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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7756446 / 126쪽 128 x 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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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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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여기 이 가련한 소녀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다면, 문학은 정의로운 것이다. 한 오래되고 아픈 여인의 옛날이 지금 여기에서 노래가 된다면 거기에는 또 다른 미래가 있을 것이다. 아프고 고통스러운 옛날조차 하나의 비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학에는 언제나 다음이 있다. 제 외로움의 아픔 속으로 자맥질해 가서 거기서 더듬더듬 한 조각의 미래가 명멸하는 것을 보는 그 전율의 순간에 시가 있었다면, 그는 이후로 풍파와 공허와 이토록 을씨년스럽고 비루한 고독을 견딜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성냥팔이 소녀처럼 한 줄기의 환상에 기대어 ‘세포 속에 자신만의 방을 만들고’(?소녀와 과학실?), 연애를 구걸하고(?우리는 태초에 꽃의 이름으로 태어나?), 그리고 응답 없는 침묵과 광기 어린 고독 속에 자신을 더욱 맹목적으로 기투할 수밖에는 없는 것이리라. 그러한 이유는 오직 시만이 그에게 고드름 같은 휴식을 주었기 때문이다. 한 외로움 속에서 다른 외로움을 마주쳐야만 하는 것이 고드름이지만 고드름이라는 한 형식이 또한 하나의 삶을 가능하게 한다(?고드름?). 불행조차 존재의 거푸집이 될 수 있는 것이니, 얼어붙은 눈물의 결정이면서 다른 눈물의 젖줄을 대는 ‘고드름’이 또한 박송이이며 박송이의 시이다. 어미의 죽음을 마주하면서 동시에 아이에게 젖을 물려야 하는 저 ?회전목마? 속의 삶처럼 말이다.
―이현승(시인)
시인의 말
열어야 할 문이 병실이래도
만져야 할 몸이 머리카락뿐이래도
아픈 엄마래도
책 속에서
회전목마
나무가 된다는 건 대단한 일이야
호스피스에서 엄마가 말했다
떨구는 몸을 닮아야 하기 때문이지
떨어지는 산소 포화도가 말했다
그건 뒷굽이나 동전 가령
지우개 똥 같은 데
마음을 쏟는 일이야
향이 재가 되면서 말했다
나무는 비명을 지르지 않아
숲은 혼자 울지 않기 때문이지
오동나무 관 뚜껑을 닫으며
울면서 상주가 말했다
죽은 몸보다 위태로운 건
한없는 외로움이지
남은 문상객이 말했다
참 뜨거운 인생이었어
불타면서 오동나무가 말했다
밥! 밥! 밥!
배고픈 딸이 울었다
딸이 우니까 젖이 돌았다
납골당 한여름 속에서
이파리들이 벚나무를
쪽쪽 빨아먹고 있었다
시인의 말
열어야 할 문이 병실이래도
만져야 할 몸이 머리카락뿐이래도
아픈 엄마래도
회전목마
나무가 된다는 건 대단한 일이야
호스피스에서 엄마가 말했다
떨구는 몸을 닮아야 하기 때문이지
떨어지는 산소 포화도가 말했다
그건 뒷굽이나 동전 가령
지우개 똥 같은 데
마음을 쏟는 일이야
향이 재가 되면서 말했다
나무는 비명을 지르지 않아
숲은 혼자 울지 않기 때문이지
오동나무 관 뚜껑을 닫으며
울면서 상주가 말했다
죽은 몸보다 위태로운 건
한없는 외로움이지
남은 문상객이 말했다
참 뜨거운 인생이었어
불타면서 오동나무가 말했다
밥! 밥! 밥!
배고픈 딸이 울었다
딸이 우니까 젖이 돌았다
납골당 한여름 속에서
이파리들이 벚나무를
쪽쪽 빨아먹고 있었다 ***
화무
花無를 쓴다
꽃이 없다는 말
누구도 꽃이 아니라는 말
실은 누구도 꽃이라는 말
장미도 아니고 동백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모든 시절의
꽃을 쓰면서 꽃을 지운다
꽃은 저마다 다른 사정으로
누구는 이냥 피고 누구는 마냥 피고
누구는 그냥 피고 누구는 저냥 진다
그러기에 너도 나도
잘난 꽃도
못난 꽃도 아니다
내가 아는 진실은
피고 지는 꽃의 운명을
우리가 따라갈 거라는 거
망가지고 버려진 꽃들은
저가 꽃인 줄 모르고
낙담했을 것이다
떨어진 꽃을 줍는다
떨어지지 못한 자책으로
화선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붓을 들고 조문하는 날
우리는 꽃이 아니었기에
꽃이었다고
사라진 꽃들을
볼 수 없어서
花無를 쓴다 ***
광화문 꽃집
꽃이 한창입니다
꽃이 총이 아닌 까닭에
우리는 얼마나 무사합니까
핀 자리와 진 자릴 노래하다
피는 꽃은 다시 피는 꽃이라고
봄이 가고 봄이 가고 봄이 가고 봄이 옵니다 ***
시인의 말
제1부
우리는 태초에 꽃의 이름으로 태어나 ― 11
바다사막 ― 13
소녀와 과학실 ― 15
머리카락 ― 17
메이킹 포토 ― 19
통증 ― 20
새는 없다 ― 21
작은 별 ― 24
장마 ― 26
블랙 ― 28
성락원 ― 30
무향실 ― 31
오후의 빵집 ― 32
고백 ― 33
스트로크 ― 34
제2부
구름이 지나가는 마을, 론세스바예스 ― 39
이별수선실 ― 41
먼지의 고백 ― 43
장미 ― 44
버짐꽃 ― 46
스무 살 ― 48
아파트 ― 49
나무항구 ― 50
꽃 피는 엄마 ― 51
쉰 ― 53
돼지 ― 54
자살바위에서 춤춤 ― 56
옥탑 ― 58
초승달 ― 60
모기 ― 61
피어올라야 꽃이라지만 ― 62
오래 취한 소리 ― 63
제3부
천창 ― 69
노숙 ― 70
고드름 ― 72
느리게 읽기 ― 74
벽 ― 76
화무 ― 78
독감 ― 80
기러기 ― 81
감정 ― 82
슬픔의 총량 ― 84
미역국 ― 85
입덧 ― 86
통돌이 ― 88
회전목마 ― 90
관점 ― 92
광화문 꽃집 ― 94
삼청동 연가 ― 95
부부 의자 ― 98
엄마 이제 그만 가 ― 99
해설
기혁 공동체의 일상 속에서 조용한 심장을 뛰게 하는 은유 ― 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