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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7413332 / 252쪽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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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가부장제를 넘어서는 가족을 꿈꾸는 이서진 작가의 『낯선 틈』 출간
2006년 『문학마당』 신인상에 「해당화 피고 지는」, 2007년 진주가을문예에 중편소설 「동행」이 당선되고 2011년 중편소설 「빨간눈이새」로 김만중문학상을 수상하며 만만치 않은 필력을 보여준 이서진 작가가 두 번째 소설집 『낯선 틈』을 출간하였다. 이번 소설집은 2017년에 출간한 첫 소설집 『달의 뒤편에 드리운 시간들』에 이은 두 번째 창작집이다.
일반적으로 소설은 사람과 사람이 맺는 관계를 이야기 삼아 우리가 지향해야 할 어떤 세계를 제시한다. 사람들이 모여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이 사람들을 또 다른 관계 속으로 밀어넣는다. 소설은 이리 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그려내는 삶의 광장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이라는 광장을 끊임없이 오고가며 사람들은 그곳에서 상처를 입고 상처를 치유한다. 소설에서 표현되는 상처는 달리 말하면 욕망의 결핍이라 할 수 있다.
이서진 소설에서 이 욕망은 무엇으로 표현되고 있을까. 그는 소설이라는 광장에 ‘가족’을 불러낸다. 그 가족은 정확히 말하면 가부장제를 가리킨다. 가부장제에서 여성은 주체가 될 수 없다. 가부장제는 남성이라는 주체가 여성이라는 타자를 대상화할 때 발생한다. 이서진 소설집 『낯선 틈』에서는 가부장제를 넘어서는 가족에 대한 꿈을 꾼다. 물론 그 꿈은 한여름 뙤약볕에 축 늘어진 해바라기만큼이나 메마른 상태에 있다. 그럼에도 희망을 보여준다. 내복을 들고 다린에게 달려가려는 정혜의 모습(「두 개의 해바라기가 있는 풍경」)에는 분명 피해당한 여성들을 하나로 묶는 연대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소설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이루는 관계를 이야기한다. 관계는 달리 말하면 연대감이다. 약한 사람 혼자서 강한 사람과 싸우는 건 불가능하다. 약자는 약자와 연대를 해야 강자와 맞서 싸우는 힘이 생긴다. 가부장제에서 약자는 누구일까? 프랑스에 입양을 갔다가 고국이 그리워 돌아온 필립(「낯선 틈」)이고, 두 남자의 사랑에 휘말려 비극에 빠진 윤재 어머니(「해당화 피고 지는」)이기도 하다. 「빨간눈이새」에 나오는 청화와 연후는 어떤가? 가부장제의 바깥으로 나가려면 가부장제에 희생당한 사람들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이서진 작가는 가부장제 바깥에 새로운 가족을 세우려는 꿈을 서럽게 한세상을 산 사람들 이야기로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서진 작가는 「책을 펴내며」에서 “봄 내내 이 책에 실릴 글들을 고르고 다듬는 작업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글 속의 ‘그들’을 만난 건 아주 오래 전이기도, 혹은 얼마 전이기도 했다. 살아가는 곳곳에서 마주친 그들은 탄탄히 발 딛지 못해 흔들렸다. (중략) 그들은 가혹한 시간들 속으로 시리게 떨어져나가야만 했다. 그건 환하게 퍼져 내리는 찬란한 4월 햇살 속에서, 1월 삭풍 같은 울음이 치받치는 걸 꾹꾹 눌러야 하는 거였다. 치받치는 그 울음은 가 닿을 수 없어 더욱 절박하고 아픈 그리움이었다. 머물 수 없어 흔들리는, 온몸이 휘도록 무거운, 먼 곳의 바람처럼 쓸쓸한, 서늘하고 아릿한, 깊게 패인 상처의 그리움이었다”며 또다른 가족을 만들어야 하는 작품 속 주인공들에 대한 깊은 연민과 애정을 드러냈다.
「해당화 피고 지는」
우현은 어느 날 새벽에 부고를 받는다. 그날의 텔레비전 뉴스에선 동생이 형을 살해한 사건이 짤막하게 보도된다. 그와 함께 그 죽음에 묻혀 있던 한 가정의 불행이 몇 십 년이라는 시공을 거슬러 드러난다. 그 속에는 남북 체제 이데올로기의 극한 대립으로 가족 간의 오랜 생이별과 끔찍한 가정폭력이 자리하고 있다. 그로 인해 와해된 가족의 상흔은 피 흘리듯 처절하다.
「낯선 틈」
미혼모의 자식으로 태어나 국외로 입양된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정체성은 유배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채, 오랫동안 한 사회를 지배해온 혈연 원칙의 가부장제 기득권에서 이방인으로 떠밀려왔다. 날 선 고립감과 잉여적 존재의 부박한 혼란으로 태어난 나라와 입양되어 자란 나라, 그 어느 곳에도 제대로 속할 수 없는 처지는 쉽게 허물어질 모래집과도 같다. 어딘가에 들어설 수 있는 ‘틈’은 희망적이나, 그가 비집고 들어설 ‘틈’은 균열되어 갈라질 뿐이다.
「푸른 달의 꿈」
경준에게는 정신장애를 겪다가 죽은 어머니가 있다. 그에게서 어머니는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서 애타도록 갈망하게 하는 무엇이다. 그 요원함은 지독한 불안으로 존재의 심연을 관통하며 내내 흔들어대고, 갈망이 향하는 곳은 나락으로 타버리는 열락이다. 홀리고 어지럽히는 빛 뒤의 서늘한 그림자이며 질곡한 모순이기도 하다. 그 모순은 부재의 환(幻)으로 삶의 도처에서 경준을 혹독하게 할퀸다.
「빨간눈이새」
연후는 아버지의 49재를 치르기 위해 고향을 찾게 된다. 그곳에서 오래 전에 연후 부녀와 인연이 닿았던 한 여자를 만나게 된다. 마침 부두에선 풍어와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며 산 자와 죽은 자의 해원인 한마당 굿판이 벌어진다. 그와 함께 연후와 여자도 뜻하지 않게 지나간 시간의 아픈 궤적들을 맞닥뜨린다. 그들의 맺힌 해원의식은 날줄과 씨줄의 촘촘한 교직처럼, 무상한 세월을 더듬어 ‘굿’이라는 씻김의 매개로 짜여진다.
「두 개의 해바라기가 있는 풍경」
정혜는 가족의 안위 외에는 큰 관심이 없는 중산층의 삶을 살고 있다. 그러다 우연하게 딸이 다니는 중학교에서 학부모 상담수업을 진행하게 됐다. 거기서 학교만의 임의적 판단 하에 문제아로 분류된 아이들 중 하나인 15살의 다린을 만난다. 다린은 부모의 이혼과 가출로 어른들을 향한 불신으로 엇나가고 있다. 그런 다린이 임신을 한 채 폭행을 당하고 조기 출산까지 하는 걸 보며, 자신 안에 깊숙이 눌려 있던 지난 날 가혹하게 훼손된 시간들과 대면한다. 정혜는 그때의 부당하게 휘둘렸던 상처의 연대감을 다린에게 이입하며 절박한 치유의 바람을 품는다.
「제희」
은성은 문인화가라는 직업을 가졌지만 제대로 도약하지 못하는 무명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중 전시회 출품 의뢰를 받고, 작품 창작을 하기 위해 산촌인 월하리의 한 예술창작촌에 한동안 머물게 된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 몇은 삶의 정서적 주류에 편입되지 못해 스스로 고립되거나 밀려나 있다. 그들 속에서 은성의 신체 한 부분에 유독 집착을 보이는 연극배우인 제희를 알게 되고, 그 집착의 기저에 깔려 있는 시한부 죽음의 암울함을 함께 겪게 된다.
해당화 피고 지는 7
낯선 틈 61
푸른 달의 꿈 87
빨간눈이새 107
두 개의 해바라기가 있는 정물 165
제희 205
해설 가족이라는 타자와 그 너머 | 오홍진 307
작가의 말 24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