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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을 깨물다

이원규 저 | 천년의시작 | 2019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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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0214309 / 160쪽 127 x 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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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이원규 시인의 족적을 돌아보면 한반도 남쪽이 다 자기 영토다. 낙동강 줄기를 두 번, 지리산 둘레를 세 번 걸었다. 4대강 순례와 1년간 탁발 순례, 새만금에서 서울까지 삼보일배, 지리산에서 임진각까지 오체투지를 함께했다. 가히 ‘걷기의 제왕’이다. 그는 요즘 밤하늘의 별과 지상의 나무가 한 프레임에 들어가는 ‘별나무’ 시리즈에 집중하고 있다. 야생화보다 훨씬 까다롭다. 반경 40㎞ 이내에 도시가 없어야 한다. 달이 뜨거나 날이 흐리면 1년을 또 기다려야 한다. 한 나무를 3년 이상 지켜봐야 겨우 한 컷이 나온다. 이 시인은 시인이자 ‘천생 사진가’가 될 운명이었는지 모른다. 전국을 걸으며 장소 헌팅을 해놓은 데다, 모터사이클로 언제든 달려갈 수 있는 기동력이 있다. 게다가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50대에 접어들어 새로운 영토를 개척한 그가 한층 미더워 보였다. 그의 시와 사진은 우리에게 축복이다. ―이문재(시인) 책 속에서 달빛을 깨물다 살다 보면 자근자근 달빛을 깨물고 싶은 날들이 있다 밤마다 어머니는 이빨 빠진 합죽이였다 양산골 도탄재 너머 지금은 문경석탄박물관 연개소문 촬영지가 된 은성광업소 육식 공룡의 화석 같은 폐석 더미에서 버린 탄을 훔치던 수절 삼오십 년의 어머니 마대 자루 한가득 괴탄을 짊어지고 날마다 도둑년이 되어 십 리 도탄재를 넘으며 얼마나 이를 악물었는지 청상의 어금니가 폐광 동바리처럼 무너졌다 하루 한 자루에 삼천 원 막내아들의 일 년 치 등록금이 되려면 대봉산 위로 떠오르는 저놈의 보름달을 남몰래 열두 번은 꼭꼭 씹어 삼켜야만 했다 봉창 아래 머리맡의 흰 사발 늦은 밤의 어머니가 틀니를 빼놓고 해소 천식의 곤한 잠에 빠지면 맑은 물속의 환한 틀니가 희푸른 달빛을 깨물고 어머니는 밤새 그 달빛을 되새김질하는 오물오물 이빨 빠진 합죽이가 되었다 어느새 나 또한 죽은 아버지 나이를 넘기며 씹을 만큼 다 씹은 뒤에 아니, 차마 마저 씹지 못하고 할 만큼 다 말한 뒤에 아니, 차마 다 못하고 그예 들어설 나의 틀니에 대해 생각하다 문득 어머니 틀니의 행방이 궁금해졌다 장례식 날 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털신이며 속옷이며 함께 불에 타다 말았을까 지금도 무덤 속 앙다문 입속에 있을까 누구는 죽은 이의 옷을 입고 사흘을 울었다는데 동짓달 열여드렛날 밤의 지리산 고향의 무덤을 향해 한 사발 녹차를 올리는 열한 번째 제삿날 밤이 되어서야 보았다 기우는 달의 한쪽을 꽉 깨물고 있는, 어머니의 틀니

저자 소개

  • 저자 : 이원규
저자 : 이원규
1962년 경북 문경 출생.
1984년 『월간문학』, 1989년 『실천문학』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돌아보면 그가 있다』 『옛 애인의 집』 『강물도 목이 마르다』 『빨치산 편지』 『지푸라기로 다가와 어느덧 섬이 된 그대에게』, 육필 시집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시사진집 『그대 불면의 눈꺼풀이여』 출간.
제16회 신동엽창작상, 제2회 평화인권문학상 수상.
지리산에서 21년째 시 쓰고 사진 찍으며 살고 있다.

머리말

시인의 말


지리산 21년, 별똥별처럼 스치었다.

이전과 이후는 어차피 일가친척,
꿈인 듯 차마 꿈이 아닌 듯
10년 동안 걷고 걸으며 세상 공부를 하고
10년 동안 생의 한 수 한 수를 복기하며
전국 오지의 야생화와 별들을 찾아다녔다.

좀 더 아프고 외롭고 가난한 길,
핸드폰 꺼놓고 안개와 구름 속에 잠복하거나
산마루에서 야영하며 홀로 별밤을 모시느라
너무 자주 사람의 도리를 다하지 못했다.

11년 만의 시집, 너무 빠르지도 늦지도 않을 것이다.
처음 말을 배우는 아이처럼 안부를 묻는다.


2019년 푸른 산빛을 보며
예술곳간 몽유에서

책 속에서

달빛을 깨물다


살다 보면 자근자근 달빛을 깨물고 싶은 날들이 있다

밤마다 어머니는 이빨 빠진 합죽이였다
양산골 도탄재 너머 지금은 문경석탄박물관
연개소문 촬영지가 된 은성광업소
육식 공룡의 화석 같은 폐석 더미에서
버린 탄을 훔치던 수절 삼오십 년의 어머니
마대 자루 한가득 괴탄을 짊어지고
날마다 도둑년이 되어 십 리 도탄재를 넘으며
얼마나 이를 악물었는지
청상의 어금니가 폐광 동바리처럼 무너졌다

하루 한 자루에 삼천 원
막내아들의 일 년 치 등록금이 되려면
대봉산 위로 떠오르는 저놈의 보름달을
남몰래 열두 번은 꼭꼭 씹어 삼켜야만 했다

봉창 아래 머리맡의 흰 사발
늦은 밤의 어머니가 틀니를 빼놓고
해소 천식의 곤한 잠에 빠지면
맑은 물속의 환한 틀니가 희푸른 달빛을 깨물고
어머니는 밤새 그 달빛을 되새김질하는
오물오물 이빨 빠진 합죽이가 되었다

어느새 나 또한 죽은 아버지 나이를 넘기며
씹을 만큼 다 씹은 뒤에
아니, 차마 마저 씹지 못하고
할 만큼 다 말한 뒤에 아니, 차마 다 못하고
그예 들어설 나의 틀니에 대해 생각하다
문득 어머니 틀니의 행방이 궁금해졌다
장례식 날 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털신이며 속옷이며 함께 불에 타다 말았을까
지금도 무덤 속 앙다문 입속에 있을까

누구는 죽은 이의 옷을 입고 사흘을 울었다는데
동짓달 열여드렛날 밤의 지리산
고향의 무덤을 향해 한 사발 녹차를 올리는
열한 번째 제삿날 밤이 되어서야 보았다
기우는 달의 한쪽을 꽉 깨물고 있는, 어머니의 틀니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시를 태워 시가 빛날 때

겁나게와 잉 사이 13
흑염소 14
시를 태워 시가 빛날 때 16
물에 찔리다 18
죽염 처사 19
별다방 20
아궁이 속에 집 한 채 22
길잡이 24
몽유운무화 25
별빛 한 짐 26
밥맛 28
물앵두 29
먹구름 우산 30
단지 그 물맛이 아니었으므로 32
별빛 내시경 34
시묘살이 하듯이 36
오디 37
밥상머리 시학 38

제2부 늙은 감나무가 말했다

붉은 달 43
네 어무이, 어데 갔노? 44
달빛을 깨물다 46
참빗 48
말하는 개 50
빈손 51
물고기는 죽어 두 눈을 부릅뜨고 52
늙은 감나무가 말했다 54
적막 55
귀신 56
섬진강 첫 매화 58
첫 경험 59
그리 살모 안 됩니데이! 60
축지법 62
소주 생불 64
가출 66
늑막에 달빛 차오르다 68

제3부 일생 단 한 편의 시

뒷집 소녀 때문에 71
김길순 72
발톱마다 꽃 등불 73
연필 지팡이 74
소쩍새의 길 76
저승엔 주소가 없다 77
송아지 78
순례자의 양말 79
우렁 각시 80
산자야 누님 82
고목 84
순자 씨의 마네킹 86
마지막 밀어 88
정남진 89
내 인생의 그림책 90
각시붓꽃 91
몽필생화 92

제4부 예전엔 미쳐서 몰랐어요

촌두부 97
현몽 98
땅 멀미 100
일가친척 다람쥐 102
갑장 시인 귀하 104
바람 불어 너도나도 바람꽃 106
환계還戒 108
발꼬랑내 부처님 110
날궂이 112
예전엔 미쳐서 몰랐어요 114
안동 귀신 나무 116
뭐, 그렇다는 얘기죠 120
염殮 122
동강할미꽃 124
섬진강 달빛 차회 126
한반도 종단 열차 타고 신혼여행 가자 128
청학동에선 길을 잃어도 청학동이다 130
마침내 바보들이 돌아왔다 133
말 안 해도 알제, 잘 알제? 134
행복한 밥상 137
풍등 140
다시 한 번 묻겠다 142
지상의 은하수여 144
등 뒤에 지도가 새겨진 사내 147

해??설

홍용희?몽유운무화夢遊雲霧花의 견자 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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