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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금속 소년

정우신 저 | 파란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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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7756255 / 145쪽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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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고통을 연구하는 동물

정우신 시인의 첫 번째 신작 시집 ??비금속 소년??이 2018년 10월 20일,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에서 발간되었다. 정우신 시인은 1984년 인천에서 출생했으며, 중앙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16년 ??현대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정우신 시인의 첫 번째 신작 시집인 ??비금속 소년??에는 “젊은 시인의 첫 시집에 들어 있곤 하는 개인사적 내력이 거의 드러나 있지 않다. 다만, 태도와 방법이 있을 뿐이다. 시집의 표제작(?비금속 소년?)은 그런 점에서 상징적이다. “스스로 녹이 된 소년”이라는 표현은 “비금속 소년”이라는 표제의 대우 명제 격으로 간주될 수 있다. 단절과 단호함 그리고 매끈함의 속성으로 표상되는 바로서의 금속이 아니라 성장과 전신이 가능한 유기체적 개체로서의 소년이, 금속을 허물고 벗어나는 녹이 되는 일을 스스로 선택한 소년이, 다시 말해 규격과 윤기 대신 피가 흐르고 뼈가 만져지는, 그리고 지금이 아닌 방식으로 항상 새로운 시계(視界)를 벼려 내는 존재로서의 소년이 넝쿨이 되어 새를 불러들이는 현장을 우리는 이 시에서 발견할 수 있다. 아마도 이 시집에 숱하게 제시되는 환경 세계(Umwelt)들에 대해서 단일한 주체를 고유하게 지정할 수는 없겠지만 이 환경 세계들은 사회성을 지닌 자연인―실은 이런 맥락에서는 사회인이라고 해야 옳겠지만―으로서의 시인 곁에 붙박인 어떤 존재의 것이라고 말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비금속 소년”이라는 기표는 바로 그 자리에 기입된다.”(이상 조강석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저자 소개

  • 저자 : 정우신
지은이 : 정우신
1984년 인천에서 출생했다. 중앙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16년 <현대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머리말

친족처럼
견고하게 속고
속이는

사람들

달과 태양 아래서
걷고 있다고
믿었다

책 속에서



비금속 소년


여름이 소년의 꿈을 꾸는 중에는 풀벌레 소리가 들리곤 했다 우리는 장작을 쌓으며 여름과 함께 증발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화산은 시력을 다한 신의 빈 눈동자 깜박이면 죽은 그림자가 흘러나와 눈먼 동물들의 밤이 되었다 스스로 녹이 된 소년, 꿈이 아니었으면 싶어 흐늘거리는 뼈를 만지며 줄기였으면 싶어 물의 텅 빈 눈을 들여다보았다 멀리,

숲이 호수로 걸어가고 있다 버드나무가 물의 눈동자를 찌르고 있다 지워진 얼굴 위로 돋아나는 여름, 신은 태양의 가면을 쓰고 용접을 했다 소년이 나의 꿈속으로 들어와 팔을 휘두르면

나는 나무에 가만히 기댄 채 넝쿨과 담장과 벌레를 그렸다 소년은 내가 그린 것에 명암을 넣었다 거대한 어둠이 필요해 우리는 불을 쬐면서 서로의 그림자를 바꿔 입었다 달궈진 돌을 쥐고 순례를 결심하곤 했다

소년은 그림자를 돌에 가둬 놓고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다 나의 무릎에 이어진 소년, 이음새를 교환할 때마다 새 소리를 냈다 ***


풀


움직이는 것은 슬픈가.
차가운 것은 움직이지 않는가.

발목은 눈보라와 함께 증발해 버린 청춘, 다리를 절룩이며 파이프를 옮겼다. 눈을 쓸고 뒤를 돌아보면 다시 눈 속에 파묻힌 다리. 자라고 있을까.

달팽이가, 어느 날 아침 운동화 앞으로 갑자기 떨어진 달팽이가 레일 위를 기어가고 있다. 갈 수 있을까. 갈 수 있을까. 다락방에서 반찬을 몰래 집어먹다 잠든 소년의 꿈속으로. 덧댄 금속이 닳아서 살을 드러내는 현실의 기분으로.

월급을 전부 부쳤다. 온종일 걸었다. 산책을 하는 신의 풍경, 움직이는 생물이 없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없다. 공장으로 돌아와 무릎 크기의 눈덩이를 몇 개 만들다가 잠에 든다.

움직이지 않는 것은 슬픈가.
가만히 있는 식물은 왜 움직이는가.

밤이, 어느 작은 마을의 모든 빛을 빨아들이는 밤이 등 위에 정적을 올려놓고 천천히 기어간다. 플랫폼으로. 플랫폼으로. 나를 후회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것. 창밖으로 내리는 눈발의 패턴이 바뀐다.

간혹 달팽이 위로 바퀴가 지나가면 슬프다고 말했다.

잠들어 있는 마음이 부풀고 있다.

나를 민다.
나를 민다. ***


플라즈마


고물상 의자에 앉아 폐전구를 씹는 소년, 눈길이 닿는 곳마다 어둠이 밀려난다

빛과 어둠이 서로를 짓누르고 있는 것처럼
고철 사이에서 눈을 뜨고 있는 희망을 이해할 수 없다

손가락이 모자라면 팔로 팔이 모자라면 어깨로 소년은 짐을 나른다

그림자가 그늘을 빠져나가고 있지만 나뭇잎이 온몸을 떨고 있지만

보이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다

젖은 장갑을 낀 채 절단기 속으로 몸이 반쯤 잠긴 소년, 말없이 밥을 먹던 가족을 떠올렸다

하나로 뭉칠 수 없는 것

빈 의자에 앉아 골목을 바라보면 세상의 모든 무게가 나를 응시하는 것 같다

손가락이 담긴 장갑이 하수구를 지나는 밤

어느 골목으로 빠져나갈지 모르지만 어떤 향기를 피워 올릴지 모르지만

소년은 끝나지 않는 현실처럼
나의 체온이 된다 ***

목차

시인의 말

제0부
주술 ― 13
구전 ― 14
복수 ― 16
분신 ― 18
악령 ― 21
토템 ― 24

제1부
청춘 ― 29
비금속 소년 ― 30
번식 ― 32
플라즈마 ― 34
어느 낮에 태어나서 ― 36
풀 ― 38
식구들 ― 40
조망 ― 42
파도의 끝 ― 44
표범 ― 46
달의 연마 ― 48
밀항 ― 50
하얀 레코드 ― 52

제2부
상대성 ― 57
세포 배양 노트 ― 58
빙하기 종족 ― 59
프랙탈 ― 62
채집 일기 ― 64
열역학 제1법칙 ― 66
생물 시간 ― 68
원숭이 연극 ― 69
하얀 행위 ― 72
화초류 ― 76
토끼를 막 묻어 주고 왔는데 ― 78
녹색의 눈 ― 80
지구 ― 82
이차원 산책 ― 84

제3부
유기체 ― 87
시빌레와 하녀 ― 88
작두 옆의 소와 당나귀 ― 90
우울의 지속 ― 91
두 개의 장미 ― 92
고아 ― 93
고양이 ― 94
화가의 산책 ― 95
보라의 관점 ― 96
혼 ― 98
소년과 메아리 ― 100
선인장이 있는 자화상 ― 102
묵화 ― 104
물의 초상화 ― 106

제4부
사제의 뜰 ― 111
육친 ― 112
희생양 ― 113
너희가 쓰던 방에 누워 ― 116
산티아고 ― 118
천사는 아니지만 ― 120
안식 ― 122
큐폴라 ― 124
신의 거실에 걸린 거울 ― 126

해설
조강석 세계라는 기관과 생물(학)적 우울 ―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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