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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0263016 / 372쪽 137 x 1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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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홀로 키운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고, 집단 성폭행까지 당한 서른 살의 정혜지는 아들의 마지막 숨결이 남아 있는 마포대교에서 죽고자 한다. 삶에 아무런 미련 없이 마포대교에서 뛰어내리지만 자살에 실패한다. 두 사람을 구한 사람은 스스로를 ‘천사’라고 소개하며 도움을 주겠다고 하는데…. 천사 노인은 역시 마포대교에서 자살을 시도했던 초등학생 한수호까지 총 세 사람을 한 자리에 모은다. 이유는 각자 다르지만 마포대교에서 뛰어내렸던 세 사람에게 천사 노인은 섬에서 일 년 동안 한 집에서 생활하면 거액을 주겠다는 기묘한 제안을 한다. 믿는 둥 마는 둥, 천사 노인의 제안을 수락한 세 사람은 마침내 해청도라는 섬마을에서의 생활을 시작한다.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마음은 여리고 착한 시우, 고아로 자라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자 했으나 고통스런 지난 일로 남자에 대한 불신에 가득 찬 혜지, 그리고 아버지를 따라 자살을 생각할 만큼 인생의 고난을 일찍 알아버렸음에도 초등학생일 수밖에 없는 수호. 그렇게 각기 다른 성격의 세 명이 해청도에서의 약속된 1년의 삶을 이어가는데…. 그들이 살게 된 섬마을 해청도에는 불안한 느낌을 주는 이웃들이 있었다. 무당처럼 세 사람의 과거를 꿰뚫고 있는 명미희, 혜지를 성폭행한 범인으로 의심받는 그녀의 남편 추정우, 혜지에게 비정상적인 관심을 보이는 수호의 담임교사 박정호까지…. 그렇게 아슬아슬 해청도에서의 삶을 이어가는 세 사람의 관계가 미묘하게 얽히며 심리적 변화를 겪어가는 와중에 예상치 못한 상황들에 맞닥뜨린다. 혜지에 대한 박정호의 집착이 만들어낸 얘기치 못한 상황이 끝나는가 하더니, 과거 끔찍한 성폭행의 악몽이 혜지에게 찾아오는데…. 사건을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가 새로이 맺어지고, 쌓였던 오해들이 서서히 풀리며 숨겨왔던 진실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렇게 세 사람을 자살로 몰아넣었던 무거운 삶의 무게들이 한 꺼풀씩 벗겨지고, 각자가 짊어져야 했던 삶의 무게를 서로 나누고 위로하며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그들 앞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반전의 상황이 펼쳐진다. “삶을 포기할 이유는 수만 가지이다. 하지만 그 삶을 붙들어야 할 이유는 단 하나면 족하다!” 2000년대 이후 한국 사회에 거세게 몰아닥친 신자유주의 물결은 개인들의 삶을 철저히 고립화시켰다. 그렇게 고립되고 파편화된 개인들이 하루하루 힘겹게 자신들의 삶을 영위하면서 만들어진 ‘OECD 자살률 1위’라는 불편한 진실 위에 오늘도 또 누군가는 마포대교 난간에 서 위태로운 삶의 경계를 저울질한다. 극단적인 선택을 언론은 그게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었냐는 듯 건조하게 알린다. “죽겠다”, “죽을 만큼 힘들다”, “죽고 싶다”는 말은 일상이 되었고, 때로는 익명성에 기대어 누군가에게 “죽어라”라고 하는 저주조차 거리낌 없다. 이러한 세태에 작가는 단호하게 명령한다. “죽어도 죽지 마!” 지독한 고독, 벗어날 수 없는 궁핍의 굴레, 사랑의 배신과 무서운 폭력 등 자존감과 희망을 잃은 자들이 의지할 데 없이 온전히 자신의 삶을 결정해야 하는 각자도생의 시대에, 어쩌면‘자살’은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자존심일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자살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커다란 위안이 된다. 그 생각으로 수많은 끔찍한 밤을 견디게 된다.”는 니체의 말처럼 자살에 대한 번뇌로 가슴 저린 위로를 할지도 모른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작가는 그런 사람들을 위한 위로를 넘어 ‘살아야 할 하나의 이유’를 소설로 제시한다. “죽을 의지로 오늘을 살라”는 허공에 흩어질 의미 없는 권유가 아니라, ‘그럼에도 살아야 할 하나의 이유’, ‘삶을 부여잡을 하나의 이유’를 찾아 삶을 영위하길 소원한다. 그리고 마지막 선택의 순간에 내미는 누군가의 절망의 손을 아무 이유 없이 무조건 잡아줄 것을 독자들에게 요청한다. 애초에 삶의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삶 자체가 의미이므로. 이 책의 편집을 마무리하던 시점인 2019년 7월 15일자 <경향신문>에 연재 중인 <손아람 작가의 다리를 걷다 떠오는 생각>의 네 번째 글 “죽음보다 나은 방법이 분명히 남아 있을 겁니다.”라는 이야기가 실렸다. 손아람 작가는 연재에서 한강 다리 전체 투신 시도의 약 40%, 투신 신고 및 상담 전화의 약 70%가 마포대교에서 위에서 발생했다며 ‘마포대교 보안관’으로 홀로 대교를 지키며 타인의 삶에 공감하는 김인식씨와의 인터뷰를 실었다. 한편 2015년 12월 29일 동아일보와 채널 A는 ‘제5회 영예로운 제복상’ 대상 수상자로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이정남 경위를 선정했다. 이정남 경위는 마포대교에서만 당시까지 233명의 소중한 목숨을 구했다. 오늘도 마포대교 천사는 난간에 기대어 삶의 경계를 저울질하는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고 있을지 모른다. 이 소설을 집어든 당신이 바로 마포대교뿐 아니라 생과 사의 경계에서 고독에 몸부림치는 누군가에게는 ‘천사’가 될 수 있다.
‘가수 하윤영, 자살로 결론. 꽃잎의 정체도 밝혀져’
지난 23일 자택 욕조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가수 하윤영 씨의 사망 사건이 자살로 결론 났다.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 관계자는 외부인의 침입 흔적이 전혀 없으며, 스스로 손목을 그은 것이라고 발표했다. 경찰은 이번 발표에서 소문으로만 전해지던 이른바 ‘꽃잎 미스터리’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하윤영 씨의 시신이 발견된 욕조에 붉은색 꽃잎이 띄워져 있었으며, 그 꽃이 에리카라고 전한 것이다. 수사상의 비밀로 여겨진 꽃잎에 관한 이야기가 어떻게 알려졌는지는 아직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하윤영 씨의 죽음만큼이나 세간을 들썩이게 했던 ‘꽃잎 미스터리’가 사실로 밝혀진 순간이었다. -프롤로그
“누, 누구세요?”
순간 시우의 왼뺨에 불이 일었다. 노인이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시우의 뺨을 갈긴 것이다.
“천사다, 씹새야.”
“왜…, 왜 이러세요?”
짜악. 이번엔 오른뺨이었다.
“기껏 살려줬더니 왜 자꾸 죽으려고 해?”
“뭐, 뭐라고요?”
“이 새끼야, 내가 너 구한다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누가 구해 달라고 했어요?”
“싸가지 없는 새끼. 말하는 꼬라지 봐라.”
“할아버지가 저를 구했나요?”
“그래.”
“혼자서요?”
“그래.”
“그럼 저번에도 저를 구한 게 할아버지라고요?”
“그래, 이 새끼야.” -1장 천사
세상과의 인연도 앞으로 100일이면 끝이다. 부모의 사랑을 받아 본 적도 없고, 그렇게 꿈꾸었던 아이돌이 되지도 못했다. 행복한 결혼은커녕 하나뿐인 자식마저 지켜내지 못했다. 매 순간 옳다고 믿는 일에 최선을 다했건만 현실은 늘 그녀를 패배자로 만들었다. 그녀에게 행복은 쉬이 허락되지 않았다. 이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패배의 끈을 놓고 싶었다. 태서와 함께하고 싶었다.
태서의 목숨 값으로 받은 돈은 모두 천사의 언덕에 익명으로 기부했다. 태서의 목숨 값 한 푼도 자신을 위해 사용할 수 없었다. 어차피 곧 태서를 따를 터, 쓸 곳도 시간도 없었다. 경제적 궁핍이 지금까지 그렇게 악착스럽게 괴롭혀 왔지만 마침내 그녀는 그 궁핍을 이겨냈다. 죽음을 앞두고 비로소 승리감을 느꼈다. 결승선을 알고 달려가는 일이 이렇게 편안하구나.
더 이상 현실의 고통은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럴 줄로만 알았다. -1장 천사
권순자. 그녀는 자신이 약해졌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해가 뜨면 더욱 밝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했다. 두려움을 말하고 인정하는 순간, 정말 두려움에 빠질 것 같았다. 낮에는 밝고 활발한, 밤에는 음울한 생활이 반복되었다.
결국 그녀는 낮과 밤의 괴리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리움 앞에 마침내 무릎을 꺾었다. 그간 잘 버텨왔지만, 이번 명절은 견디기 힘들었다. 유독 가족이 그리웠다. 목줄이 기도를 막아오는 순간 깨달았다. 그간 잘 이겨왔었던 것이 아니라, 잘 숨겨왔었던 것이었음을. 사랑하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결코 이길 수 없는 것임을.
예상치 못한 슬픔이 내려앉은 섬마을은 고요했다. 해청도에서 자살은 유례없는 일이라 누구도 쉽게 말을 꺼내려 하지 않았다. 해청도마저 그녀를 조용히 보내주려 했는지 장례식 내내 파도조차 숨을 죽였다. 그렇게 그녀는 눈을 감았다. -3장 해청도
“깨끗하지 못하잖아. 갖은 상처로 삶에 구름만 잔뜩 낀 나를 네가 어떻게….”
구름, 이라고 했다. 혜지는 스스로를 늘 그렇게 생각해온 듯했다. 순간 시우의 머리에 혜지와 함께 본 노을이 떠올랐다. 비로소 가족이라고 느꼈던 해청도에서의 그날. 그날의 노을에도 구름이 끼어 있었다.
“너 노을이 좋다고 했지? 태양이 진실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라서.”
“맞아. 기억하고 있었구나.”
“아름다운 노을을 매일 보고 싶다고도 했었지?”
“그래.”
“혜지야, 모두 맑은 날을 꿈꾸지만, 진정 아름다운 노을을 보려면 적당한 구름이 필요하대. 네게 낀 그 구름이 남은 인생에서 미치도록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게 도와줄 거야.”
-4장 노을
프롤로그. 에리카꽃
1장. 천사
2장. 해청도
3장. 붉노랑상사화
4장. 노을
에필로그. 개나리의 꽃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