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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

김 숨 저 | 현대문학 | 2018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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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72759034 / 168쪽 104 x 182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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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1974년 울산 출생. 1997년 『대전일보』, 1998년 『문학동네』 등단. 소설집 『투견』 『침대』 『간과 쓸개』 『국수』 『당신의 신』 『나는 염소가 처음이야』. 장편소설 『백치들』 『철』 『나의 아름다운 죄인들』 『물』 『노란 개를 버리러』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 『바느질하는 여자』 『 L의 운동화』 『한 명』.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이상문학상> 등 수상.

머리말

길원옥 할머니는 빠르게 기억을 잃어가고 계십니다. 방금 당신이 드신 과일도 기억 못 하시는 할머니와의 대화는 그런데 처음부터 제게 특별한 즐거움과 문학적 영감을 주었습니다. 보름달이 뜬 밤, 영혼과 영혼이 야생의 들판에서 만나 이중창을 부르는 것 같은 황홀함을 선물해주었습니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는 할머니.
‘나를 사랑해야 너를 사랑할 수 있다’는 할머니.
형언 불가능한 고통스러운 생을 살고도, 인간 안에 선함이 있다는 것을 믿고, 누구나 천사가 될 수 있다고 믿는 할머니. (……)
할머니께서는 저를 소설가가 아닌 선생님으로 알고 계십니다. 문득 찾아와 쓸데없는 걸 묻고 또 물으며 당신을 못살게 구는 선생님.
가지 말라던, 그냥 당신 등에 붙어서 자라던 할머니의 모습이 잊히지 않습니다.
오늘도 할머니가 그립습니다.

책 속에서

피가 내 얼굴을 지웠어…….
열네 살이었을까, 열다섯 살이었을까.
군인이 뱀처럼 긴 칼로 내 머리를 내리쳤어.
정수리에 금이 가더니 피가 솟구쳤어.
내 얼굴을 지우며 피가 흘렀어.
그 피를 닦는 데 60년이 넘게 걸렸어.
밤이 되면 군인들이 왔어.
군인들만 왔어.
삭힌 콩잎 같은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었어 (pp. 22-23)

열세 살 나를 가지고 놀던 군인은 몇 살이었을까.
문구점에서 산 병아리를 가지고 놀듯 나를.
나는 세 개.
내 살굿빛 부리를 으스러뜨렸어.
날갯짓 한 번 못 한 내 날개를 꺾었어.
개나리 꽃잎 같은 내 발가락을 뭉갰어.
큰오빠보다 나이가 들어 보이는 군인이었어. 아버지보다도.
내 몸에서 피가 났어. 손바닥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무르팍이 아니라 다른 곳.
태어나 한 번도 피가 나지 않았던 곳에서.
내가 무서워서 울자 나를 번쩍 들어 공중으로 던졌어.
나는 날아올랐다 군화를 신은 발들 앞에 떨어졌어. (pp. 39-40)


아무 데도 가고 싶지 않아…… 꽃구경도 싫어.
나 우리 집 갈래.
나는 노래를 불러. 슬플 때도, 기쁠 때도, 심심할 때도, 원망스러울 때도.
새들이 날 가리며 우는 거 봤어?
한때 남들 앞에서는 노래를 안 불렀어. 숨어서 불렀어.
혼자 몰래 불렀어.
남들 듣는 데서 노래 부르는 게 흉 같아서.
내가 하는 건 다 흉 같았어. (p. 54)

말을 하면 아픈 데가 더 아파.
아픈 건 똑같아.
몸에 난 상처나, 마음에 난 상처나.
어떻게 하면 잊을까, 그 생각만 했어.
그래서 내가 지금까지 살아 있는 거야. (p. 85)

여자가 얼마나 아플지 내가 잘 알지. 여자가 당한 일을 나도 당했으니까.
“말하고 싶지 않지?”
“나도 말하고 싶지 않았어.”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지만 했어. 나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그 끔찍한 일을 당하는 여자가 또 있으면 안 되니까.”
“내가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테니까.”
“내가 참으라는 것은 아픔을 참으라는 뜻이지 말을 참으라는 뜻이 아니야.”
“말해야 해. 그래야 사람들이 알지.” (pp. 94-95)

좋은 말은 입속에 가두어두면 안 돼, 해야 해.
그 말을 들은 사람이 다른 데 가서 전하게.
좋은 말은 돌림 노래가 되어 떠돌고, 떠돌아야 해.
나쁜 말은 입속에 가두어둬, 소금처럼 녹아 없어질 때까지. (p. 97)

나는 혼자야.
사람이 혼자라는 게 아무래도 안 좋지.
사람은, 사람들하고 살아야 사람이야.
혼자라는 거…… 그건 혼자였던 사람만 알아. (p. 115)

나는 나를 사랑해서 죽지 않았어.
나를 사랑해서 오늘날까지 살 수 있었어.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나를 사랑해서 할 수 있었어.
너도 너를 사랑해.
네가 있어야 내가 있지, 내가 있어야 네가 있고.
그것이 내가 알고 있는 황금률이야.
내가 나를 사랑해야 용서도 할 수 있어.
나를 사랑하는 거…… 그것이 시작이야.
그리고 말해.
군인들이 천사가 될 때까지. (pp. 150-151)

목차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 007
작품해설 152
작가의 말 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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