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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72759928 / 220쪽 104 x 182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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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출판사 리뷰
피로 물든 살해 현장, 참혹한 시체 곁에 놓여 있던, 범인과 피해자가 함께 써 내려간 기묘한 문답 노트 폐허로 변한 교외의 연립주택에서 시체 한 구가 발견된다. 칼에 심장을 찔려 사망한 남자.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항한 흔적이 전혀 없다. 기이한 점은 또 있다.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죽어갔을 남자의 얼굴이 더없이 평온하고 행복해 보인다는 것. 현장에 피해자의 신원을 밝혀줄 물건은 남아 있지 않지만, 단 하나, 피에 젖은 노트가 시체 옆에 놓여 있다. 현장 상황에 왠지 모를 위화감을 느낀 형사 K와 감식관 G는 범인이 두고 간 것으로 추정되는 노트를 펼치고, 살인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Q&A’라는 제목이 붙은 노트에는 범인과 피해자가 주고받은, 의미를 알 수 없는 문답과 함께 어느 소년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노트는 이런 질문으로 시작된다. Q. 세상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가? 소설 『Q&A』는 한 남자를 무참히 살해한 범인과 그를 뒤쫓는 형사를 등장시켜 익숙하면서도 흥미진진한 도입부를 선보인다. 노트에 담긴 이야기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이 기묘한 살인 사건의 기원을 들려준다. 태어나자마자 버려져 이름도 없이 숫자로 불리던 소년 ‘9’가 세상이 잔혹함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깨닫고 자신도 그 세상의 일부임을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 처음 간 학교에서 유일하게 친구라 부를 수 있는 또 다른 소년 ‘&’를 만나 ‘Q’로 거듭나는 과정, ‘Q’와 ‘&’의 비극적인 가족사에 얽힌 새로운 인물 ‘A’의 사연이 담담하면서도 가슴 아프게 그려진다. 그리고 가혹한 운명과 맞닥뜨린 Q, &, A의 이야기는 독자에게 여러 가지 질문과 생각할 거리들을 던진다. 세상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가? 사랑은 존재하는가? 이 살인을 법의 잣대로만 재단할 수 있는가? 『Q&A』라는 제목은 Q, &, A 세 사람의 삶과, 작가가 이들을 통해 세상에 던지고자 했던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Q&A』는 마치 한 편의 미스터리처럼 시작하지만, 작가가 의도한 답을 찾아내야 하는 일반적인 미스터리 소설들과는 확연히 다른 작품이다. 이 소설에 그려진 삶과 죽음의 이야기는 수수께끼 풀이나 정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생과 사, 세상과 인간 존재처럼 일상에서는 좀처럼 떠올리기 힘든 철학적 주제들에 대해 깊이 생각할 기회를 선사할 뿐이다. 한편 노트를 읽으면서 Q, &, A의 이야기에 감화되어 인간적인 고민에 빠져드는 형사 K와 감식관 G의 모습 역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살인범을 쫓다가 어느새 연민을 느끼고 흔들리는 이들의 모습, 『Q&A』에 담긴 이러한 휴머니즘은 이 소설이 왜 단순한 살인 미스터리가 아닌, 인간의 삶과 사랑에 관한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로 평가받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개인적으로는 흉기나 범행 동기보다 피해자의 얼굴이 더 마음에 걸려.”
“얼굴요?”
“자랑할 일은 전혀 아니지만, 오랜 세월 수사를 해오면서 시신을 수없이 많이 봤어. 보통 피해자의 얼굴에는 많든 적든 죽을 때 느낀 공포가 스틸 사진처럼 남는 법이야. 하지만 이 사람은 어떻지? 이렇게 잔혹한 결말을 맞았는데 표정에서는 행복감마저 느껴지잖아. 도대체 어째서 이 사람은 이렇게 평온한 얼굴로 죽음을 맞았을까?”
K는 스스로에게 묻듯이 말했다. G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도 도무지 이해가 안 됩니다. 심장은 분명 급소지만 권총같이 순간적으로 위력을 발휘하는 흉기라도 사용하지 않는 한, 가슴을 꿰뚫리고 나서 숨을 거둘 때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려요. 출혈량만 보더라도 피해자는 목숨이 다하는 순간까지 지옥의 업화에라도 불타는 듯 엄청난 고통을 맛보았을 텐데…….”
K는 그 모습을 상상하고 인상을 찌푸렸다.
“역시 자네가 보기에도 이상하다 그거군.”
“솔직히 현장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때 느낀 강렬한 위화감이 지금도 지워지지 않습니다. 이 현장은 뭔가 이상해요. 아직 직감에 지나지 않습니다만, 이건 일반적인 살인 사건이 아닙니다.” (11~12쪽)
빛이 없으면 그림자도 없다. 오늘 눈부시게 아름다운 빛을 받고서야 내가 얼마나 어둡고 차가운 곳에 있는지 깨달았다. 왜 저 아이에게는 주어지고 우리에게는 주어지지 않았을까? 해답 없는 물음이 마음속에 소용돌이쳤다. 그렇다, 이 해답 없는 물음을 ‘부조리’라고 한다. 오늘까지 우리는 외로울지언정 자신이 놓인 처지에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그 광경을 목격한 순간, 처음으로 우리는 스스로가 ‘비참’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불행’하다고 생각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가족은 멀리 떨어진 커다란 집 앞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들과 아무 상관도 없는데도, 문이 닫힌 순간 어째서인지 우리는 쫓겨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후, 우리는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고 묵묵히 낙엽을 주워 수도원으로 돌아갔다. 수사님들이 “하루치 장작을 다 썼으니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꾸나. 정말 고생 많았어. 덕분에 일이 수월했단다” 하고 노고를 치하해주었다. 우리는 들고 온 낙엽을 불 속에 던져 넣고 타오르는 마지막 장작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검은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라 푸르고 아름다운 하늘을 더럽혔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속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이 넘쳐흘렀다. 이때 또 새로이 깨달았다. 이 감정을 가리켜 ‘증오’라고 한다는 것을. 나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불이여, 연기를 피워 올려라, 하늘을 더욱 더럽혀라. (28~29쪽)
그는 붓을 들어 도화지에 검은색 물감으로 크고 아름다운 원을 그렸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더군.
“왜 Q가 좋은데?”
“Q라는 글자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거든.”
그는 종이에 그린 원을 가리켰어.
“여기 O라는 글자, 혹은 원이라는 기호가 있어. 완결됐지. O를 그리는 선은 결코 바깥으로 뻗어나가지 않아. 선은 영원히 O 속에 갇혀 있어. 하지만 이러면 어떨까.”
그는 종이에 그린 원 아래쪽에 매끄러운 곡선을 추가했어. O가 아니라 Q로 변했지.
“봐봐. Q라는 글자는 마치 이 완결된 선이 달아날 수 없는 O의 운명에서 빠져나와 한없이 뻗어나가는 광경 같지 않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어.
“네 말대로야. 그렇게 보이네.”
“난 Q라는 글자에 희망을 느껴. 이 닫힌 현실에서 빠져나갈 가능성과 확장성이 보이거든. Q는 내게 희망의 상징이야. (133~134쪽)
&에게 ‘자화상’이란 무엇일까. 그는 죽음이 아름답다고 했어. 여학생에게 ‘아무도 무엇도 안 그린다’고 대답한 건, 그 그림이 죽음의 상징이자 이 세상 자체이기 때문이야. 그걸 겨우 깨달았지.
그의 그림에는 마력이랄까, 보는 사람을 사로잡는 신비한 매력이 있어. &의 ‘자화상’에 홀린 손님들은 그가 그리는 죽음과 세상 자체에 매료되는 거야. (156~157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