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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7756293 / 257쪽 138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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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당신의 영혼은 여기에 없다. 당신의 살은 그곳에 있다. 당신의 언어만 남겨졌다. 당신이 가신 이후 달은 뜨지 않는다.
선생이 남겨 놓은 ‘이미지-기억’의 첫 장면. 단종의 유배지 영월(寧越) 청령포(淸泠浦), 흰 구름이 흘러가는 듯한 걸음걸이와 흰 구름을 두른 것 같은 하양 바지. 선생은 단종처럼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끝은 월계. 그랑빌 116동 앞 벤치에서 한 사람에게는 시 같은 비평을 쓰라고, 나에게는 서정시를 격파하라고……. 취한 달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구름 엉기듯이 포옹했고 볼을 비볐다. 승강기가 하늘 쪽으로 올라간다. 달이 올라간다. 선생이 달이었다. 월하(月下)에 우리가 남겨졌다. 선생은 달이 되어 구름을 데리고 하늘로 산책 나간 것이다.
당신을 한마디로 응축한다. 당신은 시이다. 시가 당신을 데려간 것이다. 우리는 시에게 당신을 앗긴 것이다. ‘나’를 시에게 봉헌한 것이다. 시에게 영육(靈肉)을 내어 준 당신. 우리는 당신의 피부 아래 붉은 피와 살을 잊을 수가 없다. 당신이 남겨 놓은 작품들.
선생은 사람을 좋아했다. 당신의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주려고 했다. 선생은 시에 목마른 학생을 교육제도 속의 계약 관계로 여기지 않았다. 시를 가르치려고 하지 않았다. 이것은 고치고, 저것은 버리고, 잘 만들어야 유명해지는 거야. 선생은 이런 말을 혐오했다. 아니 증오했다. 이것이 네 목소리야. 더 길게, 더 세게 써 봐. 선생은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아내고 있었다. 학생의 시를 폭발시켰다.
이 산문집은 선생이 ‘새 산문집’이라는 제목 밑에 묶어 놓은 글들을 토대로 하여, 선생이 여러 지면에 발표했던 나머지 글들을 모은 것이다. 시인 조정권의 육성이 자욱하다. 선생의 일상이 넘실거리고, 선생의 남다른 심미안이 번뜩이는 예술론이 출렁거린다. 선생의 일생이 자수(刺繡)처럼 박혀 있는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속에서 선생을 다시 만난다. 아직 선생은 여기에 계신다.
―장석원(시인, 「크롬처럼 반짝이는 하지(夏至)의 꽃」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