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예상일 안내
주문하신 상품이 한국에서 현지 배송을 위한 출고단계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날짜입니다. 상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부적인 사정으로 인해 출고예상일에 다소 오차가 생길 수 있습니다.
여러 상품(예약상품포함)을 함께 주문하신 경우 출고예상일이 가장 늦은 날짜에 맞춰 함께 배송됩니다.

ISBN : 9788972759034 / 168쪽 104 x 182 (㎜) / 양장본
이 상품에 궁금하신점이 있으세요? 1:1상담문의

-
데이비드 솔로이
-
조정래
-
천선란
- 16,920
- 36,000
- 15,300
- 129,600
출판사 리뷰
길원옥 할머니는 빠르게 기억을 잃어가고 계십니다. 방금 당신이 드신 과일도 기억 못 하시는 할머니와의 대화는 그런데 처음부터 제게 특별한 즐거움과 문학적 영감을 주었습니다. 보름달이 뜬 밤, 영혼과 영혼이 야생의 들판에서 만나 이중창을 부르는 것 같은 황홀함을 선물해주었습니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는 할머니.
‘나를 사랑해야 너를 사랑할 수 있다’는 할머니.
형언 불가능한 고통스러운 생을 살고도, 인간 안에 선함이 있다는 것을 믿고, 누구나 천사가 될 수 있다고 믿는 할머니. (……)
할머니께서는 저를 소설가가 아닌 선생님으로 알고 계십니다. 문득 찾아와 쓸데없는 걸 묻고 또 물으며 당신을 못살게 구는 선생님.
가지 말라던, 그냥 당신 등에 붙어서 자라던 할머니의 모습이 잊히지 않습니다.
오늘도 할머니가 그립습니다.
피가 내 얼굴을 지웠어…….
열네 살이었을까, 열다섯 살이었을까.
군인이 뱀처럼 긴 칼로 내 머리를 내리쳤어.
정수리에 금이 가더니 피가 솟구쳤어.
내 얼굴을 지우며 피가 흘렀어.
그 피를 닦는 데 60년이 넘게 걸렸어.
밤이 되면 군인들이 왔어.
군인들만 왔어.
삭힌 콩잎 같은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었어 (pp. 22-23)
열세 살 나를 가지고 놀던 군인은 몇 살이었을까.
문구점에서 산 병아리를 가지고 놀듯 나를.
나는 세 개.
내 살굿빛 부리를 으스러뜨렸어.
날갯짓 한 번 못 한 내 날개를 꺾었어.
개나리 꽃잎 같은 내 발가락을 뭉갰어.
큰오빠보다 나이가 들어 보이는 군인이었어. 아버지보다도.
내 몸에서 피가 났어. 손바닥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무르팍이 아니라 다른 곳.
태어나 한 번도 피가 나지 않았던 곳에서.
내가 무서워서 울자 나를 번쩍 들어 공중으로 던졌어.
나는 날아올랐다 군화를 신은 발들 앞에 떨어졌어. (pp. 39-40)
아무 데도 가고 싶지 않아…… 꽃구경도 싫어.
나 우리 집 갈래.
나는 노래를 불러. 슬플 때도, 기쁠 때도, 심심할 때도, 원망스러울 때도.
새들이 날 가리며 우는 거 봤어?
한때 남들 앞에서는 노래를 안 불렀어. 숨어서 불렀어.
혼자 몰래 불렀어.
남들 듣는 데서 노래 부르는 게 흉 같아서.
내가 하는 건 다 흉 같았어. (p. 54)
말을 하면 아픈 데가 더 아파.
아픈 건 똑같아.
몸에 난 상처나, 마음에 난 상처나.
어떻게 하면 잊을까, 그 생각만 했어.
그래서 내가 지금까지 살아 있는 거야. (p. 85)
여자가 얼마나 아플지 내가 잘 알지. 여자가 당한 일을 나도 당했으니까.
“말하고 싶지 않지?”
“나도 말하고 싶지 않았어.”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지만 했어. 나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그 끔찍한 일을 당하는 여자가 또 있으면 안 되니까.”
“내가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테니까.”
“내가 참으라는 것은 아픔을 참으라는 뜻이지 말을 참으라는 뜻이 아니야.”
“말해야 해. 그래야 사람들이 알지.” (pp. 94-95)
좋은 말은 입속에 가두어두면 안 돼, 해야 해.
그 말을 들은 사람이 다른 데 가서 전하게.
좋은 말은 돌림 노래가 되어 떠돌고, 떠돌아야 해.
나쁜 말은 입속에 가두어둬, 소금처럼 녹아 없어질 때까지. (p. 97)
나는 혼자야.
사람이 혼자라는 게 아무래도 안 좋지.
사람은, 사람들하고 살아야 사람이야.
혼자라는 거…… 그건 혼자였던 사람만 알아. (p. 115)
나는 나를 사랑해서 죽지 않았어.
나를 사랑해서 오늘날까지 살 수 있었어.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나를 사랑해서 할 수 있었어.
너도 너를 사랑해.
네가 있어야 내가 있지, 내가 있어야 네가 있고.
그것이 내가 알고 있는 황금률이야.
내가 나를 사랑해야 용서도 할 수 있어.
나를 사랑하는 거…… 그것이 시작이야.
그리고 말해.
군인들이 천사가 될 때까지. (pp. 150-151)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 007
작품해설 152
작가의 말 16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