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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6]
출판사 리뷰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여섯 번째 책 출간!
이 책에 대하여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여섯 번째 소설선, 정이현의 『알지 못하는 모든 신들에게』가 출간되었다. 2017년 9월호 『현대문학』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이 소설이다.
거짓 평화에 매몰된 ‘표준화’된 도시 공간에서 살아가는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
“당신은, 그리고 우리는 정말 안녕한가”
정이현의 소설은 인간이 스스로를 속이면서 저지르는 죄악들이 채무처럼 우리의 삶을 포박하고 종내는 미래를 열어나갈 아이들의 삶마저 위태롭게 만들 것임을 두렵게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의 소설은 현대 도시의 세태를 세밀하게 지면에 묘파한 리얼리즘 서사이자 눈에 보이지 않고 느끼지도 못했던 신과 초자연적인 세계를 향해 영혼이 깨어나는 순간을 그린 영적 체험담이라는 중층적인 구조를 갖게 된다. 억울하게 죽은 아이의 장례식장에 외롭게 남아 있는 또 다른 아이들의 모습으로 끝나는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얼마나 비통하고 슬픈가. 이 풍경을 통해 정이현의 소설은 우리에게 마지막 경고를 내리는 듯하다. 어른들이 저지르는 은밀한 폭력이 소중한 아이들을 떠나보낼 것이며, 투명한 거짓으로 지은 세속 도시는 머지않아 신이 지배하는 거룩한 불모의 세상이 되리라는 두려운 진실 말이다.
-이소연, 「작품해설」 중에서
월간 『현대문학』이 펴내는 월간 <핀 소설>, 그 여섯 번째 책!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월간 『현대문학』 지면에 선보이고 이것을 다시 단행본 발간으로 이어가는 프로젝트이다. 여기에 선보이는 단행본들은 개별 작품임과 동시에 여섯 명이 ‘한 시리즈’로 큐레이션된 것이다. 현대문학은 이 시리즈의 진지함이 ‘핀’이라는 단어의 섬세한 경쾌함과 아이러니하게 결합되기를 바란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은 월간 현대문학이 매월 내놓는 월간 핀이기도 하다. 매월 25일 발간할 예정이 후속 편들은 내로라하는 국내 최고 작가들의 신작을 정해진 날짜에 만나볼 수 있게 기획되어 있다. 한국 출판 사상 최초로 도입되는 일종의 ‘샐러리북’ 개념이다.
001부터 006은 1971년에서 1973년 사이 출생하고, 1990년 후반부터 2000년 사이 등단한, 현재 한국 소설의 든든한 허리를 담당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려진다.
007부터 012는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 출생하고, 2000년대 중후반 등단한, 현재 한국 소설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발간되었거나 발간 예정되어 있는 책들은 아래와 같다.
001 편혜영 『죽은 자로 하여금』(4월 25일 발간)
002 박형서 『당신의 노후』(5월 25일 발간)
003 김경욱 『거울 보는 남자』(6월 25일 발간)
004 윤성희 『첫 문장』(7월 25일 발간)
005 이기호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8월 25일 발간)
006 정이현 『알지 못하는 모든 신들에게』(9월 25일 발간)
007 정용준(10월 25일 발간 예정)
008 김금희(11월 25일 발간 예정)
009 김성중(12월 25일 발간 예정)
010 손보미(2019년 1월 25일 발간 예정)
011 백수린(2019년 2월 25일 발간 예정)
012 최은미(2019년 3월 25일 발간 예정)
‘아마도 나는, 나와 영원히 화해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끝나는 소설을 쓴 적이 있다. 오랫동안 그것을 생각했다. ‘것이다’는 단정인가, 추측인가, 예상인가, 결심인가. 이 소설은 어쩌면 그 하나의 문장에서 시작되었다.
작년 여름 썼던 초고를 올여름 수정했다. 여러 가지를 빼고 더했다. 그런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어떤 오후엔 해의 방향을 향해 앉은 아기 고양이의 뒷모습을 보았고 어떤 저녁엔 팔을 흔들며 유리창의 얼룩을 닦았다. 아주 멀리 당도하는 꿈은 한 번도 꾸지 못했다. 맹목과 불안 사이를 서성이는 사람에 대해, 일상의 어떤 모습에 대해 쓰려 했다는 것을 완성한 후에 알게 되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하루를 시작할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세영의 오랜 습관이다. 그것은 눈을 뜨고 싶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죽는 것이 두렵다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세영은 죽음을, 꿈 없는 깊은 잠 속에 빠진 상태라고 짐작했던 것 같다. 하루를 새로 시작할 이유가 없다면 다른 방법이 없을 것이다. 그날을 위한 구체적인 조제법은 정해두었다.
-11p
세영은 남의 인생에 영향을 끼치는 일은 손톱의 때만큼도 하고 싶지 않았다. 더구나 여기서는. 학폭위에 회부된 아이들은 그녀가 너무도 잘 아는 아이들이었다. 이 동네는 도심이지만 어떤 의미에선 지방의 소읍과 비슷한 데가 있었다. 조성된 지 서른 해에 가까워가는 대단지 아파트 안에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등을 맞대고 붙어 있었다. 단지 안의 거의 모든 아이들이 같은 초등학교를 다녔고, 졸업 후엔 같은 중학교에 진학했다. 도우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80여 명이던 한 학년 학생의 숫자는 고학년이 될수록 점차 줄어 졸업 무렵엔 60여 명 정도만 남았다. 그 애들이 그대로 같은 중학교에 올라가는 구조였다
-p. 18
“재건축되면 어쩌려고.”
그것은 무원만의 입버릇이 아니었다. 이 아파트 단지 거주민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이 동네 사람들은 미래뿐만 아니라 현재에 대해 말해야 하는 순간에도 ‘재건축되면’이라는 가정을 습관처럼 전제했다. 이곳은 집값 안정과 주택난 해소라는 목적으로 1989년 개발 계획이 발표된 1기신도시의 시범 단지였다. 작년부터 아파트 단지는 본격적으로 재건축 이슈에 휩싸여 있었다.
-24p
무원 앞에 놓인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었다. 사실을 밝히거나, 그러지 않거나. 늦은 줄 알았을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은 옳았다. 바로잡으려면 그때 했어야 했다. 자신의 얼굴이 조금 붉어지기는 하였겠으나, 아무의 얼굴도 크게 붉어질 필요는 없이 오류는 수정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무원은 오해를 바로잡으려는 어떤 시도도 하지 않았다. 오해를 확고히 하는 시도를 하지도 않았다. 어차피 실제로 만날 일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는 상황을 그냥 놔두었다. 시간이 그렇게 갔다.
-p. 95
“지금은 말이야, 거기 어른들이 많이 힘드실 수 있지 않을까. 힘드신데 너희들을 보면 강이 생각이 더 많이 날 수도 있어.”
도우는 우유를 마시지는 않고 손가락 끝으로 컵을 만지작거리기만 했다.
“그러니까 나중에 가는 게 좋겠어.”
세영의 말이 끝나자, 도우가 있는 힘껏 컵을 잡았다.
“나중에…… 언제요? 엄마, 시간이 없어요.”
-p. 122
댁의 아이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아세요?”
“학원에 있지요.”
뭐가 문제인지 전혀 모르는 듯했다.
“확신하셨나요?”
‘확인’이라고 말하려 했는데 세영은 ‘확신’이라
고 잘못 발음하고 말았다.
-p. 137
조금 더 있을래요. 먼저 가세요.”
그 애는 진심인 것 같다.
“우리가 가버리면 아무도 없잖아요.”
그 애는 진심이다. 뜻을 알 수 없는 뜨끈한 감정이 솟구친다. 세영은 주저앉고 싶다. 도우가 바라는 대로 뒤돌아 나가주고 싶다. 강이의 빈소에 엎드려 오래오래 울고 싶다. 세영은 움직이지 못한다. 간신히 지금은 힘을 아껴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름도 알지 못하는 세상의 모든 신들에게 간구하는 밤이 언젠가 올 것이다. 짐작보다 더 빨리. 등 뒤에서 적막한 저녁의 구름들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pp. 147-148
1부 009
2부 065
3부 109
작품해설 149
작가의 말 16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