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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장역에 가면 우나가 있다

박성선 저 | 도화 | 2019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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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6644881 / 240쪽 / 312g / 14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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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울음소리」는 사채업자인 화자와 처음으로 정을 준 여자 소이의 삶이 울음소리를 매개로 눈물겹게 그려지고 있다. 이 소설에서 울음소리는 이중적인 의미인데 하나는 그야말로 객관적인 ‘울음’ 소리이다. 또 다른 하나는 주관적인 의미로 울음이 가져오는 기억이다. 백수의 사랑이야기를 맛깔스러운 입심으로 풀어놓은 「사랑니」는 첫사랑의 메아리가 오래도록 가슴에서 떠나지 않으면서도 인물의 잔상이 짙다. 나와 은혜 사이의 우연과 소통의 교란 그리고 반전이 흥미를 유발한다. 「은행나무집 딸」은 은행나무집 딸 금이와 태일 오빠 두 사람의 운명을 축으로 따뜻하면서도 정감어린 그 시절을 들려준다. 이 소설이 더 슬프고 순후하게 다가오는 것은 태일 오빠의 죽음이 이젠 안타까움에 한숨짓던 가슴 설레는 어떤 시대의 종언, 속절없이 그 시절의 종언을 고하기 때문이다. 「8호실」은 노래방의 특8호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최루성이 짙다. 가난과 물질, 피폐하고 혼동인 현실의 구체적인 무게 또한 느껴진다. 물질이 우선하는 현실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외경심을 나타내는 작가의 태도가 질 반영된 작품이다. 「부부」는 염만구라는 인물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임대사업자인 염만구는 후처들에게 자식을 몇이나 둘 정도로 호색한이지만 본처인 도시랑댁의 죽음 앞에서 사람이 영판 달라지더니 죽고 만다. 작가는 그런 염만구를 무작정 미워할 수 없게 다층적이고 입체감 있도록 그려내어 독자들에게 도대체 인생에서 부부의 연이란 무엇인가를 묻게 만든다. 「친구의 아들」은 표면적으로는 친구 아들의 죽음을 다루고 있지만, 잘못된 사랑에서 비롯된 비극을 통해 인간의 속내를 예리하게 간파하고 있다. 소희와 세현의 사랑은 남녀간의 대등한 사랑이 아니라 결핍이 만들어낸 것으로 태생부터가 의미심장하다. 표제작인 「마장역에 가면 우나가 있다」는 사랑하는 남자를 잃은 여자의 애절한 심리가 고양이 우나의 사연과 겹쳐지면서 그 진폭이 크다. 예나와 영우 두 사람의 자아가 교차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그 이중구조의 교치지점으로 들어온 고양이 우나 때문에 예나 의식의 내면풍경이 변화의 조짐을 보이는 것이 인상적이다. 「바람의 아가」는 내 친구 수재와 지후 오빠의 운명적인 사랑과 내 마음의 성장을 복합적으로 그린 작품으로 여러 이야기들이 공존한다. 서로 무관해 보이는 이야기들 속에 성립하는 인간관계의 특수성은 겉으로 드러난 수재의 이야기 밑에 흐르는 또다른 이야기를 감지하게 만드는데 그 이야기들은 상호반영을 이룬다. 「비가 온다」는 비가 오는 풍경으로 시작하는 소설의 분위기와 살인교사 죄로 교도소까지 같다온 수희의 굴곡진 인생이 묘한 하모니를 이루는 슬픔의 여운이 질기다. 아픔의 경험과 그것이 가져오는 상처의 진폭과 깊이가 ‘눈물에 짐긴 대화’로 마무리하는 애잔함과 맞물려 비극의 이면을 더욱 극대화하고 있다. 박성선의 소설집 「마장역에 가면 우나가 있다」는 전지적 설명이 없어도 개인의 독백이나 말을 통해 인물이 형상과 감동의 여운을 끌어내고 있다. 이러한 것은 인간 존엄성에 대한 작가의 깊은 신뢰와 인간애가 있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저자 소개

삼육보건대학교 졸업. 
2006년 한국작가 단편 '귀향'으로 등단. 
소설집 <마장역에 가면 우나가 있다> 
동화집 <통방울 솔랑졸랑> 발간. 
경기문학상 소설부문신인상 수상.

책 속에서

안에서 울음소리가 새어 나온다. 그 소리. 듣는 이의 가슴을 치는 그 소리. 듣는 이의 가슴을 치는 그 울음은 분명 귀에 익은 그녀의 울음소리이다. 저토록 서러운 저 울음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의 마음 깊이 남아 두고두고 고마운 생각이 들게 했던 저 울음소리는 저 여인이 살아가는 방법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음소리를 듣는 지금 그의 가슴 깊은 곳에서 아픔 같고 슬픔도 같은 것이 고인다. 거짓 울음은 남의 마음을 울릴 수가 없다. 그토록 기구한 삶을 살았다면 그렇다면, 그녀의 애절한 울음은 죽은 자에 대한 애도가 아니라 자신의 일생에 대한 애도가 아닐까. 멍하니 울음소리를 들으며 서있던 그는 슬그머니 돌아선다. (「울음소리」 중에서)

치대를 다니는 놈은 첫사랑을 사랑니라고 부르는 건가. 결국 나는 성현진을 택해야 하나. 준호의 휴대폰이 울었다. 준호가 누구랑 통화하더니 안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준호는 은혜를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는 자랑한다.
“우리 사귄 지 오늘 백 일째 되거든… 축하해주라.”
나는 멀거니 나의 사랑니를 바라보았다.(「사랑니」 중에서)

편지를 도로 들고 오면서 슬그머니 호기심이 머리를 드는데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큰 나무 뒤에 숨어서 편지를 뜯어보았다. 아, 그때 얼마나 가슴이 뛰었던지. 그런데 내용은 별게 아니었다. 그저 간단하게 오늘 뭐 하느냐고 씌어있었고 예쁜 단풍잎과 은행잎이 몇 장 팔랑대며 떨어졌다. 기가 막혀서. 열 살밖에 안 된 나이에 간지럽도록 은밀한 사랑의 고백을 기대했던 나는 그만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이따위 시시한 심부름을 이젠 하지 말아야지 하고 결심했다. 그다음부터 나는 언니가 창문을 똑똑 두드리면 엄마가 계신 안방으로 도망쳐 라디오를 크게 틀거나 못 들은 척했다.(「은행나무집 딸」 중에서)

8호실에는 천정에 고급 샹들리에가 달렸고 또 대형 스크린 모니터가 TV 겸용이다. 성능 좋은 음향기기를 갖추었다. 다른 룸보다 세배는 더 크고, 푹신한 물소가죽 소파가 놓여있다. 소파라지만, 여느 싱글 침대 못지않게 널찍해서 두병은 이곳에 들어와 한숨 자기가 일과이다. 뿐이랴 다른 룸에 없는 냉장고도 있다. 언제나 양주를 비롯해 각종 비싼 음료가 가득 채워져 있다. 수입 대리석 바닥에다 소파가 놓여있는 부분은 양탄자가 깔려있다. 사방 벽 윗면은 검은 조각 거울로 장식해 화려함을 더해 주었다.(「8호실」 중에서)

염만구는 갔다. 아내를 보내놓고도 그가 잘 살줄 알았던 이웃들은 모두 말했다.
“따라갔구먼.”
일평생 호색으로 살았던 그가 마지막으로 부른 이름은 첫사랑 보경도 아니고 마지막까지 옆에 있던 양영희 여사도 아니고, 그토록 설움을 주었던 조강지처 도시랑댁 이화순이었다.(「부부」 중에서)

결국 소희는 결혼식도 하지 않은 채 준이를 낳았다. 우리 동네에서 난리가 났다. 소희와 세현, 그들은 얼마간 같이 살았으나 말 그대로 얼마간이다. 세현은 한동안 가출과 귀가를 번갈아 하더니 소희 모자에게 집 한 채 달랑 마련하여 주고 발을 끊었다. 그래도 잊을 만하면 나타나 준의 학비에 쓰라고 몇 푼 주고간다고 했다. 그리고 행방이 묘연해지곤 했다.(「친구의 아들」 중에서)

그때였다. 동네 통닭 옆 골목에서 고양이 새끼가 아웅거리며 걸어 나온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 아주 작은 아기 고양이다. 나도 모르게 걸음이 멈춰진다. 어머! 아기 고양이야 중얼거리며 바라보는데 큰 고양이가 잽싸게 쫓아 나오더니 아기 고양이를 물고 들어간다. 잠깐 동안 벌어진 일이다. 나는 멍하니 골목을 바라본다.(「마장역에 가면 우나가 있다」 중에서)

수재가 실종 사건을 일으킨 시점을 전후하여 우리들의 분위기는 달라져 버렸다. 나는 어색한 자리를 모면하려고 약속이 있는데 깜빡했다고 얼버무리며 그 자리를 벗어났다. 다음에 또 봐. 그렇게 말하면서 웃기는 했으나 다음에 어디서 볼 것인가? 수재와 기약 없는 약속을 하며 내 가슴 속에 찬바람이 일었다. 이제 우리는 어린애들이 아닌 거야. 철없이 같이 뒹굴고 손잡고 뛰놀던 그때는 영영 가버린 거야. 아무 생각 없이 마냥 어울리던 시절이 새삼 그립게 다가왔다가 멀어져갔다. 나도 모르는 사이 흐른 까닭모를 눈물을 훔쳤다. 어쩐지 수재와 그리고 나의 숨겨진 첫사랑 지후 오빠는 다른 세상 사람들인 것 같았다.(「바람의 아가」 중에서)

“보고 싶었어.”
가느다란 남편의 말소리는 마치 신음 같다.
“아무래도 내가 어딜 가야 할까 봐. 가기 전에 당신 목소리 한번 듣고 가려고.”
남편은 숨이 차서 수시로 말을 멈춘다.
“은아 엄마 미안해. 거길 그렇게 그만두고 싶어 했는데 눈치 없는 내가 등 떠밀어서…”
수희의 야윈 뺨으로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입안에 침이 한 방울도 없다. 분명 입술은 달싹이는데 자신도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닫지 못한다.
“잘못했어. 은아 아빠 정말 잘못했어. 용서해줘. 난 언제나 당신뿐이었어. 믿어 줘…”
두서없는 수희의 목소리가 드센 빗소리에 묻힌다. 남편도 무어라 대꾸한다. 눈물에 잠긴 대화가 굵어지는 빗소리에 묻히고 만다.(「비가 온다」 중에서)

목차

작가의 말

울음소리
사랑니
은행나무집 딸
8호실
부부
친구의 아들
마장역에 가면 우나가 있다
바람의 아가
비가 온다

해설
평범한 사람들, 평범한 이야기의 온기 _ 김성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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