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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눈

장정옥 저 | 학이사 | 2018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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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8541484 / 360쪽 135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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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소설집 《숨은 눈》은 장정옥의 다섯 번째 책이자 첫 번째 단편소설집이다. 이 책은 한 편의 경장편소설과 여섯 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으며, ‘나’라는 한 개인을 떠나 ‘엄마’로 살아야 했던 여자들의 피진한 삶을 담고 있다. 여자는 결혼을 통하여 새로운 인간관계에 걸맞은 초월적인 존재가 되어간다. 혈연으로 이어지는 관계 형성을 통하여 인간사의 굴곡과 맞닥뜨리는 삶의 과정이 심리적 구도로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소설 속의 여자가 묻는다.
엄마는 누구인가?
엄마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삶의 위기에 처한 여자에게 가족은 진정한 보호벽이 되어주지 못한다. 여자는 세상의 길에 홀로 서 있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결혼생활이 산산조각 나며 삶의 위기에 처한 여자는 자신이 지켜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의 양 극단에서 혼란에 빠지고 만다. 두 주먹을 쥐고 자기 앞의 유리벽을 힘껏 내리치지만 ‘엄마’라는 인간적인 연결고리가 여자를 놓아주지 않는다. 혈연으로 이어진 인간관계와 개인의 정체성 사이에서 여자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여자는 가정에 존재하는 한 끝까지 아내이고 엄마이기만 해야 하는지. 소설 속의 여자가 자신의 존재가치와 실존의 의미를 묻는다. 결혼이라는 유리벽이 여자들에게 보호막인지 구속인지.
여자에게 결혼은 제 2의 성이기도 하다. 여자는 사랑에 의지해 어른의 삶을 시작한다. 그러나 사랑은 삶의 위기에 처했을 때 진심으로 여자의 편이 되어주지 않는다. 결혼생활의 지난한 과정이 여자에게 사랑은 영원한 오해에 불과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시몬느 보부아르는 인간을 두고, 주어진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존재라고 했다. 삶의 도정에서 수없이 부서지고 망가지지만 여자는 매순간 한 껍질씩 허물을 벗으며 새로 태어난다. 엄마여서 수많은 좌절을 참아야 하고 또한 엄마이기 때문에 매순간 무릎을 세워 일어설 수 있다. 여자가 그렇게 초월적인 존재일 수 있는 것은 ‘엄마’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젊은 세대들에게 결혼은 더 이상 필수항목이 아닌 선택항목이 되고 있다. 취업난과 경제적 어려움 등의 여러 가지 사회적인 문제로 인하여 젊은 세대들이 비혼을 선언하며 결혼을 기피하는가 하면 홀로 비혼식을 치르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기에 이르렀다. 이렇듯 젊은 세대들이 가정을 벗어나 사회로 발을 뻗으며 집집마다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사라지고 있다. 머잖은 날에 시골이 텅 비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앞서다 못해 서글픈 생각이 든다.
경장편 '물에 뜬 그림자를 보다'를 포함한 여섯 편의 단편소설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처 입고 비틀거리는 여자들의 삶을 통해서 결혼생활의 부조리와 허상을 꼬집고, 여자에게 결혼은 무엇이며 가족의 의미는 무엇인가? 하는 정체성을 돌아보게 한다.

199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저자는 2008년에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스무 살의 축제》로 당선됐으며, 장편소설 《비단길》, 《고요한 종소리》, 《나비와 불꽃놀이》 등을 펴냈다.

저자 소개

  • 저자 : 장정옥
지은이 : 장정옥
1957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1997년에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해무〉로 등단했으며, 2008년 제40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스무살의 축제》가 당선되어 첫 번째 책을 가졌다.
장편소설 《스무 살의 축제》, 《비단길》, 《고요한 종소리》, 《나비와 불꽃놀이》가 있다.  

머리말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무심코 창을 내다보다 아, 하고 탄성을 질렀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사월 첫날에 눈이라니,
다시 보니 흰 꽃잎이었다.
창 아래 벚꽃이 피어 있었던 걸 잊고 있었다.
그 나무도 처음 아파트에 입주할 때는
작고 가느다란 묘목이었을 것이다.
이십 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는 사이
볼품 있는 나무가 되었다.
가지를 활짝 편 모양새가
제 영역을 지키는 원주민처럼 당당하다.
나무가 해를 향해 넓게 가지를 뻗는 것은
살아남기 위한 몸짓이다.
사람이고 나무고
스스로 영역을 넓히며
제 자리를 굳건히 지켜야 살아남을 수 있다.

바람이 분다.
바람을 맞고 서 있는 나무가 내 소설 속의 여자들 같다.
내 소설 속의 여자들은
이제 막 옮겨 심은 나무처럼
끊임없이 흔들리고 갈등한다.
그녀들이 불행한 것은
딛고 선 땅이 척박한 탓이었다고 변명해주고 싶다.
그녀들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땅 냄새를 맡고
거친 바람을 이기고
땅 속 깊숙이 뿌리를 내릴 시간이.
그러고도 살아지지 않으면 좀 더 기다리라고 말해주고 싶다.
당신을 바라보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당신의 아이들도
엄마가 봐주지 않는 순간을 그렇게 기다렸고
지금도 기다리고 있다.
뿌리가 뽑힐 듯 모질게 불던 바람을 견디면서도
그녀들은 쓰러지지 않는다.
그녀들을 지키는 것은 ‘엄마’라는 이름이다.
엄마여서 못 간 여자들의 얘기를 해보았다.
여자로 제법 많은 시간을 살았는데
아직도 나를 모르겠다.
내가 누구인지.
여자였나 하면 엄마였고
엄마였나, 하고 돌아보면
다만 인간이고 싶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여자들의 얘기를 쓰고 있으려니
내가 인간으로 살려고 몸부림치던 순간에
나를 지켜보던 가족들이
조금은 외로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수시로 후들거렸던 것처럼.

책 속에서

세상은 흰색과 검은색이 한데 어우러지는 곳이었다. 물이 있나 하면 불이 있고, 적이 있나 하면 아군이 있고, 어두운 밤이 있나 하면 해가 뜨는 아침도 있다. 다행히 내게는 건강한 몸이 있으니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절박해서 시작한 일이었다니까 얘기를 듣고 있던 그가 진지하게 물었다.
“적성에 맞던가요?”
“일이 필요하다는 것 이상의 조건은 없다고 봐요.”
“다행이군요. 자신감에 차 있으니.”
“근이 두려움을 걷어내게 해주었어요.”
간절히 바라면 보이지 않는 힘이 나서서 돕는다고 믿었다.

<물에 뜬 그림자를 보다> 중에서

목차

숨은 눈
달의 노래
해무海霧
섬
물에 뜬 그림자를 보다
내 마음의 파랑
탈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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