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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의 실종

원제 : LA DISPARITION DE LA LANGUE FRANÇAISE

아시아 제바르 저 | 장진영 역 | 을유문화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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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404776 / 308쪽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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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작가가 한평생 프랑스와 알제리의 경계에서 온몸으로 겪고 고민한 언어, 역사, 여성의 문제를 섬세하게 풀어낸 아름다운 소설 1991년 가을, 망명지인 프랑스에서 20년간 살다가 연인 마리즈가 자신의 곁을 떠나자 고국 알제로 돌아온 주인공 베르칸. 그는 알제 근처 바닷가 마을에 정착하고 고향 카스바를 찾지만, 그곳은 더 이상 어린 시절에 뛰어놀던 곳이 아니다. 그는 변해 버린 카스바에서 가족과 함께했던 추억, 마리즈와의 사랑, 알제리 민족주의와 알제 전투 등을 떠올린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아랍어로 사랑을 말하는 ‘나지아’라는 여성에게 빠져들게 되는데……. 『프랑스어의 실종』은 주인공 베르칸의 현재와 과거 그리고 그가 쓴 미완의 소설과 그를 둘러싼 인물에 관한 이야기로, 작중 화자가 1인칭 또는 3인칭으로 자주 바뀐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전체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귀향한 베르칸이 1인칭 시점으로 현재를 말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구성적 특성뿐만 아니라 주제 면에서도 흥미롭다. 아시아 제바르의 주요 화두였던 언어, 역사, 여성의 문제에 대한 작가의 바람이 종합적으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먼저 언어 문제를 살펴보면, 중년 남성 베르칸은 아시아 제바르처럼 글쓰기의 도구로 아랍 사투리와 프랑스어 중에서 프랑스어를 선택한다. 반면 연인 나지아는 아랍어와 프랑스어를 모두 쓸 줄 알지만, 사랑을 나누거나 나눈 직후에는 아랍어를 사용한다. 마치 사랑처럼 내밀한 속내를 표현하는 데 프랑스어는 모국어를 대신하기 힘들다는 듯이. 사실 1970년대에 알제리에서 아랍화 정책이 시행되면서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지식인은 프랑스나 캐나다 등으로 떠나야 했다. 주인공 베르칸도 모국어에 대한 애착이 있음에도 프랑스어로 글을 썼는데, 아랍화 정책 이후 알제리에서는 점점 프랑스어를 잊어 갔다. 이 소설의 제목(‘프랑스어의 실종’)처럼. 이러한 상황에서 20년의 프랑스 망명 생활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온 베르칸은 자연스럽게 두 언어의 경계에 놓이는 인물이 된다. 이 소설을 쓰는 아시아 제바르처럼. 역사에서 소외된 약자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낸 입체적 소설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에 의해 완성된다. 그러나 아시아 제바르는 여기에 배제된 피지배자의 목소리를 개입시켜 어느 한쪽이 아닌 여러 방향에서 바라본 좀 더 온전한 역사를 재구성하려고 한다. 그럼으로써 서구 중심적인 지배 담론에 가려졌던 역사의 다른 양상이 드러나기를 바라는 것이다. 식민지 지식인으로서 역사학을 전공한 아시아 제바르는 정복자의 시선에서 본 역사의 편향성과 감춰진 식민 지배의 악랄함과 폐해를 고발하고, 탈식민화의 수단으로 주체적인 역사를 서술할 필요성을 느낀다. 『프랑스어의 실종』은 알제리 독립 전쟁이 본격적으로 발발하기 전에 이미 민중의 독립 열망이 시위로 표출되었음을 보여 주며, 아울러 독립 전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어난 국내 지도자들의 분열, 그리고 한참을 뛰어넘어 1990년대의 또 다른 분열의 모습을 소시민의 관점에서 묘사하며 알제리 근현대사의 비극을 조명한다. 마지막으로 여성에 관한 문제는 주로 나지아의 회상을 통해 드러난다. 아랍 여성이지만 서구인과 동일한 생활양식과 사고를 가진 나지아는 고국에 돌아와서 겪은 일들을 베르칸에게 이야기하며 아랍 남성의 여성에 대한 억압과 편견에 거부감을 표출한다. 작가는 비록 주인공을 중년 남성으로 설정했지만, 그의 주변 인물, 즉 할머니와 어머니, 두 연인 등 다양한 여성의 삶을 통해 아랍과 알제리 여성 문제를 간접적이지만 확실하게 제기한다. 매년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된 세계적 작가, 프랑스어권 문학에서 고전 반열에 오른 아랍 작가의 대표작 수려한 문장과 독특한 구성으로 글맛과 상상력을 돋우는 걸작! 아시아 제바르가 평생 관심을 가져온 주제들, 이를 테면 프랑스 제국주의자의 악행, 식민지 지식인으로서 프랑스어 및 모국어에 대한 관점, 독립하는 과정에서 국내 민족주의자들 간의 대립, 엄격한 가부장제 아래에서 여성이 감당하는 억압과 배제 등은 한국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문제다. 한국 역시 독립을 위해 투쟁하면서도 분열을 피하지 못했고, 가부장제 아래에서 다수 여성이 시달려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이 소설은 마치 아시아 제바르가 한국을 이야기하는 듯 친근감과 함께 아픔과 슬픔을 동시에 느끼게 만든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전반적으로 어둡다거나 딱딱하게 전개되지는 않는다. 수려한 문장과 독특한 구성, 시공간을 넘나드는 다양한 사건들, 인물과 상황에 대한 섬세한 묘사 등으로 소설을 읽는 재미만도 아주 쏠쏠하다. 특히 주인공 베르칸과 나지아의 사랑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할 만큼 매혹적이고, 알제리의 근현대사와 맞물려 벌어지는 사건들은 마치 영화를 보는 듯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판본 소개 아시아 제바르는 첫 작품 『갈증(La Soif)』(1957)을 줄리아르 출판사(?ditions Julliard)에서 펴낸 이후 계속 같은 출판사에서 소설을 출간했다. 줄리아르 출판사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첫 소설인 『슬픔이여 안녕』을 비롯해서 그녀의 초기 소설 여러 편을 펴낸 출판사이기도 하다. 195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프랑수아즈 사강과 아시아 제바르 같은 주목 받는 신인의 작품들이 이곳에서 나왔다. 이후 아시아 제바르의 소설은 라테스 출판사를 거쳐 1990년대부터 『오랑, 죽은 언어』와 『스트라스부르의 밤들』(악트쉬드 출판사)을 제외하고는 모두 알뱅미셸 출판사(?ditions Albin Michel)에서 출간되었는데, 『프랑스어의 실종』은 그곳에서 간행된 마지막 소설이기도 하다(2007년 발표된 마지막 소설 『아버지의 집 그 어디에도 없는』은 파이야르 출판사에서 나왔다). 2003년 8월 알뱅미셸 출판사에서 출간된 『프랑스어의 실종』은 2006년 1월에 같은 출판사에서 보급형 판본인 ‘리브르 드 포슈’판으로도 간행되었다. 본 번역은 2003년 단행본을 텍스트로 삼았다.

저자 소개

 Assia Djebar, 1936~2015
2015년 타계하기 전까지 매년 노벨 문학상의 유력한 수상자로 거론되었을 뿐 아니라, 북아프리카 출신 작가로는 최초로 아카데미프랑세즈 종신회원으로 선출된 알제리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역사가.
알제리가 아직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던 1936년에 해안 도시 셰르셸에서 태어났다. 부계로부터는 아랍 문화의 영향을, 모계로부터는 베르베르 문화의 영향을 받은 아시아 제바르는 부친이 프랑스 학교 교사였던 덕분에 유년기에 프랑스 학교와 사설 코란 학교를 함께 경험했다. 1955년 알제리 여성 최초로 프랑스 파리고등사범학교에 입학했고, 알제리 전쟁이 한창이던 1956년에는 알제리 대학생연합의 학생운동에 참여했으며 그해 첫 소설 《갈증La Soif》을 발표했다. 1958년에 두 번째 소설 《참을성 없는 사람들Les Impatients》을 출간했고 알제리 독립운동가인 남편과 함께 튀니지로 이주해, 박사 학위 준비와 대학 강의, 집필을 병행하면서 독립운동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다. 1967년에 발표한 네 번째 소설 《순진한 종달새들Les Alouettes Naïves》에 이때의 경험이 반영되었다.
이후 제바르는 십수 년간 문학적 창작 활동보다 다큐멘터리영화 연출에 집중했는데, 전쟁기 베르베르 여성들의 기억을 담은 〈슈누아 산 여자들의 누바La Nouba des Femmes du Mont Chenoua〉는 1979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국제비평가상을 수상했다. 1980년에 단편집 《알제의 여인들Femmes d’Alger dans leur appartement》을 발표하며 다시 활발한 문학적 행보를 보였고 1985년에 펴낸 《사랑, 판타지아》 등 십여 권의 장편소설과 중단편 소설집을 출간했다

역자 소개

  • 역자 : 장진영
서울대에서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同)대학원에서 「바로크 주제에 의한 코르네이유 초기 희극 연구」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부설 불어문화권연구소 연구원으로 있으며, 서울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저 아래』, 『파리의 풍경』(전6권, 공역), 『세계창조』, 『돌의 후계자』, 『앙드레 말로, 소설로 쓴 평전』, 『눈뜰 무렵』, 『세비녜』, 『문화적인 것에서 신성한 것으로』 등이 있다.

책 속에서


베르칸은 파리 교외로 이민을 간 지 20년 만에 돌아왔다. 그는 50세가 거의 다 되었지만 그보다 열 살은 젊어 보인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이 늙었다는 느낌, 아니 차라리 지쳐 버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창 나이인데도 지쳤다는 느낌이다. 오는 12월 13일이 생일이지만 그는 꼼짝 않고 바다 앞에 있을 터이고, 아무도 그의 생일을 축하해 주지 않으리라. 그의 고향에서는 ‘생일’을 축하하지 않는다. 예전에 할머니는 그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프랑스 사람들만이 생일 파티를 하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니란다, 아무렴.” “그럼, 왜?” 아이가 물었다. “마호메트께서 보호하사, 그렇게 하면 불행이 찾아오거든!” 다른 여자가 말했다. 그러니까 꼭 늙었다는 것은 아니고, 지친 것도 노쇠한 것도 아닌데, 이런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미래가 없다’는 느낌? - 17쪽

우리의 내밀한 말들, 그 말들의 어지러운 소리들을 당신은 그저 음악 소리처럼 듣곤 했소. 우리의 관능이 타오르는 그 순간 당신이 내 모국어로 말할 수 없어서 내가 슬퍼하던 일을 당신은 기억할 거요! 우리가 하나되던 그 절정의 순간이면, 마치 내 어린 시절이 되살아나서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내 사투리가 당신을 집어삼키려는 것 같았다오.
마리즈-마를리즈, 당신과의 이별 때문에, 그리고 귀향의 긴장감 속에서 내 사랑은 지금 부풀어 오르고 있소. 동시에 바라던 것이었지만 감당하기 너무 힘든 이 결핍 속에서 당신을 향한 내 욕망은 밀물처럼 고조되고 있다오…….
이따금 이러한 고통이나 욕구 불만 속에 잠드는 밤이면,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설명할 수 없지만 진하고 괴이한 꿈, 이미지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육체의 불만과 복부, 거의 하복부의 불편함을 야기하는 악몽 끝에 소스라치며 눈을 뜨고 깨어난다오. 기억은 엉망이 되고 내가 어디에 있는지, 또 때로는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채 말이오. - 25쪽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시아 제바르는 가족과의 관계에서 가장 먼저 아랍어를 배웠고, 프랑스 학교에 다니면서 프랑스어를 배웠다. 구어인 아랍어와 문어인 프랑스어, 피지배자의 언어와 지배자의 언어라는 대립적인 두 언어 공간의 경계에 자리 잡게 된 아시아 제바르가 글쓰기의 언어로 선택한 것은 프랑스어였다. 아시아 제바르에게 프랑스어는 “무궁무진한 보물을 선사해 준” 언어이고, “세상의 다채로운 광경을 보는 틈새”로 작용했지만, 아시아 제바르가 아무리 모국어처럼 프랑스어를 사용한다고 해도 그녀에게 프랑스어는 여전히 ‘그들’의 언어이며 근본적으로 ‘외부의 언어’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프랑스어로는 표현에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사랑과 관련하여 내밀한 속내를 표현하는 데는 프랑스어가 아랍어를 대체하기가 힘들다. 결국 프랑스어는 “내 마음속에서 꿈틀대는 감정을 조금이라도 표현하려 하면, 내가 배우고 썼던 말이 내 앞에서 멀어져” 가는 경험을 아시아 제바르에게 안겨주었다. 그녀는 프랑스어가 일종의 ‘가면’ 같은 언어인 반면에 모국어인 아랍어는 ‘동질감’을 확인시켜 주는 언어임을 확인한바 있다. 아시아 제바르는 이러한 경험을 베르칸에게 투영한다. - 「해설」 중에서

목차

제1부 귀환 : 1991년 가을
이사
완만한 우회
카스바

제2부 사랑, 글쓰기 : 한 달 뒤
방문객
겨울 일기
청소년

제3부 실종 : 1993년 9월
드리스
마리즈
나지아

주
해설: 아시아 제바르의 삶과 『프랑스어의 실종』이 제기하는 문제들
판본 소개
아시아 제바르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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