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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웅불

다카하시 히로키 저 | 손정임 역 | 해냄 | 2019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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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5746881 / 164쪽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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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159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방심하고 있다가는 무시무시한 힘에 배신당할 것이다.”
밀도 있는 묘사와 예리한 문체로 포효하는 작가 다카하시 히로키의 정수!

출판사 리뷰

풍부한 자연 속에서 무럭무럭 성장해갈 소년들은, 폭력의 끝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봄 방학, 도쿄에서 시골로 이사 온 중학교 3학년생 아유무. 새로운 중학교는 학급 인원도 적어 내년에는 다른 학교와 합쳐질 예정이다. 여러 번 전학을 겪은 아유무는 새로운 이곳에서도 금방 익숙해지고 아이들과 친해질 거라 믿고 있다. 반 중심에 있는 아키라는 화투 패를 사용해 모든 일을 결정하는데, 언제나 지는 아이는 미노루라는 친구이다. 약간 통통하고 심약해 보이는 인상을 주는 미노루는 게임에서 질 때마다 짓궂은 벌칙을 받고, 그 강도는 어린애 장난이라고 치부할 수 없을 만큼 점점 더 심해진다. 아유무는 여름 방학이 되자 가족과 함께 네부타 축제를 보러 간다. 그리고 아키라는 강물에 등불을 떠내려 보내는 풍습을 함께하자고 권유한다. 아유무는 엄마에게 용돈까지 받으며 아키라와 만나기로 한 곳을 찾아가지만, 그곳에는 세 명의 친구 말고도 낯선 작업복 차림의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 남자는 다 모인 거냐고 묻고는 자신을 따라오라며 아이들을 강으로 이끈다. 그리고 선배들에게서 전통으로 이어진다는 이상한 놀이를 시작하는데……. “하천에 등불을 흘려보낸다. 급류 속으로 마을 청년이 세 척의 갈대배를 끌고 간다. 갈대배의 돛대에는 불이 붙여져 있다.” 학교 폭력과 왕따 문제는 일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연일 TV 뉴스에 오르내릴 정도로 그 심각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가해자는 아무 죄의식 없이 폭력을 휘두르지만 피해자는 ‘언제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배웅불』은 이런 ‘왕따’ 문제를 주제로 한 소설이다. 주인공 아유무는 폐교 직전의 중학교에 3학년으로 편입하고, 다섯 명의 동급생들이 어떤 역학관계인지 살핀 후 방관자라는 중립적인 위치에 안착하는 데 성공한다. 한편 피해자인 미노루는 정육점의 아들로, 고객인 주민들의 미움을 사지 않으려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간다. 그의 부모도 자신의 아들이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알고 있지만 좁은 마을에서 어느 정도는 감내할 수밖에 없다. 산간벽지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울적한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해 이상한 놀이로 해소하는 소년들과 대물림되는 잔인하고도 무자비한 폭력. 평소에는 친근하게 담소를 나누지만, 잔인한 폭력을 행사할 때마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저자인 다카하시 히로키는 『배웅불』에서 전원의 풍경을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무덤덤하게 펼쳐지는 가혹하고도 폭력적인 역학관계를 통해 그 풍경이 얼마나 무책임하게 소비되고 있는지를 깨닫게 한다. 저자가 섬세하게 쌓아올린 디테일은 누구나가 저지를 수 있는 시야의 왜곡이 얼마나 처참한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저자 소개

  • 저자 : 다카하시 히로키
저자 : 다카하시 히로키
1979년 일본 아오모리에서 태어났다. 분쿄대학 문학부를 졸업한 후 입시 강사로 근무하면서 록밴드에서 뮤지션으로 활동했다. 2014년 『손가락 뼈』로 신초신인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했는데, 같은 작품으로 아쿠타가와상과 미시마상 후보에 올랐다. 2017년 『일요일의 사람들』로 노마문예신인상을 수상했으며, 2018년 『배웅불』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그 외 작품으로는 『나팔꽃의 날』, 『스위밍 스쿨』 등이 있다.

역자 : 손정임
동덕여자대학교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한 후,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일번역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동대학원 번역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옮긴 책으로는 『영리 : 그림자의 뒤편』, 『신이 마련해준 장소』, 『혼자서도 할 수 있어』 등이 있고, 공저로 『일본어 번역 스킬』을 출간했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겸임 교수로 재직하며, 미디어 등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역자 소개

  • 역자 : 손정임
손정임
동덕여자대학교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한 후,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일번역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동대학원 번역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옮긴 책으로는 『영리 : 그림자의 뒤편』, 『신이 마련해준 장소』, 『혼자서도 할 수 있어』 등이 있고, 공저로 『일본어 번역 스킬』을 출간했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겸임 교수로 재직하며, 미디어 등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책 속에서

육각 등롱을 실은 작은 배가 표류하듯 강을 흘러갔다. 등롱은 100개 남짓했는데, 등불이 수면에도 비쳐서 어두운 밤에는 실제 숫자보다 더 많은 빛이 있었다. 어떨 때는 수면에 비친 등롱이 실제 등불보다 더 선명하게 보이기조차 했다. 해가 지고 나면 이 난간 너머 저 강 위로 많은 등롱이 흘러가겠지, 그러다가 이윽고 등롱은 새벽 바다에 도달하겠지, 그런 광경을 그려보니 머리를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이 조금 누그러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_ 7~8쪽

아유무는 화투 사건을 계기로 학급에 녹아들었다. 도둑질하는 모습에 그 아이들이 자신이 지금까지 접한 적이 없던 문제아가 아닐까 걱정했지만, 며칠이 지나는 사이에 그것이 오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쉬는 시간에는 교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급식을 먹은 후에는 운동장에서 공을 차고, 방과 후에는 잠깐 화투를 친다. 다른 학교 학생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중학생들이었다. 호신용이라는 명목으로 훔친 칼이었지만, 그 후에 아무도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칼이 필요했다기보다 도둑질이라는 행위를 해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찌 생각하면 열다섯 살 소년이라면 호기심으로 도둑질 정도는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_ 31쪽

“3학년 회장을 맡겠습니다. 이 학교에서 회장을 맡는 것이 두 번째입니다. 학급이 잘 화합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부회장으로 아유무를 추천합니다. 아유무는 도쿄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우리한테는 없는 새로운 지식과 생각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꼭 부회장으로서 저를 도와줬으면 좋겠습니다.” _ 35쪽

아유무는 농기구를 구경하다가 어떤 문구를 발견했다. 선반 위에 가로로 놓인 몸통이 굵은 나무망치 손잡이에 ‘풍요로운 침묵’이라는 글이 손으로 새겨져 있었다. 농기구의 주인이 새긴 거라면, 그것은 아유무가 눈으로 본, 이 집에 살던 친척 할아버지 할머니의 유일한 말이었다. 그러나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다. 풍요로운 말이라고 했다면 이해가 되어도, 침묵은 말이 없다는 뜻인데 말이 없는 것이 풍요롭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_ 71쪽

도둑질이나 회전판과는 달리 이 게임에는 후지마도 곤노도 우치다도 노골적으로 혐오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유무로서는 알 수 없었지만, 아이들한테는 무슨 싫은 기억이 있는 모양이었다. 아키라는 흰 이삭으로 콘크리트의 흙먼지를 턴 후에 바로 화투를 깔기 시작했다. 아유무가 아직 이 게임을 이해하지 못해 당황해하고 있는 사이에, 손에는 두 장의 패가 들어와 있었다. 그 바람에 아유무는 아키라의 약지를 보는 순간을 놓쳤다. 순간적으로 아유무의 심장이 고동치기 시작했다. 아키라의 매끄러운 약지의 움직임은 아유무의 보험이기도 했던 것이다. _ 84~85쪽

황혼녘에 논두렁길을 걷고 있으면, 가끔씩 구로모리 산이 있는 방향에서 색깔이 묻은 듯한 미지근한 바람이 불어온다. 뺨이며 목덜미며 반팔 소매 밖으로 나온 팔이 그 저녁 바람의 색깔로 물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맨살이 간질간질한 것 같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 같고, 그러면서도 기분 좋은 묘한 기분이 든다. 꼭두서니빛의 산골, 논두렁의 여름 벌레와 개구리 소리, 흙과 진흙 냄새가 그런 착각을 일으킨다. 어쩌면 자신이 외지 사람이라서, 바람이 품고 있는 무엇인가에 민감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 지역의 사람들은 바람이 색채를 띠는 걸 당연하게 여길지도 모른다. _ 102쪽

목차

배웅불 … 7
옮긴이의 말 … 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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