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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첼로 이응준 연작소설

이응준 저 | 민음사 | 2013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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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7487309 / 276쪽 135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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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양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동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0년 계간 《문학과 비평》 겨울호에 「깨달음은 갑자기 찾아온다」 외 9편의 시로 등단했고, 1994년 계간 《상상》 가을호에 단편소설 「그는 추억의 속도로 걸어갔다」를 발표하면서 소설가로 데뷔했다. 시집 『나무들이 그 숲을 거부했다』, 『낙타와의 장거리 경주』, 『애인』(근간), 소설집 『달의 뒤편으로 가는 자전거 여행』, 『내 여자친구의 장례식』, 『무정한 짐승의 연애』, 『약혼』, 장편소설 『느릅나무 아래 숨긴 천국』, 『전갈자리에서 생긴 일』, 『국가의 사생활』, 소설선집 『그는 추억의 속도로 걸어갔다』 등이 있다. 2008년 각본과 감독을 맡은 영화 「Lemon Tree」(40분)가 뉴욕아시안아메리칸국제영화제 단편경쟁부문, 파리국제단편영화제 국제경쟁부문에 초청되었다. 

머리말

이응준(지은이)의 말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살다가 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 있는 누군가는 자신의 불모와 모순 속으로 뛰어들어 목숨만큼 가치 있는 것을 발견하는 법이다. 글을 쓰는 시간은 이제껏 내가 이승이라는 사막 안에서 거의 유일하게 깨어 있는 시간이었다. 내가 나를 포함한 인간이라는 것들을 눈이 멀 정도로 환멸하면서도 인간의 곁을 아주 떠나 버리지는 못하는 얄궂고 답답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우리는 칼날에 상처 입듯 쾌락에도 상처받는다. 나는 인간에게 상처받았듯이 문학에 의해 상처 입었다. 그래서 나는 예나 지금이나 작가다.
나는 후회로 가득 찬 한 인간으로서 변명이 부질없는 청춘과 멀어지며 언뜻 지루해 보이는 질문들을 차마 되풀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랑은 무엇이었던가. 사랑하는 사람이란 무엇일까. 사람이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정말 신기루에 불과한 악몽이거나 악몽에 가까운 신기루일 뿐이었을까. 사랑의 아픔으로 통찰하는 인간 미학과 닫힌 마음으로는 감각할 수 없는 인연의 구조를 화두로 삼은 이 연작소설집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빛과 어둠은 서로 은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쓸쓸한 의지와 불굴의 희망을 주장하고 있다.
하여 가장 사랑하는 이에게 상처를 주고 가장 사랑하는 이로부터 상처 입은 이들이 이 책을 읽어 주었으면 좋겠다. 위로를 받으려는 목적에서가 아니라 위로를 갈망하는 인간에 대해 숙고해 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여섯 편의 소설들이 한 몸이 돼 화살처럼 날아가 꽂혀 영혼을 밝히는 상처가 되기를 소망한다. 인생과 인생을 둘러싼 모든 것들은 뒤돌아서면 일제히 한 줌 재일 것이다. 내가 그토록 사랑해서 그토록 미워했던 일들도 다 어리석은 과거일 뿐이다. 다만 내 문학의 목표는 오늘보다 내일 단 한 걸음이라도 더 전진해 있는 것이다. 유서 깊은 탐미주의자답게 이기고 지는 것은 아예 없는 것으로 치겠다. 오로지 어떤 거대한 진리보다 아름다운 노래 한 소절을 얻기 위해 슬픔을 귀하게 여길지언정 한심한 눈물보다는 무조건 강해질 것이다. 죽는 그날 그 순간까지, 나는 죽음이 인간을 대하듯 싸우고 싶다.

책 속에서

P.19-20 : ……누구에게나 제 생애에서 가장 혹독한 밤이 꼭 한 번은 찾아오고 그러면 그는 홀로 눈보라 치는 광야에서 뜨거운 무쇠 난로를 끌어안듯이 신의 이름을 부른다. 신은 기쁨이 아니다. 신은 슬픔도 아니다. 그저 아직 살아 있는 자가 죽음을 앞에 두고 부르는 조용한 노래일 뿐. 가장 절망스러운 밤의 밑바닥에서 신의 얼굴을 보고자 기도하는 인간은 신이 연주하는 첼로 소리를 듣게 된다. 단 한 번은, 꼭 한 번은, 듣게 된다. 신이 흘리는 눈물보다 더 아름다운 저 첼로 소리를. ―「밤의 첼로」

 

P.48 : 원래 인간은 물고기처럼 바다에서 살았다. 훗날 땅 위로 올라온 인간은 바다에서의 기억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대신 인간의 내면에는 물고기 모양의 그림자가 남았는데, 이 물고기 그림자는 자기의 주인이 극도의 고통에 처하게 되면 견디다 못해 멀리 떠나가 버린다. 그리고 언제든 그 극심한 고통이 자기 주인을 다 지나가고 나서야 비로소 되돌아온다. 그런데 그때 만약 그 사람의 육신이 어떤 식으로든 환란을 이겨 내지 못하고 죽거나 그래서 사라져 버렸으면 물고기 그림자는 온 세상을 바다 삼아 정처 없이 헤엄치며 돌아다닌다. ―「물고기 그림자」

 

P.49 : 어둠 속에서 보는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들이 얼마나 끔찍한 흉터로 뒤덮여 있는지 앞이 보이는 사람들은 절대 모를 거라고 목남은 생각했다. 은희가 목남의 어깨에 금 간 얼굴을 기대어 왔다. 창밖에는 천둥이 치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은 바다가 되고 있었다. 누군가가 목남에게 물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나는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그러나 지독한 슬픔에 숨을 못 쉬는 당신을 차마 버려두고 갈 수 없는 그런 사람입니다. 순간. 목남은 은희의 가냘픈 몸 안에서 물고기 그림자 하나가 쑤욱 빠져나와 어둠의 바다로 천천히 헤엄쳐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한없이 불안해져서, 저 물고기 그림자가 언제든 되돌아왔을 때 이 상처받은 여인의 몸이 없으면 어떡하나 싶어서, 그녀의 진짜 얼굴을 살며시 더듬어 눈물을 닦아 주었다. ―「물고기 그림자」

목차

목차
밤의 첼로
물고기 그림자
낯선 감정의 연습
밤에 거미를 죽이지 마라
유서를 쓰는 즐거움
버드나무군락지

작가의 말
작품 해설_ 토성(土星)의 문학_ 김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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