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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에 머리를 두고

강민 저 | 창비 | 2019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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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6476847 / 212쪽 120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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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제 몸의 중심을 향해 고요한 기도의 몸매를 지속할 뿐이다”

먼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시인의 강물
혼돈의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 온 시인 강민의 80년 생애를 담은 98편의 시


1962년 <자유문학>에 ?노래?를 발표하며 등단한 이래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잔잔한 창작 활동을 해온 시단의 원로 강민 시인의 시선집 <백두에 머리를 두고>가 출간되었다. 이 시선집은 <물은 하나 되어 흐르네>(도서출판답게 1993), <기다림에도 색깔이 있나보다>(문학수첩 2002), <미로(迷路)에서>(책만드는집 2010), <외포리의 갈매기>(푸른사상 2014)에서 94편을 가려 뽑고 신작시 4편을 더하여 모두 98편의 시를 주제별로 갈라 4부에 나누어 실었다. 시인으로서의 숙명 같은 경건함이 느껴지는 이 시선집을 통해 시대와 인간을 화두로 삼고 격동의 세월을 건너온 원로 시인의 치열한 시대인식과 역사의식 그리고 삶과 인간에 대한 사랑이 농울치는 시 세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이 시집에는 혼돈의 시대를 살아온 시인의 일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굴곡진 삶과 “문지르면 묻어날 피의 역사”(?노래?)의 격랑 속에서 온몸으로 써내려간 문학적 연대기이자 한국현대사의 비망록이라 이를 만하다.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감수성이 엿보이는 초기 시에서는 젊은 날의 고뇌를 읽을 수 있고, 시대의 어둠에 굴하지 않는 양심과 지조가 서린 후기 시에서는 현실 문제를 깊이 성찰하는 지사적 결기를 느낄 수 있다. 오랜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양평 동오리에 터를 잡은 전원생활의 맑은 시심에서 일구어낸 최근 시편들(연작시 ?동오리? ?인사동 아리랑?)에는 자연과 생명에 대한 경외와 인간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오롯하다.

시인은 전쟁과 분단과 독재로 이어지는 질곡의 역사를 몸소 겪으면서 삶의 애환과 시대의 고통을 노래하였다. 6?25전쟁 당시 ‘장정 소개령’으로 끌려가던 모습(?삼도천(三途川) 기행 1?), 1?4후퇴 때의 죽음의 행진(?미로(迷路)?), 내무부 청사 앞의 4?19혁명 시위대(?비망록에서 1?), 개발독재 시대의 철거 현장(?비망록에서 2?), 그리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기상도(氣象圖)?)는 불의의 현실에 맞서 “병든 민주주의의 회로”(?오월, 바보새에게?)를 제대로 돌려놓고자 하던 촛불의 광장까지 한국현대사의 장면장면을 재현하는 시편들을 대하노라면 역사의 현장에 서 있는 듯한 전율을 느낀다. 통일과 민주주의에 대한 오랜 소망을 간직해온 시인에게 역사의 미로는 관념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시인은 문단에 발을 들인 지 30년 만에 첫 시집을 내고 시력 57년 동안 단지 네 권의 시집을 펴냈을 뿐이지만 ‘걸어다니는 한국문단사’라 불릴 만큼 문단의 산 증인으로서 문학의 삶을 살아왔다. 사상이나 학벌이나 지연 등 세속의 굴레에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순정한 마음으로 세상을 감싸안아온 시인은 우리 시대의 ‘마지막 휴머니스트’이자 “가장 인간적인 시인”(구중서)으로 불리기도 한다. 시인의 나이 86세. 그렇게 청춘의 한 시절은 가고 이제 황혼의 언덕에 올라섰지만 시인은 오늘도 꿈의 본향을 찾아 “추억의 앨범 속”(?명동, 추억을 걷는다?) 어느 거리를 헤맬 것이다. 이 무잡한 세상을 가로지르며 “천천히 흘러 멀리 가는 강물”(염무웅, 발문) 소리가 저 “꺼지지 않는 진실”(?꺼지지 않는 불꽃?)의 광장 한복판에 우렁우렁하다.

저자 소개

  • 저자 : 강민
지은이 : 강민
본명 성철(聲哲). 1933년 서울에서 태어나 공군사관학교와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중퇴하고, 이후 『학원』 『주부생활』 등의 잡지사를 비롯한 출판계에서 근무했다. 1962년 『자유문학』에 시 「노래」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1963년 시 동인지 『현실』 과 드라마 동인 '네오 드라마'에 참여했다. 시집 『물은 하나 되어 흐르네』 『기다림에도 색깔이 있나보다』 『미로(迷路)에서』 『외포리의 갈매기』, 공동시화집 『꽃, 파도, 세월』 등이 있다. 윤동주문학상, 동국문학인상, 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옮긴이 : 염무웅
1941년 강원도 속초에서 출생. 196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으로 등단했다. 창작과비평사 대표, 민족예술인총연합 이사장,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을 역임했고 현재 영남대 명예교수로 있다. 평론집 <민중시대의 문학> <혼돈의 시대에 구상하는 문학의 논리> <모래 위의 시간> <문학과 시대현실> <살아 있는 과거>, 산문집 <자유의 역설> <반걸음을 위한 생존의 요구>, 대담집 <문학과의 동행>, 공역서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등이 있다.  

머리말

미로(迷路)를 산다.

돌아보면 내 생애는 태어나면서부터 미로를 헤맸다.
(…)

시인으로서의 내 작업도 끊겼다가 이어졌다가, 스스로도 종잡을 수가 없다.
이제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시선집을 묶으면서 또 여러분에게 폐를 끼친다. 나이 들어 쇠약해진 내게 시선집 출간을 권유해준 염무웅 선생과 기꺼이 간행을 맡아준 창비 문학출판부 여러분에게 깊이 고개 숙여 고맙다는 말씀을 올린다.

2019년 2월
강민

책 속에서

백두에 머리를 두고
한라에 다리를 뻗고 눕는다
강산은 여전히 아름답고
바람은 싱그러운데
배꼽에 묻힌 지뢰와
허리를 옥죄는 유자철선(有刺鐵線)이 아프다
하초에서 흐르는 물 흐름이 운다
여전히 편치 않은 지리의 눈물을 받아
섬진의 노을은 오늘도 핏빛이다
―「꿈앓이」 중에서

먼 길 돌아와
여기 산다
어린 날
젊은 날
즐거운 날 괴로운 날
돌고 돌아서
지금 여기 산다
하얀 울타리 속에
소리 없이 어둠이 깔린다
―「동오리 1」 전문

지하철을 타면
웬일인지 거꾸로만 가는 것 같았다
가령 강남에서 서울 시내로
혹은 서울 시내에서 강남으로 갈 때
터널을 나와 강을 건널 때
웬일인지 거꾸로만 가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요즘은
어쩌다 중앙선 무궁화호
부산행 기차를 타면
평양이나 신의주
압록강 가나 두만강 변
누가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그리로
그리로 가는 것만 같다
―「밤기차에서 4」 전문

첫아들을 얻었을 때
그 이름을 일구(一求)라 지었다
(…)
둘째 아들을 낳았을 때
그 이름을 민구(民求)라 지었다
(…)
첫 조카를 보았을 때
그 이름을 중구(衆求)라 지었다
(…)
셋을 합하여 일민중(一民衆)
오로지 민주의 불씨 되찾고
큰 무리 민중의 힘 보였으면 하는
70년대의 내 소망이었다
―「이름 짓기」 중에서

그러나 음흉한 무리들아 들어라
궁지에 몰리면서도 여전히 발버둥치는
야차의 무리들아 들어라
촛불의 진실은 불멸이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거센 바람에도
아니, 천길 바닷물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진실이다
―「꺼지지 않는 불꽃」 중에서

참으로 긴 세월의 고개를 넘어왔구나
굽이굽이 팔십굽이
험하고 눈물 많던 고개, 고갯길
한 많던 굽잇길, 가시밭길
그 길을 이렇게 쉽게 넘다니……
그 많던 동반(同伴)들
아리고 아픈 내 사랑, 불꽃 노을에 타버린
아리고 아픈 내 사랑
따뜻했던 피붙이, 그 친구, 그 여인들
이제는 손 놓고 떠난 이들
그 문 들어서 이제는 꿈의 본향 찾았는가
―「산수령(傘壽嶺)을 넘는다」 중에서

목차

제1부 백두에 머리를 두고
서울의 밤
유형지에서
외포리의 갈매기
불의(不義)의 소리
부재
길
출근
노래
비망록에서 1
비망록에서 2
소묘 2
자화상
꿈앓이
경안리에서
친구 3
새벽 1
기(旗)
풍선기(風船記)
진달래 불길
동오리 12
동오리 15
동오리 22
동오리 24
동오리 32
동오리 34

제2부 그대 가리라 한다
미로(迷路)
꽃, 파도, 세월
낙일(落日)
새는
동오리 1
동오리 2
동오리 4
동오리 8
인터넷 까페
금강산 기행
삼도천(三途川) 기행 1
삼도천 기행 2
첫눈 2
밤기차에서 1
밤기차에서 2
밤기차에서 4
엄마!
물은 속이지 않는다
당신은
명동, 추억을 걷는다
편지 5
비망록에서 4
소묘 4
노을녘

제3부 꽃은 핏빛으로 피어난다
만추(晩秋)
발화(發花)
우기(雨期)
아버지
어머니여
아, 불통의 하느님 들으소서
기상도(氣象圖)
이름 짓기
유월
비가 내린다
어떤 일기
풍문
풍경 2
풍경 3
유해조수(有害鳥獸)
인사동 아리랑 1
인사동 아리랑 2
인사동 아리랑 3
인사동 아리랑 4
인사동 아리랑 7
외옹치항(港) 소묘
소묘 3
꽃 속에 들어가
용인을 지나며
비명

제4부 광장에서
물은 하나 되어 흐르네
오늘은
송년열차(送年列車)에서
찢긴 깃발의 노래
새해
어떤 추상화
폐원(廢園)의 봄
부활
조선의 소나무
대학로
아직도 빈손
풀씨
기도
아침
한강은 흐른다
세수(洗手)
큰 별 하나
오월, 바보새에게
분수
당신이 그립습니다!
꺼지지 않는 불꽃
광장에서
봄날은 간다
산수령(傘壽嶺)을 넘는다

발문|염무웅
시인의 말
연보
엮은이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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