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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밤을 지나는 당신에게

캐서린 번스 저 | 김희정 역 | 알마 | 2018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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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9921810 / 444쪽 135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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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세계적인 스토리텔링 이벤트 ‘모스The Moth’에서 발표된 최고의 이야기
어둠 속에서 빛을 향해 돌진하는 사람들이 선사하는 최고의 감동을 만나다

“정말 의미 있는 것은 자신의 아픈 곳을 드러낼 줄 아는 솔직함과 정직함이다.
어렵고 고된 경험을 하던 순간에 자신이 인간적으로 어떤 모습이었는지
정직하게 이야기할 때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인다.”
닐 게이먼, 《샌드맨》 시리즈의 저자

‘타인’이 아니라 오직 ‘우리’가 존재할 뿐이라는 진실에 관한
어둠 속에서 오직 빛을 향해 돌진하는 아름다운 이야기의 향연


세계적인 스토리텔링 이벤트 ‘모스The Moth’에서 지난 20여 년간 발표된 이야기 중 최고만을 선별해서 모았다. 모스에서 1인칭으로 서술되는 이야기는 성별, 피부색, 나이, 학벌, 재산, 국적 따위를 훌쩍 뛰어넘어 청중들 사이로 유유히 흘러간다. 어떤 이야기는 유쾌하지만 어떤 이야기는 우리를 끝내 울리고야 만다. 어떤 이야기는 먼 우주로, 혹은 고통받는 사람들 사이로 우리를 이끈다. 어떤 이야기는 우리가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도록 도운다.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연민과 연대의 감각을 일깨우고 추동한다.

이야기는 힘이 세다. 옳고 그름, 가치와 당위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진실한 이야기는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여기,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이 있다. 소란스럽고 보잘것없는 존재로 치부되던 이들이,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칠흑같이 어둔 밤에 모여, 자신들의 놀라운 경험을 고백한다. 이야기는 사람들을 연결시킨다. 연결된 사람들은 세상을 변화시킨다.

당신은 지금 어떤 밤을 지나고 있는가?
이제, 당신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차례다.

스토리텔링의 바람을 일으킨 모스

1997년 시작된 ‘모스’는 지난 20여 년간 스토리텔링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으며, 이 책 《모든 밤을 지나는 당신에게》는 그중에서도 각별한 사랑을 받았던 최고의 이야기만을 모았다. 이 책에는 할아버지와의 약속을 추억하는 한 평범한 고등학생부터 인류 최초로 명왕성의 표면을 보게 된 천문학자,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가 어떤 희생을 감당해야 했는지를 깨닫게 된 아프가니스탄 난민, 자신이 ‘히트곡 하나 내고 사라져버린 잊힌 스타’라는 점을 받아들이게 된 힙합 가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처칠의 비밀요원으로 일했던 여성 스파이까지 다양한 이들이 등장한다.

소소한 일상에서 건네진 말 한마디와 대수롭지 않게 펼쳐진 대화들이 한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키기도 하고, 세상에서 홀로 버려진 듯한 위기를 지나고 있는 이에게 전해진 누군가의 호의가 그를 극적으로 구원하기도 한다. 그들은 자신의 약함을 받아들이고, 위기 속에서 용기를 내고, 위험을 감수하고, 미지의 모험을 감행한다. 그들은 자신의 삶에 찾아온 경이로움을 쉬이 지나치지 않고, 직면하여 받아들이며, 삶의 모멘텀으로 삼는다. 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가장 솔직한 언어로 생생하게 들려줄 때, 그들에게 찾아온 삶의 경이로움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 곁에 쉼 없이 존재하는 세상의 모든 경이로움을 발견하도록 이끈다.

세상의 모든 경이로움을 발견한 사람들의 이야기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들의 면면처럼, 이야기의 소재, 이야기가 펼쳐지는 장소와 배경도 다양하다.

메리-클레어 킹은 어느 만우절 주간에 남편으로부터 자신을 떠나겠다는 통보를 받은 후 벌어진 며칠간을 이야기한다. 그 와중에 강의를 하고, 도둑을 맞고, 흥분한 친정엄마를 돌려보내고, 딸아이를 데리고 학회에 참석해야 하는 워킹맘의 애환을 담담히 들려준다. 그녀는 훗날 BRCA1(암억제 유전자)를 발견해 유전적 유방암 연구에 획기전인 계기를 마련해냈다. 스테파니 페이롤로는 교통사고로 아들이 외상성 뇌 손상을 당하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감당해낸 후, 환자와 환자의 가족들에게 법률 지원을 해주는 비영리 단체에서 일하게 된다. 베서니 반 델프트는 다운중후군 딸을 낳고 기르면서 진정으로 자신의 아이를 받아들이는 기쁨에 대해 고백한다. 케빈 맥기한은 싱글맘으로 자신을 키운 어머니가 불치병 진단을 받자 그녀를 위해 마지막 고별 파티를 열어준다. 시벌리 에빗은 자신의 딸이 성전환 수술 과정을 거쳐 아들로 거듭나는 과정을 들려주며, 이를 “앞을 향한 도약”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수지 론슨은 우연히 데이비드 보위의 무명 시절, 그의 전속 미용사로 일하게 되면서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들려준다.

《의식》(알마, 2014)의 저자이기도 한 크리스토프 코흐는 DNA 나선구조의 발견자이자 자신의 스승이었던 프랜시스 크릭의 죽음을 목도하던 이야기를 들려주며, 우리는 모두 “무無에 가까운 존재이며 결국 존재 자체도 소멸”하겠지만 그럼에도 “소란스러운 존재의 향연에서 영원한 천체의 선율을 찾아내기 위해 있는 힘을 다 하겠다”고 다짐한다. 천문학자 캐시 올킨은 나사의 뉴호라이즌스 우주탐사선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겪었던 위기 중에 최초로 명왕성에 근접 촬영에 성공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려준다. 세계 곳곳의 핵발전소를 관리해왔던 칼 필리테리는 2011년 3월 11일 일본의 후쿠시마 대지진 당시 겪었던 트라우마를 치유해나가는 과정을 고백한다.

서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에서 태어나 극심한 내전 속에서 자란 이스마엘 베아는 미국으로 입양되어 살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들을 위트 있게 풀어낸다. 토미 라이첸탈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강제수용소에서 보낸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노린 라이올스 역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처칠의 비밀 부대에서 활약했던 이야기를 들려주며 국가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희생당한 이들을 애도한다. 사샤 차노프는 아프리카 콩고의 대량 학살에서 살아남은 난민들을 구조해내는 과정 중에 생겼던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우리를 이끈다. 피터 프링글은 사형수로 있다가 살인누명을 벗고 자유인이 된 후, 자신처럼 억울한 일을 당한 이들과 그 후유증을 겪고 있는 이들을 돕고 있다.

모스에 관하여

모스는 스토리텔링의 예술적인 면과 기술적인 면을 향상시키고 보존하는 데 헌신하는 비영리 단체로, 2012년 MACEI(MacArthur Award for Creative & Effective Institutions)를 수상했다. 1997년 모스를 창립한 소설가 조지 도스 그린은 어린 시절 친구들과 집 앞 포치에 둘러앉아 불을 향해 날아드는 나방(moth)들을 보면서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들을 서로에게 해주던 고향 조지아주의 후덥지근하면서도 달콤했던 여름밤을 재연하고자 했다.

모스 공연에서는 매번 엄청나게 다양한 배경의 재담가들이 모스 감독들과 함께 자신의 실화를 다듬고 간추려서 발표한다. 단순하면서도 전통적인 방식의 스토리텔링 기법을 현대적 주제에 적용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프로그램들로는 전 세계를 순회하면서 공연하는 모스 메인스테이지, 미국의 22개 도시와 런던, 더블린, 멜번, 시드니에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형식으로 벌어지는 모스 스토리슬램, 사회적 혜택을 많이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스토리텔링 워크숍을 제공하는 모스 공동체 교육 프로그램(The Moth Community Education Program), 미국 전역에 걸쳐 고등학생들에게 스토리텔링의 기회를 제공하는 모스 하이스쿨 스토리슬램, 각 산업계에 맞춤한 모스 기업 프로그램(The Moth Corporate Program) 등이 있다. 이런 여러 형태의 모스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까지 발표된 이야기는 2만 개가 넘는다. 전 세계적으로 늘 만원사례를 이루는 관객들 앞에서 스토리텔러들은 메모 없이 라이브로 자신의 이야기를 말해왔다.

모스 팟캐스트는 연간 3천만 회 이상 다운로드가 되고 있다. 모스 라디오 아워는 현재 3백 개 이상의 라디오 방송국을 통해 매주 미국 전역에 방송되고 있으며, 피바디 상(Peabody Award)을 수상했다. 그 밖의 내용은 themoth.org를 참조.

저자 소개

  • 저자 : 캐서린 번스
엮은이 : 캐서린 번스 (Catherine Burns)
모스의 예술감독으로 일하고 있다.  

옮긴이 : 김희정
서울대학교 영문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했다. 2018년 현재 가족과 함께 영국에 살면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랩걸》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인간의 품격》 《채식의 배신》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견인 도시 연대기》(전 4권) 《코드북》 《두 얼굴의 과학》 《우주에 남은 마지막 책》 《영장류의 평화 만들기》 등이 있다.  

역자 소개

  • 역자 : 김희정
서울대학교 영문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가족과 함께 영국에 살면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랩걸》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인간의 품격》 《채식의 배신》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견인 도시 연대기》(전 4권) 《코드북》 《두 얼굴의 과학》 《우주에 남은 마지막 책》 《영장류의 평화 만들기》 등이 있다.

책 속에서


모스 이야기들이 독특한 것은, 우리가 다른 사람의 사랑과 인정을 받기 위해 보통 쓰는 전략들이 하나도 의도한 대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신이 얼마나 똑똑한지, 현명한지, 어떻게 승리를 거두었는지 등의 이야기는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잘 다듬어진 농담이나 위트 있는 펀치라인들은 모스 무대에서 여지없이 박살나고 참담한 실패로 끝나고 만다.
대신, 정말 의미 있는 것은 자신의 아픈 곳을 드러낼 줄 아는 솔직함과 정직함이다. 어렵고 고된 경험을 하던 순간에 자신이 인간적으로 어떤 모습이었는지 정직하게 이야기할 때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인다. 이야기를 시작하는 지점과 그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갈지를 알아야 하고, 가능한 한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면서도 필요 없는 내용은 걷어내야 한다.
모스는 인간으로서 우리를 연결시켜준다. 우리 모두는 이야기를 품은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인간으로서 우리는 이미 이야기 모음일지도 모른다. 우리들 사이에 존재하는 간격은 상대의 얼굴, 피부색, 성별, 인종 혹은 태도만 보고, 그 사람이 품고 있는 이야기는 보지 않거나 보지 못할 때, 우리 사이에는 간격이 존재하게 된다. 이야기를 듣고 나면 그때까지 우리를 가르고 있다고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허상이고 허위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 사이의 벽은 주변 배경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_ 닐 게이먼, 추천의 글, 8~9쪽

어떤 이야기는 가볍고 재미있지만 어떤 이야기는 쉽지 않다. 소년 병사가 그나마 남아 있던 아동기의 조각을 회복하려고 노력하는 이야기, 난민수용소에서 누구를 살리고 누구를 죽도록 내버려둬야 할지 결정해야만 하는 인도주의 단체 요원의 이야기, 아홉 살 난 아이의 눈으로 본 홀로코스트 이야기 등이 그렇다.
그러나 그 이야기들을 외면하면 그 사람만 손해다. 거기에는 고개를 돌리지 않는 자들만 볼 수 있는 경이로움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떨 때는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으면서 한 걸음씩 세상을 이해해가는 것이 더 쉬울 수도 있다. 과감히 용기를 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타인’은 존재하지 않고, 오직 ‘우리’만 존재할 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게 된다.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공통점이 우리를 가르는 차이점보다 언제나 훨씬 크기 때문이다.
_ 들어가며, 14~15쪽

나는 시에라리온이라는 나라에서 오는 길이었다. 내가 열한 살 때 전쟁이 시작됐고, 열두 살 때 고아가 됐다. 부모님과 두 형제가 그 전쟁으로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열세 살 때 나는 이미 병사가 되어 전쟁터에서 싸우고 있었다. 그렇게 전쟁터에서 싸운 지 3년이 지나 열여섯 살이 되었을 때 나는 그 모든 것에서 빠져나와 재활 치료를 받았다. 전쟁의 기억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경험을 안고 나는 미국으로 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 같은 사람을 무서워하던 시절, 나를 자신의 삶에 품는 것을 주저하지 않은 양어머니와 함께 새로운 가정에서 살기 위해서였다.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였다. 열한 살 이후 내가 배운 것은 오직 어떻게 살아남는가 하는 것뿐이었다. 나는 삶을 사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때까지 내가 아는 것은 그야말로 몸부림치며 목숨을 부지하는 방법뿐이었다. 내 삶은 계속 그럴 것이라 생각했고, 행복 혹은 어떤 식으로든 정상적인 일상을 가지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_ 일상적이지 않은 일상, 33쪽

“니나는 어떻게 하셨어요? 앤디를 보러 갔나요?”
“아, 그 일은요.” 니나의 어머니가 말했다.
“모두 차에 타고 영안실로 갔어요. 차를 세우자마자 니나가 차에서 내려 주차장을 가로질러서 성큼성큼 빨리도 걸어가는 거예요. 우리는 아이를 따라가기도 바빴어요. 현관으로 들어가더니 장의사를 지나 멈추지도 않고 쏜살같이 갔지요. 결국 앤디 시신이 누워 있는 저온실 문 앞에서 아이를 멈춰 세웠어요.
우리가 말했죠. ‘니나, 알고 있지? 앤디가 너랑 이야기하지 못한다는 거.’
‘응.’ 니나가 말했어요.
‘그리고 그것도 알지? 앤디는 움직이거나 일어나지 못한다는 것도.’
‘알아요, 알아.’”
문을 열고 니나가 들어갔다. 아이는 앤디의 시신이 누워 있는 곳으로 직진했다. 앤디는 아기 때 앤디 어머니가 만들어준 퀼트 이불을 덮고 누워 있었다. 니나는 앤디에게 바로 걸어간 다음, 앤디의 시신이 놓인 침대 주변을 돌면서 앤디의 몸을 여기저기 만지며 앤디가 상한 곳은 없는지 확인했다. 그러고는 머리를 앤디의 가슴에 살며시 대고 무슨 말인가 속삭였다.
10분쯤 지난 후, 온 얼굴이 눈물범벅이 된 니나의 부모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말했다. “니나, 이제 갈까?”
“아니요, 갈 때가 되면 말할게요.”
니나는 앤디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앤디의 장난감 피셔프라이스 망원경도 손에 쥐어줬다. 하늘에서 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볼 수 있도록. 그러고는 이제 됐다고, 가도 된다고 했다.
“근데 앤디는 다시 안 일어날 거니까 내가 이불을 잘 덮어줘야 해.”
니나는 침대 주변을 다시 한번 빙 돌면서 퀼트 이불을 도닥이며 잘 덮어줬다.
그리고 앤디에게 손을 올린 다음 말했다. “사랑해, 앤디댄디, 안녕.”
인간은 슬픔에 강하다. 그게 내가 병아리 수렵감시관들에게 늘 해주는 말이다.
_ 애도하는 이들의 집, 63~64쪽

2011년 3월 11일은 아주 맑고 아름다운 날이었다. 나는 동료들과 함께 원자로 1호기 터빈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국제공항 격납고 정도 크기의 거대한 직사각형 건물이었다.
오후 2시 46분, 젊은이 한 명이 크레인에 올라가 운전을 하고 있었고, 나를 포함한 열 명의 팀원들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감싸는 보호복을 입고 밀폐된 오염 공간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망치로 그 큰 건물의 기초를 세게 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팀원들에게 소리쳤다. “지진이다!”
강력한 지진으로 땅이 크게 흔들리다가 쿵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땅이 흔들리면서 우리가 있던 건물 전체도 함께 엄청나게 흔들렸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_ 믿을 수 없는 마음의 안개, 92쪽

그날 저녁의 절정은 패티가 줄을 선 손님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작별을 고한 것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하게는 모두가 패티에게 작별 인사를 할 기회를 가진 것이었다. 그 늘어선 인파들을 본 내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작별 인사를 하며 슬퍼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누구도 패티를 동정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다.
파티가 끝날 무렵, 패티가 나를 부르더니 자기 쪽으로 몸을 숙여달라고 손짓을 했다. 그러고는 내 볼에 입을 맞추고 말했다. “고맙다, 케빈. 내 웨딩샤워 파티보다 훨씬 나았어.”
나는 대답했다. “천만에요. 하지만 뭔들 그 웨딩샤워 파티보다 못하겠어요?”
그로부터 여드레 후, 내 손을 잡은 채 패티는 마지막 숨을 거뒀다. 내게 한 마지막 말은 “넌 참 좋은 사람이야, 찰리 브라운”이었다.
패티에게 고마워해야 할 일은 아주 많다. 특히 그 파티는 그녀에게뿐 아니라 내게도 큰 선물이었다.
_ 대단히 중요한 사건, 120~121쪽

2005년 8월, RJ의 상태가 악화됐다. 처음에는 독감인 줄 알았다. 그는 아직 기뇌 조영 튜브를 위에 꼽고 있었는데 그게 빠졌었다. 있을 수 있는 일이었고, 튜브가 빠지면 다시 꼽으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다시 꼽은 후 엑스레이로 튜브가 제대로 잘 들어갔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RJ가 있던 시설에는 엑스레이 기계가 없었고, 직원들은 그냥 추측으로 일을 했다. 이번에는 그들의 추측이 틀렸던 것이다.
튜브로 주입하는 음식이 모두 아이의 복강으로 들어갔고, 결국 패혈증을 유발했다. 병원에서 외과의사가 나를 부르더니 말했다. “수술을 해서 생명을 구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의식불명에 빠져 다시 의식을 회복하지 못할 거예요. 그 길 말고 다른 길은 아이를 그냥 놔주는 겁니다. 선택하셔야 해요.”
_ RJ와 함께 걷기, 141쪽

내 아들의 성전환 과정이 시작된 지 3년쯤 지났을 때 아이가 내게 와서 말했다. “있잖아요, 엄마. 다음 단계는 상반신 수술이에요.”
그 단계에서 나는 정말이지 크게 뒷걸음질치고 말았다. 나는 내 아이의 몸에 애착을 느끼고 있었고, 누군가가 그것을 바꾼다는 걸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신과 의사와 만난 나는, 아들 세대는 성적으로 융통성이 크기 때문에 지금 아이가 가진 몸으로도 그를 사랑하는 여성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의사를 설득하고자 애를 썼다.
그러자 의사는 아주 부드럽게 아들의 수술은 성적인 문제가 아니라 성별의 문제라는 것을 일깨워줬다. 그것은 정체성의 문제이기도 했다. 의사는 내 아들이 자기가 가진 여성의 가슴을 빠른 시일 내에 제거해야 할 사마귀 같은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의 신체에 큰 애착을 가진 나로서는 정말 받아들이기 힘든 개념이었다. 내가 아이의 몸을 만들어내지 않았던가. 나는 그것이 내 몸인 것처럼 느꼈다. 물론 내 몸은 아니지만 내 몸처럼 느끼고 있었다. 내가 그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에.
정신과 상담을 마치고 집에 가는 차 안에서 아들은 잠이 들었다. 여느 십 대들처럼. 그리고 나는 여성으로서 내가 나의 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헤아려보았다.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연인으로서 내 가슴에 얼마나 애착이 있는지를. 그리고 나는 아들과 함께 앞을 향한 도약의 발걸음을 내딛었다
_ 앞을 향한 도약, 303쪽

아홉 시간이 지난 후, 나는 상황실 창문을 통해 엔지니어들을 바라보며 주컴퓨터가 잘 작동하기를 기도하고 있었다. 미션업무팀장 앨리스 보우맨의 목소리가 인터콤을 통해 들려왔다.
“주컴퓨터가 성공적으로 작동을 시작했습니다.” 모두 환호성을 지르는 것이 보였다. 다들 너무도 기뻐했다. 나는 커다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까지 숨을 참고 있었는지도 몰랐었다. 정말 꿈같았다.
우주탐사선을 다시 정상작동 상태로 되돌리는 데 성공했고,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것도 여유 시간이 네 시간이나 남은 시점이었다. 우수한 성적이었다. 우리는 다시 본래 작동 시퀀스로 돌아가서 데이터를 수신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들어온 정보들은 정말이지 입이 딱 벌어지는 것들이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명왕성의 세세한 모습들이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명왕성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우리 눈앞에 펼쳐진 명왕성의 지형이 그렇게 기묘하리라고는 예상하지도 못했다. 질소와 일산화탄소 얼음으로 만들어진 하트 모양의 빙하가 보였다. 빙하 가장자리 쪽에는 커다란 산맥이 있었다. 로키산맥만큼이나 높았지만 물로 된 얼음으로 만들어진 산맥이었다. 명왕성은 카론Charon이라는 달을 가지고 있는데, 카론에는 그랜드캐니언보다도 더 깊은 골짜기가 있었다.
그 모든 경이로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_ 명왕성 근접 촬영에 대하여, 417~418쪽


목차

추천의 글
들어가며

1. 영원한 천체의 선율
달이랑 별 이야기 │ 일상적이지 않은 일상 │ 차드를 찾아 떠난 원정 │ 애도하는 이들의 집 │ 베케넘에서 온 소녀 │ 신, 죽음, 그리고 프랜시스 크릭

2. 내가 목격한 것들
믿을 수 없는 마음의 안개 │ 로렌스 피시번과 두 번의 만남 │ 대단히 중요한 사건 │ 두 만찬 이야기 │ RJ와 함께 걷기

3. 뚜껑이 날아가지 않게
빌어먹을 잠이나 자 │ 제니 │ 데자뷰(다시 한번) │ 찰리라고 불러주세요 │ R2, 어디 있니?

4. 은총이 파도처럼
샤워 │ 컷 │ 전화 한 통 │ 누구를 믿을 수 있을까? │ 새로운 고향 │ 더 푸르른 초원 │ 마치 내가 거기 없는 것처럼

5. 보통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며 │ 공동묘지에서 성년을 맞이하다 │ 아래층 이웃 │ 할아버지의 신발 │ 앞을 향한 도약

6. 두려움에 대면하기
프롬 │ 하지만 치즈도 가져오세요 │ 피곤에 찌든 채, 뉴욕에서 │ 불가능한 선택 │ 그런즉 너희가 알 것이라 │ 자유의 대가

7. 이 세상 모든 사랑의 이름으로
반지의 무게 │ 빛과 희망 │ 신장과 헌신 │ 명왕성 근접 촬영에 대하여 │ 용서 │ 캘리포니아식 고딕소설

감사의 말
모스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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