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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1771979 / 140쪽 143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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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그런데, 산이 부르고 강이 부를 때는 안 그런데, 어릴 때 내가 나를 부르면 자꾸 눈물이 날 것 같아.”
“자묘야.”
“응…….”
“다 괜찮다. 다…….”
“…….”
“너는 너를 지켜 주는 사람이 많아서 다 괜찮아…….”
어머니는 소년을 꼭 안아 주었다. _11~12쪽
동짓날만이 아니었다. 지난 봄 생일 때도 그랬다. 그런데도 영숙이는 자기 생일은 모르고 오빠 생일은 안다고 했다. 오빠 앞에 그런 게 있으면 대신 막아서 자기 것 한다고 그랬다. 소년은 다시 영숙이의 손을 고쳐 잡는다. 소년의 손안에서 영숙이의 손이 무슨 말을 하듯 움직인다.
‘나는 오빠가 참 좋다.’
바람 속에 속삭이듯 들리는 그 소리를 소년은 손으로 듣고 마음으로 듣는다. _34쪽
나중에 다 자라서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할 때 그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도 어린 시절에 보았던 할머니의 죽음이었다. 때로는 그보다 깊은 생각으로 이다음 죽어서 우리는 정말 어디로 가는 것일까, 모든 사람들이 간다고 하는 저세상이 있기나 한 것일까, 또 그렇게 떠날 때 할머니가 늘 말하던 명부의 손님이 정말 우리를 데리러 오는 것일까, 나이에 관계없이 그런 것을 생각할 때도 그 생각 앞 자락에 그림처럼 펼쳐지는 것이 열한 살 겨울에 맞이한 할머니의 죽음이었다. 그것은 그냥 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 겪은 이별이어서만이 아니었다. _64쪽
‘너는 강으로 가지 말고 어여 집으로 가…….’
그렇게 할머니 말고도 한 아이를 마음에 묻었다. 지나가는 바람 속에, 햇빛 속에 혼자 눈물을 글썽이는 법을 그해 봄과 여름에 소년은 배웠다. 정말 햇빛이 너무 하얘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여름이 열두 살 소년의 머리 위로 지나가고 있었다. _94쪽
“나는 자무가 정말로 이 세상에서 나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나무를 가장 잘 지키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소년은 꼭 그러겠다고 했다. 그 약속을 나무 영가 천도재를 지내고 한 달쯤 지난 다음, 은월산 전체가 다시 심하게 울던 날 은덕사 법당에서 했다. 꼭 그러겠다고 약속부터 먼저 하고 스님의 다음 말을 들었다.
“그러자면 여기서 하는 산 공부, 절 공부만 가지고는 안 된다. 세상 공부를 해야지.” _134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