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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는 마을 봄날의책 세계시인선 3

이바라기 노리코 저 | 정수윤 역 | 봄날의책 | 201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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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6372616 / 192쪽 120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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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내가 가장 예뻤을 때」의 시인, 이바라기 노리코의 대표작들을 모은 시선집 “제 시의 발상은 전쟁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주변에 아름다운 것은 없고 뉴스나 영화도 전쟁물뿐이어서 살벌했습니다. 모든 아름다운 것이 터부시되는 시대였어요. 어린 마음에도 이건 이상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는 게 가장 훌륭한 일이라고들 하는데, 그럼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는 건가? 애초에 생명은 왜 태어나는 걸까? 그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결국은 제 안에 있는 작은 씨앗의 주장이 옳았습니다. 각자의 내면에 숨 쉬는 좋고 싫음도 중요하고. 제가 가진 감성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거리마다 와르르 무너져 내려 엉뚱한 곳에서 푸른 하늘 같은 것이 보이기도 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곁에 있던 이들이 숱하게 죽었다 공장에서 바다에서 이름 모를 섬에서 나는 멋 부릴 기회를 잃어버렸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아무도 다정한 선물을 주지 않았다 남자들은 거수경례밖에 할 줄 몰랐고 순진한 눈빛만을 남긴 채 모두 떠나갔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의 머리는 텅 비고 나의 마음은 꽉 막혀 손발만이 짙은 갈색으로 빛났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의 나라는 전쟁에서 졌다 그런 멍청한 짓이 또 있을까 블라우스 소매를 걷어붙이고 비굴한 거리를 마구 걸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라디오에선 재즈가 흘러나왔다 금연 약속을 어겼을 때처럼 비틀거리며 나는 이국의 달콤한 음악을 탐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몹시도 불행한 사람 나는 몹시도 모자란 사람 나는 무척이나 쓸쓸하였다 그래서 다짐했다 되도록 오래 살기로 나이 들어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프랑스 루오 할아버지처럼 그렇게 -- 「내가 가장 예뻤을 때」(전문) 처음 가는 마을로 들어설 때에 나의 마음은 어렴풋이 두근거린다 국숫집이 있고 초밥집이 있고 청바지가 걸려 있고 먼지바람이 불고 타다 만 자전거가 놓여 있고 별반 다를 것 없는 마을 그래도 나는 충분히 두근거린다 낯선 산이 다가오고 낯선 강이 흐르고 몇몇 전설이 잠들어 있다 나는 금세 찾아낸다 그 마을의 상처를 그 마을의 비밀을 그 마을의 비명을 처음 가는 마을로 들어설 때에 나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떠돌이처럼 걷는다 설령 볼일이 있어 왔다고 해도 맑은 날이면 마을 하늘엔 어여쁜 빛깔 아련한 풍선이 뜬다 마을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하지만 처음 온 내게는 잘 보인다 그것은 그 마을에서 나고 자랐지만 멀리서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영혼이다 서둘러 흘러간 풍선은 멀리 시집간 여자가 고향이 그리워 놀러온 것이다 영혼으로라도 엿보려고 그렇게 나는 좋아진다 일본의 소소한 마을들이 시냇물이 깨끗한 마을 보잘것없는 마을 장국이 맛있는 마을 고집스런 마을 눈이 푹푹 내리는 마을 유채꽃이 가득한 마을 성난 마을 바다가 보이는 마을 남자들이 으스대는 마을 여자들이 활기찬 마을 -- 「처음 가는 마을」(전문) 어딘가 아름다운 마을은 없을까 하루 일 마치고 흑맥주 한잔 기울일 괭이를 세워두고 바구니를 내려놓고 남자고 여자고 큰 잔을 기울일 어딘가 아름다운 거리는 없을까 주렁주렁 열매 맺힌 과실수가 끝없이 이어지고 제비꽃 색 황혼 상냥한 젊은이들 열기로 가득한 어딘가 사람과 사람을 잇는 아름다운 힘은 없을까 동시대를 함께 산다는 친근함 즐거움 그리고 분노가 예리한 힘이 되어 모습을 드러낼 -- 「6월」(전문)

저자 소개

  • 저자 : 이바라기 노리코
저자 : 이바라기 노리코 (茨木 のり子)
전후(戰後) 일본 문단을 대표하는 여성 시인이다. 이바라기는 한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시인이기도 하다. 한국어를 직접 배웠을 뿐 아니라 동시대 한국 시인들의 시를 일본어로 번역하였고, 시와 수필을 통해 한국 문화를 알리기도 하였다. 윤동주의 시와 생애에 대해 쓴 수필은 일본에서 잔잔한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바람과 별과 시」라는 제목으로 일본의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수록되었다. 이바라기는 한국어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많은 한국인들을 알게 되었고, 한국을 수차례 방문하면서 한국 문화를 몸소 체험하였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집필한 수필집 『한글로의 여행』(1986)은 한국 문화 입문서로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역자 : 정수윤
1979년 서울 출생. 작가, 번역가. 어린 시절 읽고 또 읽은 세계문학전집 한 질의 영향으로 문학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아름다운 무엇을 꿈꾸며 살게 되었다. 경희대 졸업 후 여러 직장을 다니다가 와세다대학 대학원에서 일본근대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목차

전설
행방불명의 시간
답
길모퉁이
버릇
물의 별
이자카야에서
충독부에 다녀올게
이웃나라 언어의 숲
그 사람이 사는 나라
벗이 온다고 한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학교 그 신비로운 공간
이정표
낙오자
3월의 노래
6월
11월의 노래
12월의 노래
자기 감수성 정도는
질문
떠들썩함 가운데
호수
처음 가는 마을
창문
얼굴
기대지 않고
나무는 여행을 좋아해
목을 맨 남자
쉼터
벚꽃
말하고 싶지 않은 말
안다는 것
이 실패에도 불구하고
여자아이의 행진
식탁에는 커피향이 흐르고
더 강하게
되새깁니다
바다 가까이
작은 소용돌이
시인의 알
그날
꿈
달의 빛
부분
샘
연가
짐승이었던
서두르지 않으면
(존재)
(팬티 한 장 차림으로)
세월

옮긴이의 말
수록 작품 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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