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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그릇 2

신한균 저 | 솔과학 | 2019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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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7124511 / 245쪽 / 343g /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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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도예가. 전통사발의 선구자 고 신정희 옹의 장남으로 태어나 현재 양산 통도사 옆에서 신정희요를 운영하며 사기장으로 일하고 있다. 한국 공예대전에서 특선과 동상,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서울시장상 및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매년 일본, 미국, 영국을 비롯한 세계 유명 화랑에서 초대전을 열고 있다. 에세이 『우리 사발 이야기』와 역사소설 『신의 그릇』을 펴냈으며, 두 책이 모두 일본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이메일: shindo7@naver.com)

머리말

1994년 6월 17일 오전, 일본 국보가 된‘조선 막사발’을 보러 갔다. 쿄또 코호앙(孤蓬庵) 입구는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주지 스님과 일본 도예전문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 든 두 번째, 세 번째 상자도 열었다. 네 번째의 검은 칠기 상자가 보다. 오른쪽 위에 금색 자로 ‘고려(高麗)’ 그 아래에는 ‘이도(井戶)’라 씌어 있었다. 뚜껑을 열자 자줏빛 비단이 나타났다. 자줏빛을 덜어내자 사발 하나가 소박하게 고개를 내었다.
전쟁까지 일으킨 사발. 평범했다. 비뚤어져 있었다. 한쪽이 수리되어 있었다. 너무나 가벼웠다. 이것이 과연 비천한 사기장 이 빚은 막사발이란 말인가? 그릇쟁이의 가슴으로 보았다. 그것은 ‘신의 그릇’이었다. 바로 조선 사기장의 혼이었다.
… (중략) …
“키자에몽 이도는 천하제일의 다완으로 일컬어진다. … 이것은 조선의 밥공기다. … (중략) … 이도가 일본으로 건너오지 않았더라면 조선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일본이야말로 그 고향이다.”-야나기 무네요시(일본의 미학자) … (중략) …
도예가로서 나는 이 ‘막사발’의 진실을 밝히기로 했다. 우선 조선사기장의 흔적을 찾아다녔다. 한국에서 그분들의 흔적은 깨어진 사금파리밖에 없었다. 그분들이 끌려간 일본으로 갔다. 십여년 동안 그분들의 발자취를 더듬었다.
… (중략) …
이삼평, 존해, 종전, 백파선, 심당길, 또칠이, 팔산…… 그분들은 비천한 사기장이 아니었다.
… (중략) …
글을 쓰기로 했다. 그러나 도예가는 그릇으로 말하지 글로 말하지 않는다고 누군가가 말했다. 옳은 말이었다. 펜을 놓았다. 10여년간 같이했던 조선 사기장들의 행적을 한동안 서랍 속에 넣어 두었다. 하지만 그분들의 넋은 나로 하여금 기어코 글을 쓰게 만들었다. … (중략) …
2007년6월, 아버님이 저 세상으로 가셨다. 아버님의 혼과 함께 다시 글을 빚었다. 글에 아버님의 장인정신을 넣으려고 애썼다. … (중략) …
이도다완 대부분은 임진왜란 전남지방 민가에서 제기로 쓰던 황도(黃陶)다. 제상에메(밥) 올리는 멧사발과 반찬 올리는 보시기였던 것이다. 이도다완에는 조선 사기장의 혼이 깃들어 있다. 그러나 ‘이도(井戶)’는 일본인의 성(姓)이다. 조선 사기장의 예술혼으로 빚은 그릇에 일본인의 성이 아닌 제 이름을 찾아주어야 하지 않을까.

이제 그릇쟁이로 돌아갈 것이다.
이 책을 아버님 영전에 바친다.이 글을 완성하기까지

책 속에서

P. 220 숨이 계속 가빠왔다. 어지러웠다.
봉통불을 때고 난 똘이의 눈이 붉었다. 제기는 마지막 칸이다. 혼을 불어넣어야 한다. 장작을 잡았다. 불살이 점점 강해진다. 마지막 칸이다. 불길이 휘몰아친다. 있는 힘을 다해 장작을 던졌다. 불살이 가마칸을 휘감으며 춤춘다. 가마칸이 옥처럼 맑아진다. 맑은 칸 속에 마꼬가 어린다. 고려촌이 보인다.
숨이 가빠졌다. 그릇들이 아물거린다. 장작을 던져넣어야 하 건만 가슴이 저려왔다. 장작이 손에서 미끄러진다. 불살이 하얗게 이글거린다. 삭여야 한다.
눈이 가물거렸다. 가마칸이 고요해지며 하늘빛으로 변한다.
깊은 호수다.
“석아!”
어머니다.
(‘신의 그릇’)


P. 216~217 주문장은 사라졌다. 이제부터는 빚고 싶은 것을 마음껏 빚을 수 있다. 먼저 제기를 빚어 할아버지와 부모님께 재를 올릴 것이 다. 황도 흙을 수비하기 시작했다.
전쟁 전의 일이었다. 할아버지는 흙을 준비하실 때마다 손자 인내가 쓸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한다고 하셨다.
“석아, 흙에서 꼬신내를 느낄 수 있어야 진정한 사기장이 된단다.”
 “예, 할아버지. 그런데 할아버지는 황도를 왜 좋아하세요?”
 “꾸미지 않은 그릇이라서 그렇단다. 우리는 억지로 치장한 그릇보다 편한 그릇에 더 마음이 가지 않느냐. 그런 연유에서 나는 황도를 좋아한단다.” … (중략) …
 “선상님, 황도는 다른 도자기와 무엇이 다릅니꺼?”
 “황도는 가장 우리다운 도자기야. 토종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토종이라고예?”
 “우리 도자기는 청자, 분청자, 백자 할 것 없이 모두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황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단다. 황도는 일반 도자기와 많이 다르지. 우리 흙이 아니면 황도를 빚을 수도 없단 다. 그래서 토종이라고 한 거야.”
 “일반 도자기와 어떻게 다른데예?”
 “황도는 노란색이지 않느냐. 도자기가 노란색일 경우는 보통 유약이 노랗거나 안료가 노란 경우야. 그러나 황도는 불에 익은 질흙 자체가 노란색이란다. 황도는 질흙의 색깔과 투명한 유약이 어우러져 정감 있는 노란색을 띠게 되지. 오직 황도에서만 볼 수 있는 색깔이야. 조선 양반들은 흰색을 좋아하지만 우리 백성들은 본디 황, 청, 백, 적, 흑의 오방색(五方色)을 좋아했단다. 오방색 중 으뜸인 황색은 우리 민족의 근본색깔이란다.”
( ‘신의 그릇’) 


P. 166 아, 모든 이도다완의 표본이 된 사발! 그 그릇이 내 눈앞에 있다. 호소까와에게서 들은 대로 깨어져 수리한 흔적이 있었다. 실금이 간 것도 보였다. 잘게 간 빙렬은 소박미를 느끼게 했다. 그 형태는 중후했다. 거친 피부(질감)가 그릇의 중후함을 더해 주었다. 호소까와 이도와 비슷한 키였으나 그것보다 약간 오목했다. 할아버지가 나에게 알려준 그 형태다. 차인들이 비파색으로 부르는 노랑끼는 호소까와 이도보다 더 진했다. 힘찬 유방울이 달린 부분에 드문드문 본살도 드러나 있었다. 높은 굽, 입체감이 풍부한 허리선, 형태와 색깔의 조화에서 발산되는 깊은 맛이 나를 압도했다. 나와 황도 사이에 얽힌 비밀이 한가닥 풀려감을 느꼈다. 역시 조선의 흙이 아니면 빚을 수 없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이 다완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나에게 손수 시범을 보인 바로 그 형태다.
(‘아, 이도다완’) 


P. 11 촌장이 은퇴해 마을일은 봉이, 억수, 큐마가 나누어 맡도록 했다. 순천댁도 나이가 들자 빨래나 청소 등 기운에 부치는 일은 젊은 아낙에게 맡겼다. 차실을 만들고나서 여섯 해가 지나갔다. 도자기와 양봉은 이제까지 별문제가 없지만 옹기는 도자기나 양봉에 비해 이익이 적어 앞날이 걱정되었다. 다행인 것은 노예시장에 나오는 조선인들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병진년(1616년) 새해 초, 카쯔시게가 나를 성으로 불다. 다이묘나 오시게는 나이가 많아 거의 은퇴한 상태여서 아들인 카쯔시게가 사실상 다이묘나 마찬가지다. 성에는 종전과 이삼평도 와 있었다.
(‘달빛 차회’) 

 

 

 

목차

달빛 차회 …… 11
조선 관리 …… 20
부고 …… 27
이삼평 …… 33
세번째 쇄환사 …… 45
기다리던 소식 …… 50
호소까와 이도 …… 57
심당길 …… 66
천민촌 사기장 …… 72
이작광·이경 형제 …… 80
백발의 여장부 …… 87
좌절된 귀국 …… 97
묘책 …… 106
코보리 엔슈 …… 111
떠돌이 무사 로닝 …… 121
닌자의 기습 …… 131
증인 확보 …… 136
다뀨의 죽음 …… 144
양산 법기리의 숨결 …… 152
아, 이도다완 …… 161
귀국 …… 169
왜놈 된 조선인 …… 176
내 아이야 내 자식아 …… 181
마꼬 이도 …… 192
막부의 명령 …… 199
해방 …… 206
신의 그릇 …… 216

이 글을 완성하기까지 …… 222
연표 - 임진왜란에서 조선 사기장의 사망까지 …… 228
도움받은 문헌 …… 237
부록 - 도자기 지도 ……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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