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구간

나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알렉산드리아 마르자노 레즈네비치 저 | 권가비 역 | 책세상 | 2018년 11월

북트리

정가
$34.00
판매가
$18.70 (45%↓) 최저가 보상
적립금
$0.37 (2%P)
출고예상일
2026년 10월 08일 수령예상일 안내
북카트 담기 바로구매하기 위시리스트담기

평점 -  ·  리뷰 0

리뷰 쓰기

ISBN : 9791159313189 / 520쪽 148 x 210 (㎜)

이 상품에 궁금하신점이 있으세요? 1:1상담문의

추천inside
Adobe Flash Player 가져오기

이 분야의 베스트셀러

아래의 도서와 구매하시면 이 도서들의 적립금을 즉시적용해 드립니다.

  • 16,830
  • 15,300
  • 15,300
  • 10,800

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2017 미국이 선정한 최고의 범죄 실화 도서”

<아마존> <가디언> <허핑턴포스트> ‘올해의 책’ 선정

 

아이의 몸을 탐닉한 남자들, 입에 담지 못할 추행, 은폐할 수 없는 과거…  하버드 법대 젊은 법조인이 기록한 이 시대 가장 참혹한 이야기

 

 알렉산드리아는 20여 년에 걸쳐 진행된 리키 랭클리의 재판 과정을 10여 년 동안 추적하고 정리하면서, 법이란 상상 이상으로 개인적이며 진실이란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고 강력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법전은 언제나 답을 제시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법이 심판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은 기막힐 정도로 차고 넘친다. 가해와 피해의 영역이 모호하고, 증오와 사랑의 영역이 겹쳐져 있다. 그녀가 법의 세계를 떠나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이기도 하다. 그녀는 이 비극적인 자리에 바로 정확히 ‘이야기’를 소환한다.

출판사 리뷰

“2017 미국이 선정한 최고의 범죄 실화 도서”
<아마존> <가디언> <허핑턴포스트> ‘올해의 책’ 선정

아이의 몸을 탐닉한 남자들, 입에 담지 못할 추행, 은폐할 수 없는 과거…
하버드 법대 젊은 법조인이 기록한 이 시대 가장 참혹한 이야기


★ 2018 람바다 문학상 수상
★ 2018 셔터쿼 문학상 수상
★ 2018 로나 제프 작가상 수상
★ <아마존> 오더블 2017 올해의 책
★ <가디언> 2017 올해 가장 주목할 책
★ <허핑턴포스트> 2017 올해 가장 주목할 책
★ <버슬> 2017 최고의 범죄 실화 도서
★ <리터러리허브> 2017 최고의 범죄 도서
★ <북라이오트> 2017 올해의 책
★ <엔터테인먼트위클리> 2017 꼭 읽어야 할 책
★ <리얼심플> 최우수 신간 도서
★ 뉴잉글랜드 2017 도서상 최종 후보
★ 미국 국립예술기금 등 유력 작가에게 주어지는 기금 다수 수여

“철저하게 비범하다. 문장이 아름다워서만이 아니다. 지적인 정직함 때문만도 아니다. 아이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골라내는 부모도, 피고인을 변호하고 기소하는 법조인들도 사건과 인물을 만들어낸다는 점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이야기 자체가 얼마나 편파적일 수 있는지 저자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눈에 이야기란 근원적인 것이지만 동시에 믿을 수 없는 것이다. 담대한 작품!” _<타임스>

드물게 성실하고 치열하며 솔직한 기록이다. 누구나 이 책을 다 읽고 내려놓는 순간 그 애매모호함에 당혹스러울 것이다. 재판에 관여된 모든 사람들(판사, 검사, 변호인, 언론, 지켜보는 사람들, 심지어 피해자나 피고인까지도)은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 설득력 있는 전개를 원한다. 그런 각자의 욕망과 필요성에 의해 완성되는 허구 뒤에 존재하는 실재는 명쾌하지 않다. 지은이는 ‘사형제’와 ‘아동 대상 성적 학대’라는 주제가 가질 법한 정의감을 나침반으로 삼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상처와 타인의 사건이 얽혀 어떤 전모를 드러내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도 그저 자신의 기억과 눈앞에 놓인 자료들을 검토하고 이를 정리하여 차분히 기록한다. 그렇게 마친 여정의 애매모호함은 놀랍게도 완결된 이야기의 허구성을 드러낸다. 서늘한 비교 앞에서 나는 당혹스럽고 왠지 부끄러웠다. 성실하고 치열하며 솔직한 기록의 힘이다. _류영재 판사(춘천지방법원)

10년이라는 저술 과정이 필요했던 전무후무한 기록 문학의 정점!
세상의 사각지대에서 학대받는 아이들의 실상을 고발하다


출간 전부터 유력 작가에게 주어지는 각종 기금을 수여받으며 크나큰 주목을 받았던 알렉산드리아 마르자노 레즈네비치의 ≪나는 기억하지 못합니다The Fact of a Body≫가 책세상에서 출간되었다. 90년대 미국에서 실제 벌어졌던 아동 성범죄와 법정 공방을 그려내는 한편, 저자가 유년 시절에 외조부로부터 당한 성추행과 그것을 알고도 묵인한 부모의 이야기를 담담히 고백하고 있어 크나큰 충격을 준 작품이다. 저술하는 데만 10년이 걸릴 정도로 오랜 진통 끝에 출산된 이 책은 저자의 데뷔작이라 믿어지지 않을 만큼 놀라운 서사력과 문체, 주제 의식을 보여준다. 하버드대에서 법학을, 에머슨대에서 미술을, 컬럼비아대에서 문학을 공부한 저자의 이력답게 문학 작품을 능가하는 구성과 필력을 선보이는 한편, 치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단절된 사건들을 연결하고 상상하는 지적이면서도 풍부한 관점을 제시한다. 가히 기록 문학의 정점이자 새로운 장르의 출현이라 할 만하다.

≪나는 기억하지 못합니다≫는 여덟 살 이하의 소아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아이들이 믿고 따르는 가까운 사람들에 의해 일상 속에서 비근하게 반복되고 있음을 폭로하면서, 그로 인해 보호와 관심이 필요한 아이들이 어떤 고통 속에 방치되는지를 치밀하게 보여준다. 나아가 이 처참한 실상을 폭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뛰어난 구성과 내러티브, 절제된 감정으로 20여 년에 걸친 법정 공방을 재현하면서 세상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의 고통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위해 저자는 아동 성범죄를 둘러싼 다양한 주체들, 가령 피해자와 가해자, 그들 부모와 가족과 지인, 그들을 조사하는 경찰과 그들을 품평하는 기자와 여론, 그들의 재판에 관여하는 판사와 검사와 변호사 등 여러 다양한 입장과 주장을 빈틈없이 완벽한 캐릭터로 조형해낸다.

다성적 내러티브의 조화가 돋보이는 이 책은 서로 다른 주체들의 말과 말이 부딪히고 기억과 기억이 부딪히는 가운데 ‘팩트를 간직한 몸The Fact of a Body’(추행 후 살해당한 피해 아동의 몸이자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저자 자신의 몸)으로 우리의 관심을 일관되게 집중시킨다. 더불어 죽음(혹은 망각)에도 불구하고 결코 사라지지 않는 상처와 트라우마, 그것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아이들을 이야기의 무대로 소환한다. 아동 성범죄자 또한 과거 어느 날엔가는 세상에서 가장 연약한 존재이자 피해자였음을 일깨우는 대목에서는 인간에 대한 저자의 이해의 폭에 저절로 감탄이 인다. 따라서 우리 모두가 병들었음을, 우리 모두가 죽음과도 같은 공황장애를 겪고 있음을 아프게 깨닫게 된다.

법이란 무엇이며 진실은 어떻게 드러나는가?
정답이 없는 삶에 ‘이야기’가 필요한 이유를 이야기하다


하버드 로스쿨에 다니는 알렉산드리아 마르자노 레즈네비치에게는 확고부동한 입장이 있었다. 여름 방학 동안 루이지애나의 한 로펌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살인죄로 기소된 남자의 변호 업무에 착수하기 전까지는. 변호사 양친 아래서 자란 그녀는 결연한 사형 반대자였다. 그러나 비디오테이프를 검토하던 중 살인 기결수 리키 랭글리의 얼굴이 화면에 나타나 자신의 범죄에 대해 말하는 순간, 그녀는 그가 죽었으면 하는 강렬한 감정에 사로잡히고 만다. 스스로의 반응에 놀란 나머지 그녀는 이 사건을 심층적으로 파헤치기 시작한다. 환경이 크게 다른 두 사람이건만 리키 랭글리의 ‘이야기’는 불가사의하게도 그녀에게 익숙한 무언가가 있어 심란하다.

범죄란, 아무리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사악한 것이라 해도, 우리 가운데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알렉산드리아는 리키 랭글리의 살인 사건 관련 정보를 면밀히 조사하다가 증거물이 말해주는 것보다 더 복잡한 ‘이야기’ 속으로 자신이 빠져들고 있음을 느낀다. 증거만으로는 왜 그런 비극이 벌어졌는지, 리키는 어떤 사람인지, 그 범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설명할 수가 없다. 왜 그녀가 그 사건에서 생각을 뗄 수가 없는지도. 알렉산드리아는 리키 송사의 자세한 내막을 검토하다가 자신의 과거를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오랫동안 묻혀 있던 가족의 비밀을 파헤치고 리키의 범죄에 대한 자신의 견해에 영향을 미친 과거사를 소환하게 된다. 무의식 아래로 묻어둔 고통, 비명을 질러야 한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어리고 약했을 때 파괴된 내밀한 그곳의 상처….

여기에 예기치 못한 일이 하나 더 있었으니, 리키에게서 자신의 삶을 엿본 사람이 그녀만은 아니라는 것. 리키 랭글리가 살해한 아이의 엄마 로렐라이가 10년 후 열린 재심에서 가해자 리키를 두둔하고 나선 것이다. 도대체 로렐라이는 왜 자기 아들을 죽인 남자를 살리려 애를 쓰는 것일까? 왜 아이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은 받아들이면서도 아이가 추행당하지 않았다고 믿고 싶은 것일까? 리키의 정액이 묻은 아이의 셔츠가 범죄 현장에서 발견되었는데도 말이다.

알렉산드리아는 20여 년에 걸쳐 진행된 리키 랭클리의 재판 과정을 10여 년 동안 추적하고 정리하면서, 법이란 상상 이상으로 개인적이며 진실이란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고 강력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법전은 언제나 답을 제시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법이 심판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은 기막힐 정도로 차고 넘친다. 가해와 피해의 영역이 모호하고, 증오와 사랑의 영역이 겹쳐져 있다. 그녀가 법의 세계를 떠나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이기도 하다. 그녀는 이 비극적인 자리에 바로 정확히 ‘이야기’를 소환한다.

“이 책은 과거에 실제 일어난 일에 대한 책이다. 동시에 과거의 일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책이다. 나아가 이 책은 살인에 대한 책이고 내 가족에 대한 책이자 그 살인 사건 때문에 삶에 영향을 입은 또 다른 가족들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그보다 훨씬 더 나아가 이 책은 우리가 우리의 삶을, 과거를, 또 서로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대한 책이다. 그 이해를 위해서, 우리는 모두 이야기를 만든다.” (본문에서)

이 책의 구성

이 책은 3부로 구성돼 있고, 리키의 이야기와 알렉산드리아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서술된다.

1부 ‘범죄’는 리키가 저지른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리키는 이웃에 사는 여섯 살짜리 사내아이 제러미를 성추행하고 살해한 뒤 담요에 말아 옷장에 넣어놓은 채 아무 일 없다는 듯 생활한다. 아이가 실종된 후 경찰이 대대적으로 수색을 펼치지만 종적을 찾을 수 없다가, 아동 추행죄 전과범이었던 리키 랭글리를 기억해낸 보호관찰 담당자의 신고로 리키가 체포되고 시신이 발견된다.

2부 ‘결과’는 리키와 알렉산드리아의 성장 과정이 소개된다. 두 사람 모두 어린 시절 가까운 가족(리키는 아버지, 알렉산드리아는 외조부)으로부터 학대당하고 방황하는 심리가 섬세하게 묘사된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전혀 달라 보이는 두 사람의 공통점이 하나둘 표면에 드러난다.

3부 ‘재판’은 알렉산드리아가 리키의 재판을 직접 취재한 과정이 펼쳐진다. 제러미의 엄마 로렐라이의 행적을 추적하고, 제러미의 묘소와 리키 부모의 묘소를 찾아가고, 리키를 면회한다. 재판정에서 검사와 변호인 간에 벌어지는 공방, 사형 구형을 꺼리는 판사들, 증인들의 증언, 제시된 증거, 배심원의 판단도 자세히 소개된다.

저자 소개

하버드대에서 법학을(JD 학위 취득), 에머슨대에서 미술을, 컬럼비아대에서 문학을 공부했다. 하버드 법대 재학 당시 여름방학 동안 루이지애나의 한 로펌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 접하게 된 아동 살해범 이야기와 자신의 고통스런 성장담을 교직하며 써내려 간 실화 에세이 ≪나는 기억하지 못합니다The Fact of a Body≫를 발표하면서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십여 년의 집필 기간을 필요로 할 만큼 압도적인 스토리와 문체로 출간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던 이 책으로 말미암아 2014년 미국 국립예술기금을 받았고, 전도유망한 아티스트를 발탁하여 지원하는 맥다월 공동체와 야도의 특별회원으로 선정되었다. 또 2017년 <가디언> <허핑턴포스트> 등 유력 매체로부터 ‘올해 가장 주목할 책’으로 꼽혔고, 2018년 람바다 문학상과 셔토쿼 문학상, 주목받는 신인 여성 작가에게 주어지는 로나 제프 작가상을 받았다. <뉴욕타임스>, <옥스퍼드 아메리칸>, <트루 크라임> 선집과 <파형 : 21세기 여성 작가가 쓴 수필> 등에도 글을 발표했고, 현재 보스턴에 거주하면서 하버드 케네디스쿨 공공정책대학원 과정과 그러브 스트리트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역자 소개

서울에서 자라나 고려대학교에서 영문학을 배우고 미국 오스틴에 소재한 텍사스 주립 대학교 대학원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했다. 다수의 어학원과 대학교 등에서 강의했고, 어린이 문학전집을 만드는 출판사에서 자문을 맡았으며, 틈틈이 실용서 번역을 해왔다. 문법책이나 교과서보다는 어린이·청소년 문학 작품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교육 이론을 여러 현장에서 실험하고 있다.

책 속에서


나는 그 남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지금까지 10년도 넘는 세월을 끌고 있다. 내가 전혀 몰랐을 수도 있는 그 이야기에는 조금씩 다르게 진술된 사실들이 산재해 있었다. 나는 저 자백 테이프에 해당하는 녹취록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여러 번 읽고 또 읽었다. 그의 또 다른 자백 녹취록도 읽었다. 내가 쓴 글보다 그가 한 말을 더 잘 알 정도였다. 나는 그 녹취록을 시발점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가 살던 장소와 금발 꼬마 소년을 살해한 장소, 그가 근무하다 체포된 주유소까지 가보게 되었다. 녹취록을 읽은 후 그 남자 일생일대의 일들이 벌어졌던 루이지애나 곳곳을 찾아가봤더니 그의 어머니와 누이들, 금발 소년의 엄마, 과거 속 모든 인물들이 상상되었다. 그런 다음 나는 뉴올리언스를 떠나 멀고도 외로운 길을 운전해서 루이지애나 주립 교도소 앙골라로 갔다. 가서 면회실 책상을 사이에 두고 이 남자, 그 살인범을 만났다. 만나서 이 테이프에 나온 바로 그 눈을 마주 봤다. 이 테이프 때문에 나는 내가 믿고 있던 모든 것을 반추해보게 되었다. 법뿐만 아니라 내 가족과 내 과거에 대해서도 재고해야 했다. 차라리 그 테이프를 보지 않았더라면. 내 삶이 보다 단순하던 그 이전 시절에 머물렀더라면. (23쪽)

나는 왜 로렐라이가 전체 질문에 문을 닫아버리고 자기 아들이 추행당하지 않은 쪽으로 믿어버리려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좀 더 쉽게 견딜 수 있는 방법을 원했던 그녀를 내가 어떻게 나무랄 수가 있겠는가? 좀 더 깔끔한 이야기를 선택한 그녀를 내가 어떻게 나무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과거를 외면하겠다는 결심이 무해하지는 않다. 내가 오로지 나만 기억하는 일에 대한 책을 쓰고 있다고 우리 아버지가 사람들에게 말했던 그 크리스마스 파티 다음 날 아침, 나는 아버지에게 정면으로 따졌다. 내 여동생 니콜라도 내 편이 되어 그건 말도 안 된다고 했다. 그녀도 물론 그 학대를 기억했다. 우리 모두 기억했다. 그런데 2년 뒤 그녀가 내게 말했다. “난 나를 학대받지 않은 사람으로 생각하기로 결심했어.” 나는 그 말을 듣는 게 참혹할 정도로 힘들었다. 우리는 같은 방을 썼다. 나는 할아버지가 그 애에게 손대는 모습을 봤다. 할아버지는 나를 침대에서 끌어내 화장실로 데려갔는데 거기 그 애가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바지 지퍼를 내리고 우리 손을 자기 몸으로 잡아끌었다. 그건, 없던 것마냥 그 애가 돌이킬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372~373쪽)

그날 이후로 몇 년이 지난 뒤(할아버지가 죽은 지 18년이 되던 해였다) 어느 날 오후였다. 내가 산부인과 진료실에 있을 때 의사가 말했다. “몸 안에 흉터가 있어요.” 같은 말을 전에도 들은 적이 있었지만 나는 늘 그 문제를 회피했었다.
이번에는 피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흉터가 생기나요?”
의사는 대답이 없었다. 나를 보기만 했다.
“어렸을 때 성적 학대를 당했어요.” 내가 말했다. 목소리를 가다듬으려고 애썼다. “할아버지한테요. 그 때문일까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얼굴은 이미 눈물로 젖어 있었다. 검진을 하면서 의사가 내 조직을 떼어냈다. 메스가 내 안쪽을 긁어낼 때 따끔하고 데는 느낌이 들어서 몸이 떨렸다. 나는 그 전에는 감각이 없었다. 두려움도 슬픔도 혹은 심지어 통증이 있다는 의식도 없었다. 그저 떨면서 아무것도 없다는 느낌만 깊이 들어서, 그 떨림조차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일어나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그 떨림이 내 안에서 북받쳐 올라 결국은 꾹꾹 삼켜 누르는, 누더기 같은 흐느낌으로 터져 나왔다.

그날 그는 서른일곱 살이었다. 하지만 통로를 지나 내게로 걸어올 때 그는 서른일곱으로 보이지 않았다고 기억한다. 어머니의 배를 가르고 꺼낸 아기로 보였다. 석고 붕대를 달처럼 둥글게 갈라낸 다음 꺼낸 아이였다. 갈색 머리에 주근깨, 뻐드렁니를 가진 소년으로 보였다. 그가 옐로우드 뿌리 위로 몸을 수그리고 지저분한 손으로 들고 있던 흑백사진에 대고 말을 걸었다. 그는 열여덟 살, 친구의 픽업트럭에 앉아 있었다. 바깥에는 별들이 찬란했고 그는 달콤한 슈냅스를 병째로 마시다가 용기를 내어 정신병원으로 걸어 들어가서 자기가 아는 바대로 자기의 정체를 말했다. 그는 스물여섯 살, 한 팔로 제러미의 목을 졸랐다. 제러미가 허공에 대고 발길질을 너무 심하게 하는 바람에 부츠가 벗겨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이의 몸은 이내 축 늘어졌고 그렇게 아이가 죽었으니 그는 살인자가 되었다. 지금도 그리고 언제까지나. 그는 이제 마흔아홉 살이고 내가 가진 파일 속 마지막 페이지를 그가 썼다. 너무 최근 글이어서 다른 문서처럼 박스에 들어가지도 않고 그냥 낱장 그대로 내게 전달됐다. 그 글은 판사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제가 족보 연구를 한다는 걸 알고 계시지요. 저는 정말 그 일이 재미있습니다!” 그는 자기 조상에 대한 기록을 찾느라 몇 년을 보냈노라고 편지에 썼다. 하지만 자기 집안 가계 이야기에 아직도 구멍이 많았다. 좀 더 깊이 파고들고 싶은데 판사님께서 부디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나는 그 필요를 안다. 그가 과거를 충분히 깊게 파보면 아마도 그는 이해할 것이다. (490~491쪽)

목차

원본 자료에 대하여
법적 공지
프롤로그

1부 범죄
1장 - 1992년 루이지애나
2장 - 1983년 뉴저지
3장 - 1992년 루이지애나
4장 - 1983년 뉴저지
5장 - 1992년 루이지애나
6장 - 1984년 뉴저지
7장 - 1992년 루이지애나
8장 - 1985년 뉴저지
9장 - 1992년 루이지애나
10장 - 1986년 뉴저지

2부 결과
11장 - 1964~1965년 애리조나와 루이지애나
12장 - 1987년 뉴저지
13장 - 1965~1983년 루이지애나
14장 - 1990~1994년 뉴저지
15장 - 1984~1985년 루이지애나
16장 - 1994~1996년 뉴저지
17장 - 1986년 인디애나
18장 - 1996년 시카고
19장 - 1990~1991년 캘리포니아
20장 - 2002년 매사추세츠
21장 - 1991~2000년 루이지애나
22장 - 2003년 루이지애나

3부 재판
23장~40장

참고 자료
감사의 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