 사는 행위(성매매)나 계절(봄)만도 아닌, 술을 사는 것을 뜻한다. 당나라 무렵에는 매춘이 그런 뜻(술)으로 쓰였다. 사공도의 시 『24시품』은 16세기쯤 조선에 들어와 19세기까지 시인이며 화가인 자하 신위, 추사 김정희를 비롯한 여러 문인들에게 널리 읽혔고, 서화 작품으로도 표현했던 문학 작품인 동시에 전통문예미학의 지침서였다. 그렇다면 이상의 시 「매춘」은 술을 사 마신(취한) 상황이 된다. 술을 생각하며 시를 다시 읽으면 정신과 신체의 이런 상태는 더 설명할 것도 없다. 술과 감정과 사이펀은 또 얼마나 적절한 결합인가. 따라서 이 시는 술에서 촉발하여 그것을 시적으로 전환한 작품이다. 차원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시적 언어가 아니다. 그러니 술마저도 잊어버리고 다시 보자. 정신과 신체가 어긋난 자신의 모습, 타는 듯한 더위에 생선이 썩는, 술에 취한 시대의 위독한 풍경이다. ―이상, 「모형 심장과 동적 시노그래피」, 『나는 장난감 신부와 결혼한다』에서 지금껏 해석상 완전하지 못한 부분들을 이처럼 이상이 지닌 동양 문예의식과 고전 텍스트를 살폈고, 또한 이상이 당시 경험한 구체적 사건들도 따졌으며, 특정 시어가 이상이 쓴 소설과 산문들에서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 ‘꼼꼼한 교차분석’을 진행한 연구를 바탕으로 ‘시인으로서 창조적인 번역’을 이루어 냈다. (한글로 바꾼 것과 뜻을 풀어 옮긴 부분은 서체를 다르게 표시했다.) 1 나는거울없는실내에있다. 거울속의나는역시외출중이다. 나는지금거울속의나를무서워하며떨고있다. 거울속의나는어디가서나를어떻게하려는음모를하는중일까. 2 죄를품고식은침상에서잤다. 확실한내꿈에나는결석하였고의족을담은 군용장화가내꿈의 백지를더럽혀놓았다. 3 나는거울있는실내로몰래들어간다. 나를거울에서해방하려고. 그러나거울속의나는침울한얼굴로동시에꼭들어온다. 거울속의나는내게미안한뜻을전한다. 내가그때문에갇혀있듯이 그도나때문에갇혀서떨고있다. 4 내가결석한나의꿈. 내위조가등장하지않는내거울. 무능이라도좋은나의고독의갈망자다. 나는드디어거울속의나에게자살을권유하기로결심하였다. 나는그에게시야도없는들창을가리키었다. 그들창은자살만을위한들창이다. 그러나내가자살하지아니하면그가자살할수없음을그는내게가르친다. 거울속의나는불사조에가깝다. 5 내왼편가슴심장의위치를방탄금속으로엄폐하고나는거울속의내왼편가슴을겨누어권총을발사하였다. 탄환은그의왼편가슴을관통하였으나그의심장은바른편에있다. 6 모형심장에서붉은잉크가엎질러졌다. 내가지각한내꿈에서나는극형을받았다. 내꿈을지배하는자는내가아니다. 악수할수조차없는두사람을봉쇄한거대한죄가있다. ―이상, 박상순 옮김, 「오감도, 시 제15호」, 『나는 장난감 신부와 결혼한다』에서 ● 다다에서 초현실주의까지 회화적 언어로 억압적 질서에 대항한 한국 시의 혁명! 이상은 집안 형편을 고려하여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현재 서울대학교 건축과)에 진학하여 수석으로 졸업했으나, 어릴 적부터 화가를 꿈꿨기 때문에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하여 입선하기도 했다. 시인으로서는 ‘구인회’의 일원으로 활동했는데, 1934년 연작시 「오감도」를 신문에 연재했으나 독자들의 항의로 중단했다. 또 박태원의 신문 연재소설에 삽화를 그렸고, 친구였던 화가 구본웅의 출판사에서 잠시 편집자로 일하면서 김기림 시집 『기상도』 등을 편집하고 표지디자인도 했다. 자신의 단편소설 「날개」에 삽화도 직접 그렸다. 박상순 시인도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수백 권의 책을 편집하고 디자인했다. 즉 화가로서, 북디자이너와 편집자로서, 그리고 실험시를 쓰는 시인으로서 거의 동일한 경험을 공유한 해석자인 것이다. 이상의 문장은 불명료한 반건축적 문체, 겉모양 또한 발 들여놓을 틈도 없는 시멘트 덩어리이지만 축조를 지향한다. 질료에도 돌, 유리, 철 등 근대건축적 특징이 있고, 소재나 용어도 가끔은 건축 분야에서 가져온다. 각각의 대상들은 충돌하며 움직인다. 비대칭적 평형 또는 부정합 중심의 조형적, 회화적 구성이다. 시간이나 장소의 상대성과 일상성은 인상주의, 자기 표현성은 후기 인상주의나 표현주의, 물질적, 기하학적, 다중적 혼종은 세잔이나 큐비즘, 구축주의, 반체제성과 수행성은 다다, 아방가르드. 절대성이나 언어의 독립성은 추상회화의 관점이다. 하지만 그것에 버금가는 동양 전통의 정서와 문예성 또한 작동한다. 촉지적 근접 지각을 강화하고, 과거의 전형성을 거부하고 자연이나 사물의 표현 및 구조 재편성 방식은 근대 이후 회화의 주된 관심거리였다. 이런 회화적 특징이 이상 시의 바탕 또는 구성 방식으로 작용했다. 1900년대 유럽에서 등장한 이미지즘, 초현실주의 시 또한 회화적 이미지, 시각 중심이다. 청각이나 감정, 관습적 의미에서 이미지와 시각적 표현으로 시의 중심이 이동했다. ―박상순, 「모형 심장과 동적 시노그래피」, 『나는 장난감 신부와 결혼한다』에서 “문학은 개념을 다루는 반면 미술은 물질을 다룬다.” 예를 들어, 문학에서 ‘백지’는 ‘창백함’에 대한 은유일 수 있지만 시각적 감각과 물질성에 예민한 이상의 경우 ‘창백하다’는 의미를 그대로 창백하다고 쓰지 ‘백지’를 그런 상징성으로 쓰지 않는 편이며 오히려 ‘촉각’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박상순 시인은 당시 이상이 접했던 모더니즘 사조들을 바탕으로 미술가로서 이상이 그러한 이미지성을 어떻게 문학에서 독창적으로 구현했는지를 밝히고 있다. ● 1973년 시작하여 가장 긴 생명력을 이어온 문학 시리즈! “탄광촌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할 때 세계시인선을 읽으면서 상상력을 키웠다.” ―최승호 시인 “세계시인선을 읽으며 어른이 됐고, 시인이 됐다.” ―허연 시인 <민음사 세계시인선>은 1973년 시작하여 반세기 동안 새로운 자극으로 국내 시문학의 바탕을 마련함으로써, 한국 문단과 민음사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문학 총서가 되었다. 1970-1980년대에는 시인들뿐만 아니라 한국 독자들도 모더니즘의 세례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때로는 부러움으로, 때로는 경쟁의 대상으로, 때로는 경이에 차서, 우리 독자는 낯선 번역어에도 불구하고 새로움과 언어 실험에 흠뻑 빠져들었다. 이러한 시문학 르네상스에 박차를 가한 것이 바로 세계시인선이다. 민음사는 1966년 창립 이후 한국문학의 힘과 세련된 인문학, 그리고 고전 소설의 깊이를 선보이며 종합출판사로 성장했다. 특히 민음사가 한국 문단에 기여하며 문학 출판사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바로 ‘세계시인선’과 ‘오늘의시인총서’였다. 1973년 12월 이백과 두보의 작품을 실은 『당시선』, 폴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검은 고양이』, 로버트 프로스트의 『불과 얼음』 네 권으로 시작한 세계시인선은 박맹호 회장이 고 김현 선생에게 건넨 제안에서 비롯되었다. “우리가 보는 외국 시인의 시집이라는 게 대부분 일본판을 중역한 것들이라서 제대로 번역이 된 건지 신뢰가 안 가네. 현이(김현)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대부분 프랑스나 독일에 다녀온 이들 아닌가. 원본을 함께 실어 놓고 한글 번역을 옆에 나란히 배치하면 신뢰가 높아지지 않을까. 제대로 번역한 시집을 내 볼 생각이 없는가?” 대부분 번역이 일본어 중역이던 시절, 원문과 함께 제대로 된 원전 번역을 시작함으로써 세계시인선은 우리나라 번역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데 기여하게 되었다. 당시 독자와 언론에서는 이런 찬사가 이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요, 또 책임 있는 출판사의 책임 있는 일이라 이제는 안심하고 세계시인선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세계시인선은 문청들이 “상상력의 벽에 막힐 때마다 세계적 수준의 현대성”을 맛볼 수 있게 해 준 영혼의 양식이었다. 특히 지금 한국의 중견 시인들에게 세계시인선 탐독은 예술가로서 성장하는 밑바탕이었다. 문화는 외부의 접촉을 독창적으로 수용할 때 더욱 발전한다. 그렇게 우리 독자들은 우리시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시성들과 조우했고, 그 속에서 건강하고 독창적인 우리 시인들이 자라났다. 하지만 한국 독서 시장이 그렇게 시의 시대를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시문학 전통이 깊은 한국인의 DNA에 잠재된 자신감이 아니었을까? 이러한 토대에서 자라난 시문학은 또 한 번의 르네상스를 맞이했다. 국내 출판 역사에서 시집이 몇 권씩 한꺼번에 종합베스트셀러 랭킹에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는 세상을 향해 보다 더 인상적인 메시지를 던져야만 하는 현대인에게 생략과 압축의 미로 강렬한 이미지를 발산하면서도 감동과 깊이까지 숨어 있는 시는 점점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 씨앗을 심어 왔던 세계시인선이 지금까지의 독자 호응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리뉴얼을 시작했다.

저자 소개

1910년 9월 23일 새벽 6시경(음력 8월 20일 묘시경) 지금의 서울시 종로구 사직동에서 아버지 김연창(金演昌)과 어머니 박세창(朴世昌)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3세 때 조부 김병복(金炳福)의 성화로 자손이 없는 백부 김연필(金演弼)의 양자로 들어가게 된다. 1917년 4월 인왕산 밑에 자리한 4년제 학교인 신명학교(新明學校)에 입학한다. 과목 중에 지리와 도화를 특히 좋아했다고 한다.
1921년 신명학교를 졸업한 뒤 불교 재단에서 경영하는 견지동의 동광학교(東光學校)에 입학한다. 하지만 해경이 입학한 지 4년째 되던 해 동광학교가 조선불교중앙교무원이 인수한 보성고보에 합병되어 4학년으로 편입하게 된다. 그림을 잘 그렸으며, 교내 미술전람회에서 <풍경>으로 입선하기도 한다. 1926년 3월 5일 보성고보를 졸업하고 해경은 곧장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에 입학한다. 12명의 입학생 중에 조선인은 불과 3명에 지나지 않았으며, 해경은 3년 동안 수석을 다툴 정도로 뛰어난 성적을 유지한다. 2학년 때에는 경성고공 회람지인 <난파선>의 편집을 주도했으며 여기에 삽화와 자작시를 싣는다. 
1929년 3월 경성고공을 졸업하고 그해 4월 조선총독부 내무국 건축과 기사로 취직한다. 그해 11월 조선총독부 관방회계과 영선계 기수로 자리를 옮긴다. 12월 조선건축학회 기관지 <조선(朝鮮)과 건축(建築)> 표지 도안 현상 공모에 1등과 3등으로 당선된다. 이듬해 그의 처녀작인 ≪십이월 십이일≫을 ≪조선(朝鮮)≫에 9회(2월∼12월)에 걸쳐 연재한다. 이 소설은 그의 최초의 한글 창작 소설이자 최초의 소설이며, 또한 유일한 장편소설이다. 그해 여름에는 그를 죽음으로 내몬 첫 각혈을 하게 되어 건강이 쇠약해진다. 
1931년 7월 <조선과 건축> 표지 도안 현상 공모에 당선된 인연으로 이 잡지의 ‘만필(漫筆)’란에 일문 시 <이상(異常)한 가역반응(可逆反應)>을 발표한다. 시에 전념하면서도 해경은 그림을 놓지 않았으며, 조선미술전람회에 <자화상(自畵像)>이 입선되기에 이른다.
그는 서양화가 구본웅(具本雄)을 알게 된다. 꼽추 구본웅과의 교류는 그의 집으로까지 이어진다. 당시 구본웅의 집은 당대의 시인, 소설가, 화가, 영화감독 등이 모여들던 문화 아지트(구인회)였다. 1934년에 여기에 가입하여 박태원, 이태준, 정지용, 김기림, 김유정, 김환태 등과 교류한 전후로 수많은 작품이 탄생한다.
그러나 이러한 교류와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은 백부의 죽음(1932년 5월 7일, 뇌일혈), 총독부 기수직 사임(1933년 3월), 금홍과의 만남과 다방 ‘제비’ 경영(1933년), 동거(1933∼1935년), 결별(1935년), 카페 ‘제비’·‘쓰루’·‘69’·‘무기’ 경영 실패, 결혼(1936년), 죽음(1937년) 등으로 이어지는 그의 생의 형언할 수 없고 돌이킬 수 없는 허무의 심연이다. 이것은 생의 아이러니와 역설을 가능하게 하여 독화(毒花)로서의 미적 파토스를 발생시킨다. 생의 파멸(육체의 죽음)과 예술의 탄생이 아이러니하게 혹은 역설적으로 뒤얽혀 있는 것이다. 
1932년 3월과 4월에 소설 <지도(地圖)의 암실(暗室)>과 <휴업(休業)과 사정(事情)>, 시 <건축무한육면각체(建築無限六面角體)>는 그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 후 <꽃나무>(1933), <이런 시(詩)>(1933), <거울>(1933)을, 1934년 8월에는 ≪조선중앙일보(朝鮮中央日報)≫에 우리 시사(詩史)의 기념비적인 작품인 <오감도(烏瞰圖)>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독자의 거센 항의로 15회로 연재가 중단된 이 작품은 근대적인 삶과 예술 전반에 만연해 있는 상투성의 파괴와 해체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방가르드의 한 표상으로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그에게 1936년은 생의 한 정점을 이룬다. 무엇보다도 <지주회시>(6월), <날개>(9월), <봉별기>(12월) 같은 그의 생을 총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작품들이 모두 이해에 쓰였다. 그의 생이 맞닥트린 생의 심연을 넘어서려는 강한 열망을 담은 소설이 <날개>라면 <종생기>는 여기에서 훨씬 더 나아가 죽음 이후의 생이라는 역설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1936년 10월 중순경 동경에 건너가 동경부(東京府) 신전구(神田區) 신보정(神保町) 삼정목(三町目) 101의 4호의 니시카와가(西川家)에서 생활한다. 그곳에서 ‘삼사문학(三四文學)’ 동인들과 교유하기도 하고, 김기림, 안회남, 동생인 김운경과 서신을 교유하기도 하지만 동경 생활에 환멸을 느낀다. 1937년 2월 12일 일본 경찰에게 ‘불령선인(不逞鮮人)’으로 체포되어 니시간다(西神田) 경찰서에 34일간 수감되어 있다가 3월 16일 건강악화로 풀려난다. 결국 그는 1937년 4월 17일 새벽 동경제대 부속병원에서 생을 마감한다. 


 

역자 소개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서양화)를 졸업하고, 1991년 『작가세계』에 「빵공장으로 통하는 철도」 외 8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 『6은 나무, 7은 돌고래』(1993년), 『마라나, 포르노 만화의 여주인공』(1996년), 『러브 아다지오』(2004년)를 출간했다. 현대시동인상, 현대문학상, 현대시작품상, 제17회 미당문학상을 수상했다.

목차

1부 나는 장난감 신부와 결혼한다
꽃나무
거울
이런시
오감도
시 제1호
시 제2호
시 제3호
시 제4호
시 제5호
시 제6호
시 제7호
시 제8호 해부
시 제9호 총구
시 제10호 나비
시 제11호
시 제12호
시 제13호
시 제14호
시 제15호
I WED A TOY BRIDE
?흰?꽃?을?위?한?시?(소영위제)
거리 밖의 거리 (가외가전)
산책의 가을
명경
역단
역단
화로
아침
가정
행로
지비
지비-어디갔는지모르는아내
보통기념
위독
금제
절벽
봄을 사다(매춘)
생애
침몰
내부
자상
백화
추구
위치
문벌
육친
정식
파첩
실낙원
최저낙원
무제 1
무제 2
1933, 6, 1

2부 모형 심장과 동적 시노그래피

에필로그
부록 발표 시 원문
작가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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