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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소금처럼 그대 앞에 하얗게 쌓인다 정끝별 시인이 하나뿐인 삶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들려주는 60편의 시

정끝별 저 | 해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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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5746690 / 180쪽 130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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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아름다운 이들은 사랑으로 모든 것을 나눈다
정끝별이 선정한 ‘우리 시대에 가장 간절한 마음이 담긴 시’

우리가 조용히 사는 오늘이 켜켜이 쌓여 일생이 된다
백석의 「적경」부터 김소연의 「먼지가 보이는 아침」까지
삶의 끝, 인생의 완성을 노래하는 60편의 시


밥 시, 돈 시, 짧은 시 등 국내의 다양한 명시들을 소개해온 정끝별 시인이 ‘나이 듦’을 테마로 한 시 에세이 『삶은 소금처럼 그대 앞에 하얗게 쌓인다』를 출간한다. 시선평론집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가 2004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가장 많이 사랑받은 시집 20권 안에 드는 등 문학평론가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시인이 2017년 1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조선일보≫에 「정끝별의 시 읽기, 一笑一老(일소일노)」라는 코너로 연재한 글 중 60편을 선정, 보완하여 엮은 이번 선집에는 김소월, 정지용, 백석 등 고전처럼 읽혀온 시인의 작품부터 황인찬, 박준, 김민정 등 젊은 시인의 작품까지 고루 담겨 있어 시인의 폭넓은 안목이 돋보인다.
시인은 시 속의 구절을 자유롭게 인용, 변주하며 각각의 시에 짧은 감상을 덧붙인다. 나이가 들면서 “피로를 알게 되고(김수영)” “슬픔의 글씨를 쓸 줄 알게 되는(이기성)” 낯선 시간들이 찾아오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이 가장 적은 나이(황인숙)”이며 “나이 안 먹으면 죽는다(정양)”는 것,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정현종)”라는 시의 언어를 통해 여전히 빛나는 현재를 누리며 살아가야 할 것을 강조하는 시인은, 살아있는 것들은 하얗게 늙어가고 지나간 것들은 소금의 결정체처럼 하얗게 쌓인다는 시적 비유를 통해 세월을 지나온 사람에게서만 발견할 수 있는 ‘흰빛’에서 생의 신비로움과 존엄성을 찾는다.
전체 6개의 부로 구성된 이 책에서 ‘제1부 모든 인간의 미래’에는 나이 듦의 풍경이, ‘제2부 뭘 해도 예쁠 나이’에서는 그 자체로 소중한 ‘삶’을 노래한다. ‘제3부 한 채의 집, 한 권의 책’에서는 우리 주변의 노인들을 돌아보고, ‘제4부 갔지만 남는 것’에서는 세월과 함께 마주하는 이별과 상실을 들여다본다. ‘제5부 예정된 답장’에서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한 단상들을, ‘제6부 배우는 중, 완성 중’에서는 잘 늙어가는 삶의 지혜를 소개한다. 각 부의 사이에 한 토막씩 들어간 산문 ‘시간을 넘어서는 것들’에는 시인의 자기 고백적 이야기와 함께 흐르는 시간에 호응하는 자세를 조언한다.
누구에게나 나이 먹는 일은 낯설고 두렵고, 때로는 사무치게 슬픈 일이기에 시인은 늙음과 죽음의 어두운 면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깊은 슬픔을 전달하는 시를 소개하며 직시하고 응시하게 한다. 동시에 그만큼 삶이 더 소중해지는 것임을, “늙은 꽃(문정희)”이 존재하지 않듯 살아있다면 여전히 한 꽃이라는 것 또한 잊지 말기를 당부한다. 60편의 시와 함께 “그득한 적막 속에서 겨울을 함께 저물어가는 공감의 쓰담쓰담!”을 외치는 시인의 응원은 아득한 미래에 따뜻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 소개

  • 저자 : 정끝별
지은이 : 정끝별
1988년 《문학사상》 신인발굴 시 부문에 「칼레의 바다」 외 6편의 시가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199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평론부문에 당선된 후 시 쓰기와 평론 활동을 병행하고 있으며,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유심작품상과 소월시문학상, 청마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시집 『자작나무 내 인생』『흰 책』『삼천갑자 복사빛』『와락』『은는이가』가 있으며 시론?평론집『패러디 시학』『천 개의 혀를 가진 시의 언어』『오룩의 노래』 『파이의 시학』『시심전심』, 여행산문집 『여운』『그리운 건 언제나 문득 온다』, 시선평론집『시가 말을 걸어요』『행복』『밥』『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세계의 명시』『돈詩』 등이 있다.  

책 속에서

벌써 삼월이고
벌써 구월이다.

슬퍼하지 말 것.

책 한 장이 넘어가고
술 한 잔이 넘어갔다.

목메이지 말 것.

노래하고 노래할 것.
―정현종, 「벌써 삼월이고」 전문

삼월이 넘어간다. 이제 곧 장미도 밤꽃도 필 것이고, 금세 구월도 넘어갈 것이다. 휘리릭 휘리릭, 술 술. 우리에겐 늘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고, 사랑할 사람도 많지 않다. 사랑을 노래하기 위해 주어진 얼마간의 시간, 그 “모든 순간이 다 꽃봉오리”인 까닭이다. 그러니 김수영의 시를 빌려 이렇게 얘기하겠다, 시간이여 입을 열어라 그 속에서 나는 사랑의 노래를 발견하겠다!
―「시간이여 입을 열어라」 중에서


삶은 소금처럼
그대 앞에 하얗게 쌓인다 삶은 소금처럼
그대 앞에 하얗게 쌓인다 보 도 자 료


쭈글거리는 내 몰골이 안돼 보였던지
제자 하나가 날더러 제발
나이 좀 먹지 말라는데
그거 안 먹으면 깜박 죽는다는 걸
녀석도 깜박 잊었나보다
―정양, 「그거 안 먹으면」 부분

아, 나이를 먹지 않으면 죽는 거였다! 약도 그렇고. “그거 안 먹으면” 죽는 거, 또 뭐가 있지? 밥도 꼬박꼬박 챙겨 먹어야 하고, 꿈도 무럭무럭 먹어야 하고, 마음도 매일매일 다잡아먹어야 하고, 때로는 화장도 겁도 물도 좀 먹어야 한다. 그게 사는 일이다.
그러나 ‘그거 많이 먹으면’ 진짜로 죽는 것들도 있다. 뇌물이나 검은돈이 그렇고, 연탄가스가 그렇고, 벌점이나 경고나 욕이나 주먹이 그렇다. 그거 먹지 않고 사는 거, 그게 또 나이 먹는 기술일 것이다.
―「먹어야 산다」 중에서

겨울이 오자
풀잎들이 서둘러 사후 시신기증서를 써서 내게 전해준다
시든 꽃잎들도 사후 각막기증서를 써서 어머니에게 전해준다
나도 잎을 다 떨군 겨울나무들에게 사후 시신기증서를 써서 건네준다
―정호승, 「사랑」 부분

세상에서 사랑이 제일인 것은 줄 수 없는 것을 주고 소유할 수 없는 것을 소유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혹은 그 무엇에게 마음을 기증하고 몸을 기증하고, 시간을 기증하고 기억을 기증하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기증이든 증여든, 장기든 시신이든, 살아있든 죽든, 전해주든 건네주든, 사랑은 주는 것이다. 죽음이야말로 완벽하게 주는 것이다.
꽃이, 봄이, 삶이, 사랑이 아름다운 건 다 주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랑할 때, 살아있을 때 미리미리 주고 죽고 나서 줄 것들로 미리미리 서약해두어야 한다.
―「미리미리 준다」 중에서

목차

들어가는 말
제1부 모든 인간의 미래 | 제2부 뭘 해도 예쁠 나이 | 제3부 한 채의 집, 한 권의 책 제4부 갔지만 남는 것 | 제5부 예정된 답장 | 제6부 배우는 중, 완성 중
나오는 말
작품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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