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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집 소년

정창영 저 | 이상북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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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3690583 / 304쪽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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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판타지와 역사적 사실 사이에서 파란만장하게 펼쳐지는 이야기

30여 년 전, 신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이 주도한 제10회 86아시안게임이 열리며 대한민국의 국가폭력이 완성되어 가던 시대가 이 소설의 배경이다. TV 드라마에서는 이른바 ‘응답하라’ 시리즈로 낭만과 풍요의 시대로 추억되는 1980년대이지만, 작가 정창영은 그 시절 10대를 거쳐오며 내내 정체 모를 공포에 시달렸다고 한다. 일상생활에서는 물론 특히 학교와 군대에서 줄곧 느꼈던 그 공포가 국가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다.
이 소설은 원자력발전소가 가까운 경남의 한 지방 소도시 지하실에서 다방을 하는 엄마와 단 둘이 사는 열일곱 살 소년 조성재의 내밀한 생활을 따라 전개된다. 성재가 다니는 고등학교와 생활을 하는 지하 다방집 모두 소년 성재가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는 장소들이다. 아버지의 부재를 대신한 국가폭력과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소년의 공포가 버물어져 그것이 극도로 발현될 때, 성재는 죽음을 무릅쓴 한판 결투를 벌인다. 성재는 어린 시절 우연히 자신에게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들어갈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게다가 목숨을 건 승부를 벌여 사람의 목숨을 제거할 수도 있음을 알고는 분노를 넘어선 살의의 욕망에 시달리며 지낸다.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된, 86아시안게임을 10여 일 앞둔 어느 날, 팝스타 마돈나를 닮은 미스 나 누나가 다방집 레지로 오고부터 점점 더 묘한 일들이 성재의 일상에서 벌어진다.
어릴 적 홀로 선술집을 하며 아이를 키우던 엄마를 성추행한 손님을 일거에 제거해 버리며 ‘요물’로 불리기 시작한 소년과 온통 비밀로 가득한 미스터리한 엄마, 이계와 현세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아버지의 존재가 엮어내는 판타지와 역사적 사실이 교차되며 소년의 파란만장한 생활이 펼쳐진다.

퇴폐적이자 무정부주의적 공간인 동시에 소년이 성장하는 공간, 다방집

이 소설의 주된 공간인 다방집은 성재와 그의 엄마가 삶을 살아가는 곳이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차를 파는 곳이다. 1980년대의 다방은 서양의 카페처럼 커피 한 잔 놓고 담소와 휴식을 취하는 달콤한 공간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접대 여성들이 웃음과 애교를 팔고 심지어 일부에서는 ‘티켓’이라는 이름으로 공공연히 성매매가 이루어지던 퇴폐의 온상이기도 했다. 이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인 지하 다방집은 이중적 의미를 지닌 공간이다. 성재 엄마 이화순 여사가 곧잘 법을 어기며 돈을 버는 퇴폐적 공간이면서, 성재가 다방에 배달되는 5대 일간지를 탐독하고 새벽까지 컬러TV로 AFKN을 시청하고, VHS 비디오로 다양한 영화들을 보며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학교 교육에서 배울 수 없었던 지식과 통찰력을 습득하며 성장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결국 다방집은 폭력적인 국가주의를 주입하는 학교를 대신해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다양한 질문을 통해 성재가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야 하는 아이러니의 공간이다. 오히려 성재가 다니는, 비평준화 지역에서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이 모인 남녀공학 고등학교는 학생들의 사소한 지각에도 뺨을 때리는 등의 폭력을 일상적으로 행사하는 국가 권위를 상징하는 폭력적 공간이자 성적에 따른 분명한 계급이 존재하는 곳으로 묘사된다.
로봇 집사 바봇의 일대기를 담은 정창영 작가의 전작 《바봇》과 마찬가지로 이 소설 역시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신박한 이야기지만, 한 단계 나아가는 주인공의 성장 과정을 다뤘다는 점에서 성장소설로도 구분될 수 있다.

저자 소개

  • 저자 : 정창영
지은이 : 정창영
평생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을 만들었지만 시나리오는 20대부터 무수히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매번 첫 열 페이지를 고치고 고치다 결국 시나리오 한 편을 완성하지 못했다. 그러다 시나리오 전 단계인 트리트먼트를 잘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주야장천 그걸 또 고치고 고쳐 썼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재미있는 스토리’를 쓰고 싶었는데 그 답을 찾기란 무척 어려웠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내 안에 쌓여 있던 이야기를 소설로 연재했다. 그리고 비로소 나만의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었다. 어쩌면 미련한 마음으로 꾸준히 ‘재미있는 스토리’를 쓰는 게 목표다. 파리 8대학 영화과 대학원 졸업 후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경계에 선 인생〉을 연출했고, 2017년 SF 소설 《바봇》을 썼다.  

책 속에서


본문 중에서

엄마는 내가 갓 열두 살이 되었을 무렵 신도심 개발 초기에 수도다방이라는 간판을 달고 다방을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우리 다방집 옆에 있는 시외버스 터미널 주변에 다른 다방들이 우후죽순 생긴 것이 문제였다. 〈조선일보〉 ‘이규태 코너’에서 읽은 바로는, 경상북도만 해도 1982년부터 지금까지 한 해에 250개씩 다방이 새로 생겼다고 하는데 경상남도 D시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여름방학 동안 나는 레지 아가씨 한 명 없이 장사를 하게 된 다방집 도련님이 된지라 어쩔 도리 없이 틈만 나면 “조군아!” 하고 나를 부르는 손님들의 담배 심부름을 했고, 커피 잔이 쌓이면 열심히 설거지를 했다. 양손에 주부습진까지 생겨 상당히 우울했지만, 그렇다고 다방집 도련님 주제에 이런저런 사정을 어디다 대놓고 얘기할 형편은 아니었다. -본문 8쪽

불을 모두 끄면 지하실이라 완전히 깜깜해질 것 같지만 비상구를 알리는 비상등은 항상 켜져 있었다. 그 덕에 홀 천장 네 군데에 조악하지만 그래도 나름 구라파의 위엄이 묻어나는 샹들리에 조명등이 빛났다. 그런 샹들리에를 바라보며 혼자 잠을 청하노라면 유럽 귀족 부럽지 않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마침내 다방집 내실에서 엄마의 코 고는 소리가 얌전히 들려오면 나는 주방 옆 내실 쪽 벽에 달려 있는 삼성 이코노 컬러 TV를 조심스럽게 켰다. 다방집에서 사는 것이 나쁘기만 한 건 아니다. 비디오나 컬러 TV, 전자오락기와 같은 신문물을 남보다 빨리 접하게 되는 장점도 있었다. 그 시간에는 AFKN을 주로 본다. 〈투나잇 쇼〉나 〈데이비드 레터맨 쇼〉 같은 건 전혀 알아듣지 못하면서도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재밌었다. 또 내가 좋아하는 마돈나나 그녀의 라이벌인 신디 로퍼, 그리고 데이비드 보위, 유리스믹스의 뮤직비디오 클립을 보는 것도 좋아했다. -본문 13쪽

마돈나를 닮은 미스 나 누나가 처음 우리 다방집 내실에서 짐을 풀고 엄마와 같이 자며 숙식까지 해결하기로 했을 때, 설레어서 그랬는지 비몽사몽간에 몽정까지 했다. 꿈속에서 나는 평소처럼 내실 쪽방의 내 책상 백열등 스탠드 아래에서 수학 공부를 하다가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가 끝나자 다방집 1층 현관문 셔터를 내리려고 내실을 거쳐 다방 주방으로 나왔다. 당연히 홀에 있어야 할 엄마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마돈나의 “라이크 어 버진”이 흐르고 마돈나의 공연 복장을 연상시키는 검은 망사로 된 아주 섹시한 옷을 입은 미스 나 누나가 주방 앞 테이블에 다리를 꼬고 앉아 고혹적인 모습으로 혼자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본문 39쪽
엄마는 9시가 넘었는데도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낮에 종철이 패거리에게 맞았던 온몸 이곳저곳이 다시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손거울로 얼굴을 보니 코는 아까보다 더 부어 있었고 턱밑은 땅바닥에 처박히며 긁힌 상처로 쉽사리 나을 것 같지 않았다. 오늘 상처 난 내 얼굴을 알아봐준 사람은 결국 담뱃가게 아저씨를 포함해 한 사람도 없었다. 역시 모두들 사는 게 바쁜 것이다. 어쨌든, 이 얼굴로 과연 결혼식을 할 수 있을까? 거참! 스스로를 한심해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다방집 홀 어딘가에서 또 큰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미스 나 누나가 헐레벌떡 내실 옆 쪽방에 있는 나를 찾았다. 미스 나 누나는 상당히 어두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본문 264쪽

목차

다방집 소년 7
작가의 말 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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