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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그릇 1

신한균 저 | 솔과학 | 2019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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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7124504 / 253쪽 / 354g /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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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도예가. 전통사발의 선구자 고 신정희 옹의 장남으로 태어나 현재 양산 통도사 옆에서 신정희요를 운영하며 사기장으로 일하고 있다. 한국 공예대전에서 특선과 동상,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서울시장상 및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매년 일본, 미국, 영국을 비롯한 세계 유명 화랑에서 초대전을 열고 있다. 에세이 『우리 사발 이야기』와 역사소설 『신의 그릇』을 펴냈으며, 두 책이 모두 일본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이메일: shindo7@naver.com)

머리말

1994년 6월 17일 오전, 일본 국보가 된‘조선 막사발’을 보러 갔다. 쿄또 코호앙(孤蓬庵) 입구는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주지 스님과 일본 도예전문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 든 두 번째, 세 번째 상자도 열었다. 네 번째의 검은 칠기 상자가 보다. 오른쪽 위에 금색 자로 ‘고려(高麗)’ 그 아래에는 ‘이도(井戶)’라 씌어 있었다. 뚜껑을 열자 자줏빛 비단이 나타났다. 자줏빛을 덜어내자 사발 하나가 소박하게 고개를 내었다.
전쟁까지 일으킨 사발. 평범했다. 비뚤어져 있었다. 한쪽이 수리되어 있었다. 너무나 가벼웠다. 이것이 과연 비천한 사기장 이 빚은 막사발이란 말인가? 그릇쟁이의 가슴으로 보았다. 그것은 ‘신의 그릇’이었다. 바로 조선 사기장의 혼이었다.
… (중략) …
“키자에몽 이도는 천하제일의 다완으로 일컬어진다. … 이것은 조선의 밥공기다. … (중략) … 이도가 일본으로 건너오지 않았더라면 조선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일본이야말로 그 고향이다.”-야나기 무네요시(일본의 미학자) … (중략) …
도예가로서 나는 이 ‘막사발’의 진실을 밝히기로 했다. 우선 조선사기장의 흔적을 찾아다녔다. 한국에서 그분들의 흔적은 깨어진 사금파리밖에 없었다. 그분들이 끌려간 일본으로 갔다. 십여년 동안 그분들의 발자취를 더듬었다.
… (중략) …
이삼평, 존해, 종전, 백파선, 심당길, 또칠이, 팔산…… 그분들은 비천한 사기장이 아니었다.
… (중략) …
글을 쓰기로 했다. 그러나 도예가는 그릇으로 말하지 글로 말하지 않는다고 누군가가 말했다. 옳은 말이었다. 펜을 놓았다. 10여년간 같이했던 조선 사기장들의 행적을 한동안 서랍 속에 넣어 두었다. 하지만 그분들의 넋은 나로 하여금 기어코 글을 쓰게 만들었다. … (중략) …
2007년6월, 아버님이 저 세상으로 가셨다. 아버님의 혼과 함께 다시 글을 빚었다. 글에 아버님의 장인정신을 넣으려고 애썼다. … (중략) …
이도다완 대부분은 임진왜란 전남지방 민가에서 제기로 쓰던 황도(黃陶)다. 제상에메(밥) 올리는 멧사발과 반찬 올리는 보시기였던 것이다. 이도다완에는 조선 사기장의 혼이 깃들어 있다. 그러나 ‘이도(井戶)’는 일본인의 성(姓)이다. 조선 사기장의 예술혼으로 빚은 그릇에 일본인의 성이 아닌 제 이름을 찾아주어야 하지 않을까.

이제 그릇쟁이로 돌아갈 것이다.
이 책을 아버님 영전에 바친다.이 글을 완성하기까지

책 속에서

P. 199 “석아, 도자기에서 첫째는 흙, 둘째는 불이고, 마지막은 정성이란다.”
할아버지가 항상 하시던 말이다. 임진년(1592년) 전쟁이 일어나기 전이었다.
“석아, 황도제기는 내가 처음 빚어냈지만 세상이 백자만 원해 어쩔 수 없이 그만 두게 됐단다.”
어느날 할아버지는 황도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조선땅에는 각 지방마다 독특한 사발이 있었단다. 젊은 시절 나는 그 사발들을 알고 싶어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그때 나는 우 리 사발이 각 지방 사람들의 심성과 기질을 그대로 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황해도·평안도·함경도 사발은 보지 못했다 만, 경상도 사발은 섬머슴애, 전라도 사발은 새악시, 충청도의 사 발은 부잣집 맏며느리 같았지. 경기도 사발은 기생 같았고, 강릉 사발은 경상도 사발처럼 투박했다. 전라도 땅에 갔을 때 덤벙이 분청자 제기를 보았다. 그 덤벙이 분청자는 다른 제기와는 달리 다정하고 부드러웠단다. 형태는 파격적이었지만 자연미가 그대로 녹아 있었어. 우리 백성의 삶과 죽음, 심성과 생활을 모두 담은 그릇처럼 느껴졌단다.”
(‘황도’) 


P. 146~147 불살이 바람개비 되어 춤춘다. 불살춤은 가마의 여신이 사기장에게 신내림을 하는 춤이다. 여신이 불살을 휘두르며 나비처럼 사뿐사뿐, 춤사위를 펼쳐 보인다. 나는 장작으로 장단을 맞춘다. 불살은 강한 회오리가 되어 가마칸을 휘감았다. 휘감은 불살이 크게 용솟음치고 춤사위는 점점 격렬해진다.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휘몰아치는 불살이 폭풍이 되어 바깥으로 뛰쳐나왔다. 나를 삼킬 듯이 날름거린다. 몸이 움찔해졌다. 질세라 사정없이 장작을 불통으로 던졌다. 뻥! 불살이 굴뚝 위로 치솟아 불기둥이 되었다. 불기둥이 밤하늘로 솟구쳤다. 여의주를 입에 문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 아버지의 말이 기억났다.
“용은 가마의 불때기를 보고 만들어낸 상상의 동물이다. 용이 물고 있는 여의주는 가마 속의 도자기를 가리킨단다.”
( ‘불쟁이’) 


P. 65 많은 횃불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어떤 이는 칼을, 어떤 이는 죽창과 낫을, 또 어떤 이는 조총을 들고 있었다. 의병에게 몸을 의탁한 초라한 행색의 피난민들도 보다. 포로로 잡혀 벌벌 떠는 왜병들도 있었다. 덕령 형이 기와집 앞에서 말을 세웠다. 안으로 들어가니 많은 의병이 도열해 있었다. 중앙에 풍채가 우람한 붉은 옷을 입은 사람이보다. 곽재우장군이었다. 덕령 형이 크게 말했다.
“장군님, 사기장 신현 어른과 그의 아들 석이옵니다.”
 “어서 오시오. 반갑소이다.”
절을 올렸다.
“장군님을 직접 뵙게 되니 영광입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아버지가 말했다. 장군은 아버지 손을 잡았다.
“이곳까지 불러 미안하오. 찾아갈 형편이 못 되었소. 쌀을 백 성들에게나누어주고있다는것을서부장뿐만아니라선비박유, 승병 범하스님을 통해서 들었소. 정말 장한 일을 하고 계시오.”
박유는 김해 마을에 숨어서 의병활동을 하는 선비로 그에게는 어린 아들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 집이 굶주린다는 것을 알고 힘들게 찾아가 쌀을 주고 있었다.
(‘의병 증표’) 


P. 12 얼마 동안 기절해 있었던 것일까? 정신이 들었으나 꼼짝달싹 할 수가 없다. 배에 실려가고 있다는 것만 느껴질 뿐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자루에 들어 있는 몸이 짐짝처럼 어딘가에 처박혔다. 시간이 흘렀다.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가 자루를 푼다. 왜병이었다. 한 놈이 발의 끈은 풀어주었으나 양손은 더 꽁꽁 묶는다. 왜병이 칼을 들이대며 자기를 따르라 한다. 눈이 부셨다. 부산포왜성이었다.
찬바람이 뺨을 때린다. 갯내가 났다. 수많은 왜병이 대여섯 명씩 조를 짜서 바쁘게 움직이고 그 사이로 조선인들이 짐을 나른 다. 왜병이 동작이 굼뜬 조선인들을 채찍으로 후려친다. 군데군데 짚단처럼 송장들이 쌓여 있다. 이럴 수가!
( ‘말발굽 소리’) 

 

 

목차

말발굽 소리…… 11
가마로 찾아온 왜장…… 17
주문장…… 24
사금파리…… 34
미령이…… 53
의병 증표…… 63
일본행…… 75
가련이…… 85
사무라이 도공…… 93
왜국 생활…… 105
조선에서 온 사기장…… 111
칼의 문화…… 121
오(奧)고려인…… 127
불쟁이…… 138
시집가는 그릇…… 148
참을 인(忍) …… 154
고려촌…… 161
그녀의 유서…… 173
망향의 동산…… 186
황도…… 198
땅딸이 왜국 무사…… 207
다도 수업…… 213
권력자 호소까와…… 224
유곽의 여인…… 234
고려촌의 차선생……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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