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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6551118 / 124쪽 / 161g / 120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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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만인에게 공평한 ‘딱 하루치’ 「딱 하루치」라는 작품에서 시인이 말하는 것은, “만인에게 공평한 딱 하루치”의 삶이다. 그런데 “딱 하루치”의 삶은 무엇인가. 그것은 ‘자발적 가난’ 같은 것이 아니고 말 그대로 ‘공평한 삶’을 가리킨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평한 삶’은 사실 고루 가난하게 사는 삶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자본주의 사회가 노동자가 생산한 잉여가치를 ‘횡령’함으로써만 유지되는 것을 이철산 시인은 자신의 삶을 통해서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머니의 삶이기도 했는데, 「달」에서 “어머니의 평생소원은 근심 없는 하루”라고 하는 것이 그 증좌다 . 놀라운 보시를 한 해도 거르지 않았건만 자식들은 어머니 기도처럼 되지 못했다 비우고 비우고 다시 비워내는 어머니 평생소원은 저 달처럼 욕심 없는 하루였다 _「달」 부분 어머니의 삶은 “보시를 한 해도 거르지” 않으면서도 “저 달처럼 욕심 없는 하루”를 사는 것이다. 시인이 노동해방을 넘어 도달한 새로운 노동해방은 보시를 하면서도 자본주의가 심어놓은 욕망을 따르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또 「공공근로의 위력」에서 보여주듯, 이윤이 사라진 세상이기도 하다. 이윤이 없는 노동은 “고작 일당 4만원”에 지나지 않지만 “다시 시작되는 아침”을 불러온다. 시인이 보기에 지금의 노동은 자본주의적 탐욕에 찌들어 있다. “밥 한 그릇”과 “방 한 칸” 같은 “작은 평등조차” 받아들이지 않을 정도이다. 시인에게는 “경력자”이든 “미숙련자”이든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이든 “비정규직 노동자”이든 “욕심 없는 하루”를 살아야 한다. 이 절대적 평등주의와 나눔의 윤리는 그렇다고 정신 운동으로 도래하지 않는다. 낡음의 편에 서다 이철산 시인에게는 아직도 현실의 노동은 비극적이다. 이 시집에서 비극적인 노동에 대한 통찰과 시화(詩化)는 특히 돋보인다. 그러나 절대적 평등에 대한 꿈이 현실의 비극적인 노동을 우울에 빠뜨리지 않는 것은, 예컨대 어머니의 “평생소원”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나간 시간에 대한 변함없는 긍정과 사랑 때문에 그렇기도 하다. “사람들이 떠난 작은 역에서 나는 오늘 낡은 기차에 몸을 싣는다 어차피 한쪽을 택해야 한다면 낡고 버려지는 편에 나는 서고 싶은 것이다 주목하지 않는 낡은 기차에 머무르는 동안 나는 분명 세상 한쪽을 지킬 것이다”(「낡은 기차」) 같은 언술에서 독자가 느낄 수 있는 것은 고집이 아니라 긍정과 사랑이다. 단순한 시적 진술을 통해서만이 아니다. 수많은 벼림 속에서 비로소 달구어져 빛나는 강철의 기억 속에는 망가지고 부러진 채 무너진 자신조차 숨길 수 없는 고철의 질긴 생명이 숨어 있다 되살아 있다 _「강철은」 부분 버려진 고철에서 길어 올린 생생한 이미지를 통해서도 시인은 ‘낡음의 가치’를 발견한다. 시집의 2부에서 보여주는 옛 기억의 편린들도 그렇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넘어서고자 하는 꿈을 “낡아버린 기계 앞에서/ 낡아버린 노동자 앞에서” 묻는 것도 현실의 비극이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내일”이라든가 “새로운 세상”은 추상적인 미래에 있지 않다. 그러하기에 이철산의 시 편편은, 그리고 시집 전체가 풍기는 아우라는 서사가 응축된 힘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지은이의 말
모두가 일하고 싶을 때 일할 수 있는
모두가 일하지 못할 때 일을 쉴 수 있는
모두가 일하는 동안 평등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나는 가장 편협한 글쓰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시간에 출근을 하고
같은 시간에 퇴근을 하니
캄캄한 밤하늘 아무리 바라봐도
밤인지 새벽인지
같은 작업복을 입고 같은 안전화를 신고
같은 마스크를 끼고 같은 공구를 들고
현장 속으로 기계 속으로 사라져버리는 사람들
아무리 찾아봐도 기계 사이 그 사람
김 씨인지 이 씨인지
기계와 함께
같은 시간에 일을 시작하고
같은 속도로 일을 마치고
같은 속도로 맞교대를 하는
뿌연 절삭유 기름 공기 속에서 웅웅 콤프레셔 소음 속에서
기계가 돌아가는지 사람이 돌아가는지
같은 하루를
같은 일 년을
같은 십 년을
같은 한평생을 살아가는 사람들
기계 같은 사람들
사람 같은 기계들
_「착각」 전문
낡은 것들이 가차 없이 폐기 처분되었다 어떤 가치도 낡았다는 혐의 앞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기차가 그랬다 거침없었던 과거의 속도 때문이었다 어제까지 안락하게 기차에 몸을 실었던 사람들이 기차를 청산하기 시작했다 억울하지만 낡은 것들에 치를 떨었던 세상에서 선의의 피해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사실 낡은 것의 잣대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임을 나는 안다 속도가 세상 헛된 관심이 되면서부터 만족스러운 속도를 증명하지 못한 많은 것들이 퇴출되었다 일방적인 질주 앞에서 평등한 관계란 부질없는 희망인지 모른다 선천적으로 속도에 적응할 수 없는 노동자들이 먼저 낡은 기차가 되었다 노동자 철학이 그랬다 노동자 문화가 그랬다 자연스럽게 노동자들이 낡은 세상에 대한 혐의를 뒤집어쓰고 비극적인 과거를 감당해야 했다 이제 사람들은 기차를 버렸듯이 노동자를 버렸다 이 좋은 세상에 노동자라니! 사람들은 서둘러 과거 속에서 떠났다 이제 과거라고 불러줄 것이 남지 않은 세상이다 사람들이 떠난 작은 역에서 나는 오늘 낡은 기차에 몸을 싣는다 어차피 한쪽을 택해야 한다면 낡고 버려지는 편에 나는 서고 싶은 것이다 주목하지 않는 낡은 기차에 머무르는 동안 나는 분명 세상 한쪽을 지킬 것이다 그 한쪽 세상이야말로 유일한 과거임을 나는 안다
-「낡은 기차」 전문
어머니 평생소원은 근심 없는 하루였다
보름이면 먼바다 방생을 떠나
간절하게 극락정토를 부르셨다
질긴 목숨이 다해 삭은 몸뚱이 눕히면
자손들 찾아와 술 한 잔 치고 큰절 올릴
산비탈 귀퉁이 땅
부끄러운 기도 깊이 숨겨두셨다
놀라운 보시를 한 해도 거르지 않았건만
자식들은 어머니 기도처럼 되지 못했다
비우고 비우고 다시 비워내는
어머니 평생소원은 저 달처럼 욕심 없는 하루였다
_「달」 전문
조립라인에 앉은 여공
낡은 기계 앞에 매달린 어린 노동자
벗어나지 못하는 하루
빠져나갈 곳 없는 막막한 절벽
_「풍경」 전문
시간과 시간 사이
쇠망치가 손등을 내리칩니다
덜컹거리는 기계 문에 손가락을 찧습니다
초 단위 컨베이어에 목장갑이 말려듭니다
고속 회전 주축에 작업복이 낍니다
시간과 시간 사이
어린아이가 걸어옵니다
젊은 청년이 뛰어옵니다
건장한 중년이 누워 있습니다
한순간에 세상이 끝나버렸습니다
_「사이」 전문
시인의 말?4
제1부
공공근로의 위력?14
차별?15
착각?16
엉뚱한 상상?18
실업명세서?20
낡은 기차?22
어린 노동자에게?24
노동의 끝?27
세상이 바뀌었다니?28
가뭄?30
봄?32
어떤 시위?34
딱 하루치?36
아시나요?38
제2부
비산동?42
나팔꽃?44
순대?45
울기등대?46
유일한 변명?47
백일 동안?48
면회?49
이사?50
달?51
전지분유?52
훌라후프?53
똥개 유감?54
강철은?56
제3부
그녀가 무엇을 하거나?58
초짜?60
벚나무 아래?61
놀라운 노동의 가치?62
화석?64
메아리?66
육교 공포증?68
운부암?69
거미?70
독毒?72
풍경?73
만리포 갈릴리교회?74
야생 황기?76
제4부
밥값?80
한식구?82
바닥에 앉아 계십니다?84
반쪽 노동자?86
숨바꼭질?88
명인?89
사이?90
원격조종?91
선택?92
가장 힘든 시간?94
전주교도소?96
그때 내 시의 주제는?97
내가 깃발이다 우리가 진실이다?100
새로운 시작?102
발문_낡은 기차에 대하여 |박영희?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