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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3022213 / 560쪽 147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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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긴장되니?”
소녀의 떨림은 이 공간에서 유일하게 남자만이 알 것이었다. 아실리는 고개를 살짝 들어 카스토르를 바라봤다. 불투명한 실루엣임에도 그의 표정이 그려지는 것만 같다.
“떨리지 않아요.”
무대에 올라선 두 남녀는 천천히 잡았던 손을 놓고 떨어졌다. 무대의 끝과 끝. 고요만이 거대한 흰 공간을 차지했다. 이 순간 수많은 사람의 숨소리도 잊고 아실리는 공기에 집중했다.
팔에서 타는 듯한 감각이 느껴지더니 팔에서부터 자란 넝쿨이 팔을 감싸며 새하얀 꽃을 피웠다. 그리고 그것은 천천히 보랏빛으로 변해 산화하더니 흩어져 사라진다.
그 순간 긴 뿔피리가 시작을 알렸다. 새하얀 빛줄기는 불카누스의 신호였다. 이내 모든 조명이 꺼지고 칠흑 같은 공간에서 남자와 마주한다. 더는 폭군이 아니었다.
‘주신.’
토가만 걸친 남자가 발걸음을 디딘 순간 그의 발끝에서부터 풀꽃이 돋아난다. 만개한 넝쿨은 꽃이 되고 나무가 되며 씨앗이 되었다가 잎과 햇살과 꽃잎을 흩뿌렸다. 신록이 되살아나는 계절, 그것은 주신이 나타나며 생겨난 이 제국의 시작이었다.
주신은 먼 옛날 제국의 터가 될 땅에 거대한 범람을 일으켰다. 그건 권태를 느낀 신의 변덕이었다. 주신은 늘 권태로웠고 무한의 지루함에 빠져 주어진 땅을 되살리고 다시 묻기를 반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신은 제가 죽이고 살렸던 땅에 꿈틀거리며 살아남은 생명을 발견했다.
인간이었다.
신의 노여움을 두려워한 인간들이 산꼭대기 제단에 올려놓은 것은 사람이었다. 신은 다가가 앞에 섰다. 새하얀 베일. 그것이 서풍에 한들거리며 꼭 머리칼처럼 흩날린다.
신은 천천히 손을 들어 베일을 벗겨 냈다.
―신이시여.
그리고 드러난 맑고 말간 자색 눈동자를 마주한 순간, 긴 명에 단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는 충동을 느꼈다. 감정이라기에는 더 깊고 정의하기에는 너무나 여러 의미를 지닌 그것.
남자가 소녀의 손을 들어 입을 맞춘 순간 허리를 감아올려 하늘로 들어 올렸다. 베일은 깃털이 되어 흩어졌다. 찬란한 금발이 광휘 속에서 흩날린다. 검은 머리칼과 태양의 눈부심을 담은 금색 눈동자가 위험한 빛으로 일렁인다.
신은 제게 바쳐진 인간을 본 순간 강렬한 충동을 느꼈다.
이것은 무엇인가?
신은 이것을 사랑이라 부르기로 했다.
주신과 초대 황제의 관계는 수많은 관계로 해석되었다. 그리고 과거 해석한 자의 해석에 따라 「프리모 살바티오」는 성질을 달리했다.
달콤한 사랑을 속삭이는 주신의 소야곡이 되기도 했고, 한때의 춤은 지지 않는 건국을 알리는 교향곡이었으며 어느 날에는 그들의 우정을 널리 알리는 부드러운 야상곡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 순간 아실리의 감정과 장치에 증폭에 따른 황금빛이 주신의 빛을 흉내 내 카스토르의 주변을 맴돌았다.
카스토르가 미소했다.
아실리는, 이것을 광기라 부르기로 했다.
11. 건국제 Ⅱ (2) 7
12. 당신과 나의 광시곡 66
13. 붉은 눈물 145
13.5. 헤르난데즈 디볼로 176
14. 오빠의 결혼식 223
15. 나의 기사님, 나의 검 372
16. 손 틈 사이의 진실 386
17. 낮과 밤의 교차로 418
18. 짐승, 당신의 이름은 471
19. 황폐한 땅, 피어난 작은 꽃 한 송이 5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