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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은

이미숙 저 | 무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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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6984672 / 244쪽 140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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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작가 이미숙이 단편소설 '모여라'로 문단에 데뷔한 지도 어언 22년이 흘렀다. 작가 이미숙은 아이들을 어른으로 키워내듯 흩어져 있던 자신의 작품을 다시 모으고 가지런히 골라서 마침내 한 권의 책 <당신의 이름은>(무늬)으로 만들어 세상에 내놓았다.
그의 소설은 언제나 사랑의 향기로 향하고, 사람의 자리를 열어놓는다. 한 땀 한 땀 말의 자수(刺繡)를 놓으면서 함부로 끝맺지 않는다. 사람의 숲에서 유유자적 찬찬히 관계의 그물을 수선하고, 되도록 작품 안 사람들이 제자리를 찾는 데 애를 쓴다. 모두가 서로 또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를 염원하는 다정한 글을 쓴다.
작가 이미숙의 소설에는 굵직한 역사적 사건이나 영웅적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다. 인물들 사이의 격렬한 갈등도, 큼직한 화해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감정의 진폭도 그리 크지 않다. 그런데도 낮은 곡절의 완만한 울림이 길고 부드럽게 이어진다. 사실 이야기란 그런 게 아닐까. 이야기는 우리 삶의 모습을 닮아서 비극 아니면 희극이라는 양단 간의 결말로 매듭지어지지 않는다. 이야기의 본질은 네버엔딩에 있다. 삶은 여전히 지속되고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사람으로 태어나 여러 고초를 겪으며 얻은 지식, 지혜, 삶의 의미와 같은 것은 누구에게나 예외없이 존재한다. 그리하여 사람이 있고, 삶이 있는 한,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어떤 ‘자리’에 어떤 ‘사람’을 놓아볼까? 어떻게 하는 게 가장 괜찮을까? 소설집 ??당신의 이름은??은 그 물음에 맞춘 작가 이미숙의 답변이다. 작품 안 인물들이 알맞은 자리에 꼭 맞춰 잘 들어가 있다. 작가는 가족이나 친지, 친구나 동료들 하나하나 살피면서 다들 제자리에 잘 들어가 있는가, 또 거기서 다들 잘살고 있는가며 곰곰이 따져 생각하는 데에 자신의 일상을 몽땅 바치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숙에게 ‘사람의 자리’는 가장 재미있고 제일 관심 가는 주제다. 그렇다면, 그는 작가다. ‘사람의 자리’를 구상하고 배열하며 창조하는 일이 바로 작가의 일이니까.

저자 소개

  • 저자 : 이미숙
지은이 : 이미숙
충북 보은 출생.
1996년 충청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모여라'로 당선하며 등단.
데뷔 22년 만에 첫 소설집 <당신의 이름은>(도서출판 무늬, 2018) 출간.  

책 속에서


27쪽
“가방은 양손에 하나씩 두 개만 들기로 하고, 그 안에 꼭 담 아가고 싶은 거부터 순서대로 적어. 나가면 우선 예쁜 숟가락부터 사고, 밥공기 하나, 국그릇 하나. 아니다. 두 개씩은 있어야겠다. 누구 반가운 사람이라도 찾아오면 밥은 먹여야지….”
은진은 연습장에 늘어나는 물건 목록만큼 희망으로 꽃이 피던 민희의 얼굴을 기억해냈다.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수 있을 것처럼 즐거워하던 민희를, 은진은 또 다음 말로 금방 울리곤 했다.
“그거 준비하려면 시간이 좀 걸리지. 그때까지만 참아. 그냥 참는 게 아니고 꼼꼼하게 준비하고 힘을 기르면서 기다리는 거야.”
(「민희와 정희」)

57쪽
희자언니는 태곳적부터 거기 살았던 사람처럼 천연덕스레 소파에 엎드려 있다. 종아리를 움직일 때마다 언니의 가슴과 아랫배와 골반뼈를 받치고 있는 낡은 가죽소파가 조금씩 쿨렁거렸다. 오십을 코앞에 둔 아줌마의 다리치고는 생뚱맞을 정도로 뽀얗고 갸름한 종아리다. 게다가 품 안에 쏙 들어올 만큼 자그마한 체구에 긴 머리채를 늘어뜨리고 있다. 밤낮 입고 뒹구는 면 원피스에는 자잘한 꽃무늬까지 박혀 있어서 언뜻 보면 나들이 나온 처녀의 뒷모습이다. 게다가 언니 곁에는 자식이 없다. 그 나이에는 자식얘기를 입에 달고 살기 마련인데 언니 혼자 달랑 소파에 엎드려서 리모컨만 주무르고 있으니 분위기로는 아직도 한참 어린 처녀다.
(「희자언니」)

130~131쪽
잘못했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지 않은 겁니다. 합리적인 선이라는 것이, 이쪽과 저쪽을 왔다 갔다 하면서 형성되는 것인데, 이쪽에 서서 저쪽을 다녀오지 않으셨습니다. 저쪽을 다녀오는 것, 사람들은 그걸 도리라고도 하고 인간에 대한 예의라고도 합니다.
내가 저쪽을 다녀오지 않았다고 누가 그래? 어떻게 알아? 내가 다녀왔다고 말하면 다녀온 거지.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지?
글쎄요. 저도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건 저쪽에서 아는 겁니다. 과정에서의 만남이라고 표현합니다. 선생님은 이 과정에서 고통을 느끼셨는지요? 이쪽에서는 합리적인 선처럼 보여도 저쪽에서는 극한의 선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뭐라는 거야?
그러니까 선생님은 저쪽을 다녀오지 않았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염통에 털 난 사내」)

157~158쪽
그의 트럭은 밤마다 마술을 부리는 요술보자기 같았다. 배추, 무, 파, 오이, 상추 등 일상 야채뿐만 아니라 치커리, 케일 등의 쌈 채소에, 웬만한 과일까지 종류별로 다 딸려 나왔다. 겨울에는 꽝꽝 언 동태나 오징어 궤짝도 가져다 놓았는데, 아침마다 그 작은 트럭에서 그 많은 상자들이 싱싱하게 채워져 나오는 게 신기할 뿐이었다. 사내는 짧은 잠을 자고는 또 부지런히 새벽시장에 다녀오는 모양이었다.
그는 가끔 한적한 오후면 길가 의자에 앉아 꾸벅이며 졸기도 했다. 한번은 오토바이 위에서 자고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오토바이 뒷좌석에 널빤지를 덧대고 배달바구니를 두 개씩 달고 다니더니 그 날은 바구니들을 내려놓고 그 위에 모로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저렇게 자다가 떨어지면 어쩌나 싶은데 바로 앞에 그의 아내가 앉아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슈퍼 벽에 바짝 붙여 세운 트럭의 짐칸 끝에 줄을 묶어 간이천막을 치고 상자에 물건들을 놓고, 그 천막 곁으로 파라솔을 하나 더 세웠는데, 그 아래가 그의 아내 자리였다. 아내는 덩치가 좀 있는 편이라 그 부부는 상대를 서로 더 크게도 더 작아 보이게도 했다. 분위기도 영 달랐다.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것은 아니어도 그 앞을 지날 때마다 한두 사람씩은 야채나 과일을 고르고 있어서 쉰 듯한 그의 탁한 목소리는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의 아내는 파라솔 아래에 앉아있다가 물건을 골라오는 손님에게 파라솔 기둥에 매달아 놓은 비닐봉지를 잡아당겨 담아 주면서 맛있게 드세요, 하며 인사했다. 소리를 끌어 올려 말하는 남편과는 달리 아내의 말소리는 언제 말을 했는지도 모르게 부드러웠고 짧았다.
(「살읏븐뎌 아으」)

목차

· 민희와 정희
· 바둑이와 영희와 철수처럼
· 희자언니
· 바벨탑
· 염통에 털 난 사내
· 다섯 손가락
· 살읏븐뎌 아으
· 굽은 길모퉁이 저편
· 모여라
작품해설 사랑의 이름과 사람의 자리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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