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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詩, 강남콩

시리즈 : 모악시인선 [14]

김준태 저 | 모악 | 2018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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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8071135 / 100쪽 / 130g / 13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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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세상을 일으켜 세우는 시, 들녘처럼 큰 마음의 노래!”
“모든 것이 꽃으로 피어나는 원융(圓融)의 시세계!”

씨앗, 또 다른 우주를 잉태한 시원

<밭詩, 강낭콩>에는 ‘영원한 청춘의 시인’ 김준태의 응축된 시력(詩歷)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삶의 처처를 짚어내는 섬세하고 다정한 시선은 모든 생명의 심도(心度)를 보여준다. 독자들은 “둥글게 하나로 모여 꽃피는 세계”(?해설?) 안에서 “옛날에 아 옛날에 어디선가 잃어버린 내 얼굴!”(?들꽃?)을 마주하게 된다. 김준태 시인은 그 얼굴이야말로 우리가 근대화 과정에서 잃어버린 생명의 ‘씨앗’임을 강조한다. 시인은 ‘씨앗’이 품고 있는 생명의 숭고함을 극한의 지점까지 상상력을 밀고 간다. 그것은 시인이 그동안 꾸준하게 천착해온 대지의 상상력과 사회역사적 역동성의 연장이다. ‘씨앗’은 시간이 여물어 맺힌 최종적인 결과이며 또 다른 우주를 잉태하고 있는 시원이다. 시인은 이와 같은 생명의 순환이 우리 삶의 역사를 만들고, 삶의 도약과 역사의 장면을 구성한다고 믿는다. 간결한 시행에 압축된 감각적 사유는 시인의 언어를 통과하면서 증폭된다. 그 파장이 닿는 곳에서 시인은 “인간의 노동과 미래”(?마그마?)를 앞질러 보아내고 있다.

불이(不二)의 둥근 상상력
<밭詩, 강낭콩>에 깃들어 있는 시인의 사유는 “모든 존재하는 것들이/둥근 입자(粒子) 안에서 하나다”(?불이문?)라는 시행에 집약되어 있다. ‘불이’의 사유는 김준태 시인이 진작부터 역사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온 화두이다. 시인이 바라보는 것은 ‘하나’가 아니라 ‘둘이지만 하나인 것’이다. 이렇게 분별된 것들에서 무분별을 감지해내는 시인의 변증법적 사유는 그 자체로 우주의 완성을 향해 나아간다.

비가 내린다

비는 내리면서
저 무수한 하늘과
사람들에게 젖는다

아 때때로
눈물이 맺히는

세상 곳곳에
심은, 피어나는
사람들의 얼굴이 둥글다
-?봄비? 전문

시인에게 봄비가 내리는 모습은 “젖는” 일이면서 “맺히는” 일이다. 시인은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젖고 맺는 일이 “심”고 “피어나는” 일임을 간파해낸다. 젖고 맺히는 일에서 심고 피어나는 일을 읽어내는 중층의 감각은 세상을 둥글게 인식하는 무한 순환의 감각적 형상화이다. 이러한 인식은 “사람이 되려다가 실패한 것들이 결국에는 꽃으로/피어난다”(?꽃?)는 진술에서 확정된다. 시인은 ‘피어나는’ 것들의 생명성에게 시적으로 오롯이 투신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시집 <밭詩, 강낭콩>에서 ‘피어나는’ 것들이 “사람들의 얼굴”인 이유가 거기에 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피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심’어져야 한다. 시인은 심는 행위의 거룩함과 숭고함을 누구보다 잘 안다. 심는 일은 마음을 모아서 깊은 곳에 새겨두는 일이다. 시인은 모든 대상을 마음에 들인 후 심안(心眼)으로 그것들을 읽어낸다. 그리하여 마음에 심어놓은 ‘씨앗’이 하나의 생명으로 ‘피어나는’ 새로운 인식의 도약을 통해 시의 지평을 확장해가는 것이다.

역사적 삶과 삶의 역사성
문태준 시인은 <밭詩, 강낭콩>에 대해 “총알을 파내고 심은 몇 알의 강낭콩”이라고 정의했다. 박수연 평론가는 “광주의 시인이 샤먼으로 거듭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총알’과 ‘광주’는 시의 역사와 역사적 시를 해석하는 김준태 시인만의 언어이다. 1980년 광주는 시인의 몸에 운명적으로 새겨진 몽고반점이다. 그해, 광주의 ‘총알’을 목격한 시인은 109행에 달하는 장시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를 발표함으로써 역사의 일부가 되었다. 그로부터 시인은 우리 삶의 역사성과 역사적 삶의 변곡점을 시적 좌표로 삼아왔다. 역사의 가장 밑바닥에서 시인은 땅이 곧 역사이며 땅이 곧 삶이라는 인식에 도달했던 것이다.

땅 위에
씨앗을 뿌리면
밭이 되지만

땅 위에
씨앗을 뿌리지 않으면
총칼이 쌓인다.
-?땅? 전문

시간이 흐르고 삶의 방식이 바뀌어도 시인은 여전히 1980년 그날의 땅과 그날의 삶에 잇대어 있다. “씨앗”을 뿌리지 않은 “밭”을 생생하게 체험한 시인은 “씨앗을 뿌”려 생명을 탄생시키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인지 안다. “씨앗을 뿌리지 않으면/총칼이 쌓인”다는 역사적 인식은 김준태 시인으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하는 근본적 원동력이다. 시인은 “밭”이라는 상징적 역사 공간에서 “흙을 찌른 칼”을 “녹슬어버”(?칼과 흙?)리게 하는 땅의 생명성을 발견한다. 그 “밭은 모든 것을 껴안는” 곳으로 “그대의 목마름/그대의 천국과 지옥까지도/껴안고 새싹을 틔”(?天地포옹?)우는 곳이다. 시집 제목을 <밭詩, 강낭콩>이라고 한 것은 그러한 생명의식에 대한 경외 때문이다. “시는/쇠붙이/굴뚝에서/나오지 않고//흙의 대지의/밑창에서 태어난다”(?대지의 시?)고 강조하면서 삶의 새로운 역사에 대한 믿음을 드러내고 있다. 그것이 ‘밭’이라는 역사의 대지에 ‘강낭콩’이라는 씨앗을 심어놓은 이유이다.

시, 대지의 생명으로 피어나다
김준태 시인은 대지의 생명력을 근간으로 역사의 동력을 얻고, 거기에서 피어나는 삶으로 역사의 궤적을 삼는다. 아래의 시에는 역사의 생명력을 얻기 위해 ‘씨앗’을 심고 있는 시인의 시적 방법론이 잘 나타나 있다.

한편의 시를 쓰기 전에 나는 최소한 70년을
참아두었던 울음과 눈물과 가슴 속 밤하늘을
순간적으로 쏟아내야 한다 아 그래도 써질까
말까 한 나의 로고스, 죽음을 숨기고 있는 詩!
-?한 편의 詩를 쓰기 위하여? 전문

시인에게 시의 씨앗은 “최소한 70년을/참아두었던 울음과 눈물과 가슴 속 밤하늘”이다. 그 시간을 견뎌낸 씨앗이 “순간적으로 쏟아”져나올 때에도 시는 “써질까/말까” 하는데, 그렇게 탄생하는 시는 “하늘과/땅을 하나로 모으는 대합창을…어둠과 장벽을 무너뜨리는 아, 환희의 노래”(?베토벤 교향곡 9번?)이다. 시인은 그렇게 탄생한 시가 “죽음을 숨기고 있”다고 말한다. 시인에게 죽음은 생명의 부재가 아니라 생명의 다른 모습이다. “채 사람이 되지 않고 엄마의 뱃속에서/죽은 아기도 저 높은 하늘이나 다름없는/‘사람’이라는 것”(?뱃속의 아기도 ‘사람’이다?)에서 알 수 있듯이, 김준태 시인에게 ‘죽은 아기’는 역사와 대지에 심어져 새로운 생명으로 피어나는, 한 편의 시로 다시 태어나야 할 미래이다. 시인이 이처럼 역사와 생명을 강조하는 것은 그의 시에는 결국 ‘사람’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벽이 아니다
사람은 모두 문이다
우리들이 몸부림쳐서라도
쾅 쾅! 열고 들어가야 할
사람은 모두 찬란한 문!
-?사람? 전문

시인에게 사람은 서로 마음을 나누고 통해야 하는 “문”이다. 그것도 “모두 찬란한 문!”이다. 이 문을 향해 “몸부림”치듯 “쾅 쾅!” 울려대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당연히 시가 될 것이다. 김준태 시인의 시는 그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인 “문”을 열어주는 주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인은 오래 전부터 ‘샤먼’이었다. ‘샤먼’만이 대지에서 죽은 총칼을 뽑아내고 새로운 생명의 씨앗을 심을 수 있다. 시인은 “저 아득한/사람몸의 지평선!”에 생명의 역사를 심어놓았다. 눈 맑은 독자라면 <밭詩, 강낭콩>을 읽으면서 “‘사람’만이 열 번, 백번/다시 태어날 수 있으리”(?하늘 아래서?)라는 믿음을 얻게 될 것이다.

저자 소개

1948년 전남 해남 출생. 


1969년 월간 《시인》지로 나와 시집 《참깨를 털면서》 《나는 하느님을 보았다》 《국밥과 희망》 《불이냐 꽃이냐》 《넋통일》 《오월에서 통일로》(판화시집), 《아아 광주여 영원한 청춘의 도시여》 《칼과 흙》 《통일을 꿈꾸는 슬픈 색주가(色酒家)》 《꽃이, 이제 지상과 하늘을》 《지평선에 서서》 , 육필시집《형제》 《밭시》등을 내놓았으며 1995년 문예중앙에 중편소설 <오르페우스는 죽지 않았다>를 선보인 이후 100여 편의 액자소설을 발표했다. 문학평론집 《5월과 문학》 《시인은 독수리처럼》 문명비평집 《21세기말과 지역문화》 에세이집 《인간의 길을 묻고 싶다》 한국·세계명시해설집 《사랑의 확인/사랑의 변주》(상·하권)를 출간하였다.


역서로 베트남전쟁소설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팀 오브라이언 지음)을 펴냈으며 <오페라 無等, 둥둥>, <오페라 장화왕후>, <판소리 와룡선생전> 등 수 편의 대본을 썼다. 


세계문학기행집 《슬픈 시인의 여행》과 《세계문학의 거장을 만나다》 남과 북·해외동포시인들의 통일시에 해설을 붙인 《백두산아 훨훨 날아라》와 옛 소련 지역 한민족구전가요집 《재소고려인의 노래를 찾아서》(기획·감수), 《알암 명노근 평전》 등을 펴냈다.


 1960년대 베트남전쟁에 차출됐으며 80년대 중반부터 유럽·미국·중국·베트남·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일대, 북녘땅 평양·백두산·금강산으로 여행 및 문학 강연을 다녔다. 13년간 고등학교 영어·독일어 교사, 11년간 광주 지역 신문사 편집국데스크(문화부장, 경제부장, 부국장)를 거쳐 PBC 광주평화방송에서 시사자키로 일했다. 5·18광주항쟁동지회장과 민족문학작가회의 부이사장을 지낸 뒤 작은학교 ‘금남로 리케이온(Gumnamro-Lykeion)’을 마련, 저술 활동을 펴고 있다. 광주대를 거쳐 현재 조선대학 초빙교수로 재직, 5·18기념재단 이사장으로 봉직 중이다.


 

목차

시인의 말

1부 그대에게
한 송이 꽃을 만나
강낭콩
수미산
마그마
불이문
하늘도 휘어지고
달
그대에게
개미와 코끼리
제주, 돌하르방
징개맹경 지평선에서
물은 구겨지지 않는다!
지리산
봄비
꽃
샤먼, K시인에게
장자의 꿈
칸타타

2부 길을 가다 알았네
소년은 하늘에 올라
비둘기
달밤
노래, 고향
봄 편지
길을 가다 알았네
들꽃
흰 고무신
목탁과 십자가
서울역·용산역 가을
아가들의 옷
죽사 이응노전
아리랑
금호도
어머니
아가의 詩
우화
뱃속의 아기도 ‘사람’이다!
치자나무 치자꽃

3부 향기
노래, 어머니
순천만, 와온바다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
한 편의 詩를 쓰기 위하여
바지랑이풀
새
개구리방죽
월장
사람의 얼굴
판화, 무등산
향기
시리아 아이들
휘트먼
고향의 여름
사마르칸트
지평선
풀잎 아가들
강가에서
하늘 아래서
천마령

4부 땅
칼과 흙
땅
삽
天地포옹
물방울
대지의 시
사람
걸레와 밭
달
대전환, 한반도

해설 둥그런 섭리 | 박수연(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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