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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320038 / 360쪽 130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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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들판에 홀로 서서 새들의 아침 합창을 듣고 있으면
삶이 왜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
저자가 열 살 무렵 그의 아버지는 폐업하는 총포상에서 내놓은 박제 여우를 아들에게 사다 주었다. 아들이 이 여우를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해서였다. 그 생각은 맞았다. 여우에 매료된 그는 매일 몇 시간씩 그 여우를 바라보았고, 이 동물이 궁금해져 지역 도서관을 찾아 여우에 관한 책을 찾아 읽었다. 아이러니하지만 이것이 바로 자연에 대한 사랑의 시작이었다.
그는 가축을 돌보는 사이사이 목초지에서 마주치는 동물들을 세심하게 관찰한다. 저자가 꼼꼼히 기록한 동물들의 생태와 행동은 무척 흥미롭다. 이를테면 흰가슴물까마귀는 수십 년씩 대를 이어 같은 둥지를 사용하는 전통을 지키는 새라든가, 대부분의 동물들은 고슴도치의 가시 앞에 속절없이 돌아서고 말지만 오소리만은 동그랗게 웅크린 고슴도치의 몸을 펴고 안쪽에서부터 살을 파먹는다는 이야기, 새끼 여우는 조심성이 없이 밖에서 천진난만하게 놀지만 조금 더 자라면 인간을 경계하게 된다는 이야기 등이 그런 예다. 간혹 동물들끼리 마주치는 장면은 그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가령 여우와 오소리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여우와 오소리가 서로 지나다니는 길에서 마주쳤다. 오소리는 꼼짝도 하지 않고, 여우는 머리를 앞으로 내밀고 있다. 30미터 떨어진 이곳에서도 여우가 내는 분노에 찬 거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오소리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결국에는 여우가 미동도 하지 않는 흑백의 돌부처를 돌아 목초지로 껑충껑충 뛰어 들어가며 길을 내준다.(본문 177쪽)
오소리의 판정승이었다. 동물들은 때때로 꾀를 내기도 한다. 풀밭종다리는 포식자들의 타깃이 되는 연약하고 가련한 날짐승인데, 그런 이유로 자신을 지키기 위함 속임수를 쓴다. 바로 새끼의 배설물을 다른 곳에다 떨어뜨려 놓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포식자가 배설물 냄새로 둥지를 찾아내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저자의 관찰은 단순히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긴 시간에 걸친 인내심의 결과이기에 더욱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어미 여우가 저자를 보자마자 피하지 않는 것은 그와 오랫동안 얼굴을 익혀왔기 때문이며, 아직 종다리가 초원을 떠나지 않고 알을 품고 있음을 알기에 그는 목초지의 풀을 벨 때 새 둥지가 있는 곳은 둥그렇게 남겨두고 풀베기를 한다. 인간과 동물 사이에도 신뢰와 교감이 생겨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목초지에서 건초를 만드는 즐거움
이 책의 원제인 ‘Meadowland’는 목초지란 뜻이다. ‘목초지’는 건초를 만들기 위해 풀과 꽃을 키우는 곳으로, 자연 서식지가 아니다. 그렇기에 목초지는 “자연과 인간, 짐승이 관계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곳이자 가장 좋은 상태에서 균형을 이루는 예술성을 간직한 곳”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인간 역시 자연의 일원으로서 자연에 영향을 미치지만, 그것을 파괴하지는 않음으로써 다른 생물들과 공존하는 이상적인 곳이다.
이런 목초지의 절정이자 이 책의 절정은 풀베기가 이루어지는 7월이다. 건초를 만드는 곳이라는 목적에 부합하는 작업이 이루어지는 시기인 것이다. 풀을 벨 시기가 다가오자 저자는 초조해진다. “태양이 비출 때 건초를 만들어라”라는 격언이 있다. 연평균 강수량이 100센티미터에 이르는 이 지역은 맑은 날이 매우 드물다. 겨우 며칠간 맑다는 예보를 받아든 저자는 풀베기 작업을 시작한다. 처음엔 트랙터로 풀을 베지만, 얼마 못 가 튀어나온 돌멩이에 예초기 날이 부딪쳐 부러지고 만다. 당장 새 날을 구하지 못한 저자는 어쩔 수 없이 수십 년은 묵은 낫을 꺼내 든다.
태양 아래서 두 시간 동안 작업하자 약 4분의 1에이커의 풀을 벤다. 트랙터만 있었으면 길어봐야 5분이면 끝났을 일이다. 페니가 땀을 흘리며 차 한 잔을 들고 구원자처럼 나타난다. “어떻게 되어가?” 그녀가 얼굴을 찡그리며 묻는다.
“끝내줘!” 내가 고함을 치듯 말한다. 농담이 아니다. 지난 10년간 농업에 종사하면서 송아지를 받을 때를 제외하면 지금처럼 큰 만족감을 안겨준 일은 없었다. 나는 거의 황홀경에 빠져 있다. (본문 213쪽)
처음에는 청천벽력 같은 생고생이라고 여겼던 일이, 막상 집중하다 보니 노동이 주는 아름다움에 빠져드는 장면이다. 기계로 잘랐을 때와는 다르게 깔끔한 풀의 단면, 높다란 기계에 올라 조작할 때는 느낄 수 없었던 풀내음, 기계의 진동음이 아닌 낫질을 할 때마다 들려오는 리드미컬한 스윽스윽 소리, 그 모든 것이 풀베기를 하나의 예술로 만든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건초는 겨울 동안 가축들의 일용할 양식이 된다.
가축을 키우는 기쁨과 슬픔
소와 양을 키우는 지은이에게는 자신이 키우는 가축을 존중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그러나 한번은 그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어느 날 수십 마리 양의 털을 깎다가 너무 지친 나머지, 얌전히 있지 않고 날뛰는 양들의 목에 밧줄을 걸어 묶어놓고 작업을 한다. 그는 이 이야기가 부끄러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다. 이 일화는 가축을 기르는 것이 낭만적인 것만은 아님을 보여준다.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가축을 보내야 할 때도 있다. 결핵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을 보이는 소는 법에 따라 도축해야 한다. 주인이 할 수 있는 다른 일은 없다. 그래서 결핵 검사를 위해 수의사가 방문하는 날이 지은이가 일 년 중 가장 싫어하는 날이다. 올해는 한 녀석의 목이 부어올라 저자는 수의사가 다시 방문할 때까지 노심초사한다. 다행히 그 혹은 허용치 안에 들어가고, 저자는 뛸 듯이 기뻐한다.
그가 사랑했던 늙은 암소 마고의 죽음은 아마 이 책에서 가장 슬프고 감동적인 이야기일 것이다. 나이가 들어 관절염을 앓던 마고는 최근 몇 차례 넘어지는 위기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사람들이나 지프차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일어서서 다시 행복하고 느긋한 걸음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날, 마고는 위기를 다시 극복하지 못한다. 도랑에 빠진 이 암소를 트랙터로 끌어올렸지만 눈동자가 뒤집히고 버둥대는 이 암소는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
마고의 딸 미라벨이 느릿느릿 걸어와 코로 엄마를 건드려본다. 안개 속에 스며 있는 죽음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나는 안락사로 마고의 고통을 멈춰주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 수의사에게 전화를 건다. 마고는 수의사도, 이들이 풍기는 소독약과 질병의 냄새도 싫어한다. 나이 많은 이 암컷은 자연스럽게 생명이 꺼져가고 있고, 나는 이제 그만 세상에서 놓아주기로 한다. (…) 나는 까마귀들이 눈을 쪼아 먹지 못하도록 마고의 얼굴을 사탕무 자루로 덮어준다. (본문 306쪽)
지은이는 마고를 그가 있어야 할 곳인 이 들판에 묻어 토양의 양분이 되도록 하고 싶었지만, 정부 방침에 따라 그 사체는 도살장에서 소각되어야 한다. 현대 축산에서 질병관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법이지만, 마음이 쓸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자연을 생각할 때 우리는 흔히 생명을 먼저 생각하지만, 그 안에는 죽음도 존재한다. 그리고 그 죽음은 다시 다른 생명을 불러온다. 그리고 그러한 작은 삶과 죽음이 반복되는 것, 올해 일어난 일들이 내년에도, 그리고 그다음 해에도 다시 순환하는 것, 그것이 자연이다.
때로는 방치하는 것이 좋을 때가 있다. 도시에서는 부자들이 언덕에 살지만 시골에서는 반대로 가난한 사람들이 언덕에 산다. 대규모 목장과 농장을 소유한 사람들은 평야를 가지고 있다. 언덕에 농장이 있는 사람들은 자기 토지를 개량하기에는 자금이 턱없이 부족해 다량의 제초제를 뿌린다. 가난처럼 어떤 것도 보호되지 못한다. (본문 22쪽)
일부 지렁이는 행동 능력을 상실한, 즉 죽은 상태였다. 들판이 생명과 성장의 장소라고 생각하는가? 맞는 말이다. 그러나 동시에 거대한 묘지이기도 하다. 죽은 양을 들판에 묻은 적이 있다. 그리고 울타리 기둥을 설치하려 구멍을 파다가 이전에 다른 사람들도 그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자기 굴속에서 죽은 야생동물도 있다. (본문 82쪽)
벌거벗고 쓸모없어 안식처가 될 수 없는 마시필드 산울타리 밑에서 힘없이 늘어져 풀밭에 앉아 있는, 눈에 절망이 서려 있는 박새 한 마리를 지나친다. 겨울은 십일조를 거두어들이고 있다. 나는 돌아가는 길에 이 새를 거둬 집으로 데려가서 따뜻하게 해주고 먹이를 주리라 다짐한다. (…) 박새를 본 곳으로 돌아갔을 때 새는 이미 죽어 있었다. 추위로 감각을 잃은 손에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새를 담는다. (본문 37-38쪽)
밤에 들려오는 합창도 있다. 그리고 불빛이 새하얀 면사포처럼 고혹적인 오늘 같은 날이 이 합창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땅거미가 지는 대기는 알맞게 촉촉하고, 봄 목초지의 꽃향기가 더욱 진하게 퍼진다. 서로 맞은편에, 다시 말해 한 마리는 그로브 산울타리에, 다른 한 마리는 뱅크필드 산울타리에 앉아 있는 두 마리의 검은지빠귀가 이 세계에서 자신의 영역을 선포하며 서로를 향해 정신없이 지저귄다. 아, 5월이 왔다. 잉글랜드에, 이 목초지에 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본문 144쪽)
즐거운 5월은 새들의 아침 지저귐 소리를 듣는 달이자 여우를 관찰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부모가 배고픈 새끼들을 이끌고 햇살 아래로 나오고, 새끼들이 땅 위에서 장난을 치며 놀기 때문이다. 오늘 밤 새끼 여우들은 경계가 완전히 풀어져 있다. 잡목림에서 나와 울타리 아래로 살금살금 움직인 다음 들판을 덮고 있는 풀밭 위에서 요란 법석을 떨며 장난을 친다. 이들의 청록색 눈이 내가 접근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10미터쯤 가까워져서야 굴 안으로 재빨리 도망간다. 이런 상태는 오래가지 않는다. 한 달만 지나면 이들은 나를, 인간을 경계하게 되고, 밤을 좋아하는 본성이 깨어날 것이다. (본문 145쪽)
철제문을 재빨리 타고 넘어 울타리로 둘러쳐진 맨땅의 방목지로 들어가면서 얼핏 프레다의 옷이 분홍색 돼지들과 뒤얽혀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들은 마치 정육점의 소시지처럼 바닥에 누워 있었다. 세상이 끝나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말해줄 수 있다. 당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녹아내리면서 사라지고 삶이 환영임을, 영원히 확장되는 혼돈의 우주를 덮고 있는 예쁜 장막임을 깨닫게 된다. 끔찍했던 몇 초 동안 나는 돼지가 프레다를 잡아먹은 줄 알았다.
나는 비틀거리며 돼지들 쪽으로 나아갔고, 프레다가 옷 속에 감싸여 있는 모습을 보았다. 프레다에게 다가가 어여쁘고 불그스레한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숨을 쉬고 있음을 알았다. 세상이 다시 천연색으로 바뀌었고, 시간이 제 속도를 찾았다. 내 상상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 순간에 새들도 노래하기 시작했다고 확신한다. 프레다는 돼지 두 마리 사이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본문 190-191쪽)
농장 일꾼들은 좀처럼 무언가를 찬양하거나 일이 즐거웠다고 인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노인들을 제외하면 누구도 기계장치 도입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건초 작업만은 예외였다. 적어도 이곳에서는 그렇다. 이들은 하나같이 현재의 일을 싫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과거를 찬미했다. 이들이 말했다. 과거에 우리는 제대로 된 건초를 만들었다. 과거에는 건초 작업이 일종의 휴가처럼 여겨졌다. 가족들이 들판으로 나오고, 근사한 소풍 도시락이 준비되고, 맥주가 끊임없이 공급되었음은 물론이다.(본문 215쪽)
“맙소사. 저걸로 도대체 뭘 하려는 거죠?”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밴에서 내려 건초 더미 주위를 돌면서 밑부분을 면밀히 살핀다. “밑에 받침을 놓았네요. 습기를 막아주니 잘한 거예요.”
제프의 눈빛이 이상할 정도로 쾌활하다. “건초 더미를 못 본 지……” 그는 힘없이 머리를 흔든다. “얼마나 됐더라? 한 40년은 됐나?” 그러더니 말한다. “이리 와요. 완전히 쓰러지기 전에 이 녀석을 세워줍시다.”
우리는 오래된 나무 막대와 몇몇 도구들을 사용해 건초 더미를 다시 똑바로 세우는 데 성공한다.
“쓰러진 건초 더미를 두고 누가 뭐라고 하면 시계를 잃어버려서 건초 더미의 옆 부분을 헤쳐봐야 했다고 말해요. 건초 더미가 쓰러질 때마다 우리가 항상 했던 말이죠.”
다시 트럭(헤리퍼드 사람들은 밴을 항상 트럭이라고 부른다)에 올라타면서 “그건 그렇고 잘 만든 건초네요”라고 그가 말한다. 시골의 특징을 간직한 마지막 사람 중 한 명으로부터 칭찬을 받는 순간이다. (본문 242-243쪽)
나는 박제된 여우를 좋아했지만 우리 집 닭과 오리, 새끼 양을 죽인 살아 있는 여우에게는 한 번도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존중과 사랑은 별개다. 나의 이런 양면성은 내가 가진 또 다른 측면과 완벽하게 부합하는데, 내가 아는 한 나는 말을 타고 여우 사냥을 하면서 여우 사냥 반대 운동을 하는 유일한 사람이다.(본문 324쪽)

목초지 지도
들어가며
1월
2월
3월
4월
5월
6월
7월
8월
9월
10월
11월
12월
서재의 책과 음악 목록
감사의 말
목초지의 식물들
목초지의 동물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