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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우리는 여기에 산다.”
우리가 외면해 온 것들의 자기선언서
이야기는 탁 트인 잔디밭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잔디, 여기에 산다.” 잔디가 말한다. 작품의 화자인 잔디들이 사는 곳은 도입에서 스프링클러가 콸콸 물을 뿜어 내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인공적으로 조성된 골프장이다. 목 마를 일 없는 그곳에서 잔디들은 쑥쑥 자란다. 골프장 조경에 쓰이는 다량의 물과 농약 그리고 제초제 때문에 벌어지는 그 주변의 피해는 알 길이 없다. 그런 잔디들에게 자연 거름의 맛을 선사하는 작은 개와 고양이, 그리고 알록달록한 풀의 아름다움을 알려 주는 민들레, 방동사니, 까마중, 소루쟁이 등이 하나둘 찾아온다. 갖가지 풀과 동물이 한데 엉켜 자연스레 어울리려는 찰나, 골프장 노동자들이 나타난다. 그들은 삐쭉빼쭉 웃자란 잔디들을 서로 똑같은 길이로 다듬고 제초제를 뿌려 잔디와 ‘잡초’를 구별해 가른다. 뜬금없는 단발령에 머리를 잘리고, 시원한 주스(제초제)를 마셨을 뿐인데 친구들과 헤어지게 된 잔디들은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일이 어리둥절하다. 난생처음 만나는 골프장 잔디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익숙한 기억을 불러오게 된다. 언젠가 분명히 겪었으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상처로 남은 폭력들, 자본이 건설하고 조성하는 인공 낙원을 위해 사라져야만 했던 수많은 삶들, 그리고 그들을 외면하느라 가리고 숨겼던 감정들이 다시금 풀썩 일어난다. 이윽고 그들은 “우리는 여기에 산다”고, 우리 마음 속에서 줄곧 내 오던 목소리의 볼륨을 높일 것이다.
“독창적인 것은 낯선 것과 달라서 처음 보는 것이라도
친숙한 무엇을 갖고 있다. 바로 그런 작품을 찾고자 했다.”
_제2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심사평 중
제초된 땅에 싹을 틔우는 작고 여린 것들의 힘
선명한 색감과 시원한 여백이 빚어 내는 자유롭고도 평화로운 분위기, 곳곳에 배치된 유머러스한 장치들과 과감한 전개 덕분에 독자는 작품 속 존재들과 춤추듯 어울리며 쉼 없이 달려 나간다. 때로는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인 양 가까이, 때로는 아득한 먼 곳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멀리, 이쪽저쪽을 활달하게 오가며 그려낸 장면들과 감정을 배제한 담백한 글의 조화 덕분에 우리는 작품에 등장하는 여러 삶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다. 그러다 마침내 마주하게 되는 것은 충격적인 시련이지만, 작가는 작품의 마지막에 ‘삶은 쉽게 스러지지 않는다’는 희망을 남겨 놓았다. 그리고 말끔하게 제초된 잔디밭에 어김없이 훌훌 날아오는 무수한 홀씨들을 통해 미결된 감정과 외면해 온 진실은 언젠가 다시 우리를 찾아온다는 것을, 다소 고통스러울지라도 그들과 마주보는 것이 진정한 치유의 시작이라는 것을 이야기해 준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들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작가 사이다이기에 전할 수 있는 독보적인 이야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