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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를 가질 권리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원제 : The Right to Have Rights

스테파니 데구이어 외 저 | 김승진 역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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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2209707 / 208쪽 135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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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공동체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들을 것인가
난민·이주자·소수자·빈곤 계층… 권리 없는 시대의 권리 선언

한나 아렌트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독일 시민권을 박탈당하고 고국을 탈출해야 했다. 이 경험을 통해 아렌트는 인간이 가진 ‘양도할 수 없는’ 권리들, 즉 교육권, 투표권, 노동권 등 구체적인 권리들을 실제로 누리려면, 그보다 먼저 ‘권리들을 가질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당시 이 개념은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대규모 추방과 난민 위기, 새로운 유형의 분쟁 등으로 점철된 오늘날 핵심적 권리 개념으로 부상하고 있다. 문학, 역사학, 법학, 정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저명한 사상가 다섯 명이 권리의 토대와 급진 민주주의 정치의 쟁점들을 논한다.

출판사 리뷰

공동체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들을 것인가
난민·이주자·소수자·빈곤 계층… 권리 없는 시대의 권리 선언


한나 아렌트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독일 시민권을 박탈당하고 고국을 탈출해야 했다. 이 경험을 통해 아렌트는 인간이 가진 ‘양도할 수 없는’ 권리들, 즉 교육권, 투표권, 노동권 등 구체적인 권리들을 실제로 누리려면, 그보다 먼저 ‘권리들을 가질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당시 이 개념은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대규모 추방과 난민 위기, 새로운 유형의 분쟁 등으로 점철된 오늘날 핵심적 권리 개념으로 부상하고 있다. 문학, 역사학, 법학, 정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저명한 사상가 다섯 명이 권리의 토대와 급진 민주주의 정치의 쟁점들을 논한다.

난민과 이주민, 소수자 혐오의 시대, 권리를 다시 말한다

“고향을 떠났더니 고향 없는 사람이 되었고, 국가를 떠났더니 국가 없는 사람이 되었으며, 인권을 한번 박탈당하고 났더니 그때부터는 아무 권리가 없는 사람, 곧 지구의 쓰레기가 되었다.”
-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전체주의의 기원(The Origins of Totalitarianism)』

◈ 새로운 디아스포라의 시대, ‘인권’에서 ‘권리들을 가질 권리’로
유대계 독일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히틀러 집권 이후 독일을 탈출한 27세에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45세 사이에 국가 없는 난민이었다. 아렌트는 영어로 쓴 첫 책인 『전체주의의 기원』(1951)에서 난민으로서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권리의 획득과 박탈을 다루고 있다. 나치의 극심한 인권 탄압을 겪은 전후의 서구 세계는 프랑스혁명과 계몽주의 이래 고안된 인권 개념을 가져와 유엔 등의 국제기구와 인권 선언을 통해 인간은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권리를 갖는다고 재천명했다. 그러나 아렌트는 인간이라는 사실만으로 권리가 결코 보장되지 않으며 정치 공동체의 일원이어야만(국민국가의 시민권을 가진 사람만이) 교육권, 노동권, 투표권, 건강권 등 구체적 권리들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러한 구체적 권리들에 앞서 ‘권리들을 가질 권리(right to have rights, 아렌트가 처음으로 이 구절을 쓴 글은 1949년에 나왔다)’라는 개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본문에서 단수형 ‘권리’와 복수형 ‘권리들’은 구분해서 썼다).
국제적 인구 이동이 폭증하는 새로운 디아스포라의 시대인 오늘날,*유엔난민기구(UNHCR)의 수치에 따르면 2015년 2억 5000만 명이 이주자이며, 이 가운데 2130만 명의 난민을 포함한 6530만 명이 강제 이주자다. 6530만 명은 세계 인구의 1퍼센트에 해당한다.
이 책은 아렌트가 주장했으나 더 이상 발전시키지 않은 ‘권리들을 가질 권리’라는 개념을 가져와 우리 시대 권리가 처한 위기 상황을 다루고 권리를 잃어버린 공동체 내외부 사람들의 문제를 다룬다. 이 책의 저자들은 문학, 역사학, 법학, 정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이주와 인권, 시민권의 문제를 꾸준히 다루어 온 이들이다. 이들은 ‘권리들을 가질 권리’라는 구절을 ‘권리들,’ ‘가지다,’ ‘권리,’ ‘누구의?’(권리의 담지자)라는 문제의식으로 나누어 분석한다. 주로 트럼프 이후의 미국이나 구 식민지와 분쟁 지역에서 난민이 유입한 유럽, 대규모 분쟁과 난민이 발생하고 있는 중동 등에서 일어나는 난민 위기에 대해 거리를 두고 바라본 우리에게도 최근 예멘 난민들이 제주에 유입되면서 이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게 되었다. 이 문제를 지나면서 목격한 혐오와 사회적 갈등은 결혼 이주민 가정이나 탈북민, 이주 노동자, 국내 거주 재외 동포 등 우리 사회에 이미 수십 년간 뿌리내렸으나 외면해 온 이들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계기를 주었다. 나아가 이 책은 시민권을 갖고 있으나 초국적 자본주의 아래 구체적 권리를 빼앗긴 시민의 문제나 동물권에 대해서도 서술함으로써 확장된 권리 개념을 다루고 있는 시의성 있는 책이다.

◈ 모든 시민이 시민권을 잃을 수 있는 세계에 살고 있다
아렌트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 위기 상황에 처한 국민국가는 더 이상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지 못한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라는 대재앙을 겪은 국제 사회가 여러 계기를 통해 인간이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갖는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강조했지만 아렌트는 이를 다소 냉소적으로 보았다(“일반적인 길 잃은 개보다 이름이 있는 개의 생존 기회가 더 많듯이, 유명한 난민이 좀 더 나은 기회를 가질 수 있는 법이다”). 아렌트에 따르면, 이들 난민이 겪은 고통은 오히려 정치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지위를 국가에 의해 박탈당하고 인간 종의 일원이라는 벌거벗은 지위로 떨어진 데서 비롯했다. 즉 ‘인간’일 뿐이기 때문에 아무 권리도 가질 수 없게 된 것이다. 따라서 유엔 등이 천명한 ‘인권’ 개념은 텅 빈 개념에 불과하다. 오늘날 보다 법적인 실효성이 있는 여러 협약이나 국제기구 등이 존재하지만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현실은 아렌트의 시대보다 권리가 실제로 보호받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더욱이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인종과 국적, 출신지라는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요인을 기반으로 시민권과 거주권을 박탈하려는 시도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러한 요인을 갖지 않은 ‘안전한’ 시민이라 할지라도 계층과 젠더, 정치적 성향, 종교 등에 의해 권리들이 위험에 처할 우려가 높다. 지난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온 초국적 자본주의가 이를 심화하고 있으며, ‘안전한’ 시민들의 공포와 혐오를 자극하는 가짜뉴스나 정치 프로파간다도 계속되고 있다. 사실상 시민권을 갖고 있든 아니든 모두가 공동체에서 배제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어느 누가 자신은 난민, 이주자, 소수자가 결코 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겠는가.

◈ 권리 없는 시대에 권리를 말하다
이 책은 공허한 정치적 선언에 불과했던 ‘인권’ 논의를 비판하고 아렌트가 고안한 ‘권리들을 가질 권리’라는 개념에 기반해 권리를 다양하고 확장적으로 논의한다. 한 예로, 인간(사실상 주류 시민)만을 권리의 담지자로 여기지 말고 생물 종으로 확장해서 보자는 관점(4장 참조)은 인간을 선별해서 선택적으로 권리를 보장하는 문제를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다. 또한 초국적 자본주의가 정치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함으로써, 정치적.시민적 권리에만 집중하고 경제적.사회적 권리를 소홀히 한 기존의 인권 논의를 확장해 볼 여지가 있다. 이를 통해 권리의 문제는 국제적 민주주의의 강화와 연결되며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
아렌트가 독일과 프랑스를 거쳐 천신만고 끝에 미국으로 건너가 자신의 생생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권리들을 가질 권리’라는 표현을 만든 이래 7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아렌트의 시대와 같으면서도 다른,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권리 없는 시대는 큰 이변이 없는 한 지속될 것이고 공동체 없는 이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분단 체제와 생산 인구 감소, 혐오의 만연 등 권리 개념을 재설정해야 할 시급한 이유가 있는 우리에게 이 책은 많은 생각할 거리를 준다.

저자 소개

  • 저자 : 스테파니 데구이어 외
지은이 : 스테파니 데구이어 (Stephanie De Gooyer)
윌래밋 대학 영문학과 조교수. 장기18세기 문학과 이주, 시민권 등을 연구하며, 18세기 낭만주의 시대 유럽 및 식민지에 외국인과 난민이 정착해 가는 과정과 소설의 관계를 고찰한 책을 집필 중이다.  

지은이 : 알라스테어 헌트 (Alastair Hunt)
포틀랜드 주립대 영문학과 교수. 낭만주의 문학, 정치 이론, 동물학 등에 관심이 있으며, 생명관리정치, 급진 민주주의, 인권, 산업적 축산 등에 대해 글을 써 왔다.  

지은이 : 라이다 맥스웰 (Lida Maxwell)
트리니티 대학 정치학과 교수. 관심 분야는 페미니즘 이론, 퀴어 이론, 환경정치 이론, 현대 민주주의 이론 등이며, 저서로는 『공개 재판?버크, 졸라, 아렌트와 잃어버린 대의의 정치(Public Trials: Burke, Zola, Arendt and the Politics of Lost Causes)』 등이 있다.  

지은이 : 새뮤얼 모인 (Samuel Moyn)
예일대 역사학과, 법학과 교수. 국제법, 인권, 법과 전쟁 등을 연구하며, 『인권이란 무엇인가(The Last Utopia: Human Rights in History)』가 국내에 번역되었으며, 『아직 충분하지 않다?불평등한 세계에서의 인권(Not Enough: Human Rights in an Unequal World)』 등을 썼다.  

지은이 : 애스트라 테일러 (Astra Taylor)
애스트라 테일러는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2005년에 만든
<지젝zizek!>
은 2007년 『가디언』의 평론가 피터 브래드쇼가 꼽은 10대 다큐멘터리에 선정됐으며, 테일러는 2006년 『필름메이커 매거진』이 뽑은 “주목해야 할 독립 영화 감독 25인”에 선정됐다. 열세 살까지 공식 교육을 받지 않았다. 덕분에 “매일 아침 하얀 캔버스를 마주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자유롭고 창조적인 어린 시절을 보냈다.

『불온한 산책자』의 바탕이 된 다큐멘터리
<성찰하는 삶examined life>
을 찍을 당시 애스트라 테일러는 스물아홉 살이었다.
<성찰하는 삶>
은 “영혼에 이로운 영화”(『필름메이커 매거진』)에서부터 “철학을 섹시하게 보여 주는 영화”(『글로브 앤 메일』)라는 평을 두루 받았다.

뉴스쿨에서 인문학 석사를 마치고 조지아 대학교와 뉴팰츠 뉴욕 주립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네이션』과 『어드버스터』 등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2011년 월가 점령 시위에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참여했으며, 시위 전개 과정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녀의 현실 참여적 성향은 이 책의 전반적인 방향을 설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옮긴이 : 김승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 경제부와 국제부 기자로 일했으며, 미국 시카고 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메뚜기와 꿀벌』, 『계몽주의 2.0』, 『건강 격차』, 『가짜 여명』, 『플라스틱 사회』, 『물건 이야기』,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 『헝그리 플래닛』 등이 있다.  

역자 소개

  • 역자 : 김승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다. 시카고 대학 사회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글로벌 거버넌스, 물질세계와 사회 등을 주제로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 『물건 이야기』, 『큐브, 칸막이 사무실의 은밀한 역사』, 『건강 격차』, 『계몽주의 2.0』, 『친절한 파시즘』 등이 있다

책 속에서

아렌트가 전쟁에 휩쓸린 유럽을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이라는 지위 덕분도, 관심을 가져 주는 정부의 중재나 조정을 통해서도 아니었다. 그것은 상황과 우연의 결과였다. 나치의 극심한 인권 탄압을 목격한 국제 사회가 1948년에 세계인권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을 채택해 인간은 오로지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권리들을 갖는다고 천명했지만, 아렌트는 그러한 권리들을 가지려면 단지 인간이라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절실히 체험했다. 권리들을 가지려면 인간은 우선 정치 공동체의 일원이어야 했다. 국민국가의 시민권을 가진 사람이어야만 교육권, 노동권, 투표권, 건강권, 문화권 등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아렌트는 어떤 구체적인 시민적, 사회적, 정치적 권리들에 앞서 ‘권리들을 가질 권리(right to have rights)’라고 부를 만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_8쪽 「머리말_권리들을 가질 권리」

‘권리들을 가질 권리’는 두 가지의 핵심적인 특징으로 다른 권리들과 구별된다. 첫째, 이것은 보충적인 권리고, 둘째, 더 아리송하게도, 이것은 상실된 권리다. 이것은 인권 일반을 위한 틀을 제공하는 권리다(따라서 일반적인 인권들과 구분된다). 하지만 이 권리는 그것을 상실하고 나서야, 즉 그것을 잃은 사람들이 갑자기 수백만 명이나 생겨나면서 비로소 존재하게 되는 권리다. 따라서 ‘권리들을 가질 권리’는 이중으로 역설적이다. 인권의 전제 조건으로서 생겨나는 권리지만, 인권의 실현이 실패했음을 깨닫고 나서야 비로소 드러나는 권리인 것이다. 도래할 가능성이 이미 사라진 후에야 그것의 존재를 알게 된다는 의미에서 이 권리는 ‘사후적인 권리’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_35쪽 「1장_권리들을 가질 ‘권리’」

아렌트의 분석에서 권리 없는 사람들이 처한 문제는 단지 소속된 공동체가 없다는 것만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공동체에 소속될 그들의 권리가 바로 그 공동체에 의해 강제로 상실되었다는 점이다. 그 공동체인 국가가 “축출을 결정하는 것은 국가 주권”임을 주장하며 국적 박탈 조치를 취함으로써 그들은 권리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권리들을 위한 권리’라는 표현을 제시하기 전부터도, 아렌트는 무국적자가 일단 공동체의 성원이 될 권리를 잃어버리고 나면 그것을 다시 획득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설명하기 위해 굉장히 노력했다. _47쪽 「1장_권리들을 가질 ‘권리’」

아렌트는 역사적으로 권리들을 보장해 주었던 것이 국민이었고 더 정확하게는 국민국가였음을 지적하면서, 권리란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이텐 군도두의 말을 빌리면, 권리는 대중적인 지지, 행동, 요구, 주장 등에 달려 있는 “정치적 실천”이다. 권리를 자연이 부여한 소유물로 인식하는 것은, 권리 없는 사람들의 여건을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정치 행동과 제도 구축은 어떤 것일지에 대해 고민하고 알아내도록 독려하는 것이 아니라 밋밋한 도덕적 정언 명령(무언가가 혹은 누군가가 권리들을 보장해 주어야 마땅하다고 말하는 정언 명령)을 읊는 것일 뿐이다. _76~77쪽 「2장_권리들을 ‘가질’ 권리」

하나는 아렌트가 인권을 생명관리정치적(biopolitical) 판타지라고 비판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아렌트가 ‘권리들을 가질 권리’를 누가 권리의 주체에 해당되느냐에 대한 기성의 가정들에 비판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자원으로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를 고려하면, ‘권리들을 가질 권리’라는 표현에 주어를 넣지 않은 것이 뜻밖의 중요성을 갖게 된다. 인간 종 안에서만 권리의 주체를 논할 수 있다는 가정(‘인권’이라는 표현에서 너무나 잘 드러나는 가정)을 반복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신호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권리들을 가질 권리’는 그저 인권에 대한 또 다른 표현이 아니라, 정치의 주체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뒤흔들면서 민주적 정치 공동체의 가장 정의로운 형태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보게끔 하는 도구가 된다. _115쪽 「4장_‘누구의?’」
『전체주의의 기원』을 쓰게 된 배경이었던 전간기 유럽에서 아렌트는 많은 사람들이 권리를 잃는 것을 목격했다. “재산을 잃은 중산층, 실업자, 소규모 이자 소득자, 연금 소득자 등 이런저런 사건으로 사회적 지위를 박탈당하고, 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잃고, 재산을 소유할 권리가 없어진” 사람들 말이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구체적인 정치 공동체의 성원이었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이 성원권 덕분에 그들이 겪은 권리 상실은 특정하고 구체적인 시민적, 정치적, 사회적 권리들로만 제한되었다. 아렌트는 이 점을 다음과 같이 분명하게 지적했다. “전쟁 중에 군인은 생명권을 잃고, 범죄자는 자유권을 잃고, 긴급 시기에 모든 시민은 행복 추구권을 잃는다. 하지만 그런 권리들을 잃은 시민이 절대적인 무권리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 공동체의 성원들도 권리들을 상실할 수 있지만 그래도 다른 권리들은 유지한다. … …아렌트는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공동체 성원권이 위태로워진 사람들이 겪는 권리 상실이라고 주장했다. 권리(어떤 권리이든 간에)를 갖는 데 필요한 지위 자체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이들을 “권리 없는 사람들(die Rechtlosen)”이라고 부르면서, 아렌트는 이들이 처한 곤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더 이상 어느 정치 공동체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들을 두고 그들이 생명, 자유, 행복 추구의 권리를 박탈당했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것들은 주어진 공동체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공식”이기 때문이다. 정치 공동체에서 축출당한 사람들은 권리 주체로서의 지위 자체를 박탈당했다고 봐야 더 정확하다. 그들은 단지 “법 앞에서 불평등”한 것이 아니라 “법의 경계 밖으로 내몰려졌다.” 그들은 시민들이 일반적으로 누리는 “구체적이고 특정한 권리들”을 잃은 것이 아니라 “모든 권리”를 잃었다. 그들의 상황은 단지 권리들의 상실이 아니라 “근본적”이고 “절대적”이고 “완전한” 무권리 상태다. 요컨대, 그들은 권리 주체로서의 지위 자체를 잃었다
_132~133쪽 「4장_‘누구의?’」

국가의 경계 안에서 합당한 신분증과 여권을 가지고 살아가는 시민들 또한 무권리 상태를 점점 더 많이 겪게 되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전에, 우선 무권리 상태를 단순히 시민권을 박탈당하는 것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더 정교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무권리 상태는 그토록 힘들게 획득한 권리들이 너무나 쉽게 침해되거나 무시될 수 있으며 불평등이 심한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는 것을 통렬하고 날카롭게 보여 준다. 유럽의 난민 급증으로 이 국가 없는 사람들에 대한 아렌트의 논의가 오늘날 다시 시의성 있게 되었다면, 국적을 가진 시민들의 권리가 침식되는 것은 이보다 덜 극적으로 보인다. 이런 박탈은 명시적으로 잔혹한 조치를 통한 축출보다는 경제적, 관료제적 수단을 통해 벌어지기 때문이다. 투표권을 생각해 보자. 투표권이 민주 사회에서 가장 근본적인 권리라는 점에는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1965년의 투표권법(Voting Right Act)은 이를 막고 흑인과 소수 인종의 선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관료제적이고 ‘인종 중립적’인 수단에 의해 투표권이 공격받는다. 투표권을 심하게 제약할 수 있는 ‘투표자 신분 확인법(Voter ID Act),’ ‘유권자 당일 등록’ 제도의 폐지, 선거구 재획정을 통한 투표 물타기 등이 그런 수단이다. 흑인, 유색인, 저소득층 유권자들은 이제 개와 물대포를 통해서 차별을 받기보다는 스프레드시트를 통해서 차별을 받는다. …자금이 풍부한 이익 집단들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척척 관철하는 데 비해 일반 시민들은 정부 정책에 거의 영향을 못 미치고 있다는 진단을 사회학자들이 내놓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모든 이가 투표권과 참정권이 있지만, 어떤 이는 다른 이보다 이 권리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 ‘권리들을 가질 권리’와 ‘정말로 권리들을 가질 권리’를 구분해야 하지 않나 싶을 정도다. _161~163쪽 「맺음말_권리를 위한 투쟁」

목차

머리말 권리들을 가질 권리 6

1장 권리들을 가질 ‘권리’_스테파니 데구이어 33
2장 권리들을 ‘가질’ 권리_라이다 맥스웰 69
3장 ‘권리들’을 가질 권리_새뮤얼 모인 89
4장 ‘누구의’_알라스테어 헌트 113

맺음말 권리를 위한 투쟁_애스트라 테일러 151

감사의 글 179
주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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