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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6644829 / 324쪽 14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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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단편소설 「노란 고무줄」과 「더부살이」는 조선족 여성들이 한국에서 겪는 고초와 갈등을 현실감 있게 그리고 있어 읽는 내내 가슴 먹먹한 아픔을 공유할 수 있다. 견뎌할 고통과 아픔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 삶의 기술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면서도, 설명보다 이해가 필요한 필연 속에서 자칫 마음이 운명이 되고 마는 복잡다단한 조선족 여인들의 심리와 현실 묘사가 인상적이다. 세 편의 중편소설 가운데 「죽도의 푸른 갈대」는 조선시대 정여립의 모반사건을 다룬 역사소설로, 정여립이라는 인물을 다층적으로 그리면서도 올바른 역사의 방향성이 무엇이지 끈질기게 묻고 있다. 「짚신」은 고려시대 절 연미사를 배경으로 연이와 석수장이 만소의 아픈 사랑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만소가 매일 아침 가슴에 품었다가 댓돌 위에 올려놓는 짚신을 통해 전달하는 연모의 감정이 따뜻한 온기로 독자들의 마음을 녹이고 있다. 미륵불을 완성한 만소가 사무치게 그리운 연이를 빨리 보려다 자신이 서 있는 곳이 낭떠러지라는 것을 망각하고 발을 헛디뎌 떨어지면서 애달픈 사랑은 입체성을 확보한다. 그래서 특별한 비극성이 있다. 표제작인 중편 「양들의 반란은 깃발이 없다」 는 선상 폭동을 다룬 해양소설로 물질만 중시하는 현대사회와, 인간 이기심이 부추기는 현실이 선상을 배경으로 생동감 있게 그려지고 있다. 살인을 해야 하는 부조리한 상황 속에서도 살아가야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 부조리를 피하지 않고 똑바로 쳐다보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박종윤 소설가의 소설집 『양들의 반란은 깃발이 없다』는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되는 인간 군상을 통해 그럭저럭 관성으로 살아가면서 관성으로 견디다가 관성으로 나이가 드는 현실에 대한 반항으로도 읽힌다. 그것은 소설속의 인물들이 이런저런 이유와 운명 때문에 삶과 불화하면서도 고뇌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
미니픽션과 단편, 중편을 묶어 한 권의 소설 창작집으로 출판한 사례는 없는 것 같아 약간 고무되기는 했다. 미니, 단, 중편을 한데 묶은 작품집이 어쨌든 작가 글쓰기 노력의 산물이라는 점에서는 나름대로 어줍지 않은 자긍심이 들기도 했다.
단편 두 편은 문학 지면을 통해 이미 발표한 작품들이다. 특이한 것이 있다면 지금까지 발표한 내 작품 속에 조선족이나 제3국 여성 등장인물들이 한국에서 겪는 고초와 갈등 소재를 하나로 묶은 것에 의미를 두었다.
중편 세 편도 오래전에 문학지를 통해 발표한 작품을 이제 한 권의 책속에 갈무리를 하게 되어 살아 있는 글이 된 셈이다. 중편 중 「죽도의 푸른 갈대」는 조선 선조 임금 때 문신 정여립의 모반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그의 모반 사건은 조선 최대 사화인 기축사화의 시발이었다. 그 사건을 두고 지금은 의혹을 제기하는 학자들이 상당 부분 늘어나고 있다. 그 진위를 밝히고 조명해야 할 무게는 당연이 학자들의 몫이지만 작가 나름의 의지를 표명한 작품이기도 하다.
나는 풀리지 않는 의문이 하나 있었다. 갓 태어난 내 여동생에 대한 사실여부 때문이었다.
열흘 전이었다. 어머니가 아이를 낳았다고 했다. 군대에서 막 제대를 하고 돌아온 날 나는 어머니가 입원한 산부인과를 다녀왔었다.
어머니 나이는 여자의 폐경기가 시작된다는 오십이었다. 그런 어머니가 아이를 낳은 사실이 처음에는 믿어지지 않았다. 아기와 분리된 입원실에는 아버지가 보낸 축하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 그 아이는 분명 아버지가 뿌린 씨는 아니었다. 내가 세 살 때 여동생이 태어나자 아버지는 정관 절개 수술을 했기 때문이었다.(「뻐꾸기」 중에서)
엄마의 귀가 시간이 오늘따라 무척 늦어지고 있었다.
돌이는 깨끗이 씻지 않아서 엄마가 오지 않는가 싶어 얼굴을 씻고 또 씻었다. 거울 앞에 앉아 머리도 단정히 빗고 또 빗었다.
엄마는 공장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트럭에 들이받혀 그 자리에서 이미 싸늘한 죽음을 맞이했었다.
그녀는 병원 영안실에서 신원 미상이라는 명패를 달고 냉동실 관 속의 얼음덩이가 된 채 누워 있었다.
그녀는 돌이가 세수하는 소리에 온몸으로 힘을 주어 한 번 꿈틀거렸다.
돌이는 내일도 세수를 할 것이다. 엄마는 내일도 꿈틀할 것이다.(「냉동 엄마」 중에서)
명옥은 주위를 한참 동안 살펴보았으나 별다른 징후가 없었다. 그녀는 담 밑 화단으로 다가가며 땅 밑 작은 항아리 속에 가득하게 들어 있는 노란 고무줄에 팽팽하게 묶여 있을 돈들을 떠올렸다. 잠시 놀란 명옥의 불쾌한 가슴에 뿌듯한 기쁨이 차올랐다. 타향에 와서 정말 피와 땀으로 얼룩진 돈이었다.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의 환한 얼굴도 어릿거렸다.(「노란 고무줄」 중에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정옥은 낯선 것 같지 않은 쪽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매캐한 냄새가 진동을 했다. 음산한 건물 안은 구십여 평쯤 돼 보였다. 낮인데도 바닥에는 남자 네댓 명이 드문드문 누워 있었다. 모포를 덮은 사람, 혹은 파카를 머리까지 뒤집어쓴 사람도 보였다. 높은 천정에서 아래쪽으로 길게 늘어진 전기줄 끝에는 백열등 하나가 달랑 매달려 있을 뿐이었다.(「더부살이」 중에서)
소년기에 임꺽정의 난을 겪은 여립은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져 있었다. 백성들이 도적떼로 굴러떨어지는 것은 나라에 훌륭한 정치가 없고 교화도 밝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국록을 먹는 중앙의 벼슬아치들은 탐욕을 부렸고, 지방 수령들은 백성을 착취했다. 그들은 살을 발라내고 뼈를 부러뜨리며 땀과 피를 빨아내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힘없는 백성들은 하소연할 곳조차 없었다. 임꺽정의 난은 굶주림과 추위가 닥쳐 조석 사이에 목숨을 보전하기도 어려운 처지라 한순간이나마 살아남기 위해 고향을 등지고 도둑으로 굴러떨어지게 된 것이었다. 그들이 도적떼가 된 것은 우둔한 임금의 정사가 잘못된 탓이지 백성들의 죄가 아니었다. 백성들의 신세가 어찌 참혹하고 측은하지 않은가?(「죽도의 푸른 갈대」 중에서)
만소는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 당장 달려가 연의 가마를 부둥켜안고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이 서 있는 곳을 까맣게 망각해 버렸다. 만소는 불두 뒤에서 그녀의 이름을 외치며 불쑥 가마를 향해 내달렸다. 허공을 내디딘 그의 발이 낭떠러지 아래로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누군가 떨어지는 만소를 보고 외쳤다.
“사람이 떨어진다!”(「짚신」 중에서)
일방 스티브는 조선족의 입장에서도 생각을 해보았다. 누구에게나 생명은 소중한 것이었다. 조선족이 자신들의 생명까지 포기하고 나섰을 때는 오죽했겠는가. 그동안 그들이 당했던 멸시와 혹사, 잔혹한 폭력까지도 모자라서 한 푼의 품삯도 받지 못한 채 사모아의 감옥으로 가야 했다. 중국에 있는 가족의 삶마저 송두리째 뽑힐 위기에 처하게 만든 한국 선원들에게 얼마나 원한이 사무쳤으면 살인까지 할 계획을 세웠겠는가. 스티브는 그들을 이해하고 동정이 앞섰으나 현실은 현실이었다. 어떻든 살인이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양들의 반란은 깃발이 없다」 중에서)
미니픽션
뻐꾸기 / 비닐 덮개 / 청부업 / 냉동 엄마 / 자릿세 / 비운의 왕자 / 새끼 고라니 / 잃어버린 정거장 / 사루비아 / 제삿밥 / 새 작업 / 보디가드 / 돌아온 아들 / 아버지의 부활
단편소설
노란 고무줄 / 더부살이
중편소설
죽도의 푸른 갈대 / 짚신 / 양들의 반란은 깃발이 없다
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