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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의 여인 2

원제 : Belle du Seigneur

알베르 꼬엔 저 | 윤진 역 | 창비 | 2018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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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6464615 / 716쪽 145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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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수상작 현대 프랑스어 소설의 거장 꼬엔의 대표작 국내 초역! 『르몽드』 선정 20세기 최고의 책 100선 “이 세상에 그 사람보다 더 아름다운, 더 미친 남자가 있을까” 20세기 프랑스어 문학의 가장 독창적인 금자탑으로 꼽히는 알베르 꼬엔의 대표작 『주군의 여인』(전2권)이 창비세계문학 60, 61번으로 발간되었다. 알베르 꼬엔은 20년 넘게 국제노동기구, 국제난민기구 등에서 국제공무원으로 일하며 어떤 문학사조나 문예운동에도 관여하지 않고 프랑스 문단과도 거리를 유지한 채 독자적인 문학적 세계관을 구축해온 독특한 이력의 작가다. 그가 40여년에 걸쳐 쓴 네편의 소설 ‘유대인 무훈시’ 연작은 그리스 케팔로니아섬 출신의 유대인 쏠랄과 쏠랄가(家)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각각의 독립된 이야기이자 하나의 이야기이며, 작가의 전기적 삶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중 『주군의 여인』은 대중적·문학적으로 가장 빛나는 성공을 거둔 작품으로, “현대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새로운 안나 까레니나 혹은 마담 보바리의 사랑 이야기”라는 찬사를 받았다. 출간된 1968년에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을 수상했고, 1998년에 재출간된 폴리오판은 2주 만에 10만부가 팔리며 큰 화제를 낳았다. 1999년 『르몽드』 신문이 한세기를 결산하며 소설, 시집, 철학서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뽑은 ‘20세기 최고의 책’ 100선에 32위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012년에는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새로운 안나 까레니나 혹은 마담 보바리의 아름답고 미친 사랑 이야기 1930년대 스위스 호반 도시 주네브. 뭇 여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훤칠하고 아름다운 외모에 국제연맹 사무차장이라는 높은 지위를 가진 쏠랄은 주위의 속물적 인간들에 신물을 느끼며 자신의 외모나 지위에 영향 받지 않는 절대적 사랑을 꿈꾼다. 그러던 어느날 파티에서 만난 부하 직원의 아내 아리안에게 첫눈에 반하고, 추한 유대인 노인으로 분장한 채 아리안 앞에 나타나 구애한다. 이 어리석은 시도는 당연히 실패하지만, 쏠랄은 나락에 빠진 자신의 영혼을 구원해줄 마지막 끈이라 믿는 아리안을 포기하지 못한다. 아리안은 유서 깊은 주네브 귀족 가문 출신으로, 노상 출세할 궁리만 하며 쉼 없이 떠들어대는 남편과 결혼한 것을 후회하고 자유로운 영혼의 “히말라야 여인”이라는 몽상 속에서 살아간다. 이야기는 이들 두 사람과 아리안의 남편, 즉 무능하고 범속한 인간이지만 너무 착해서 마음 놓고 미워할 수 없는 아드리앵을 중심으로 때로 우스꽝스럽게, 때로 아슬아슬하게 전개된다. 결국 쏠랄과 아리안은 서로에게서 허무와 순수라는 거울상 같은 모습을 발견하고 “자신을 송두리째 바”치는 불같은 사랑에 빠진다. 당대 상류층의 “사회적인 것” 가운데서, 또 모든 것을 마멸하는 시간의 흐름 가운데서 이들의 사랑은 바라던 영원성을 얻을 수 있을까? “결국 죽어 시체가 될” 엉망진창의 인간들을 향한 노작가의 연민 어린 목소리 그리스령 꼬르푸섬에서 오스만튀르크 국적의 유대인 아버지와 이딸리아 방언을 쓰는 유대인 어머니 밑에서 태어난 꼬엔은 다섯살 때 프랑스 마르세유로 이주해 가톨릭 학교를 다니며 프랑스어를 배우고 프랑스인으로 자라난다. 그러나 당시 유럽을 휩쓸던 반유대주의 광풍은 꼬엔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놓는다. 열살 때 마르세유 길거리에서 어느 행상에게 “더러운 유대인”이라는 욕설을 듣고 기차역 화장실로 도망쳐 홀로 “프랑스 만세!”를 외친 이후, 이 말은 평생을 따라다니며 그의 삶과 문학에 깊은 상흔을 남긴다. 스물네살 때 스스로 스위스 국적을 택하지만, 격동하는 20세기 초중반 유럽사 한가운데서 그는 한곳에 정주하지 못한 채 이집트로, 영국으로, 프랑스로 떠돈다. 이러한 작가의 전기적 삶에서 건져올린 다양한 인간 군상의 면모가 작품 속에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국제외교 무대 한복판에서 이골이 나도록 겪은 무능하고 이기적인 인간들의 소악은 소설 속 국제연맹으로, 유럽인과 유대인의 경계에서 느꼈던 정체성의 갈등은 소설 속에서 (언뜻 극명하게 대비되지만 실은 서로의 거울상인) 프로테스탄트 상류사회와 찰리 채플린식 코미디를 선보이는 그리스 케팔로니아섬 유대인 ‘용자들’의 차이로 그려진다. 원리주의적 신앙을 고수하는 인간들의 허위는 아리안의 시어머니 앙뚜아네뜨를 통해 신랄하고 우스꽝스럽게 풍자된다. 그러나 이 모든 이야기를 감싸 안는 화자는 극도로 냉소적인 묘사에도 불구하고 소설 속 모든 인간에게 깊은 연민의 시선을 보낸다. 그러한 연민의 근원에는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 “죽음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인간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놓여 있다. 이는 숱한 환멸과 좌절에도 최후의 순간까지 인간에 대한 애정을, 유대인과 비유대인 사이의 화해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던 노작가의 목소리다. 끝없이 이어지는 장광설로, 허무맹랑한 공상 같은 기이한 이야기로, 때로 문장부호도 없이 이어지는 독백으로 어지럽게 바뀌는 여러 화자의 목소리는 꼬엔의 긴 탄식 같은 호흡 속에 결국 하나가 된다. 그 맨 밑바닥에 있는 것은 사랑, 그가 삶에서 작품에서 일생을 바쳐 천착해온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저자 소개

Photo by Jacques Sassier © Editions Gallimard


 


( 1895~1981)
 그리스 꼬르푸섬에서 오스만튀르크 국적의 유대인으로 태어났다. 다섯살 때 가족이 프랑스 마르세유로 이주한 뒤 가톨릭 학교에 다니며 프랑스어를 배우고 프랑스인으로 자라난다. 열살 때 길을 걷다가 행상에게 “더러운 유대인”이라는 욕설을 듣고부터 유대인과 유럽인의 경계에 선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고, 이 말은 평생을 따라다니며 그의 작품에도 깊은 흔적을 남긴다. 1914년 홀로 중립국 스위스로 가 주네브 대학에서 법학과 문학을 공부하고, 1919년 오스만튀르크 국적을 버리고 스위스를 새 조국으로 삼는다. 20년 넘게 국제노동기구, 국제난민기구 등에서 일하며 격변하는 20세기 초중반 유럽사를 관통해온 그는 1946년 ‘난민 지위에 관한 국제협약’을 작성하고, 이를 자신이 쓴 “가장 아름다운 글”이라 부르기도 했다. 국제공무원으로 일하는 틈틈이 에세이와 소설을 발표해오다가 1951년 모든 공직에서 사임하고 필생의 역작인 ‘유대인 무훈시’ 완성에 매진한다. 꼬엔에게 작가로서 명성을 가져다준 이 연작은 『쏠랄』(1930), 『망주끌루』(1938), 『주군의 여인』(1968), 『용자들』(1969)로 이어지는 ‘쏠랄과 쏠랄가(家) 사람들’ 이야기로 그의 전기적 삶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중에서도 꼬엔의 최고작으로 알려진 『주군의 여인』은 출간된 해에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을 받고, 1999년 『르몽드』 신문이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책’ 중 한권으로 꼽혔다. 그밖에 시집 『유대인의 말』(1921), 희곡 『에제끼엘』(1927), 에세이 『내 어머니의 책』(1954)과 『오 그대, 인간 형제들이여』(1972) 등의 작품이 있다. 1981년 폐렴 합병증으로 사망해 주네브 근교의 유대인 묘지에 묻혔다.

역자 소개

아주대학교와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을 공부했으며 프랑스 파리3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출판번역기획 네트워크 '사이에'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80일간의 세계 일주』, 『해저 2만 리 Ⅰ,Ⅱ』, 『자서전의 규약』, 『사탄의 태양 아래』, 『페르디두르케』, 『위험한 관계』, 『지붕 위의 신발』, 『벨아미』, 『목로주점』 등이 있다.


 

머리말

이 소설의 서술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은 무엇보다 화자가 사건들의 진실을 드러내는 방식에 있다. 즉 여기저기서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정신없이 돌아가는 사건들 틈에서 진짜 중요한 일, 진짜 가슴 아픈 진실은 언제나 들릴 듯 말 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혹은 허무맹랑해 보이는 기이한 독백들 속에, 짧고 흐릿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리츠로 처음 찾아간 아리안이 쏠랄에게 내뱉은 “더러운 유대인”(1권 447면)이라는 말은(열살의 꼬엔을 정체성의 위기로 몰아넣은 게 이 말이었음을 기억하자) 이후 직접 발화되지 못하고 두서없는 헛소리같이 이어지는 아리안의 독백 속에 “두마디”(2권 167면)라는 말로 등장할 뿐이다. (…) 중요한 진실의 조각들은, 애정을 쏟아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미처 듣기도 전에 사라져버리는 말들처럼, 섬광처럼 번득이며 지나간다. 이 소설의 화자가 독자들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것은 여러 목소리가 앞다투어 쏟아내는 현란한 말 뒤에 가려진, 차마 앞에 내놓지 못하는 상처들에 대한 깊은 탄식이라 할 수 있다.―윤진

책 속에서

로비에서는 장관들과 외교관들이 권위자다운 눈빛으로 심각하게 의견을 주고받으며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들은 개미처럼 모여 우글대다가 이내 흩어지는 자신의 덧없는 일이 중요하다고 굳게 믿고 또한 스스로가 중요한 인물이라 굳게 믿으면서, 아무 쓸모도 없이, 코미디처럼 장엄하고 웅대하기만 한 견해들을 심도 있게 주고받았고, 그러다가 돌연 미소를 지으면서 상냥한 얼굴로 치질에 걸린 얘기를 했다. 갈등 관계가 강제적으로 만들어낸 우아한 친절, 인위적인 미소, 억지로 입가에 주름을 잡는 상냥함, 고귀함의 탈을 뒤집어쓴 야망, 내일이면 죽을 사람들의 계산과 술수, 아부와 경계, 공모와 계략. (1권 153면)

그는 창가로 다가가 부드러운 불빛에 잠긴 주네브를, 프랑스 쪽 연안에서 파들거리는 불빛들을, 검은색으로 펼쳐진 호수 위로 날렵한 백조들이 깃털 속에 머리를 감춘 채 잠들어 있는 정경을 바라보았다. 잠시 뒤 그는 그녀가 있는 자리로 돌아왔고, 한동안 그녀를 응시하며 죽음을 피하지 못할 가련한 여인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결국 죽어 시체가 될 자들이 종종거리며 급하게 거리를 걷고 있소. 자기들이 묻힐 땅이 준비되어 있다는 걸, 이미 기다리고 있다는 걸 모르고서 말이오. 결국은 시체가 될 거면서 그것도 모르
고 신이 나서 즐기고 혹은 분노하고 혹은 자랑하느라 난리지. (1권 462면)

그날밤, 그들의 첫날밤, 그녀가 보여주고 싶어 했던 작은 거실, 정원을 향해 열린 창문 앞에 서서, 그들은 별들이 반짝이는 밤의 공기를 들이마셨고, 나뭇잎들이 자그맣게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사랑의 속삭임을 들었다. 벨벳처럼 보드라운 피가 혈관을 흐르는 동안 그들은 손을 꼭 잡고 숭고한 하늘을 응시했고, 저 높이 그들의 사랑을 축복하는, 파르르 떨리는 별들 속 자신들의 사랑을 응시했다. 영원히, 그를 집으로 데려왔다는 사실에 덜컥 겁이 난 그녀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1권 529면)

내 생각에 인생은 좀 즐기며 살아야 해요. 늙으면 어차피 끝이니까. 난 나중에 병들어서 병원에 눕게 되면 간호 수녀님한테 물병으로 내 머리를 갈겨달라고 할 거예요, 그대로 끝나버리게. 죽고 나서 땅에 묻을 필요도 없어요, 그냥 쓰레기장에 버리면 어때? 차라리 살아 있을 때 돈 생각 안하고 즐기는 게 낫죠. 극장도 가고 버찌 브랜디 넣은 피스타치오 케이크도 사 먹고. 괜히 돈 아껴서 그 돈으로 죽은 다음에 관을 짜면 뭐 하겠어요? 내가 정말 그 안에 들어가 눕는지 알 수도 없는데. (2권 62~63면)

의기양양하게 내딛는 사랑의 발걸음. 그렇다, 너무 아름답다, 다른 여자들을 제치고 그의 선택을 받은 여자니까, 끝이 휘어 올라간 속눈썹이 처음 깜빡이던 그 순간에 선택된 여인, 이 세상에 그 사람보다 더 아름다운, 더 미친 남자가 있을까, 오 노인으로, 더없이 가련한 모습으로 변장하다니, 정말 놀라워라, 오 리츠에서 만난 그날 저녁에 그가 한 말, 심술궂은 진실의 화살들, 그래도 가장 다정하고 가장 슬픈 사람, 오 그의 두 눈, 가장 잘 웃는 사람, 오 그의 입술, 가장 오만하고 가장 다정한 사람, 가장 고독한 사람, 백성 없는 왕. (2권 135면)

사람들이 하나둘 흩어진다. 사랑이 끝난 것이다. 다시 걷기 시작하고, 광장의 작은 공원을 가로지른다. 아기 하나가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걷는다. 저런 아기는 예쁘다, 위험하지 않고, 유대인을 심판하려 하지 않는다. 가서 안아주고 싶다. 안된다, 지나치게 금발이다. 20년 뒤면 반유대주의자가 될지 모른다. 그대로 공원을 나선다. 군인들. 흰색 군모를 썼으니 외인부대다. 저들처럼 군단에 소속된 자들은 행복하다. 명령에 따르든 명령을 내리든 혼자가 아니다. 어느새 음악 소리에 맞춰, 경멸스러운 군인의 걸음걸이로, 구레나룻이 길고 흉악하게 생긴 중위 옆에서, 군인들, 인류의 수치인 군인들과 함께 걷는다. (2권 498면)


목차

제4부
제5부
제6부
제7부
작품해설 / 쏠랄?눈부신 태양의 어두운 영혼에 바치는 송가
작가연보
발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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